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어제 반가운 마음에 사다 쟁여놓은 신라면과 마찬가지로 반 먹고 남겨둔 김치만두를 삶아먹고 홍콩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 서둘러 호텔을 나선다(역시 우리는 호텔 취향이라기엔 너무 빨빨거리는 경향이 있다).

 

김원장이 세운 오늘 오전의 목적지는 새시장과 금붕어시장. 역시나 걸어서 거기까지 가보기에 도전! 그러나 얼마를 걸었을까, 아무리 아침이래도 홍콩은 덥다 더워. 결국 길 건너 맥도날드에 골인, Hydration(13.8HK$). 홍콩 맥도날드도 다른 나라의 맥도날드처럼 그 나라 특유의 메뉴를 걸어놓고 영업을 하는데 눈에 뜨이나니 아침 메뉴. 홍콩답게 국물있는 메뉴인데 딱 보기에 닭죽(국수?)스러운 그 음식은 내 눈에는 그다지 먹음직스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이 벌써 여러 테이블에서 목하 그 메뉴로 즐거이 아침 식사 중이시다.

 

마악 개장 전이라 한창 바쁜 레이디마켓을 지나 드디어 금붕어시장으로(한때 열대어를 재미나게 길렀던 우리, 탐나는 어종 몇을 발견했으나 운송의 어려움으로 포기). 

그리고 이 동네서 나름 유명하다는 타르트 골라 한 개씩 먹어주기(개당 5HK$).

꽃시장을 거쳐 마지막 목적지였던 새시장에 이르다(참고로 나는 새를 무서워하는 편이다. 하지만 김원장은 언제고 애조를 키워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사람인지라 -_- 새에 관심이 많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 더워서 지하철을 타기로. 숙소 근처 역까지 끊으니 1인당 5HK$. 하차하여 어제 돌아다니다 찜해두었던 正스시(Sushi Masa)에 들러 스시 세트 하나 포장(58HK$). 스시집을 나서는데 옆집이 또 제법 손님들이 들락날락거리는 빵집이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리오... 카스테라 한 조각, 스펀지 케이크 한 조각 사고 5.5HK$ 지불. 아, 수퍼에 들러 우동, 신라면, 체리 등을 한아름 사오기도 했다(42.7HK$).

 

햇볕 쨍쨍 내리쬐는 한낮에는 호텔 신세를 졌는데 수영장도 구경가고 시원한 방에서 TV도 보고 뒹굴뒹굴. 그러다 다시 해가 그 기운을 잃어가자 좀비마냥 어슬렁어슬렁 나갈 준비를 ^^; (갑자기 얼마 전에 본 영화 <아이 엠 레전드> 생각이 -_-)

 

오후의 목적지는 홍콩섬. 침사추이에서 홍콩섬의 센트랄역으로, 바다밑을 달리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1인당 편도 9HK$).  

 

 

센트랄역에서 Queen's Rd를 따라 걷다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길다나 뭐라나 하는 에스컬레이터(Central-Mid levels Escalator)를 야금야금 타면서(중간 중간 Soho 지역 구경하느라) 놀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며 스치듯 들여다보는 홍콩인들의 일상. 인구밀도가 어찌나 높은 지역인지 도저히 프라이버시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듯한 생활(저렇게 어떻게 살지?).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집이 얼마나 오지(-_-;)스러운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이미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 잊고 살기, 난 평소 이런 짓을 얼마나 잘하는지, 원.

 

 

결국 에스컬레이터의 끝, 꼭대기까지 올라 다시 휘둘러 내려오며 산책하기. 홍콩은 진짜 저지대는 습도가 높은 탓에 고지대의 집값이 비쌀까? 고급 주택들임이 분명한 그 곳들도 다소 빽빽해보이긴 마찬가지. 일본 대도시의 현황과 비슷한 것도 같고(수치상 1인당 주거면적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하위라고는 하지만 현재 지방 광역시 외곽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실제 체험하는 바와 거리가 있다).

 

 

내려오다 들른 Lan Kwai Fong. 홍콩의 압구정동이라나 아니 홍대앞이라 해야하나. 하여튼 환락가. 그리고 여전히 내게 중국말로 호객하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동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과 음료 구입 13.7HK$). 그리고 내가 어리버리한 반응을 보이면 곧바로 영어를 던지는 삐끼들. 하긴 어제 야시장에서 체리를 살 때 보니 본토인임이 분명한 그들도 홍콩인들과 더듬더듬 영어로 대화를 나누더라. 나에게는 모두 그렇고 그렇게 들리지만 -_- 두 군의 대화가 각자의 언어를 이용하여 원활히 이루어지긴 어려운가보다.

 

 

 

이틀 밖에 묵지 않았지만 내가 느끼기에 홍콩은 그다지 한국과 다르지 않은 듯 싶다. 사용하는 말만 제외하고는 그만큼 이질감이랄까 이국적이랄까 그런 느낌이 좀처럼 들지 않으니. 하지만 서울 살 때도 압구정동이나 홍대는 내 구역이 아니었으므로 -_- 역시나 란콰이퐁을 즐기는데 한계를 느끼고 느지막이 후퇴(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김치만두 또 구입 22.9HK$, 맥도날드에서 한 밤중에 버거 먹기 24.8HK$).

 

이렇게 홍콩의 마지막 밤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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