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24시인가를 보면 매 회 첫 도입부마다 주인공이 this is the longest day~어쩌구저쩌구하던데, 오늘 김원장이 그 흉내를 냈다.

 

내가 예약한 항공편이 오후 2 20분 테헤란발 에어 아라비아(이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저가 항공사)였기 때문에 오전에는 한껏 널럴하게 보냈고(숙소-공항간 콜택시비 13000토만)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온 몸 구석구석을 철저히 더듬질 당한 후(이렇게까지 만져대는 나라는 또 처음이다 ^^;) 무사히 보딩패스를 받아들고(우리는 테헤란발 샤르쟈 경유 무스캇행이었는데 테헤란 공항에서는 짐은 무스캇까지 한 번에 보내주는 대신 에미레이트의 샤르쟈 공항까지만 보딩패스를 주었다) 이란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까지 친절한 출국 심사대 직원과 빠이빠이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면세구역에서 속도가 꽤나 빠른 인터넷이 사용가능했다. 우리는 무료로 사용하긴 했으나 왠지 돈을 지불해야할 것 같던데... ^^;). 보름간 여행했던 이란을 떠나려니 상반되는 감정이 들었는데, 하나는 이란에서 더 이상 딱히 보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을 떠나는게 아쉽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감정과는 달리 이란을 떠나 다른 나라로 놀러 나가는 이란인들은 즐거움만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들이다. 특히나 어두운 겉옷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밝은 색 옷을 차려입은 여성들은 더욱 들떠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비행기에 올라타자마자 하나 둘씩 루싸리를 벗어젖히두만 나중에 내릴 때보니 이건 완전 다른 사람들일세. -_-;

다들 화려하고 밝은 옷을 패셔너블하게 입은 것은 물론이요, 머리칼에 염색을 안 한 여성이 없고, 심지어 노출이 심한 민소매티를 입고 당당히 활보하는 모습을 보니 고새 이란에 좀 있었다고 그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내가 거기 있더라.

 

하나 반가웠던 일은 테헤란발 샤르쟈행 에어 아라비아 항공편에 성애씨라는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다는 사실인데, 그야말로 이런 곳에서 한국인을 만난다는 것이 서로 반가운 일이어서였는지 성애씨가 우리에게 캔 콜라를 하나 챙겨주기까지 했다(에어 아라비아 역시 다른 저가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한 잔의 물 외에는 먹거리 모두를 기내에서 판매하는 시스템). 아이, 고마워라.

 

샤르자는 두바이 공항에 비해 여러 면에서 낙후된 모습이었는데, 온갖 듣도보도 못한 저가 항공사들이 주로 취항하는 공항이어서였는지 안타깝게도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조차 대부분 행색이 추레하여(우리도 한 몫했음 ^^) 이래저래 묘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는 샤르자 공항에서 다시 오만 무스캇행 보딩 패스를 발급받아야했기 때문에 우선 Transfer desk부터 찾아갔는데, 우리 앞으로 대여섯명의 서남아인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스크에는 담당 직원 여러 명이 앉아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오직 한 명만이, 그것도 본인 할 일 안 할 일 다 해가며 지극히 일을 천천히 처리하고 있었는데다가, 우리 앞의 서남아인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듯하여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우리에게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건넨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역시나 이란인(대체 이란인들의 친절함은 특유의 국민성인가?). 투어 가이드로 마침 이란인 패키지팀을 인솔하여 스리랑카로 여행을 가는 중이라고 했다. 오늘은 이렇게 외국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이란 국내 여행 가이드도 한다며 알려준 연락처는 다음과 같다.

 

Mojtaba Mirkhalaf (Tour manager) BA in English Literature

E mail : momirkh@yahoo.com

HP : (+98) 912 533 9396

 

어쨌거나 우리 차례가 되고 다른 직원들에게 몇 번 토스가 된 뒤 마지막으로 우리를 담당한 직원은 한국인의 오만 비자 필요 여부를 여기저기 확인한 후에야 오만행 보딩패스를 발급해 주었다. , 그럼 고픈 배를 채우러 가자.

 

그렇게 찾아간 곳이 샤르자의 라운지(다행히 샤르자에는 PP 카드가 사용 가능한 라운지가 하나 있다). 독특하게도 필리핀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주문및 서빙, 그릇을 치우는 일까지 혼자 정신없이 다 처리하고 있는데 반해, 에미레이트 현지인으로 보이는 여성은 라운지 앞에 앉아 한담을 나누고 있을 뿐이다.

부페식이 아니라서 좀 쪽팔리기는 했지만, 모든 종류의 샌드위치를 하나씩 주문한 뒤 비프 샌드위치가 가장 맛있음을 확인, 다시 비프로 집중 오더. ㅋㅋ 라운지에서 무료로 끼니까지 챙겨먹고 나니 슬슬 피곤이 몰려온다. 가능한한 라운지의 푹신한 소파에서 최대한 늘어지고 싶지만, 새로 바뀐 보딩 타임이 출발 한 시간 전이라니 다시 시간에 맞춰 딱딱한 의자로 자리를 옮기는 수 밖에. 김원장은 또 두통을 앓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시 올라탄 무스캇행 비행기는 지연된 연결편의 환승 승객을 기다리느라 다시 비행기 속에서 30분을 더 기다리게 했고, 이어진 50분의 짧은 비행으로 우리는 드디어 오만 땅을 밟게 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입국 심사대 직원들의 복장. 워낙 이 동네 남자들이 하얀 통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거야 알지만, 이들은 모두 머리에 꼬리가 없는 짧은 터번 모양의 독특한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아직 덜 더워서 그런가?). 심지어 명찰의 증명사진에도 이를 두르고 찍은 사진을 떡하니 붙여놓은 것으로 보아 이들 고유의 복장인 듯 싶었다. 저렇게 머리를 칭칭 감싸고 있으면 오히려 더 덥지 않을까? 따위의 생각에 잠겨있던 내게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던 직원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웰컴 투 오만”. ^^

