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4마리나 잡고 잤는데 귓전에서 윙윙대는 모기 때문에 새벽 2시부터 잠을 설쳤다. 테헤란행 국내선 비행기가 오전 6시 발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4 30분에는 기상을 했어야하는터라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셈.

그래도 미리 새벽 5시로 예약해놓은 택시를 타고(3000~3500원 정도 한다는데 4000원 주고 내림) 쉬라즈 국내선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고(쉬라즈 공항엔 국제선도 오간다) 만석인 비행기에도 잘 올라타고(이란에어 39500토만/) 주는 기내식도 잘 먹고(제공하는 음료로는 얄짤없이 tea)


테헤란에 도착
, 지하철 어저디(Azadi)역까지는 택시(3000토만)로 이동한 후 지하철을 타고 미리 예약해둔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었다.

숙소 근처의 지하철역에서 숙소까지 걸어오면서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보자니 2주전, 테헤란에 처음 도착하여 상당히 어리버리하게 이 동네를 걸어다녔던 때가 아주 옛날같게만 느껴지더라. 지금은 마치 이 동네가 아주 익숙하다는 듯, 차들이 끊이지 않고 달려와도 길도 잘 건너고 지도 한 번 펼치지 않고 요리조리 지름길을 이용하여 골목을 누비고 다니니 말이다.

 

오늘은 새벽 이동을 핑계로 근처 바자르 두 곳을 밥도 먹을 겸 아침, 저녁으로 구경 나간 것 말고는 딱히 한 일도 없는지라 이 기회에 아직 하루 여정을 더 남겨두고 있긴 하지만 이란 여행에 관해 몇 자 남겨보고자 한다.

 

@ : 남성의 경우에는 특별히 신경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다만 무더운 여름이 와도 반바지는 안 입을 것 같은 동네다 ^^;). 여성이라면 꼭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루싸리)를 착용해야 하고 엉덩이를 가리는 상의를 입어줘야 한다. 이론상 몸매를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이 점은 도시화의 정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도시의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청바지를 입고 상의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게 입고 다닌다. 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혹은 종교적인 색채가 진한 도시일수록) 검은색의 차도르 일색이다. 개인적으로는 널럴한 바지에 방콕 카오산에서 구입한 역시나 아주 널럴한 짙은 색의 상의를 입고, 머리에는 집에서 굴러다니던 검정색 계통의 스카프를 두르고 다녔는데 여행을 하면서 이보다 더 보수적으로 입어도 괜찮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검은 바탕에 화려한 금색 무늬가 큼직큼직하게 들어간 스카프로 가져올까 했었는데 안 가져오기를 천만다행이라 여겼다). 안 그래도 외국인이라 시선을 잡아끌 일이 많은데, 워낙 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밝은 색상의 옷은 별로 권하고 싶지않다. 다만 단벌신세라 여행 기간 2주 동안 상의를 한 번도 빨지 못한 게 좀 괴롭긴 하다 -_-;

 

에스파한이나 쉬라즈 같은 관광도시에서는 외국 여성이 혼자 다닐 경우(때로는 동행하는 남성이 있어도) 성추행이 잦다고 하는데, 내 경우는 김원장과 매번 붙어다녀서인지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다. 내심 당하기를 기대(?)했는데... ^^; 만약 여성 홀로 이란을 여행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차도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비슷한 계통의 검은 옷을 장만하여 뒷모습으로는 이란 여성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하고 다닌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하지만 테헤란 같은 경우, 마치 악세사리로 스카프를 두른 것 같이 멋을 부린 여성들도 많다). 이란에서 갖추어야 할 복장의 한계상 요즘같은 철에 여행을 한다면 딱 좋을 것 같다. 한여름에는 무척 괴로울 듯.

 

