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나카에서 마운트 쿡(해발 3,754m, 마운틴 쿡 혹은 아오라키 Aoraki라고도 부른다)에 가기 위해 와나카 숙박지 데스크 직원을 붙들고 늘어져본다. 결론은 와나카에서 마운트 쿡으로 한 번에 가는 대중 교통편은 없다는 것. 우선은 와나카에서 크라이스트처치 방면으로 북상하는 버스를 타고, 트와이젤(Twizel)이라는 곳에서 차를 갈아타고 마운트 쿡쪽으로 깊숙히 올라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간단 정리를 하면? 와나카-트와이젤-마운트 쿡. 아래 지도를 보면 이해가 빠를 듯(와나카는 비록 안 보인다만 왼쪽 하단 구석에 있다고 생각하면 얼추 오케이). 

 

<출처 http://www.southisland.org.nz/maps.asp>

 

그래서 죄없는 직원이 빚이라도 있는 것 마냥 이리저리 알아봐 준 결과, 와나카에서 트와이젤까지는 southern link 버스(35불/1인)를 타고 가기로 했다. 와나카 현지에서 출발하는 버스라면 숙소에 픽업도 와주겠지만, 이 버스는 아래와 같은 스케줄로 10시 15분 경 와나카를 쓰~윽 지나가는 버스였기 때문에 숙소의 10시 체크 아웃 시간에 맞춰 나와 와나카 시내 공용(?) 버스 정류장(아래 표에는 Wanaka travel 앞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기억으론 United travel agency 앞이었던 것도 같다)에서 10시 즈음부터 기다렸다.  


17. Queenstown to Christchurch via Wanaka and Tekapo

Departs   am
pm 
Queenstown Clock Tower 8.30

Cromwell Lode Lane
9.20

Wanaka Wanaka Travel
10.15

Omarama Caltex Service Station
11.35

Arrive Twizel
Lunch 30 mins

12.00
Depart Twizel
Visitors Centre

12.30
Tekapo Shell Service Station

1.10
Fairlie We also pick up at Geraldine

1.45
Ashburton ISite
3.10
Christchurch Airport
4.15
="">Arrives Christchurch Holy Grail, 88 Worcester st
4.30

<출처 : http://southernlinkkbus.co.nz/routes/southofchristchurch.aspx>

Southern Link Bus Free Phone 0508-458-835

 

표에서처럼, 이 버스는 우리를 트와이젤(http://www.twizel.com/)에 12시쯤 내려놓고 이 곳에서 30분 가량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다. 물론 우리는 이와 상관없이 이 아주 작은 마을에 완전 하차, 이 곳에서 다시 12시 30분에 Cook Connection이라 불리우는 회사의 버스(예약 필수)를 타고 마운트 쿡으로 1시간 정도 더 이동해야 했다.

 

http://cookconnect.co.nz/  Free Phone 0800-266526

 

예정된 시간에 (버스가 아닌) 봉고 한 대가 도착했다. 이 봉고를 탈 사람은 우리 둘과 유럽인으로 보이는 남성 하나가 전부(그래서 예약이 필수인 듯). 봉고 운전석에서 티켓 판매/정리를 하기 위해 내린 사람은 놀랍게도 지팡이를 짚어야만 거동이 가능한 할아버지였다 [트와이젤<->마운트 쿡 편도 20불(왕복 35불), 마운트 쿡<->테카포(Tekapo) 편도 28불(왕복 48불)이지만, 트와이젤-마운트 쿡-테카포로 끊으면(그들은 이걸 Great pass라고 부른다. 뭐 그렇게까지 ^^;) 42불이라 이 놈으로 끊었다].

 

우리를 와나카에서 트와이젤로 데리고 온 버스 드라이버 역시 보청기를 착용하신 할아버지였는데 승객들을 다 안 태우고 출발하려 하질 않나, 문을 닫지 않고 출발하려 하질 않나(결국 할아버지가 승객들을 돌아다보며 "이제 더 이상 빠진 것 없죠?" 확인을 부탁했다는 ^^;) 하시더니, 이번 지팡이 할아버지는 더욱 연세가 들여보였다. 운전에 꼭 필요한 반사신경이 아무래도 젊은이들보다 떨어지실까봐 좀 걱정이... -_-; (와나카 거리를 걸었을 때 느꼈던 점 중 하나가 구인하는 곳이 참 많다는 것이었는데, 이 곳도 그런 것을 보면 뉴질랜드 인력난이 심각하긴 한가보다)

 

이 버스 역시 다른 버스와 마찬가지로 마운트 쿡을 향해 달리는 내내 운전석에 달린 마이크로 할아버지가 열심히 이 지역 안내를 해주셨는데 웅얼웅얼거리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사실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뉴질랜드에서 제일 아름다운 호수라는 Lake Pukaki. 아마도 이 독특한 하늘빛을 닮은 색 때문일텐데, 여타 호수와는 달리 이런 빛을 띄는 이유는 바로 저 멀리 보이는 마운트 쿡 덕분이다.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 쿡에 자리한 뉴질랜드 최장의 타즈먼 빙하(Tasman glacier)가 녹아들면서 이런 아름다운 색을 가지게 된 것. 멀리서 바라보면 하늘과의 경계선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환상적인 색을 자랑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잘잘한 부유물들이 물 속에 뿌옇게 섞여있음을 알 수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를 떠나 어쨌거나 그 결과물만 놓고 바라보면, 이 곳에서 바라보는 마운트 쿡의 모습은 정말 액자 속의 그림이 따로 없다.  

