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렵다 피곤하다 하면서도 어젯밤 늦게까지 신나게 TV를 때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오는 뉴스 뿐만 아니라 오연수가 나오는 드라마(제목이 뭐였지? 허간호사랑 바람난 남편이랑 이혼하고 오지호랑 연결될 듯한 분위기던데. 하여간 그간 중동 좀 여행했다고 우리나라에서는 미인인 오연수가 여기선 지극히 평면적인 얼굴로 보인다 -_-;)도 보고미우나 고우나도 보고, 성유리가 나오는 홍길동 드라마도 봤는데, 이 곳에서 보니 우리나라의 드라마가 다분히 선정적인데다 내용도 불륜 투성이더라. ㅋ 어느새 무슬림의 기준에 꽤나 물든 우리 ^^ (그러나저러나 지난 구정때 조카들이 홍길동 드라마 좋아하는 걸 보고 저 드라마는 애들 취향인가봐, 했는데 어제는 내가 침 질질 흘리고 봤다. 역시 삼각관계는 재밌단 말이지 ^^;)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주방이긴 하지만 어제의 너구리에 이어 꿋꿋하게 짜장밥을 만들어 먹었다. 역시 재료를 아끼지 않아야 더 맛있는 법이구나. 오늘은 무트라까지 그저 가기만 하면 되는 일정이지만 한낮의 더위는 장난이 아닌지라 마냥 늘어져서는 곤란하다. , 더 뜨거워지기 전에 무트라로 돌아가자. 김원장은 KBS가 나오는 방을 떠나기가 내심 아쉬운지 이 곳을 떠나지 말고 아예 달방을 끊잔다. ^^;

우리가 그젯밤 머물렀던 이브라는 무스캇과 수르를 서로 오갈 때 거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셈이다. 때문에 이브라에서 잠시 쉬기도 할 겸 벼르던 coffee shop에 도전해본다. 살짝 들여다보니 손님이 한 명도 없다(여기선 가게에 남성들만 주르륵 앉아있으면 아무래도 내가 들어가기 좀 뻘쭘하다). 그럼 부담없이 들어가 볼까나? 뜻밖에 주방에나 카운터에나 오만 현지인이 아닌 서남아인들이 있다. 제목은 커피샵이면서 가져다 주는 영어 메뉴판에는 커피가 없고 햄버거나 샌드위치 따위의 간단한 먹거리와 각종, 그야말로 각.. 생과일 쥬스를 판매한다. 가격은 생각보다 훨씬 착하다. 클럽 샌드위치 하나, 망고 쥬스와 바나나 쥬스 한 개씩을 주문하고도 1리알이 안 되니. 주문 후 식당을 둘러보니 인도 케랄라주 무슬림 연합회에서 제작한 달력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면 케랄라 출신의 무슬림들? 인도인이 맞구나. 괜히 반갑네. ^^ (하긴 파키스타니였어도 무척 반가웠을 듯)



 


곧이어 가게를 찾은 손님들도 서남아인들이다. 그들이 마시는 음료를 보니 메뉴에는 안 보였던 인도식 짜이. ㅎㅎ 그렇담 메뉴엔 없어도 커피 역시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 번엔 이런 곳에 가서 라시(Lassi)를 한 번 시켜봐야겠군. My favorite, 뱃속까지 시원해지는 차가운 바나나 라시 ^^

지방에서 며칠 잤다고 거의 배에 달하는 무트라의 숙박비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내일은 새벽 출발이라 어차피 주는 아침도 챙겨 먹지 못하는데 좀 더 저렴한 숙소를 한 번 뚫어보자. 원래 묵었던 숙소 바로 근처의 Naseem Hotel(Tel 2471 2418~9)에 들어갔다가 방 상태가 원 숙소보다도 괜찮아 보이는지라(조식불포함 20리알) 오케이한다(하지만 KBS는 안 나온다. ^^;) 

잠시 쉬다가 무스캇 근교 관광에 나선다. 올드 무스캇을 지나 Jissah Beach 구경을 가는 길에 작은 어촌 마을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본다. 영어 메뉴가 없는지라 주문을 받는 아저씨의 입에서 나오는 메뉴들을 귀 쫑긋 세워 듣고 있다가 오징어에서 스탑!한다. 오징어 요리가 있다고요? 그거 주세요~(혹시 라시는요? 여기선 안 팔아요? , 아쉽네)

 


오징어를 링 모양으로 썰어 바싹 튀긴 튀김이 나올줄 알았더니 얼큰한 오징어 볶음이 나왔다
. , 요것 참 괜찮네. 인도에서 먹던 따끈한 파라타빵과 함께 뚝딱 해 치운다. 레스토랑에의 도전도 성공 ^^


Jissah beach에 가니 마침 휴일이라서인지 가족 나들이객들이 제법 있다. 눈만 빼꼼 보여주고 나머지는 검은색 베일로 칭칭 감아 내가 닌자라고 부르는 ^^; 오만 현지 여성들에 비해, 돈 좀 벌어보겠다고 고국을 등지고 떠난 신랑을 따라 이 곳에 정착했을 인도계 여성들은 인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색색의 화려한 사리를 감고 있어 무척 대조적이다. 비치 한 구석의 화장실에 가보니 사리를 입은채 바다에 들어갔다 나왔는지 옷을 입은 채로 홀딱 젖은 여인들이 보인다.