@ : 여행자들이 이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메뉴는 샌드위치(혹은 햄버거)와 케밥인 것 같다. 거리에서 햄버거 가게는 쉽게 볼 수 있다. 동그랗거나 긴 빵에 몇 가지 내용물을 골라 넣을 수 있으며(무엇을 넣든 맛은 비슷비슷한 것 같기도 ^^;) 크기는 거의 2인용인데 가격은 1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이란인들은 여기에 꼭 콜라나 환타 같은 청량음료를 함께 마시는데 이 역시 2~300원 정도로 매우 싸다(전 세계에서 이란이 콜라를 제일 많이 마시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_-;). 이에 반해 케밥은 레스토랑에서 종류에 따라 3~4000원 가량 하는데, 이란인들은 이를이라고 부르는 빵(인도의 과 비슷)이나 길쭉이 쌀밥과 함께 먹는다. 샐러드와 요거트도 메인 디쉬 앞 뒤로 챙겨먹는 모습이다(하루 한끼라도 샐러드를 주문한다면 고른 식생에 도움이 될 듯. 신선도는 좀 떨어지지만 맛있다). 다행히도 음식에 향신료를 그다지 사용하진 않는지 모두 입맛에 맞는 편이다. 유행하는(?) 음식은 생과일 쥬스와 소프트 아이스크림. 과일은 1Kg 1000원 정도 하는데 오렌지, 석류가 맛있고(제철에는 체리도 맛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볼 수 없다) 사과는 역시 우리나라 사과가 최고다. 정부에서 보조하여 만든다는 저렴한 주식용 빵들에도 서너 종류가 있는데 따뜻할 때 버터와 잼등을 발라먹으면 나름 맛있다. 상시 마셔대는 음료라면 단연 차이(홍차). 어디서 먹어도 각설탕은 따라나올 것이다. 대신 커피는 보기도 어렵고 주문해도 봉지 커피를 가져다 준다. 물은 1.5리터 큰 병에 250~350. 견과류와 단 과자들은 취급하는 가게도 많고 매우 풍부하다. 간혹 단 과자를 파는 곳에서 한국의 그것과 흡사한 메뉴를 건지는,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가격도 참 착하고. ^^;

 

@ : 테헤란에는 남부 이맘 호메이니 스퀘어 근처의 세운상가 골목 삘이 나는 Amir Kabir st. 근처에, 에스파한에는 시내 한 복판이라 할 수 있는 Chahar Bagh Abbasi st.를 따라서, 쉬라즈도 Shohada 스퀘어와 이맘 후세인 스퀘어 사이에 저렴한 숙소들이 몰려있다. 이 중 아무래도 수도인 테헤란이 가격 대비 시설면에서 좀 떨어지는 편이고, 에스파한이 숙소에서 관광지나 먹거리에 접근하기 가장 쉬운 것 같다. (더블룸은 거의 없고) 트윈룸의 경우 평균 2만원 정도. 당연한 말이지만 화장실, 욕실, 냉장고 등이 딸려있으면 편하다(별 볼일 없는 TV는 어느 숙소나 다 있다). 마술레에서는 기왕이면 민박을 시도해보고, 야즈드에서는 꼭꼭꼭 옛 저택을 개조한 숙소에서 묵어보도록.

체크인시 여권을 맡기고 체크아웃시 계산하면서 여권을 돌려받는 시스템이므로 잊지 않고 여권을 잘 챙기도록 하자.

 

@ 교통 :

1.       시내버스 : 터무니없이 저렴. 버스의 반을 갈라 남자들은 앞에, 여자들은 뒤에. 혼성 일행인데 앞쪽에 자리가 있다면 여성을 안쪽으로 앉히는 것도 같다. 테헤란 같은 경우는 교통이 혼잡하므로 별로 권하고 싶지 않지만,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거나 이외 도시에서라면 이용할만함. 행선지와 요금? 현지인들에게 물어볼 것 ㅎㅎ

2.       지하철 : 테헤란에서라면, 그리고 목적지가 지하철 역에서 멀지 않다면 훌륭한 대안. 역시나 요금 무지 저렴. 맨 앞뒷칸은 여성 전용. 시설도 좋다.

3.       시외(고속)버스 : 무지 저렴. 뛰는 거리보다도 버스의 수준에 따라 요금 차이가 난다. 장거리를 이용해야 한다면 기왕이면 좋은 등급의 버스를 타는 것이 덜 피곤할 듯.

4.       기차 : 노선이 한정적이라 이용하진 않았지만, 목적지에 따라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5.       합승 택시 : 앞좌석에 둘, 뒷좌석에 셋이 정원인 합승 택시. 시내에서는 보통 직선 방향이거나 정해진 방향으로만 합승이 가능하고 시외로 나가는 경우에는 해당 터미널 앞에서 잡아탈 수 있다. 시내 이용 요금은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이란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이 편리하게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교통 수단(하지만 익숙해진다면 매우 편리할 것 같다).

시외로 나가는 경우에는 지출이 커지므로 주어진 시간 대비 효율성을 저울질 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자면 여전히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지만, 어디 이란의 버스 요금에 비할쏘냐.

6.       대절 택시 : 말 그대로 한 대를 통채로 빌려 타고 다니는 택시. 우리로서는 가장 요금 협상이 어려운 교통 수단이자 가장 바가지 쓰기 쉬운 수단. 하지만 적당한 거리의 여행이라면 편의성면에서 따라올 자가 없긴 하다.

