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그다지 컨디션이 좋지 않던 김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육개장으로 나름 과식하더니(왜 항상 내가 더 많이 먹는데 나는 전혀 불편하지 않을까) 속이 불편한 것 같다며 숙소에서 차려낸 멋진 아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괜시리 아까운 마음에 나만 더 퍼다 먹었네. -_-; 

 

이제 어디로 갈까. 내 마음 같아선 모잠비크가 몹시 땡겨서 김원장에게 모잠비크 여행에 대해 알아보라하니 가이드북을 열심히 들여다보던 김원장이 우리 차를 가지고 들어갔다간 경찰들에게 삥 뜯기기 딱 좋은 나라라고 한다. 그럼 차는 근처 어디다 세워두고 (그런게 있다면)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들어가 머무르다 나오자! 외치니 그 나라가 김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기도 하단다. 그럼 안 자고 당일치기로라도 구경하고 오자고 끝내 주장하니, 김원장이 던진 한 마디가 나를 찌른다.

 

"너, 방문한 나라 수 늘리려고 그러는거지? 한 나절 있다 나올 것을 왜 가냐?"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김원장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해서, 그럼 이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스와질랜드로 놀러가기로 한다(스와질랜드 서부는 모잠비크와는 달리 지대가 높은 편이라 말라리아의 위험도 적다). 대신 다음에 마다가스카르 갈 때 모잠비크를 꼬옥 들리기로 새끼 손가락 거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사비에서 꼬불꼬불 경치좋은 산길을 내려와 이 동네 맹주격인 커다란 도시 넬스푸르트를 지난다. Nelspruit라... 몇 번 중얼거려보니 어쩐지 Fruit가 떠오른다.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제법 복잡한 도시를 빠져나오자 사이트러스 농장이 연이어 펼쳐진다. 규모도 상당하고 바삐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다. 도로변에서는 그 자리에서 수확한 사이트러스를 꾸러미로 판매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 아니 세계 여느 나라들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동쪽으로 쭈욱 뻗은 고속도로. 이젠 표지판에 모잠비크가 등장하기도 해서 내 아쉬움이 더한다. 그냥 확 내지르면 모잠비크인데... 그에 비하면 지척의 Kruger national park는 하나도 아쉽지 않다. 김원장이 당분간 폭포를 안 보겠다면, 나는 당분간 사파리는 안 해도 전혀 문제 없을 성 싶으니까.

 

좌회전하면 크루거로 들어간다는데 우리는 빙돌아 오른쪽으로 향한다. 길은 다시 야트막한 오르막이고 저 산 너머가 스와질랜드일 것이다. 사이트러스 농장은 어느새 대규모 바나나 농장으로 바뀌었다.    

 

 

바나나 농장과 더불어 이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건 바로 사탕수수다. 길 가는 할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탕수수를 씹으며 빨며 지나가고, 히치를 기다리는 사람이 그 댓가로 지불하겠다며 내미는 것도 사탕수수다(나미비아였나... 누군가는 사과를 들고 있었는데). 넬스푸르트를 지나면서는 백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경제력도 떨어지는지 간혹 보이는 작은 마을들의 모습이 점점 낙후되어 가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을들의 모습은 남아공/스와질랜드의 국경을 넘는 것으로 또 한 번 확연히 구별지어진다. 스와질랜드 국경의 주유소에는 화장실도 없단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스와질랜드의 수도인 음바바네에 이르는 이 길은 산길을 넘나드는지라 스와질랜드 정부에서도 인정하듯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그리고 사진 속에서나 보던 바나나 보이(Banana boy)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바나나 보이'는 대부분 아주 어린 아이들인데, 바나나 잎으로 정성스레 만든 몇 층짜리 겹치마를 입고 무척이나 현란한 댄스를 추며 어른들의 물건을 파는데 동원된다. 보기에 그 바나나잎치마가 꼬마에게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무게일 것 같은데, 아이들은 차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듯 싶기만 하면 어느새 도로변으로 뛰어나와 단순하지만 흥겨운 타악기 리듬에 맞춰 정신없이 흔들어댄다.

 

안 그래도 어제 '부으크스 럭 팟 홀'에서 열렬히 검부츠 댄스를 추는 청년들을 보았는데(검부츠 댄스는 예전 족쇄 신세의 흑인 탄광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신고 있던 부츠를 두들기면서 의사소통을 한데서 만들어졌단다. 남부 아프리카를 여행하다보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춤이고, 유투브를 통해서도 제법 많은 검부츠 댄스 동영상을 볼 수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9QohxSKc8ps&feature=related), 오늘의 바나나 보이와 오버랩되어 마음 한 켠이 어두워졌다. 어릴 땐 바나나 보이였다가 커서는 검부츠 댄스를 추어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음바바네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스와질랜드의 시골 마을과는 완전 다른 별천지임에도 불구, 남아공의 여느 대도시에 비하면 오히려 단촐해 보이기도 하는 곳이다.

 

 

 

흠.. 스와질랜드.. 스와질랜드라면 일단은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_-; 이 나라 국왕의 밝힘증(http://www.peacefriend.or.kr/bbs03.asp?bbs_code=C01&gubun=&b_catid=&types=vew&number=24&ref=24&page=8&startpage=1)부터 생각나고, 우리나라 배낭여행자 중 누군가가 조벅과 케이프타운으로 대변되는 남아공이 너무 유럽(?)스러워 real Africa를 보러가기 위해 스와질랜드를 방문했다는 여행기도 생각난다.  

