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정말 지난 밤, 우리는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처음엔 분위기에 젖어서, 그리고는 이어지는 생활 소음에(밤늦게까지 왜들 자지 않고 노는 것이냐), 끝내는 그 놈의 모기 한 마리 때문에. -_-;


어제 다음 목적지인 지부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 우리가 계획하듯 비행기를 타고 갈 경우에는 지부티 공항에서 도착 비자가 가능하다는 글을 읽었다. 만약 도착 비자가 가능하다면, 굳이 사나에서 지부티 대사관을 찾아가 살랑살랑 알랑방귀를 뀔 필요도 없을 것이다(지부티 비자를 받는데에는 한국 대사관의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예멘에 한국 대사관이 없는지라 지부티 대사관의 양해를 구해야만 한다는 것). 그럼 오늘, 지부티 공항에서 도착 비자 가능 여부를 확실히 알아보고 가능하다면 지부티행 비행기표를 사자.

그 전에 해야할 일도 있다. 바로 사나 이외의 지역을 여행할 때 필요한 허가서를 받는 일. 허가서를 받으려면 Ministry of Culture & Tourism으로 찾아가야 한다. 관련 정보글마다 찾아가는 방법이 조금씩 상이했던지라 나는 나대로 다시 설명해 본다((2009년 1월 현재 퍼밋 받는 장소가 또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제 아래 내용을 무시하고 http://cafe.daum.net/owtm/5hFS/3339 참조할 것!!!). 
 

1. Al-Nasr Hotel에서 Ali Abdul Mogni 대로를 따라 200m 가량 북상하여 타흐리르 버스 스탠드를 찾는다.
2. 핫사바 버스 스탠드행 미니버스를 탄다(20리알).
3. 종점(핫사바 버스 스탠드)에서 내린다. 여기서 문제는 운전사가 종점이랍시고 어디에 내려주는가가 되겠다. 만약 봉고 같은 미니버스가 많이 세워져있는 광장 근처라면 광장을 등에 지고 오른쪽으로 향한다. 곧 4거리를 만날 것이다.
4. 4거리에서 우회전했을 때 전방에 고가도로가 있는지 확인한다.
5. 그 고가도로를 넘어 고가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오른편으로 관공서가 하나 있다(이 근처에서 하차하는 경우도 있는 듯 싶다). 현재 반대편 차선이 공사 중이므로 이 쯤에서 미리 맞은편으로 길을 건너는 것이 좋다.
6. 오던 방향으로 계속 직진한다. 전방에 FUCHS 주유소가 보이는지 확인한다.
7. 주유소 바로 못 미쳐 왼편으로 나있는 골목길로 좌회전.
8.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왼쪽에 곧 Ministry of Culture & Tourism 건물이 나타난다. 허가서를 받는 투어리스트 폴리스 사무실은 입구 전면의 큰 본관 건물을 오른편으로 돌아 지나가면 뒷 마당에 별채로 마련되어 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놀랍게도 어디서 본 얼굴이 책상에 앉아 먼저 찾아온 외국인에게 허가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엥? 저 사람은 어제 만났던 아민이잖아? 이게 어찌된 일이지? 알고보니 아민이 투잡을 뛰고 있었다. 본업은 투어리스트 폴리스, 그리고 부업으로 여행사 업무를 보고 있었던 것(예멘은 이래도 되나? ㅎㅎㅎ).

@ Permit : 발급비는 무료. 초록색과 흰색의 종이를 주는데 초록색은 필요없고 흰색만 copy해서 사용하면 된단다(검문소에다 사본만 제출, 여정이 길다면 20장 이상 충분히 복사할 것). 대충 몇월몇일 예멘의 어디어디를 갈 것인지 미리 계획해 온 후 그 일정을 쭈욱~ 불러주면 된다. 잊지말고 여권을 가져갈 것.  