 

 

마운트 쿡 바로 앞 마을, 마운트 쿡 빌리지(Mount Cook Village)는 소문대로, 아니 상상했던 것보다도 무척 작았다. 변변한 가게 하나 없기 때문에 세 끼 다 사먹어야지, 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음식을 챙겨오는 편이 좋다(마을 숙소에서 아주 간단한 물품은 판매한다). 마운트 쿡으로 오기 전에 배낭족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한 이 곳 YHA 예약을 시도했었는데, 처음 전화를 하자 트윈이나 더블은 다 나가고 오직 도미토리의 베드 3개만이 남아있을 뿐이란다. 그래? 그렇담 일단 후퇴.

 

http://www.yha.co.nz/NZHostelsandTravel/FindaHostel/CanterburtyandNorthernOtago/MtCook/

 

그리고 나서 마운트 쿡 빌리지의 다른 숙박업소를 뒤져본다. 그런데 몇 개 있지도 않거니와 모두들 가격이 상당하다. 흠, 이렇담 곤란한데.. 그래서 우리는 결국 YHA로 다시 전화를 건다. 그냥 도미토리에서 자자! 그런데.. 그 새 베드가 2개 나가 이제 달랑 하나 뿐이란다(그렇다. 마운트 쿡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꼭 일찌감치 예약하자!) 어머나, 이를 어째? 그러니 YHA에서 다른 업소를 하나 소개해 준다.

 

http://aorakialpinelodge.co.nz/

 

이런 인연으로 만나게 된 아오라키 알파인 롯지이다. 2005년 7월에 새로 오픈한 숙박업소로 그만큼 가격은 예산을 훨씬 넘어섰지만 숙박비가 비싸다고 여기까지 왔다 당일치기로 돌아가기에는 마운트 쿡이 너무나 코앞에서 살랑거렸다. 결국 잠시 고민 끝에 우리는 TV도 있고 개인 화장실도 딸린 1층의 전망 좋은 방을 144불/1박(96,000원. 켁)에 빌렸다(보다 전망이 좋을 2층 방은 154불이라고 했다). 하루쯤 좋은 곳에서 잔들 어떠리, 애써 자위하면서. 다행히도 그런 마음은 숙박비를 카드로 쓰윽 긁어버리고 난 뒤에는 이미 내 맘을 쉽게 떠났다. 이래서 지름신은 잊지도 않고 자꾸 오시나보다.  

 

 

 

방은 좁았지만 그래도 거의 호텔 수준이었고, 폭신한 침대에 발라당 누우면 전면 창을 통해 마운트 쿡이 보였다. 고맙기도 하지.

 

참고로 이 밖에 마을 내 잘만한(?) 곳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이 곳에 오게 되면 한 번은 꼭 들르는 허미티지(Hermitage)가 있다.

 

http://hermitage.co.nz/

 

허미티지 호텔 본관은 이 마을에서도 가장 고급이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비에는 일본인들이 득시글하다. 그들에게 특별 요금이라도 제공되는 것일까? - 허미티지에서 운영하는 모텔 및 샬레, 그리고 Glencoe lodge는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지불하는 가격에는 아침 식사와 10불에 상응하는 간단한 음식 및 음료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허미티지 호텔과 좀 떨어진, 걸으면 10분 정도는 걸릴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

 

Hermitage Motels & Chalets
Rates 1 October 2006 to 30 September 2007
Bed & Continental Breakfast per night per unit
plus a
$10 food & beverage voucher per person (aged 4+)

  1-2 people 3-4 people Extra Adult Extra Child
Chalet $240.00 $280.00 $75.00 $17.75
Motel Studio Unit $235.00 - - -
Motel Family Unit $275.00 $310.00 $75.00 $17.75

 

 

방도 잡았겠다, 이젠 마운트 쿡을 온전히 즐기는 일만 남았다. 마운트 쿡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걸으면서 누리기! (겨울에는 이 곳에서 뱅기타고 산에 올라 스키 타고 내려오는 프로그램이 멋져보인다)

 

비전문가인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걷기 코스로 마운트 쿡 반대(?) 방면으로는,

 

1시간 짜리의 Governor's bush track과 2시간 짜리의 Red tarns track 등이 있으며,

 

마운트 쿡 방면으로는,

 

30분 짜리 Glencoe walk, 2시간 짜리 Kea point walk, 4시간 짜리 Sealy tarns와 Hooker valley track 등이 있다.