7.       비행기 : 이란은 국내선 비행기 가격이 터무니없이 저렴하기로 손꼽히는 나라 중 하나였다. 물론 지금은 좋은 시절이 한물 간 듯하다. 그래도 1시간 30분 비행에 4만원 정도 하니까 여전히 저렴한 축.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이므로 시간적 여유가 촉박한 여행자라면 신중히 고려해볼 만하다.

 

@ 비자 :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우리는 생쇼 수준으로 힘들게 한국에서 미리 비자를 받았다(하지만 터키에서가 아니라면 한국에서 받아가는 게 차선책이라 알고 있다). 방금 전 테헤란 숙소 주인 아저씨 말에 의하면 한 달전쯤, 이란 정부에서 전세계 10여개국만 제외하고 모든 국적의 방문자들에게 보름짜리 공항 비자를 발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그런데 나는 왜 그 혜택을 못 받았지? 며칠 차이로 어긋났나?). 그게 사실이라 우리나라 국민들이 예전처럼 다시 공항 비자를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다만 이 일로 인해 이란에 여행자가 급속히 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혼자만 몰래 아껴먹고 싶은 심정이랄까. ㅎㅎ

 

@ 인터넷 : 대부분의 도시에서 가능하지만 속도는 천차만별(카샨에서 말고는 못해먹겠다. 노루즈 기간에 여행하는 바람에 속도가 빠를 것 같은 도시에서도 문 연 PC방이 잘 안 보인다). 1시간에 1000원 미만으로 요금은 내려가는 추세. 간판에 internet보다는 coffeenet이라 쓰여진 곳이 더 많아 보인다. 도시에 따라 접속 불가능한 사이트가 존재하는 것 같기도.

 

@ 전화 : 거리에서 카드/주화식 공중전화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국제전화용 전화카드가 따로 있다고 한다). 간혹 전화방도 있다(전화방에서 국제전화와 시외전화를 해 봤다). 현재 묵고 있는 테헤란의 숙소에서는 전 세계 어디든 분당 500원으로 연결해준다(그러므로 실제 요금은 이보다 저렴할 듯).

 

@ 언어 : 아랍어와는 다른 이란어(파르시)를 사용한다(물론 이란은 다민족국가이므로 파르시 외에도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아랍어와 마찬가지로 글을 쓸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데, 숫자만은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쓴다. 숫자 역시 독특하게 생긴 문자를 사용하는데, 1부터 10까지 정도만 외우면 유용할 듯(아랍 숫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영어가 통용되는 나라는 아니지만, 우리 경험으로는 필요시 항상 주변에서 영어가 가능한 사람을 곧 찾아낼 수 있었다(혹은 나타난다 ^^;).

 

@ 환전 : 이란 멜리 은행이 추천된다. ATM은 널리 보급되어 있지만 국제 카드와 연계가 되어 있지 않아 우리가 소지한 외국계 카드로는 사용이 불가하다고 한다. 다른 여행자들의 조언에 따라 우리도 미국 달러화 현찰을 이란 현지에서 바꾸는 방법을 택했으며 도착시 공항내 멜리 은행을 이용한 적 말고는 내내 사설 환전소를 이용했다. 1달러에 대략 9150리알. 10리알을 1토만이라고 부르고 공용하니 주의할 것. 소액 환전시에도 상당량의 지폐를 받게 되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액수를 환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이란... 여행 전과 여행 후 : 시아파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명칭에서 비롯된 여행 전 나의 이란에 대한 생각은 지금 와 생각해보면 완전 편협하고도 잘못된 것이었다. 여성들은 차도르를 입으며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다더라, 외에는 모조리 예상 밖이었다고나 할까. 말로만 듣던 이란의 실용주의라는 것은 말그대로 실용적이어서 – (비록 차도르를 둘렀더라도) 여성들의 외부 활동이 활발한데다 기도 시간인데도 기도하는 사람들은 별로 안 보이고 남성들은 축구에 열광하며 부부관계시 콘돔을 사용하고(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보통 가정당 한 두명의 아이를 갖는 듯 하다) 이혼도 가능하다 - 오히려 잠시 여행했던 쿠웨이트보다도 활력이 넘치고 개방적으로 보인다.

잠시 구경한 이란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결론은 바로 이거다. 이란을 여행지로 적극 추천한다는 것. 볼거리는 풍부하고 물가는 저렴하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친절하다. 더불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과 편견을 교정하고, 우리가 얼마나 서방세계에 경도되어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뭉그니님 말씀처럼, 기왕이면 이란이 좀 더 개방, 개혁되기 전에 서둘러 방문한다면, 이란만이 가진 고유의 매력-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히잡(정숙한 옷차림)을 챙겨입어야 하는 상황마저도-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 어디에서나 손잡고 다니는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