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란 여행 정보를 읽다가 춘분인 노루즈를 기준으로 추분까지 썸머타임을 실시한다는 문장을 보았다. 정말일까? 혹시나 몰라 허둥지둥 리셉션에 내려가 오늘 투어 시작 시간을 재확인해본다. 사장님 말씀이 오늘부터 1시간이 빨라지는 것은 맞지만, 투어 출발은 어제 시간 기준으로 진행할테니 서두를 필요 없다고 한다. 그건 그렇다치고 만약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내일 테헤란행 비행기도 놓칠 뻔 했다. -_-;

 

우리를 데리고 오늘 오전 쉬라즈 근교 관광지를 한 바퀴 돌아줄 Shahb 아저씨가 도착했다(0917-307-2281). 오늘 우리의 일정은 오전 8시 출발, 페르세폴리스를 비롯해 근교 두 곳을 더 구경하고 오후 1시에 돌아오는 것. 택시는 부드럽게 교외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쉬라즈에서 페르세폴리스까지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묵고 있는 숙소에서 버스나 택시로 우선 터미널로 가야한다. 이 곳에서 미니(?) 버스로 Marvdasht까지 간 뒤 1Km쯤 걸어(?) 그 곳에서 페르세폴리스행 합승택시를 타면 갈 수 있다고 한다. 나홀로 숙소에서 터미널까지는 택시를 탄다는 전제 아래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페르세폴리스까지의 왕복 가격이 만원이 채 안 나올 것 같은데, 우리는 둘이므로 만원쯤 더 주고 편하게 이동하기로 했다(돈이 좋긴 좋다 -_-;). 이외 Pars Tourist Agency에서 진행하는 그룹 투어에 조인하는 방법도 있다(작년 기준으로 1 7000원쯤 한다).

 

페르세폴리스를 가기 전 마음은 이랬다.

알고 가면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스런 수도, 사람에 따라서는 가슴 벅찰 페르세폴리스일 것이요, 모르고 가면 그저 돌덩이일 것이다’ -_-;

 

 

 

내가 페르시아에 대해 공부를 한다고 해봐야 얼마나 했겠는가. 당연 페르세폴리스를 향해 가는 차 속에서 내 비록 네게 가주긴 한다만 결국 돌덩이들을 만나게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페르세폴리스는 단순한 돌덩이들이 아니었다. 일단 규모면에서 우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이전에 이토록 거대한 유적을 만난 적이 있었던가? 페르세폴리스는 나같은 무지랭이에게도 충분히 그 영향력을 행사했다. 2500년 전의 파워가 이렇게나 강력하게 지속될 수 있다니. 사실 말이 그렇지, 찬찬히 헤아려보면 2500년 전이 대체 얼마나 까마득한 옛날인가. 어찌 그 당시 이런 대단한 궁을 세울 수 있었을까. 다리우스가 누렸던 권력이란 대체 얼마나 컸던 것일까. 과연 그게 내 머리로 상상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왕중의 왕... 페르세폴리스를 거니는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왕중의 왕이라는 단어가 쏟아지고 있었다.

 

# 페르세폴리스에 대한 자료는 엄청나게 많다(고로 괜시리 이 자리에까지 정보를 낭비하는 짓은 하지 않으련다 ㅎㅎ). 여행에 앞서 미리 완벽히 준비해오는 걸 권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페르세폴리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온다면 감동의 물결은 배가 될 것이다. 몇 개의 생각나는 수식어들, 고대 아시아의 마지막 자존심, 동양적 정신의 심장부, 세계 정부가 있던 곳, 당시 지구상에 융성하던 모든 문화의 집결지, 당시의 여러 나라 언어로 전 세계의 문이라 쓰여져 있는 웅장한 입구,...

 

 

 

 


페르세폴리스의 유명 부조 중 하나가 바로 23개국에 이르는 사신들이 진귀하고도 다양한 각국의 진상품을 올리는 광경인데, 인사를 드리러 오던 그 날이 공교롭게도 바로 오늘, 노루즈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2500년이 지난 오늘 이 순간 또 다시, 저멀리 동방의 끝, 한국에서도 한 쌍의 바퀴벌레가 여기까지 꾸역꾸역 인사를 올리러 온 셈. 물론 우리뿐만이 아니다. 노루즈 연휴를 맞이한 수많은 이란인들이 이 곳, 페르세폴리스로 놀러온 것이다. 덕분에 Artaxerxes 묘에 올라 페르세폴리스의 전경을 내려다보자니 거의 일요일 서울랜드로 무지막지하게 밀려들어오는 인파의 모습이 겹쳐진다. 대목은 대목이군. 그리고 그들에게 우리는 페르세폴리스에 이어 또 하나의 볼거리로 제공된다 ^^;

 

내게는 이 곳을 먼저 여행한 선배들처럼 페르세폴리스에 대해 진중히 느낀 바도 없거니와 느낀 바 감정을 멋들어지게 시적으로 표현할 만한 재주도 없다. 다만 끊이지 않고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면, 언젠가 김원장이 열심히 읽던 책 제목과 같다.

 

일어난 모든 것은 사라진다

 

# 페르세폴리스를 구경하다 앉아서 잠시 쉬고 있는데, 한 계집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올랑말랑 하고 있더라. 이리 오라는 내 손짓에 고무가 된 것인지, 아빠의 응원에 힘을 얻은 것인지 쑥스러워하면서도 결국 우리에게 다가온 아이의 손에는 두 개의 포장된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이럴 땐 정말이지, 내 가방 속에도 보답할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김원장 부부, 페르세폴리스 한복판에서 케이크도 얻어먹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