새벽 4 30분 기상, 5시에 숙소에서 나와 루위 버스 스테이션까지 택시 잡기.

5리알 부르던 택시 아저씨와 순식간에 1리알로 협상(대체 1리알에도 갈 것을 왜 5리알이나 부르는지 몰라 -_-;). 5 20분 루위 버스 스테이션 도착(예매시 5 45분까지 와 있으라고 해서 서둘렀는데 택시가 금방 잡히는 바람에 일찍 도착했다).

아랍어를 읽을 수 없어 일단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플랫폼에 앉아 사무실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5 45분쯤 그 자리로 살랄라행 버스 들어오다. 아싸, 1등으로 타니 맨 앞자리를 맡을 수 있겠네? 하지만 그 자리는 차장과 교대 운전사 자리라고. 차선책으로 중간 출입구 라인 선점. 어느 쪽에 앉아야 해가 덜 들까 계산하기

예정된 6시 정각, 5명 정도만 태운채 루위를 출발, ~ 신난다, 널럴하게 가는구나. 가다 자빠져 자야겠다 싶었는데 시내에서 한 여인을 태우고, 공항에서 몇 명 더 태우더니, 니즈와/살랄라행 도로 분기점인 Burj as Sahwah R/A(이들은 우리네 로터리를 roundabout이라고 부르며 RA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에서 왕창 사람을 태워 결국 거의 만차가 된 상태로 니즈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니즈와 도심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아침 식사 시간 주고, 버스는 다시 출발. 무스캇에서 살랄라까지는 1000Km가 넘는 거리다. 꾸벅꾸벅 졸다가 바깥을 바라보니 어느새 차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지대로 진입해 있다. 내 눈으로 직접 거대한 사막의 규모를 확인해 보니 오만인들 대부분이 해안지대에 몰려살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 눈 앞에 신기루가 오락가락하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오늘 신기루 하나는 원없이 보는군.

차는 아주 간혹 등장하는 사막 속 작은 마을에 멈춰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을 주기도 하고, 점심 먹을 시간을 주기도 한다.

장실에 얽힌 이야기 한 토막. 최종적으로 우리 차에는 나를 포함, 토탈 4명의 여인이 타고 있었는데, 어느 마을에선가 우리 넷 모두가 동시에 화장실을 가야할 일이 생겼다. 마침 여성 화장실이라 짐작되던 곳(안내문이 아랍문자라 ^^;)은 잠겨있었는데, 그러자 자연스레 두 명이 어디론가 향해 발길을 옮겼다. 남아있던 한 여인이 내 옆구리를 쿡 찌르더니 같이 가자는 제스추어를 보인다. 당연 따라가야지. 그들이 찾아간 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모스크. 남성이 이용하는 세면대겸 화장실 반대편에 여성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 덕분에 무사히 해결하고 돌아오니 이번엔 김원장이 한 건 물어왔더라. 김원장은 남성들이 몰려들어가는 모스크의 화장실로 마찬가지로 쫄레쫄레 따라갔는데 연이은 소변기 앞에는 아무도 안 서 있고 다들 문 달린 칸에 들어가려고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더란다. 그들과는 다르게 혼자 바지를 입고 있던 김원장은 기다릴 필요 없이 소변기 앞에 서서 지퍼를 내리려던 찰나, 김원장의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던 반짝 생각. , 여기가 소변기가 아닌가보다, 하는.

위를 둘러보니 화장실 앞에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승객들의 눈이 모두 김원장의 하는 양을 주시하고 있더라나. ㅋㅋ 그렇다, 그 곳은 소변기가 아니라 바로 기도 전에 손과 발을 씻는 곳이었던 것. 그것도 모르고 거기에서 당당히 지퍼를 내리고 볼 일을 봤으면 그야말로 대박이었을텐데... 우리는 어쩌면 성난 현지인들에게 끌려가 몰매를 맞았을지도 모르는 김원장을 떠올리며 다행이라 낄낄거렸다.

