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쿡에서의 마음 부른 하룻밤이 지났습니다. 오늘의 산책길로는 마운트 쿡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Hooker valley track을 골랐습니다.

 

http://www.ozhiker.com/newzealand/maps/MuellerHooker.html

 

지도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 후커 밸리로 향하는 일정 부분의 길은 어제의 키아 포인트 워크와 같습니다.

 

 

오늘도 날씨가 무척 좋죠? (이 곳은 연 평균 149일 비가 내린답니다)

 

 

이전 글에서 미처 빠뜨린 부분이 있는데, 마운트 쿡에서 캠핑이 가능합니다. 차가 있다면 빌리지 너머 캠핑장(White Horse Hill campground)까지 쓩~하니 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키아 포인트를 향해 한동안 걷다가 후커 밸리 방면의 표지판을 발견하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더 걸어나가면 캠핑장과 만나게 되지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했을 때 어쩌면 Cook connection 버스가 데려다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 퍼뜩 드네요. 예약할 때나 승차할 때 이야기를 한다면 친절한 키위 드라이버분이 분명 데려다 주실 것 같아요 ^^

 

http://cookconnect.co.nz/  

 

 

캠핑장에는 예전 허미티지 건물에 대한 사연을 담은 안내판이 있고요, 작은 쉘터(public shelter)도 있었습니다. 캠핑카를 몰고 온 여행객들도 제법 많네요. 캠핑카도 부럽고 군데 군데 예쁘게 쳐진 텐트도 탐이 나네요. 앗, 그런데 이 곳에 모기가 있는 것 같아요. 흠..

 

캠핑장을 다시 뒤에 두고 후커 밸리를 향해 계속 나아갑니다. 이 곳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추모비(Alpine memorial)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요, 예전에 마운트 쿡을 등반하다 숨진 이들을 기리는 추모비였지요. 요즘에도 마운트 쿡을 오르다 숨지는 이들이 가끔씩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겨울이었는지, 지지난 겨울이었는지에도 슬픈 소식이 있었다네요. 떠나간 이가 평소 그토록 좋아했던 산을 앞으로도 영원히 바라볼 수 있도록 산이 잘 바라보이는 장소에 마련된 추모비.. 제가 그들의 가족이었어도 이 자리에 추모비를 세우자, 그랬을까요? 저라면 저 놈의 산이 무척이나 원망스럽기만 할 것 같은데... 제게는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아직 부족한 것 같네요. 동판에 새겨진 글귀들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Forever in the mountains'

'The mountains were your passion and now you rest among them'

'Our beloved son will always be in our hearts. Sadly missed by all his family and friends'

'I am in the mountains, I am in the stars, I am all around you, always near, not far'

'For solitude sometimes in best society - milton'
 

 

<출처 http://www.imcine.com/php/board.php?board=imc1&page=5&command=body&no=131> 

 

 

아, 어제의 뮐러 빙하 아래쪽 호수(Mueller glacier lake)의 모습이 이 쪽에서도 보이네요. 이 호수에서 흘러나가는 물줄기가 바로 후커 강(Hooker River)입니다. 이제 이 호수로 유입되는 작은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올라 오늘의 목적지인 후커 호수(Hooker Lake)로 나아갑니다. 이름 그대로 후커 밸리 트랙인 셈이죠. 

 

 

후커 밸리 트랙 중에는 swingbride를 두 번 건너야 하는데요, 위에 첨부한 사진의 다리가 첫번째 다리랍니다. 한 번에 올라설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있는, 명색이 흔들다리이건만 이젠 이 정도 다리야 누워서 떡먹기죠 ^^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Mt Sefton과 Footstool의 모습이 장쾌합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해가 들지 않는 곳은 서늘하니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날씨인데, 다리 위에 올라서니 해는 반짝 들어도 아래로 흘러가는 빙하수에서 올라오는 엄청난 냉기에 으슬으슬해져옵니다. 

 

 

어제의 키아 포인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곳에서도 뮐러 호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참, 돌아오는 길에 보니 한낮에 이 곳에서 카약을 타는 무리가 있더군요(빠지기라도 하면 무지 차가울 듯).

