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긴 이동 시간을 핑계로 오늘은 특별히 한 일이 없으니 아직 오만에서의 하루 여정이 더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행 정보를 정리해 보도록 한다.

 

@ 의 :이란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경우에는 특별히 신경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물론 반바지 입은 남자는 여전히 보기 어렵다). 반갑게도 여성 역시 이란과 같은 법적 규제가 없는 관계로 이론상으로는 아무렇게나(?) 입어도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슬람 분위기에 맞도록 적당히 가려주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참고로 오만의 현지 남성들은 주로 발목까지 내려오는 하얀색의 통짜 원피스를 입으며, 머리에는 터번과 같은 것을 두르고 다닌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 거의 나다니지도 않거니와 - 이란은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눈만 빼꼼 내놓은 채 나머지는 검은색의 천으로 엄숙히 가리고 다닌다(이에 내가 붙여준 이름은 닌자 스타일 ^^;). 하지만 현지인보다도 훨씬 많아 보이는 서남아시아계인들이 평소 자기네들 나라에서 입던 대로 입고 다니기 때문에 두 부류는 멀리서도 쉽게 구분되며 덕분에 그다지 통일된 의상 분위기는 없다. 나는 내내 긴 소매의 상하의를 입었지만 그래도 이란에서의 복장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머리도 가리지 않고 다녔다. 스카프를 안 두르니 편하긴 편하더라.

 

사족으로 내가 이 나라 여성들을 보며 김원장에게 건넨 한 마디, “여기는 이란의 차도르보다도 심하네. 저렇게 눈만 빼꼼 내놓고 다니는데 함께 길가다 와이프를 놓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남편들이 한 눈에 자기 와이프를 척하고 알아볼까?” 김원장의 현답, “길거리에 나와있는 여자가 얼마나 된다고. 자기 근방에 여자가 보이면 그 여자가 바로 와이프지”

 

@ 식 : 여행자들이 오만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식당(?)은 크게 두 종류가 아닐까? 하나는 레스토랑이라고 쓰여진 곳이요, 다른 하나는 Coffee shop (& Fresh Juice)가 바로 그것이다. 전자가 좀 더 고급이라고 할 수 있으며 메뉴로는 서남아시아식이 제일 많아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간판에 터키식이니, 레바논식이니, 아랍식이니 따위로 병기를 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버거 및 샌드위치와 같은 좀 더 가벼운 스낵류들과 말 그대로 생과일 쥬스를 판매하는데 어디나 메뉴는 비슷하고 가격도 거의 동일하다(두 곳 모두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특별히 추천하고싶은 음식은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Mixed Juice.



보통 400바이샤(0.4리알/우리돈 천원) 정도 하는데 바나나, 망고, 오렌지등의 계절 과일을 말그대로 섞어서 만든 쥬스로 그 맛이(환상적인 색도) 끝내준다. 달달한데다 양도 적지 않아 한 잔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해져 오기까지 ^^; 이 가격 그대로 한국에서 판매한다면 왕대박이겠지만, 재료비를 생각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라면 도무지 이 가격에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오만에서 많이 먹어두도록 하자. ^^

 

이외에도 오만의 어지간한 도시에서는 대형 수퍼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베이커리가 입점해 있는 경우, 괜찮은 빵들도 먹을 수 있으며 오만인의 주식이 쌀인지라 우리나라에서 먹는 쌀과 비슷한 놈들도 쉽게 구할 수 있다.

@ 주 : 배낭여행자들이 오만을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마도 비싼 숙박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나라에서 도미토리는 찾기 어려운 것 같고, 우리가 주로 이용한 더블룸의 경우 수도인 무스캇 내에서는 저렴하게 구해도 1박에 5만원 가량(20리알 전후) 한다. 하지만 다행히 무스캇만 벗어나면 그 반 정도 가격인 3만원(12리알 전후) 정도에 묵을 수 있다. 무스캇을 제외하고는 방들도 매우 큼직큼직하다. 호텔이라 이름붙여진 곳 외에도 Flat, Hotel Apartment 따위의 다양한 이름으로 부엌이 딸린 콘도식 숙소도 구할 수 있는데, 비용도 호텔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다만 수건 따위의 욕실 용품은 제공되지 않는다). 오늘 본 살랄라의 콘도식 숙소 하나는 부엌과 욕실은 기본이요, 방도 2개에 거실까지 딸린 커다란 공간을 15리알에 빌려준다고 하더라. 동행인이 많다면 탁월한 선택이 될 듯.

