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뉴질랜드 여행을 채 정리 못 한 채 해를 넘기고 말았다. 오호~ 나의 게으름으로 미루어보아 당장 당시의 여행기를 올리기는 요원해 보이는구나. 우선 사진만이라도.

 

크라이스트처치의 도시 분위기는 답답하고,

계획했던 Arthur's Pass NP를 다녀오기엔 버겁고.

 

그 대안으로 선택했던 Akaroa. 남태평양 바닷가의 작고도 예쁜 마을. 

 

 

 

 

 

 

 

 

이 동네서 따땃한 햇살 잘 드는 카페겸 레스토랑에 �지를 먹으러 갔는데 나의 �지 발음을 도통 못 알아먹는 바람에 주문하는데 쇼를 해야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내 평생 먹어본 �지 중 최고의 맛이었지. 이제 어디서든 �지를 먹게 된다면 아카로아의 이 집이 생각날 것 같다. 내가 와플을 먹을 때마다 폴란드의 자코파네를 떠올리는 것처럼.  

 

뉴질랜드는 정말이지 여행하기 너무 쉬운 나라다. 크라이스트처치의 i에서 미리 아카로아의 숙소나 교통편를 예약(물론 이에 따르는 fee는 지불해야하지만)하고 시간 맞춰 움직이기만 하면 만사 OK. 아카로아의 가장 유명(?)한 배낭여행자용 숙소는 http://www.chezlamer.co.nz/라고들 하는데 초성수기 아니랄까봐 역시나 full이라네. 그래서 차선책으로 http://www.bon-accord.co.nz/index.html를 선택. 

 

 

숙소 이름들을 보면 알겠지만 이 동네는 프랑스 삘~이 나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 숙소의 주인 아주머니에게서도 어쩐지 프랑스인 분위기가 물씬. 숙소 구조는 다분히 가정집스럽고 분위기 또한 그러하다.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는 직접 굽거나 사온 빵을 투숙객들에게 먹으라 나눠주곤 하시는지라 안 그래도 먹을 것 밝히는 내게 점수를 듬뿍 따심.

 

 

아카로아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주변 트레킹 지도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다양한 종류의 지도를 판매) 이처럼 숙소에서도 화일화시켜두었기에 사진으로 한 장 박아 들고 가벼운 트레킹을 떠나다.

 

 

 

마을 길은 점점 오르막으로 변하다 어느 순간 산길로 진입. 초반 경사는 제법 숨이 차오르게 만든다.

 

 

 

 

말이 트레킹이지, 동네 농장들을 본의아니게 마구 넘나들며 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은 길을 찾아 걸어야했다. 사유지를 이렇게 관광객들에게 너그러이 개방하는 그들의 마인드만큼은 분명 관광 선진국감.

 

 

바다가 살짝~ 저래 보여도 남태평양이라니까.

 

 

흠, 드디어 뉘집 양떼들인지 모르지만 그들의 구역에 우리가 침범. 우리를 발견하고 겁에 질린 양들의 침묵.

 

 

 

 

 

 

양들도 어디까지나 동물인지라 케냐의 초승달섬에서 만났던 얼룩말 따위를 떠올리게 하는 행동을 보인다. 처음엔 (호기심을 지닌 표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설마) 경계, 그러다 어느 순간 위협을 느끼면 정신없이 도망.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다시 방심 모드. ㅋ

 

 

 

 

 

 

눈부셨던 이 날 오후, 아카로아 동네 뒷산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몇 집의 농장을 넘나들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양들만큼은 신나게 봤다. 온 천지가 그들의 똥으로 범벅.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저멀리서 한 대의 차가 막 달려오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급정거.

그리곤 창문을 내리시더니 운전하시던 할머님왈,

 

- 정말 미안해. 너희가 있는지 몰랐어(당연하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후미진 곳에 있었으니까). 내 차가 먼지를 일으켜서 미안해.  

 

뉴질랜드는 놀라운 나라였다. 비포장도로를 걷고 있던 보행자에게 먼지를 일으켜서 미안하다니. 나는 그만 감탄해버리고 말았다. 지구 어딘가에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단 말이지.

 

 

 

 

 

다시 돌아온 마을에서 트레킹이 주는 또 하나의 보상 ^^ 을 만나다.

 

게다가 빠질 수 없는 그것. 뉴질랜드에서 마음껏 즐겨라~ 에브리데이 비프 스테이크! 

 

숙소 옆에 정육점이 하나 있었는데 이 집에서 스테이크용 고기도 끊어오고 수제 소세지도 사다먹고 그랬다. 사실 처음에는 그간 이용해 왔던 수퍼내 정육코너가 아닌 리얼 정육점인지라 주문에도 서툴고 부위 선택에 대한 확신도 없었는데 - 그래서 일단은 각각 1인분 남짓씩만 구입 - 막상 싸들고와 구워먹어보니 너무나 맛난지라 ^^; 후딱 먹어치우고 다시 정육점에 갔다. 그랬더니 주인 아저씨가 웃으며 말을 건네오더라.

 

- 모자라지? 내 그럴 줄 알았어. 아까 부위로 이 정도 더 주면 되겠지?

 

어쩜 내 맘을 그렇게 잘 알까? 더 할 말이 없네~ 기왕 온 김에 그 소세지도 좀 더 싸주세요~ 

 

 

 

 

신나게 먹어치우고 설겆이를 하고 있는 내 모습. 그러고보니 뉴질랜드에서 이렇게 음식 해 먹어 버릇 한지라 지난 남아프리카의 부엌 딸린 숙소들이 익숙하게 느껴졌구나... 어째 여행을 나와야 그나마 한 가지씩이라도 요리를 배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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