아민을 만난 김에 살짝 지부티 공항 비자 가능 여부와 항공권 가격을 물어본다. 아민왈 항공권을 취급하는 친구에게 물어 확인해 주겠다면서 오늘 점심을 본인의 집에서 함께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온다(공과 사가 마구 넘나드는 근무 시간 ^^;). 비록 아민이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현지인의 집에서 현지식 식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오진 않을 것 같다. 그럼 이따 너희 집에서 만나자~

본관 건물에서 친절한 아저씨들 덕분에 무료로 허가서 복사까지 왕창 마치고 룰루랄라 숙소로 돌아온다 

약속한 점심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아민네 집에 사갈 선물도 사고 혹시 몰라 지부티행 항공권 가격도 따로 알아볼 겸 Al-Zubayri St로 나간다. 알 주베이리 스트리트를 따라 다수의 여행사들이 포진해 있는데 들어가는 곳마다 조금씩 가격이 다르다(예멘발 지부티행 예메니아 편도의 경우 150~160불/왕복 236불 가량). 아민이 지부티 공항 비자가 가능하다고 하면 아민이 알려주는 비행기표 가격까지 함께 비교를 해보고 적당한 곳에서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만약 일이 예정대로 풀린다면 지부티에서 육로로 에티오피아를 들어가게 될테니 이번엔 지부티 비자가 아니라 에티오피아 비자를 미리 받아가야 할 것이다.



아민네 집에서의 점심 식사는 정말이지 너무 근사했다(맛 뿐만 아니라 얼마나 푸짐히 내왔는지 남기는게 실례일 것 같아 꾸역꾸역 먹고나니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우리가 선물로 사간 오리온 초코파이 한 상자로는 택도 없을만큼 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작 아민이 본인은 와이프와 먹겠다며 자리를 피해주는 바람에 우리끼리만 먹어야 했다는 것.

거나한 식사 후 향긋한 민트 샤이까지 내 온 아민과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딸딸이 아빠 아민은 앞으로 아들 둘을 더 갖고 싶다는 것, 하지만 그 이상 아이가 많이 생겨도 상관없다는 것(예멘인들은 다산을 한단다), 17~8년간 일해온 본업보다 이제 5년에 접어드는 (1인) 여행업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 예멘의 현 정세가 다소 불안한 편이라는 것 등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더불어 한국인은 지부티 공항 비자가 가능하다 재확인해주고 지부티행 편도 항공권은 170불이라고도 했다. 음, 항공권은 여기가 좀 비싸군). 끝내 제대로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는 아민의 와이프에게 큰 소리로 고맙다 외치고 기분 좋게 아민네 집을 나섰다.  

예멘 역시 오후 4시나 되어야 (다른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여행사도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하므로 막간을 이용하여 이번엔 지부티 다음 목적지인 에티오피아에 대해 정보를 읽기 시작했다. 어랍쇼, 내 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네. 나는 지부티에서 삼일, 에티오피아에서는 열흘 정도의 일정으로 계획하고 있었는데 에티오피아의 국내 교통 사정이 심히 안 좋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부티에서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까지 가는데에만 이틀이 걸린다나? 뿐만 아니라 계산해보니 아디스아바바에서 이름난 관광지들까지 역시 대부분 편도로 이틀이 소요되며 -_-; 그나마 새벽에 한 차례 있는 버스를 타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이거 오고가다 버스 속에서(아니면 트럭 위에서 ^^;) 볼일 다 보게 생겼다. 어쩌지? 거기에 더해 다음 방문 예정국인 수단도 가관이다. 수단내 여행 인프라 자체도 매우 열악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 수단 트랜짓 비자를 받는데 소요되는 기간도 들쑥날쑥인지라 운이 나쁘면 며칠이고 아디스아바바에서 기다려야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처음 일정을 짤 때 너무 욕심을 부린 탓에 이제 와 골치가 아프구나. 

김원장과 머리를 맞대고 심각히 의논을 해본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예멘을 떠나 지부티, 그리고 에티오피아에서 수단을 거쳐 이집트에 입국하기까지가 이번 우리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 생각해 왔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간의 경험상 하루하루가 거칠고 열악할수록 그만큼 얻는 것도 많았으니까. 그런 면에선 이후 일정이 뒤죽박죽 되더라도 이 구간에서 보다 여유를 갖고 지부티-에티오피아-수단을 육로로 통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동네서 그렇게 일정을 늘렸다가 세윤에서 겪었던 더위를 이집트 이후 남아있는 국가들에서 또 다시 겪고 싶지도 않다. 안 그래도 더위는 이번 여정을 짤 때 가장 먼저 고려했던 요소였다. 아... 어쩌지?