오만은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흥미롭게 이루어졌다. 체크인시 여권을 주면 복사를 하고 돌려주는데, 돈은 언제든 아무 때나 내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돈을 지불해도 영수증 따위도 안 준다(요구해보지도 않았지만). 과연 이런 ‘믿고 사는 신용사회’ 방식으로 사고가 없을까? 싶었는데 단 한 번도 아무런 문제를 겪지 않았다. 사실 대부분의 숙소에 인도인처럼 생긴 사람들이 앉아 일을 하고 있는 까닭에 가끔 오만이 깨끗하지만 황량한 인도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 인도에서라면 손님이 돈을 지불할 때까지 여권을 보관한다거나 아니면 내쪽에서 돈을 지불할 때마다 영수증을 요구했을 것이다. 거스름돈을 안 주고도 줬다고 박박 우기거나 돈을 지불하는 순간에도 살짝 돈을 빼돌리는 일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인도인지라 -_-; 오만에서 역시 인도인(처럼 보이는)에게 돈을 지불할 때마다 조금 찝찝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모든 찝찝한 순간에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어제 살랄라로 오는 길에 밥을 먹을 때 일어난 일인데, 내가 여자인지라 우리는 아예 별채처럼 운영되는 가족실에서 식사를 해야했다. 한 인도인(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우리를 찾아와 주문을 받았다. 밥을 먹다가 차가 출발하려는 것 같아서 김원장이 일어나 메인홀로 나가 계산을 하고 돌아왔다. 나중에 일어나는데 주문을 받았던 아저씨를 출구에서 만났다. 우리를 본 아저씨왈, 돈 내셨어요? 하고 묻더라. 이미 냈다고 답하니 그럼 됐다는 표정으로 다른 할 일을 하더라. 우리같으면 다시 데스크로 달려가 확인을 해보지 않았을까? 만약 우리가 돈을 안내고 도망이라도 가면 아저씨 월급에서 까일텐데... 엊그제 렌트카 반납사건은 또 어떻고? 나는 오만 사회내 신용 시스템이 너무 신기하기 느껴지는지라 김원장과 인도 여행시 인도인들에게서 겪는 불신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우리의 결론, 결국 그건 (당연한 말이지만) 인도인들의 선천적 특성이라기 보다 후천적으로 배운게 아니겠냐고.

 

@ 교통 : 오만에서는 주로 렌트카를 이용했는데 무스캇에서의 이용 업체는 이미 밝힌 바 있다. 무스캇에서 살랄라까지 이용한 버스 정보도 이미 기술했으므로 생략. 렌트카 가격은 현지 물가와 비교해볼 때 경쟁력있다고 생각되며(무엇보다 기름값이 싸다 ^^) 누구나 아는 이름의 업체보다 당연히 들어본 적 없는 현지 업체가 저렴하기는 하다.

@ 인터넷 : 오만에서는 오직 살랄라에서만 해보았는데 속도가 맘에 든다(Gulf Transport Co. 오피스 맞은편에 있는 Internet cafe 간판을 찾으면 오케이. 론리플래닛 소개 업소). 이외 23 July st를 따라 몇 업체가 더 있다.

 

@ 전화 : 처음 묵었던 호텔에서 리셉션 아저씨가 렌트카 업체를 소개해 주겠다며 전화 몇 통 걸어주더니 이후 체크아웃시 얄밉게도 따로 전화비 조로 1리알을 달라고 하더라(자기 개인 휴대폰을 사용한 것도 아니면서). 그 후 아예 2리알짜리 전화카드를 사서 카드식 공중전화를 사용했다. 국내 통화를 몇 통 하고도 돈이 많이 남아 국제전화로 털었는데 3분 남짓 가능했다. 대부분의 오만인들은 GSM/Mobile이라고 부르는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들이 전통복장을 한 채 최신 휴대폰으로 열라 통화하는 모습은 사실 좀 웃기다.

