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나카는 뉴질랜드인들이 은퇴 후에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라 하여 가기 전부터 많이 기대를 했던 곳이다. 그래서 숙소를 예약할 때에도 과감히 2박을 질렀고.

 

그러나 와나카에서의 이틀,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끝내 비가 내리진 않았으나 하늘은 좀처럼 햇살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으스스한 스산함, 시원하다기 보다는 차갑다고 느껴지는 바람, 뛰어들고 싶다기 보담은 한 발짝 거리를 두고 싶은 호수... 와나카의 저기압이 나의 기분도 다운시켰다.

 

누군가 여행에 있어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고, 누구와 가느냐보다 언제(어느 계절에) 가느냐가 중요할 만큼 여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날씨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까지 중요한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여행하는데 있어 날씨는 진짜 중요하다. 서로에게 동반자로 확정된 우리가 여행지를 선정할 때, 해당 여행지의 기후를 가장 우선시하여 고려하는 것도 그런 이유. 하지만 아무리 쨍쨍 햇볕 내리쬐는 여름이라도 스콜이나 장마 따위의 우기가 숨어있기 마련, 아무리 전반적인 기후를 미리 파악하고 간다고 할지라도 하루 하루 변화하는 날씨를 어찌 다 맞추랴. 영국만큼은 아니겠지만 이 곳 뉴질랜드 역시 하루에 날씨가 열 두번도 더 변한다고 하는 나라이니만큼, 와나카의 날씨가 흐렸던 것에 대해 마냥 서운해만 한다면 그것은 욕심이다. 여행 내내 날씨가 청명하기만을 바라는 내 욕심. 사실 루트번 트랙 트램핑을 하면서나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를 하면서 비를 안 맞은 것만 해도 얼마나 행운인가.  

 

 

와나카에서의 이틀을 보내고 마운틴 쿡(Mt. Cook)으로 갈 때 버스에서 내 옆 자리에 앉았던 일본인 유학생은 내게 물었다.

 

- 와나카는 어땠어?

- 그저 그랬어.

- 왜? 나는 와나카가 무척 좋았는데..

- 날씨가 별로 안 좋았거든.

 

그녀는 내 대답을 듣고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에 와 와나카에서 보냈던 한 때를 생각하면 아름답고 자유롭고 한가로운 기억이 더 많은 것 같지만 - 원래 지나온 여행은 미화되기 십상이다 - 사실 떠나는 순간 그렇게 말했던 나를 돌이켜보자면 나는 와나카에서 전반적으로 그다지 즐겁지 않은 이틀을 보냈던 게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맘대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나라에서,

나는 이렇게 떠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그깟 날씨탓은, 쩝

 

 

 

 

 

 

참, 퀸스타운에서 와나카로 올 때였다. 우리가 퀸스타운 시내에서 탔던 오후 4시 발 버스(wanaka connexions)는 퀸스타운 공항에 15분에 도착, 이 곳에서 한 여인을 더 태운 뒤 와나카로 가야했는데, 그 승객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결국 끝내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드라이버가 공항에서 그녀를 찾아다니는 동안 나머지 승객들은 공항 앞 주차장에서 그 둘을 잠시 기다려야 했는데, 그러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드라이버 아저씨는 그 시간을 만회해 보겠다고 산을 넘는 지름길을 택했는데, 길 사정은 좀 좋지 않아도 시간이 적게 걸리고 경관이 훌륭하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산을 올라가는 내내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정말 멋졌는데, 어느 순간 반대편 차선의 차들이 뜻모를 수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우리가 곧이어 통과해야 하는 구간에 차 사고가 나서 그 차에 불이 붙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차를 다시 돌려 소방차들이 연이어 올라오는 길을 내달려 원래의 정석 코스대로 가야만했고, 이 과정에서 워낙 퀸스타운에서 직접 차를 몰고 오면 1시간 남짓 걸릴 뿐이라는 와나카에는 2시간이 넘어 도착했다는 작은 사연(예정대로라면 4시 발 버스를 타고 왔을 경우 5시 30분에 도착해야하나 우리는 6시가 넘어 도착했다. 1인 25불) ^^ 안전운전합시다!