 

http://www.mtcook.com/glacierkayaking.html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곳은 이 동네에선 제법 유명한 The Old Mountaineers' Cafe Bar and Restaurant이라는 곳으로 DOC center 바로 뒤에 있습니다. 

 

http://www.mtcook.com/restaurant.html  

 

 

다리를 건넌 뒤 길을 계속 걷다보면 다시 아래와 같은 짧은 암벽지대를 지나,

 

 

두 번째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보기에도 튼튼해 보이죠?

 

 

 

그리고는 다시 마운트 쿡을 향해 계속 한 발짝씩 오르락 내리락 다가섭니다. 하늘 위로는 투어를 하는 헬기며 비행기가 가끔씩 날아갑니다. 건너편으로 날아가면 남섬의 또 다른 이름난 관광지인 프란츠 조셉 빙하와 폭스 빙하도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차로 가려면 한참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죠.

 

www.helicopter.co.nz

www.mtcookskiplanes.com

 

쉬어가기 좋은 개울가도 지나고 간이 화장실이 딸린 아주 작은 쉘터(Stocking stream day shelter)도 지나면,

 

 

드디어 얼음이 둥둥 떠있는 후커 호수(해발 900m)에 도착하게 됩니다. 마운트 쿡을 등반하려는 팀의 베이스캠프가 되기도 하는 곳이죠.

 

그리고 이 곳에서 바라보는 마운트 쿡! 남반구의 알프스 정상답게 자~알 생긴 봉우리가 이리도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우뚝 맞습니다(보통은 정상의 만년설 때문에 구름이 계속 오락가락하는데 말입니다).

 

 

 

김원장을 꼬셔서 증명 사진을 한 장 박고 ^^; 이제 도시락을 까먹습니다. 아침에 숙소에서 지어온 밥과 김. 그냥 이렇게 김 싸 먹기만 해도 맛나네요. 하나 둘씩 팀을 이뤄 후커 호수를 찾은 다른 여행객들도 이것저것 꺼내 먹는 모습입니다. 역시 샌드위치가 대세군요 ^^; 마운트 쿡 빌리지에서 이 곳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리니까 아침 먹고 나들이겸 나섰다가 이 곳에서 점심 먹고 돌아가는 일정이 좋은 것 같아요. 

 

마운트 쿡은 봐도 봐도 질리질 않네요. 역시 바다보다는 산이 제게는 더 매력적인가봐요. 물론 김원장과는 달리 낑낑 올라가는 건 그다지 즐기는 일이 아니지만 -_-; 이렇게 잘 생긴 산을 바라보는 건 그야말로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일입니다. 이런 제게 김원장이 한 마디 하네요.

 

"마운트 쿡 사진 좀 그만 찍어라"

 

 

돌아오는 길에 찜해두었던 자리에서 엄청나게 차가운 빙하수에 접근해 첨벙첨벙 물장난도 해봅니다.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일전에 루트번 트램핑을 마치고 디바이드에 도착했을 때, 디바이드 주차장에서 본의 아니게 저희 부부를 새로 데리러 올 차를 기다려야만 했던 적이 있습니다. 과연 그 차가 올지 안 올지를 걱정 반 불안 반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에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에서 동양인 남성 둘이 내렸습니다. 한국인이라 하기에는 좀 더 일본인스러워보이는 젊은 학생(?)들이었죠. 서로 주차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서야 그들이 한국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몇 번이고 눈이 마주치긴 했지만 이미 인사 나눌 기회를 잃었다고 해야 할까요? 한국인임을 알고나서도 그냥 계속 남남인 척할 수 밖에요.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문득 만약 저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밀포드 사운드를 향해 가는 길이라면 태워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겠다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우리 버스 드라이버를 찾아보면 되겠지, 거기서도 못찾거나 여의치 않으면 다시 이들과 함께 움직여 테 아나우로 가면 되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야무진 생각을 채 정리하기도 전에 그들은 다시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것도 테 아나우 방향으로요. 그렇습니다. 이미 그들은 밀포드 사운드 구경을 마친 뒤였던 겁니다(물론 저희도 잠시 후에 나타난 전속 차량으로 무사히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를 할 수 있었죠).

