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늦은 사진 업데이트. 성의없지만 사진 몇 장만 얼렁 올려버린다.  

 

 

공원에서 다가올 행사를 위한 연주 연습에 한창이던 일련의 사람들.

우리는 벤치에 늘어져 한가로이 구경하다. 

 

뉴질랜드는 남섬이 북섬보다 훨씬 좋다고 해서, 짧은 일정, 아예 남섬에만 여정을 올인했던지라 오클랜드는 한국행 국제선에 탑승하기 전날에야 도착한 곳이다. 사실 마지막 하루조차도 오클랜드에 할애하는 것에 그다지 내켜하진 않았으나 혹시나 너무 빡빡하게 일정을 잡았다가 비행기라도 놓치는 날에는 그야말로 초난감 -_- 이므로 김원장의 제안에 따라 우리 여정에 오클랜드가 추가되었다. 
 

 

그간 너무 도시 외곽으로만 돌았는지 오클랜드는 그야말로 정신없고 볼 것 없고 소란스러운 곳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뉴질랜드에도 이런 곳이 있긴 해야겠지.

 

 

 

 

 

 

하지만 원래 굴러먹던 바탕이 있지, 막상 여기저기 거닐다보니 첫 인상만큼 정신없는 곳도 아니었고 볼 것 없는 곳도 아니었고 소란스러운 곳도 아니었다. 여기가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엔, 내가 지내온 30년간의 서울과는 비교할래야 비교가 안 되던 곳. 그래도 누가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하라고 하면 오클랜드보다는 크라이스트처치 손을 들어주겠지만 ^^; 언제고 북섬도 다시 와 찬찬히 둘러볼 날이 오겠지.

  

 

 

 

 

 

 

 

 

 

 

 

오클랜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어느 나라나 웬만한 급의 대도시라면 갖추고 있는 인프라. 게다가 여기는 한인들이 넘쳐(?)나는 곳이라 한국 식당 간판도 수이 눈에 뜨이고, 한국 음식도 쉽게 살 수 있고, 한국 사람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정말이지 한국 사람, 특히 학생들이 참으로 많더라.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부모님과 함께 와 있으면 모르겠는데 슬쩍 지나가는 과객의 눈으로 보기에도 아이들만 나와있는 듯한 느낌을 폴폴 풍기는 그들의 행태는 보기에 썩 좋지 않더라. 이런걸 보면 나는 영락없는 구세대라니깐. 

 

 

이동의 편의를 고려하여 아예 공항 근처의 숙소에 자리를 잡았었다. 오클랜드 시내 구경을 마치고 다시 숙소가 있는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한 장,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그 숙소의 공주님. 엄마가 한국분. 서로 한국인인줄 모르고 한동안 내내 안 되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가 나중에야 한국인임을 알고 허탈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뉴질랜드로 여행지를 결정하기 전에 고려했던 몇 가지 점 중, 만약 내가 조만간 죽게 된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그래도 뉴질랜드 못 가본 게 아쉬울 것 같으니 요번에 가자~가 있었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까, 그리고 아직 안 죽었으니까 -_-; 역시나 화장실 다녀온 뒤의 마음처럼 다른 생각이 들더라.

 

역시 뉴질랜드 같은 나라는 나이 먹어서 가도 되는 나라였어. 게다가 이 나라는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도록 내내 이 자연 환경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을 것만 같잖아, 거기에 꼬부랑 할머니의 (나홀로) 여행마저도 충분히 배려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 되어있고... 따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어학연수라는 것를 해봐야겠다는 - 그것도 여러 저렴한 물가의 영어권 나라 중 처음부터 뉴질랜드에 꽂힐리가 - 다소 황당한 생각이 들지 않는 한, 당분간 뉴질랜드를 다시 놀러갈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마도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즈음에는, 아무래도 이 동네를 다시금 찾을 것 같다. 게다가 그 때 호흡기 질환이라도 앓고 있다면, 아예 이주를 고려해 볼지도 모르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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