 

@ 와나카에서의 숙박 (이 부분은 컴퓨터가 한 번 다운되는 바람에 좀 더 자세히 쓸 기분이 안 난다) 

 

Lakeview Holiday Park에 묵었다.   

 

http://www.wanakalakeview.co.nz/ 

 

가격이 가장 저렴한 캐빈(40불/박X2=80불, 이후 신용카드 내역서를 보니 54,000원으로 계산. 즉 1박 27,000원꼴)에 묵었는데, 2층 침대가 두 개, 작은 의자와 탁자 한 쌍, 몇 칸의 벽장만이 전부인 육면체 공간이었다(그만큼 심플의 극치였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이불이나 부엌에서 사용하는 조리도구는 모두 빌려써야 했다(그래서 주로 방에서 간단히 해먹었다 ^^;). 이불을 빌릴 때 보증금을 함께 지불하는데, 반납할 때 잊지말고 챙길 것. 이 곳에서 처음으로 동전 넣는 세탁기/건조기를 사용해 보았는데 숙소 안이나 밖이나 요금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굳이 빨래 싸들고 몇 푼 아끼겠다고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숙소와 와나카 시내를 오가면서 살펴보니(대략 편도 10분 정도 소요) 이 곳보다는 Purple Cow가 좋아보였다. 다음에 오면 이 곳에 묵어야지.

 

http://www.purplecow.co.nz/

 

참, 원래 우리는 이 곳에 오기전에 Wanaka Bakpaka라는 다소 재미난 이름의 숙소가 좋다고 하여 예약을 시도했었다.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테 아나우 숙소의 직원이 추천해주는대로 같은 홀리데이 파크 계열로 투숙을 결정하게 된 것인데, 뭐, 이 곳도 지나치며 슬쩍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

 

http://www.wanakabakpaka.co.nz/

 

서로 시내와는 반대방향에 있지만 Purple Cow 혹은 Wanaka Bakpaka 모두 시내와의 접근성은 비슷한 것 같다. Purple Cow의 경우, 투숙객이 많아 밤에는 조금 시끄러울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만큼 화기애애하겠지.

 

@ 와나카에서의 놀거리

 

와나카에서 알려진 특별한 놀거리로는 "Puzzling World"라는 것이 있는데, 이미 다녀오신 분들의 평이 그저그렇다는 것이 많아 결국 가지 않았다(사실 애들 취향인 나는 가보고 싶었는데..).  

 

http://www.puzzlingworld.co.nz/

 

참, 이 곳 말고 내가 또 김원장이 안 간다고 해서 섭섭했던 곳이 하나 더 있다.

 

http://www.paradiso.net.nz/

 

물론 그렇다고 좌절한 건 아니고, 동네 놀이터에서도 즐거운 나니까 ^^

 

 

 

이 곳 역시 뉴질랜드의 다른 호수 도시와 마찬가지로 모든 물놀이가 가능하다. 굴러다니는 웹주소 하나를 소개해 보자면,

 

www.lakelandadventures.co.nz

 

김원장이 퀸스타운에서 미뤄둔 스카이다이빙 역시 이 곳에서 가능하며(그러나 김원장, 또 미루다. 대체 언제 해보려고? ㅋ 결국 뉴질랜드에서 스카이다이빙은 하지 못했다. 무서운게야), 이외 헬기나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멋진 풍광을 내려다보는 프로그램 역시 당연히 있다(거의 없는 곳이 없다).

 

www.skydivenz.com

 

기쁘게도 걷기 프로그램이야 뉴질랜드 어딜가나 있는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 와나카에선 대략 다음의 5개를 밀어준다.