 

그런데,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후커 밸리에서 빌리지를 향해 돌아오는 길이었죠. 그들은 그 때서야 그 길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마침 줄이어 트레커들이 올라오고 있던 차라 자연스레 헬로우, 헬로우 서로 인사를 연이어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들이 떡 나타난 겁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그들에게 반가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습니다(저는 그들이 한국인임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 순간 당황해하는 그 학생들의 표정이란 ^^; 제게 답인사도 못하더군요.

 

그건 그렇고, 그 친구들은 분명 디바이드에서 저희보다 반나절은 앞서 있었는데, 마운트 쿡에서 다시 만나니 일정이 하루 정도 뒤쳐져 있네요. 그간 남몰래 어디 좋은 곳을 다녀온 걸까요? 진작 안면을 텄으면 후커 밸리에서 다시 만난 기념으로 맥주라도 한 잔 나누는 건데...(맥주가 좋은건지, 사람이 좋은건지 ^^) 외국에서 같은 동포(!)를 만나면 꼭 반갑게 인사 나눕시다!  

 

 

후커 호수에서의 점심 시간을 포함, 왕복 4시간 가량의 후커 밸리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이 동네 최고(價?)의 호텔 허미티지 앞 마당에 섰습니다. 여기에 바로 1953년에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세계 최초로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동상이 있기 때문이지요(물론 이 대목에서 힐러리와 함께 오른 세르파, 텐징 노르게이를 빼놓을 수는 없겠죠. 그거 아세요? 텐징의 아들 잠링 텐징 노르게이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고, 손자인 라시 왕추 텐징도 에베레스트를 올랐데요. 대단한 집안이죠? 그런데 이들의 이름이 어쩐지 네팔리라기보담은 티베탄스러운 것 같기도 하네요. 어쨌거나). 뉴질랜드인 에드먼드 힐러리가 에베레스트를 가기 전에 마운트 쿡에서 연습(?)을 했다고 하지요. 뉴질랜드는 어딜 가나 사람이 거의 없지만, 이 동상 앞만큼은 자주 사람들에게 점령을 당하는 편입니다. 여기 온 사람치고 힐러리경과 이렇게 사진을 남기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지요. 

 

저희는 비록 쉬운 두 개의 코스만을 밟고 마운트 쿡 빌리지를 떠났지만, 좀 더 진지한 트레킹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여러 옵션이 많답니다.

 

www.discoverytours.co.nz

 

@ East Hooker Valley Hike : Grade 3

@ Wakefield Ridge Hike : Grade 3 to 4

@ Ball Ridge Hike : Grade 3 to 5

@ Mt. Sebastapol Hike : Grade 3 to 5

 

@ Tasman Valley Walks : Blue lakes & Tasman glacier view / Tasman glacier lake / Ball shelter hut route

 

 

이제 다시 마운트 쿡을 뒤로 하고 테카포 호수(Lake Tekapo)를 향해 떠날 시간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저희를 픽업하러 온 Cook connection 버스에 올라타니 아까 후커 밸리 트레킹때 두번째 흔들 다리에서 겁에 질려 앞으로 못 나아가던 대만인(?) 커플이 이미 올라타고 있네요. 차는 마운트 쿡을 배경 삼아 천천히 빌리지를 벗어납니다. 앞으로 펼쳐질 여정도 무척 궁금하지만, 이 곳을 두고 떠나는 마음도 썩 편치는 않네요.  

 

 

대만 여인은 푸카키 호수의 고운 빛에 홀리기라도 한 듯 버스 안에서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댑니다. 그에 비하면 제가 마운트 쿡을 찍어댄 건 발가락에도 미치지 못하겠군요.

 

 

 

차는 승객 하나를 내려주기 위해 잠시 트와이젤로 back을 했다가 다시 원 궤도로 진입, 테카포를 향해 달립니다. 이 차 역시 트와이젤을 들르면서 지체한 시간을 만회하고자 지름길로 접어듭니다. 지름길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연어 양식장(http://www.mtcooksalmon.com/home.htm)이 자리잡고 있네요(이 곳에선 회도 먹을 수 있다죠?). 오늘처럼 황사니 더위니 몰려온다는 날에는 그 맑고 차가운 물에서 힘차게 퍼덕거리며 자라고 있을 연어들의 싱싱함을 한 입 베어물고 그 느낌 그대로 젖어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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