 

이미 나와있던 짐을 들고 나오니 깜깜한 9. 공항청사내 ATM에서 오만 돈부터 찾고 오만에서는 렌터카를 이용해볼까~하는 생각으로 렌터카 회사를 쭉 돌며 브로셔를 챙긴다. 늦은 시간이라서인지(아니면 딴 짓 중이신지) 인포메이션 센터에도 렌터카 업체들의 사무실에도 직원들은 태반이 없는 상태. 우리도 피곤한데 오늘은 이만 후퇴하자.

워낙은 공항 밖 도로 건너편에서 시내까지 미니버스가 운행한다고 하지만, 가이드북에 의하면 이미 끊어진 시간이다. 청사 밖으로 나오니(아이고, 여긴 후끈하구나!) 공항 택시 부스가 보인다. 한켠에 목적지별 요금표가 쫘르륵 붙어있어 확인해보니 우리가 테헤란에서 국제전화로 예약을 한 ^^; 호텔까지는 8리알(1리알이 대략 2500원쯤 하는 것으로 안다)이라네. 비싸긴 하지만 다른 방법도 없다. 부스에다 목적지를 말하고 돈을 지불하면 언니가 목적지가 쓰여진 해당 영수증(receipt voucher)을 주고 택시를 정해준다.

 

마찬가지 특유의 이 나라 복장을 한 젊은 청년이 모는 택시에 오르자 우리에게 말레이지아에서 왔냐고 묻는다. 흠냐.

 

놀라운 것은 바깥으로 보이는 간판들이다. 쿠웨이트처럼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된 도로 너머로 보이는 간판들이 대부분 영어로 병기를 해둔 것. 아예 영어로만 간판을 달아둔 곳도 제법 많다. 운전기사 역시 오만 뮤직을 틀어줄까? 팝송을 틀어줄까? 하며 내게도 귀에 익은 외국 가수들의 이름을 줄줄 읊는 것이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오만은 얼마나 개방되어있는걸까? 어쨌든 저 많은 건물들의 용도를 간판만 보고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숙소에 도착하니(Mutrah Corniche Hotel. 조식포함 22리알. Tel +968 2471 4636. corniche_hotel@mjsoman.com 론리에서 추천하는 마리나 호텔은 trip advisor 사이트에서 지하의 클럽이 새벽 3시가 넘어서까지도 시끄럽게 영업한다고해서 대신 이 지역에서 평이 좋은 이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찾아갔다) 역시나 서남아인 직원이 우리를 맞는다. 어찌나 친절한지(커미션이라도 있는 것인지 -_-;) 리셉션 아저씨(Mr. Moin Saeed 개인휴대폰 9979 9774)의 도움으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 비교적 괜찮은 조건의 현지 렌터카 업체와 연락이 닿았다. 내일 아침 9시에 차를 받기로 하고 배정된 방에 짐을 푸니 아이고, 피곤해라. 별로 한 일도 없이 그저 나라를 바꾸기만 했는데도 말이다(김원장 왈 그게 큰 일이라고 하지만).

 

김원장은 어느새 두통이 가셨는지 밤 마실 나가보잔다. 나도 해변을 끼고 있다는 무트라의 밤풍경이 궁금하긴 하다. 결국 이란에서의 묵은 때를 벗긴답시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시작했던 빨래를 접어두고 야밤 산책에 나선다. 늦은 시간인데도 후덥지근하고 사람들은 떼로 나와 돌아다닌다. 이란과는 날씨도 다르지만, 보이는 여성의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도 다르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 신기하다. 다른 나라구나, 다른 나라야. 저 수많은 coffee shop이라 쓰여진 가게에선 무엇을 파는걸까? 이름 그대로 커피?(이제 차와는 안녕인건가?)

 

숙소로 돌아와 TV를 켜니 반라의(실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란에 있다보니 우리 역치가 많이도 낮아진 듯 ^^;) 여성들도 제법 등장한다.

 

가끔씩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 비해 나는 얼마나 다양한 자극들을 받아왔나, 하고. 내가 누린 오늘 하루치의 경험만 해도 변화없는 일상에 젖어있는 타인들에 비하면 얼마나 풍요로운 것인가, 하고. 그렇게 따지면 나의 정신적 나이는 이미 80을 넘어섰을지도 모르겠다. ㅎㅎ

 

# 공항에서 어지간한 렌트카 업체는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잔뜩 집어온 브로셔를 얼핏 훑어보니 Thrifty가 가장 경쟁력있어 보였다. 그런데 전화를 해보니 마침 내일은 이용가능한 small car(이들은 2WD를 이렇게 부르기도 하는 듯)가 없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숙소 아저씨의 차순위 추천으로 BM(Bin Muqadam Automotive LLC)이라는 현지 업체의 차량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가 계약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Full insurance 포함, 24시간 기준 13리알. 하루 200Km까지 무료. 추가되는 1Km 50Baizas(고로 200Km를 추가로 달리면 10리알을 추가로 지불하게 된다. 1리알=1,000Baizas), 차량 배달및 수거 무료.

E-mail : bmauto@onamtel.net.om

Tel : (+968) 2449 8838

휴대폰 : (+968) 9533 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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