@ 언어 : 아랍어. 돈 벌러온 타국인들이 많아서인지 영어가 잘 통한다. 영어 간판 무지무지 많다. 아주 편하다. ^^

 

@ 환전 : ATM을 사용했다. 1오만 리알이 2.6달러 정도한다니 우리돈 2,500원 가량 하는 셈이다. 단위가 너무 커서 물가도 그만큼 셀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1리알을 1,000으로 나눈 바이샤가 많이 사용된다.

 

오만에 대해서는 완전 백지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여행을 하게 되었다. 6일 밤을 보낸 현재 느끼는 오만에 대한 단편적인 감정들은 다음과 같다. 다른 오일머니 국가들에 비해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무스캇이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비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 현지인 수에 비해 서남아시아인들이 워낙 많아 마치 인도 어드메 같다는 것(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집단이 서로 어울리지는 않는 듯), 환경을 매우 중요시하는 정부라고는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는 아직 정책을 못 따라가는 듯 아무데나 보란듯이 쓰레기를 버린다는 것(물론 서남아시아인 청소부들이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거리 청소를 하긴 한다만), 불모의 사막 지대가 대부분이지만 인구가 적어 두당 누리는 면적은 적지 않아 보인다는 것, 다음에 다시 온다면 꼭 4륜 구동 자동차를 빌려 놀아보겠다는 것(허겁지겁 여정을 꾸린 것도 아니고 차를 안 빌린 것도 아닌데 정작 유명한 곳들은 결국 가보지 못했다 -_-;). 맛있는 믹스드 쥬스가 떠나려는 나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 이란의 여성들은 이 나라 여성들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것. 김원장은 이란인들과 오만인들의 생김새를 벌써 확연히 구분해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리고...

 

# 오만 살랄라-예멘 세윤(Sayun) 국제 버스 예매하기 : 내가 가진 LP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공항에서나 살랄라 숙소에서 주는 여행안내책자 지도에는 Gulf Transport Co 사무실 위치가 표시되어 있을 것이다. 억지로 글로 풀어보자면 만약 무스캇 등지에서 버스를 타고 살랄라에 도착한다면 작은 공터 같은 터미널에서 내리게 될 것이다. 건너편으로 살랄라 호텔이 보이고 공터 너머로는 (적당한 시간이라면) 장터(New Souq)가 보일텐데 찻길을 따라 장터를 둘러 오른편으로 돌면 Gulf Transport Co 사무실이 보인다(내린 곳에서 멀지 않으므로 누군가에게 물어도 금방 찾을 것이다). 요일은 가끔 변한다고도 하나, 우리가 찾았을 때는 정보대로 월, 금 오전 6시에 세윤을, 수요일에는 무칼라를 가는 버스가 있는 듯 했다. 우리는 이슬람국의 휴일인 금요일 어제 저녁에 살랄라에 도착했기 때문에 오늘 아침에 사무실을 찾아 이틀 뒤인 월요일 표를 예매했다. 가격은 11리알/인. 출발 시각은 오전 6시, Reporting time은 5시 30분이란다. 예멘으로 가는 버스 외에 두바이로 가는 버스도 운행한다.

 

표를 받고보니 살랄라 이외 지역에도 오피스가 꽤 있다. 간혹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이 표를 구하지 못해 히치를 해서 예멘으로 고생스럽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던데 보통 두바이-무스캇-니즈와-살랄라-세윤-무칼라 순으로 이동들 하므로 각 지역 사무실 전화번호를 남겨둔다.

 

에미레이트 두바이 : 9714-2251655, 9714-2290701

오만 무스캇 : 24786860, 24790823

오만 니즈와 : 25431458

오만 살랄라 : 23299882, 23293303

예멘 세윤 : 9675402188

예멘 무칼라 : 9675302641

 

날짜를 계산해서 미리 예약하고 이용한다면 좋을 것 같다.

 

# 알 하나 호텔(Al-Hanaa Hotel) : 현재 살랄라 호텔이 공사중이라 공사를 시작하는 오전 8시부터는 소음이 상당하다. 이에 눈물을 머금고 KBS가 나오는 ^^; 살랄라 호텔을 떠나 조식 포함 1박 13리알의 알 하나 호텔로 옮기다. 버스터미널과 거리가 멀어진 대신 대각선 바로 건너편으로 룰루 하이퍼마켓이 자리잡고 있다. 방은 살랄라보다 나은 것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