여러 가능한 조합을 늘어놓고 하나하나 따져본 뒤 우리가 힘겹게 내린 결론은 예멘-(항공)-에티오피아-(항공)-이집트로 지부티와 수단을 모두 제외한 것이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에티오피아에서의 일정이 조금이나마 여유로와지고 더위가 걱정되는 이집트에 며칠이라도 일찍 예정보다 빨리 입국할 수 있게 된다. 지부티야 워낙 작은 나라라 별로 아쉬울 것이 없지만, 에티오피아에서 이집트로 항공 이동을 하게 됨으로써 결국 일신의 안락쪽으로 맘이 기운 것 같아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겉으로는 다음에 다시 또 가면 되지, 하지만, 사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무엇보다도 더 나이 먹어서 ^^; 과연 그 루트를 시도할 수 있으련지 좀처럼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만 같아 자꾸 에티오피아행 티켓 가격을 새로이 알아보는 나를 주춤거리게 만든다. 에휴~ 아쉬운 마음, 후회하는 마음은 얼른 잊어야지. 

예멘에서 에티오피아로, 그리고 이집트로 넘어가는 항공편을 구하려니 아무래도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해서 아디스아바바 스탑오버로 가는 편이 여러 모로 가장 좋을 것 같다(그러면 에티오피아 편도 입국을 문제삼아 공항에서 왈가왈부하지도 않을테고). 하지만 에티오피아 항공은 가까운 날짜에 남아있는 좌석이 없다. 일단 에티오피아 항공의 사나->아디스아바바 구간 운항일인 9일과 11일에 맞춰 각기 대기자 명단에라도 우리 이름을 올려두기로 한다. 혹시 안 풀렸을 경우를 대비하여 10일, 사나발 아디스아바바행 예메니아 항공편에도 따로 예약을 걸어둔다. 이로서 빠르면 9일, 늦어도 11일에는 예멘을 떠나 에티오피아로 향하게 될 것이다. 

오전에만 해도 지부티행 항공권이니 비자를 알아보고 오후에 당장 구입할 것처럼 굴었는데, 어쩌다 저녁엔 에티오피아행 항공편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꼬. 그러나저러나 좌석이 풀려야 할텐데... -_-;



@ 오늘의 다큐 : <>다큐 / 패션의 역사 - 중세, 이슬람에 매혹되다> 알게 모르게 전 인류가 이슬람 문명에 신세지고 있는게 대체 얼마나 되는걸까. 

@ 예멘->에티오피아->이집트행 항공권 : 역시 여행사마다 가격이 다르다. 아무래도 큰 규모의 여행사가 소규모 여행사에 비해 공신력이 있는 대신 가격은 더 비싼 것 같다. 에티오피아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365불~400불로 차이가 제법 큰 편.

@ 예멘->에티오피아 항공권 : 예메니아가 가장 저렴하다고 한다. 퇴탕수님이었나, 어느 분께서 편도 항공권으로는 에티오피아 입국이 안 되며 여행사 발권 티켓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예메니아 사무실에서 표를 구입하라고 하셔서 항공사 사무실을 찾아 갔었다. 편도 항공권은 185불에 발권이 가능하나 예멘 공항에서 출국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아무리 한국인의 에티오피아 공항 비자가 가능하다고 해도 미리 사나에서 에티오피아 비자를 미리 받아가라고 하더라(이해가 잘 안 가는 대답 -_-;). 참고로 같은 항공권이 여행사에서는 180.5~190불 가량 했다. 

@ 아프리카 종단에 관해서는 단연 네버랜드님의 글이 재미나다(그 행로를 감히 재미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만 ^^;) http://kr.blog.yahoo.com/eureka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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