 

http://www.doc.govt.nz/templates/trackandwalk.aspx?id=36336

 

오늘은 워밍업 차원에서 2시간 짜리 Kea point walk 낙찰! 마을 내 DOC center에서 추천 코스도 물어보고 날씨도 확인해보고 1불 짜리 지도 'Walks in Aoraki/Mt Cook National Park'를 구입하곤 출발한다.

 

http://www.ozhiker.com/newzealand/maps/MuellerHooker.html

 

 

Kea point로 가는 길은 거의 평지.

 

 

마운트 쿡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옮기는 기분이 삼삼하다.

 

 

김원장 앞으로 개미 허리마냥 가늘게 이어지는 길이 보이는지?

 

 

와나카에서 날씨복이 없던 우리에게 마운트 쿡에서는 서광이 들었다. 푸카키 호수를 거쳐 마운트 쿡을 찾아오는 길에는 비록 구름이 좀 끼어서 잘 생긴 얼굴을 보여줄랑 말랑 보여줄 듯 말 듯 하더니만, 가까이 다가서자 슬슬 구름이 빗겨난다. 오호, 네가 바로 마운트 쿡이로구나. 어째 티벳의 카일라스 분위기도 슬쩍 풍기는.

 

 

 

얼마간의 자갈길을 걷자 이번에는 곱게 잘 깔린 나무판들이 반긴다. 아, 이 곳이 바로 뉴질랜드 사진에 곧잘 등장하곤 하는 마운트 쿡의 길이였구나. 영화에서나 보던 스타를 직접 만나본 기분으로 얼른 싸인을 받기로 한다.

 

 

엉덩이에 ^^;

 

 

이렇게 대략 1시간 정도 가비얍게 걸어주면, 뮐러 빙하(Mueller Glacier)를 멋지게 바라볼 수 있는 Kea point에 도착한다. 참, Kea는 뉴질랜드 잉꼬인가 앵무새 이름인가 그런데, 키아~ 키아~하고 운단다. 혹시나 이 곳에 오면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비둘기 정도는 아니더라도 Kea가 마구 날아다니는 것은 아닐까 잠시 기대를 했었는데.. 한 마리도 안 보이던데? 사진 속의 이 새는 흔히 보아오던 잉꼬나 앵무새와는 달리 좀 무섭게 생겼다. 

 

 

분명 손이 깨어질 듯 아프게 차가울 빙하수. 사진 상으로는 다소 하얗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탁한 회색에 가깝다.

 

 

 

 

Kea point에는 이와 같은 발코니가 있고, 이 곳에는 마오리족의 관련 전설이 적혀져 있다.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거나 나름 슬픈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_-;

 

 

 

 

이제 다시 숙소로 돌아갈 시간, 뒤를 돌아다보니 역시나 멋지다고 밖에 할 수 없는 - 단어 취사 능력의 한계 - 풍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 아주 작게 보이는 허미티지 호텔. 그러고보니 허미티지가 예전에는 저 장소에 있던 건물이 아니었는데 불이 났나 해서 현재의 저 자리에 재건축 되었다나 뭐라나..(시간이 흐르니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별로 없는 -_-;)  

 

 

 

 

올 때의 길을 고대로 되밟아 자갈길을 지나고,

 

 

이런 관목 숲도 지나고,

 

 

다시 내가 좋아하는 나뭇판 길을 따라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부엌은 숙소의 2층에 있었는데, 부엌과 식당, 식당과 거실, 거실과 발코니가 연이어 이어진 커다란 공간이었다. 오오, 부엌에서 역시 이어진 발코니 창을 통해 보이는 마운트 쿡이라니.

 

 

 

김원장과 함께 차린 저녁 식사. 쌀 씻어 앉혀 밥을 짓고, 사골 우거지국을 끓이고, 김원장은 여기에 깻잎 통조림까지 한 통 뜯고 있다. 이러고도 모자랄까봐 남아있던 식빵을 털어 토스트를 굽고, 땅콩 버터까지. 커피 물은 올렸나? 매일 매일이 소풍같다.

 

부엌에서 저녁 잘 차려먹고 커피잔 들고 몇 걸음 옮겨 거실에서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BBC도 좀 봐주고(잘 안 들리지만 ^^;)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편히 샤워도 한다. 침대에 누워 오래간만에 TV도 좀 봐주는 호사를. TV에선 참신한 내용의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는데 도전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물품을 들고나와 이러이러한 이유로 분명 사업성이 있으니 투자를 하라며 5명의 투자자를 설득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여러 물건들 중에 투명한 장화를 들고 나와서 아이들이 신는 양말 색과 무늬에 따라 투명 장화가 다채롭게 변신할 수 있음을 보여주던 아주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결국 투자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저녁 산책을 나갔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눈물이 날 것만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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