그러고 보니 아닌게 아니라 김원장 말마따나 발목까지 내려오는 통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이 나라 남성들이 허리까지 원피스를 추켜 올리고 소변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인도나 파키스탄에서도 바지를 입지 않은 남성이라면 마찬가지). 결국 오만에는 서서 볼 일을 볼 수 있는 소변기가 없다는 말씀. *^^*

 



사막 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을 때 우리는
Family Room이라 불리우는 공간을 안내받아 이용했다. 오만은 여성들이 거의 나다니지 않기 때문인지 여성들이라면(혹은 여성을 동반한 가족이라면) 모두 훼밀리룸을 이용하는 모양이다. 훼밀리룸은 아예 외부와 드나드는 입구조차 따로 만들어 놓아 처음 식당에 들어갈 때부터 식사를 모두 마치고 나가는 순간까지 메인홀의 남성들 앞을 지나가지 않아도 되게끔 해놓았더라. 경우에 따라 훼밀리룸 내부도 칸막이나 커튼을 이용해서 각기 칸을 나누어 A가족의 남성이 B가족의 여성을 볼 수 없도록 꾸며놓기도 했다.

역시나 서남아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주문을 받으러 왔길래, 아예 처음부터 파라타 있어요?”하고 물어본다. 다행히 아저씨가 잘도 알아듣고 갓 구워낸 따끈한 파라타를 함께 주문한 닭과 함께 가져다준다(파라타에 해당하는 오만어는 뭘까? 그냥 파라타?). 사막 한 가운데서 먹는 음식치고는 상당히 맛이 좋다.



버스 속 시간이 열라 안 가는 가운데
(마치 비행기를 탄 느낌이었다. 오래토록 앉아있어야 하고, 창 밖으로는 구름에 상응하는 사막이 내내 비슷한 풍경으로 펼쳐지고, 별반 흔들리지 않는 승차감까지) 어느 순간 갑자기 산들이 보이고 이 산들을 제법 넘어가나 보다 했더니만 저~ 아래로 해안과 평행하게 뻗은 길다란 평야에 위치한 커다란 도시가 보인다. 저게 바로 살랄라구나. 드디어 살랄라에 왔구나. , 그러고보니 주변에 초록색이 보인다! 이 동네에선 뭔가 나무스러운 것이 자랄 수 있나보다(그만큼 그 뭔가를 열심히 뜯어 먹고 있는 낙타도 많다).

산 꼭대기에서 멋지게 보이던 이 커다란 도시는 막상 아래에선 생각보다 황량한 모습이다. 꼭 만들다 만 도시처럼. 살랄라 분위기가 왜 이러냐. 남국의 아열대 삘이 물씬 풍길줄 알았더니(대신 이 동네에서 매우 유명한 유향 나무 향은 어디에서 태우고 있는지 정말 코 끝에서 살살 맴돌다 사라지곤 한다).

웃기게도 오전 6시 정각에 루위를 출발한 버스는 오후 6시 정각, 살랄라의 터미널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마치 그 시간을 꼭 지켜서 도착해야하는 것마냥. 어쨌거나 칼 12시간이라. 에고, 지친다. 우리 많이 늙었다, 그래, 늙었어.

터미널 바로 앞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덩그러니 위치한 살랄라 호텔에 짐부터 푼다(조식포함 12리알). 짐칸에 실린 채 12시간 동안 사막을 통과했던 배낭 속 불린 쌀은 고새 상해있다. 아까워라, 들고 탈껄 -_-;

갑게도 살랄라 호텔에선 KBS World 채널이 잡히는구나. ㅎㅎ 오늘도 신나게 TV 보겠군.

 
<살랄라 호텔의 조식>

# 자꾸 살랄라 살랄라 하니까 언젠가 (나이 먹어서) 즐겨보던 만화영화(시간탐험대)가 생각난다. 주전자가 나와서 돈데기리기리 외치던 만화였는데, 마침 압둘라였나, 그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주인공(악당이었나?)과 샬랄라라고 불리는 철딱서니없는 공주가 나오는 만화였다. 배경이 딱 여기네. ㅎㅎ

# 오늘의 영화 :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김원장의 추천에 결국 넘어가혈의 누를 보다. 결말이 궁금해서 흥미롭게 끝까지 보긴 했다만 된장, 지저분해서 혼났네. 굳이 이렇게 피 튀기게 영화를 만들어야 했을까. 여자 주인공(?)역의 배우는 왜 맨날 이런 우중충한 역만 맡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