 

1. Mount Iron : 난이도 중 / 1~2시간

2. Eely point and fishermans track : 난이도 하 / 1~3시간

3. Mount Roy : 난이도 중상 / 5~6시간

4. Diamond lake : 난이도 중상 / 1~3시간

5. Rob roy glacier track : 난이도 중 / 3~4시간

 

아래 사진 몇 장은 이 중 가장 쉽다는 Eely point로 가는 길에 찍은 것이다. 참, 가볍게 걸으려면 이 곳 말고도 반대편 방향의 Waterfall creek쪽으로 가도 OK.   

 

 

 

 

 

그러다 문득 만난 풍경. 차에 보트를 매달고 와서 호수에 풀어넣는 과정. 가족들은 아빠가 어서 성공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서서 지켜봤는데 몇 번 전진, 후진을 반복하다 결국 성공! 좋아서 얼른 올라타는 아이들 ^^ 이 가족이 배에 올라 와나카 호수 중심을 향해 부릉부릉~ 떠나는 걸 보고 다시 제 갈길을 갔는데, 이후 돌아올 때 이들이 다시 상륙 작전을 벌이는 모습을 목격했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은 즐거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는데 어른들은 썩 별로~ 뱃놀이도 좋지만 하루 이틀이고, 게다가 실어 나르고 관리하고 하는게 쉬운 일만은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너무 나이를 먹어버린, 현실성 넘치는 아줌마 생각. 

 

@ 와나카에서의 먹거리

 

이상하게 fish & chips는 볼 때마다 먹고 싶다. 먹다보면 꼭 막판에 질려하면서도. 그러나 볼 때마다 그 유혹을 참지 못하고 항상 주문하게 된다. 이 곳에서도 호수변에 앉아 냠냠 먹었다.

 

한식은 없었지만, 일식은 따로 점포도 있고 수퍼에서도 간단하나마 초밥 따위로 맛볼 수 있다. 현지인들에게도 popular해 보였고. 의외로 마을마다 인디안 식당도 종종 보인다.

 

참, 이 곳에는 제법 큰 수퍼인 New World가 있다. 근무 시간은 8am-8pm, 매일 오픈.

 

http://www.newworld.co.nz/Homepage.aspx

 

<시장바구니>

 

@ 꽤 큰 생과일 주스 2.56불 / 1,700원

@ 스콘 한 개 & 설탕 뿌린 도넛 한 개 각 0.9불 / 개 당 600원 / 견물생심이라고 보면 먹고 싶다.

@ 95g 참치캔 1.95불 / 1,300원 / 테아나우보다 약간 저렴

@ 375g 사과와 오렌지 0.7불 / 500원. 정말 저렴.

@ 요플레 2팩 1.59불 / 1,050원

 

와나카에서 늦은 밤에 뭔가를 사고 싶을 땐, Minimart라는 곳으로 가면 된다. 가격은 당연히 상기 수퍼보다 좀 더 비싸지만 아침 6시부터 자정까지 근무한다. 칼텍스던가 주유소 바로 옆.

 

<시장바구니>

 

@ 꽤 큰 생과일 주스(위와 같은 놈) 2.8불 

@ 도브 핸드케어 로션 75ml 6.2불 / 로션을 하나도 안 가져갔더니 손이 장난이 아니라.. 결국 이 로션을 얼굴에도 바르고 다녔다.

@ 1회용 사과 잼 & 라즈베리 잼 각 0.35불, 0.4불 

 

이 곳에서 '남섬의 자랑'이라는 스파이츠 맥주 전문점에 갔다. 레스토랑 이름도 아예 Speight Ale House. 

 

http://www.speights.co.nz/

 

안주는 미디엄으로 구운 등심 스테이크(26불/17,000원 정도로 뉴질랜드라고 해도 외식은 비싸다). 이 날은 Pilsener로 마셨는데 파인드 당 5.5불. 좋구나, 좋아~

 

 

 

이쯤되면 왕후장상 부러울 것이 없다 ^^ (다시 봐도 침이 넘어가는) 와나카에서 두번째로 행복했던 시간.

 

첫번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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