 

 

 

 

 

 


다시 해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마음에 드는 광경이 나타나면 차를 세운다
. 차가 있으니 편리한 점이 많긴 많구나, 생각하면서

 

 

 

 

    
스스로 분위기 업되어 무트라의 유명한 수크 앞 전망 좋은 터키식 레스토랑에서 모듬 케밥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 이 향신료 이름이 큐민이던가? 양고기와 쇠고기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닭고기에 뭘 뿌렸는지 맛이 영~ 아니다. 이후 방문할 터키에서도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곤란한데...  

 

 

 

 

그리고 차를 반납할 때 일어난 일, 전화를 해서 새로 바꾼 숙소 앞으로 가지러 오라고 했더니 오늘은 무척 바쁘다며 밤 10시에 가지러 가도 되겠냐고 하더라. 그러렴. 그런데 약속 시간인 10시가 되어도 아무 연락이 없길래 다시 전화를 해봤더니 아까 9시 반쯤 사람을 보냈는데 우리가 없더라나? 무슨 소리냐, 우리 그 시간에 계속 방에 있었는데. 졸려우니 헛소리말고 얼른 와서 돈도 받고 가져가라 했더니 차키는 리셉션에 맡기고 차도 그냥 두고 가란다. 이미 지불한 신용 카드 영수증은 숙소 팩스로 보내줄테니 아무 문제 없다면서. 아니, 돈은 어떡하고?

둘이 서로 말이 안 통해서(역시 전화는 어려워 T_T) 몇 번이고 같은 대화를 반복한 후에야 서로 오해하는 부분이 뭔지를 알았다. 걔는 처음 계약시 deposit용으로 복사해 갔던 우리 신용카드로 이미 결제를 해버렸는데 이제와 왜 자꾸 현금으로 내겠다고 우기느냐는 것이었고, 우리는 (약속했던 free mileage외에 추가로 500Km 이상을 더 달렸으니 추가분에 대해서) 현금으로 해당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주장하는 거였다(게다가 만약 걔말대로 그럼 나몰라라 하고는 직접 대면하지도 않은 채 계약을 종결해 버렸다가 나중에라도 혹 문제를 발견했다며 내 신용카드를 통해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추가로 청구라도 하면 어쩌란 말인가?) 겨우 서로의 상황이 이해되자 그는 10여분만에 우리 숙소로 달려왔다.

·         차에 문제는 없었고?
·         , 없었어, 직접 확인해 봐.

그는 주행거리만 체크해 보더니 추가 금액을 계산해 주었다. 내가 연료를 가득 채웠는지, 차량이 파손되지는 않았는지, 그런건 확인 안 해? 하고 물었더니문제 없었다며? 그럼 우리 오만인들은 믿어라 대답하더라. 오히려 그렇게 물었던 내가 부끄럽게시리. 게다가 거기에 더해 알아서 4000원 남짓을 그냥 깎아주기까지 ^^; (그런데 이런 일련의 상황을 함께 겪은 김원장은 혹시 그냥 반납했어도 얘네들이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본 채 아무런 추가 요금없이 처리해주지 않았겠냐며 그럴 줄 알았으면 그냥 냅두고 떠날 걸 그랬다며 한술 더 뜨더라). 

내가 오만에 대해, 오만인들의 생활에 대해 좀 더 제대로 배우고 가려면 얼마나 더 머물러야 할까(더불어 김원장에 대해 좀 더 잘 알려면 얼마나 더 같이 살아야할까? ㅋㅋ)

# 3일간 우리의 주행거리는 처음 픽업해 오는데 든 28Km를 포함, 1154Km였다. 여기에 일일 200Km의 프리 마일리지를 공제하면, 1154-600(200X3days)=554Km가 나온다. 추가 1Km 50바이샤를 물린다고 했으니 27.7리알이 우리가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다. 우리의 마케팅 매니저 Sulaiyam Al Mahry 26리알만 받고 나머지는 돌려줬으므로, 3일간 렌트 관련 여행 경비는 다음과 같다

13(일일 렌트비)X3(days)+26(추가비용)+10(주유 만땅 2)= 75리알= 187,500원으로 (주행 거리가 제법 되었던지라) 일일 평균 렌트비용은 62,500원에 달한다. 렌트하는 기간이 일주일 이상이라면 업체에 따라 무제한 마일리지도 가능하므로 장거리를 뛸 경우라면 유리할 수 있지만, 어차피 그 기간 동안 오만 동부 위주로 여행할거라면(살랄라까지 렌트카로 왕복 여행하는 건 비추) 그다지 큰 장점이 없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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