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을 향해 삔우린 시내를 걷고 있습니다>

 


 

<기차역 맞은편 찻집에 아침부터 손님이 바글바글하네요>

 


 

<삔우린의 대중교통수단인 마차. 사람만 싣는 게 아니군요>


 

<역전 시장>

 


 

<역 앞 마차. 우리네 택시>

 

기차 여행의 장점을 꼽으라면 누구나마다 각자의 이유를 대겠지만, 제가 가장 크게 꼽는 장점 중 하나는 장시간 이동시 그 안에서 마음대로 빨빨거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

 

버스보다는 느리지만 삔우린~띠보 구간은 기차를 타는 편이 훨씬 멋지다하여 선택하긴 했습니다만, 어느 나라에서든 기차를 한 번 타보시기를 권합니다. 버스와는 다른, 그만의 멋을 직접 체험하시게 될테니까요.

 

다만 버마의 기차는 다른 나라의 그것과 비교하여 상태가 좀 심각한 편입니다. 저희는 외국인용 first class에 앉았는데도 - 그렇다고 일반 객실과 크게 다른 것은 없습니다. 딱딱한 나무 좌석에 얇은 천 같은 '방석'이 놓여있는 것 말고는 - 위아래로 뿐만 아니라 좌우로도 심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거의 몽골의 한 초원을 말을 타고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뭐, 몽골에 아직 가보진 않았습니다만 그렇단 얘기입니다 ^^).

 

마침 MT라도 가는 양, 한 무더기의 젊은 남녀학생들이 같은 객실에 탔는데, 우리로 따지자면 통기타가 되겠지만, 이들은 옆으로 부는 피리 같은 것을 불어제끼며 본인들이 아는 모든 노래를 연주하고 합창해 댑니다. 게 중엔 제목을 모르는 이정현의 노래도 하나 들어있는 것 같은데 버마어로 부르니 참신하게 들리네요. 설마했던 네가 나를 떠나버렸어~ 운운 하는 노래 제목이 뭐죠?

 

처음에는 노래를 몰라도 신학기 MT철 춘천행 기차마냥 흥겹고 좋았는데, 나중에 술 한 잔씩들 걸치더니 돌림노래 비슷해지면서 꽤 시끄러워졌습니다. -_-;

 


 

<기차가 떠나기 전에 다 팔려야 할텐데...>

 

기차 밖으로 천천히 흐르는 풍경은 따뜻합니다. 누구 말마따나 몇 십년 전 우리나라가 이랬겠지, 싶은 풍경들이거든요. 기차가 달리다 작은 간이역에 멈추면 이 차를 기다리고 있던 상인들이 얼른 이런저런 먹거리를 들고 나와 창에 다가섭니다. 조금 전까지 각자의 부엌에서 열심히 만들었을 여러 색색가지 음식들이 제 코 밑을 지나갑니다.

 



 

조금 오래 정차한다 싶으면 여지없이 상인들이 올라와 간식거리를 팔기도 합니다. 저도 막 쪄낸듯한 큼지막한 옥수수가 탐이 나서 오빠 눈치를 보다가 얼른 한 개를 집어듭니다(저는 옥수수를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나와서 옥수수를 먹으면 잘 체합니다). 50원이라네요. 이럴 땐 진흙에서 진주라도 캐낸 느낌입니다.

 

어느새 앞 자리에 아주머님 한 분이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다른 버마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볼에는 타나까를 하얗게 바르고 계시고 보기 드물게 안경을 착용하셨네요. 일행과는 떨어져 앉으신터라 저~쪽 일행이 이것저것 간식을 챙겨 이 아주머님을 갖다주면, 다시 아주머님은 우리에게 일정 부분을 항상 떼어 나눠 주십니다. 어허, 이거, 우리가 챙겨드려야 할 것 같은데, 결국 우리는 이것저것 받기만 하고 맙니다. 이걸 쌀튀김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주로 과자스러운 음식들입니다. 다 먹으면 또 주시고 또 다 먹으면 또 주시고... '감사합니다' 이상의 버마말을 모르는 게 한스럽습니다.

 


 

<1등석 내부. 지정좌석제입니다>

 


   

기차는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곡테익 다리에 접어 듭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나 어쨌다나, 만든지 100년이 되었다나 어쨌다나, 안 그래도 천천히 달리던 기차가, 이 노후된 다리를 건너기 위해 더욱 속도를 줄입니다. 말이 안 통하는 우리에게 곡테익 다리를 보여주기 위해 한참 전부터 우리 창문에 붙어 손가락으로 저어기 먼 곳을 가리키던 부차장 아저씨도 흥분하는 우리를 보며 덩달아 신나합니다. 에공, 아저씨. 나이랑 안 어울리시게.

 


 

오빠가 몸을 가득 내밀어 사진을 찍다 제지를 당합니다. 지금도 그런 위험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중국쪽에서 쳐들어왔을 경우, 이 다리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저는 못 봤지만)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미 사진은 찍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 이젠 저희도 느긋하게, 조금은 오싹한 기분으로 까마득한 협곡을 철커덩철커덩 지납니다. 물이 많으면 중국의 호도협과 비슷할 것만 같은 협곡을 내려다 보면서 래프팅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아, 이럴 때면 저도 좀 놀아본 여인인 듯 싶어 뿌듯해지는군요. 캬캬캬).

 

당연히 기대보다 늦게 띠보에 열차가 섰습니다. 긴 기차 여행이었지만 버마에서 계획한 유일한 탑승의 기회이기도 했기에 이렇게 끝나는 것이 조금은 섭섭하기도 합니다.

 

띠보에서 묵기로 마음 먹은 게스트하우스는 방이 얼마 없다고 하던데, 우리 칸에 우리 말고 두 서양인이, 저 앞 칸에 또 한 명의 서양인이 타고 있어 마음이 조급합니다. 음, 숙소는 역 출입구와 반대 방향에 있군. 얼른 지도를 확인하고 철로를 가로질러 발걸음을 나는 듯 서두릅니다. 골목에서는 환한 태양빛 아래 아빠가 다정스레 딸의 머리를 빗기고 있습니다. 정겨운 풍경이지요? 오호 이런, 딸아이의 머리에서 이가 떨어지는군요.

 

다행히 헤매지 않고 잘 찾아냈습니다. 프런트에 들어서니 이런, 우리 옆 자리의 서양인 둘이 먼저 앉아 숙박계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어, 우리가 일등으로 내렸고 오는 길에 앞서는 사람도 없었는데... 연이어 그 또 한 명의 서양인도 나타납니다. 뭐야, 다리가 짧다고 이래도 되는거야?

 

숙박계를 작성하면서 친절한 주인집 딸에게 슬며시 묻습니다.

 

"역에서 픽업 서비스라도 해요?"

 

만약 그렇다고 하면 열라 억울할 듯 싶습니다.

 

"아니요. 다만 열차가 설 때쯤 직원이 나가서 안내는 해요. 그리고 트리쇼를 태워서 보내지요"

 

어쩜 그 트리쇼가 공짜일런지도 모르지만(지금 와 생각하니 공짜일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당시에는 한편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꼴찌는 아니었지 않느냐, 하면서. 

    

그러고 보니 신축을 했는지 이름난 이 숙소엔 방도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한 짓을 '생쑈'라고도 부를 수 있겠지요. 이렇게 띠보에 도착했습니다. '생쑈'를 해가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