 

 

real Africa라... 그가 언급한 real Africa란 정확히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일까... Black Africa? 그런 생각으로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별다르게 눈에 뜨이는 것은 없다. 남아공보다 경제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그나마 제법 번듯한 수도에는 고유의 멋을 찾아보기 어렵고, 백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는 레소토와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번화가 로터리에 PC방이 눈에 들어와 들어가보니 손님이 꽉 차있어 돌아나와야 하는 것까지 닮았다. 이들이 컴퓨터나 인터넷을 통해 얻고자하는 것은 뭘까? (예전에 중국 여행할 때는 손님의 대부분이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목하 게임 중이었다. -_-;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게임하는 사람이 없다. 누군가와 채팅하는 사람이 많고 -_- 이메일을 보내거나, 개인 고유의 목적을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혹은 워드로 과제물을 작성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어쩜 인터넷 속도 탓일까?) 가장 기대했던 음바바네의 재래시장도 본래의 모습을 잃은지 꽤나 된 것 같다. 

 

 

 

결국 재래시장에서도 기대했던 풍경을 찾지 못한 우리 역시 다른 사람들이 몰려있는 최신식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떤 것을 real Afrcia라 칭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몰 안에는 그간 보기 어려웠던 크림 스파게티를 파는 식당이 있어 방금 전 KFC에서 나왔음에도 불구, 얼른 자리를 잡는다.

 

 

 

아프리카 물가를 생각하면 상당하지만, 이 정도면 스와질랜드에선 최고급 식당에 속하지 않을까? 맛도 그럴싸하고 양도 무지 많다(남긴 음식은 다 싸와서 저녁에 마저 먹었다는 -_-).

 

 

 

 

스와질랜드에서 숙박할까 말까 하던 생각은 음바바네를 한 바퀴 둘러본 것으로 결정이 났다. 결론은 음바바네에서 하룻밤 지내느니 다시 남아공으로 돌아가 오늘 밤을 보낸다는 것. 입국은 스와질랜드의 북쪽 루트를 이용했지만, 출국은 스와질랜드의 서쪽 루트를 이용해서 남아공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김원장은 음바바네 시내에 언덕도 많은데다가 고속도로마저 평평하게 깔리지 않고 좌우로 약간 기울어진터라 계속해서 차에서 울려대는 알람 때문에(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짜증이 나는 듯한 표정이다.  

 

남아공 출국, 스와질랜드 입국의 그것과 반대 절차를 밟아 스와질랜드를 다시 출국, 남아공에 입국한다. 마찬가지로 국경에서 가장 가깝다할만한 큰 도시, 에르멜로로 가는 길 초반에는 흑인들만 보이더니, 에르멜로가 가까와질수록 한 명, 두 명씩 백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함께 산다고 하지만, 아무리 좋게 좋게 보려고 해도 흑인과 백인 사이의, 내 눈에까지 보이는 아파르트헤이트는 아직도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달간의 짧은 기간 동안 내가 남부 아프리카에서 만나본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돈 있는 백인과 돈 없는 흑인의 조합이었기에 생겨버린 나만의 편견일까? 동부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자연스레 느꼈던, '흑인들의 아프리카'에서는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대부분 흑인이었던지라 너무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흑인을 만나도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이미 떠나버린, 내 시야 밖의 누군가를 막연히 원망했던 것 같은데, 이 지역에서는 마치 바로 옆에 살고 있는 그 누군가가, 아직도 그 자리를 꿰어차고, 가지고, 누리고, 돌려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어쩌면 이는 단순히 피부색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건 인간이라면(혹은 동물이라면) 본능적으로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적을 구분해내고 있는 걸런지도 모른다. 그 본능이 만약 원시시대의 '생존' 여부에서 비롯된 종류의 것이라면,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생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았는가? 우리의 유전자는 요즘 변화하는 사회에 비해 진화하는 속도가 너무 느린 듯 싶다. 아니 기실 사회가 그만큼 급격하게 변화해 온 거겠지만.

 

# 남아공 ↔ 스와질랜드 출입국 with 차

 

남아공 → 스와질랜드 : Matsamo(혹은 Matsomo) border 이용

 

남아공 출국은 일사천리, 스와질랜드 입국은 출입국 카드 중 입국 부분 채워 제출하고 바로 옆의 custom 창구에서 50R (Road fund 명목) 지불하고 통과

 

스와질랜드 → 남아공 : Oshoek border 이용

 

스와질랜드 출국은 역시나 출입국 카드의 출국 부분을 채워 제출하는 것으로 쉽게, 남아공 입국시도 별 문제 없이 통과(다만 우리가 처음 남아공 입국시 공항에서 받은 한 달짜리 남아공 비자의 날짜 만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지라 사무소 아저씨가 다시금 일깨워주고 넘어감) 

 

워낙 남아공과 스와질랜드간의 소통이 잦은 덕인지 전반적으로 양국을 드나드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하다.

 

# 환전

 

남아공의 랜드(R)화가 스와질랜드에서도 같은 가치 그대로 사용되며 여기에 더해 스와질랜드의 릴랑게니(E : lilangeni, 복수일 경우 Emalangeni)화가 자체적으로 쓰이는데, 레소토와 마찬가지로 스와질랜드 화폐는 남아공에서 통용되지 않으므로 잔돈을 남기지 않고 출국하는 것이 좋다.

 

# 스와질랜드 여행 정보

 

http://www.welcometoswaziland.com/index.php

http://www.mrinfo.co.za/sa/swaziland/swaziland.htm

 

# 드라이브

 

주행거리 : 470Km

 

 

Sabie - Nelspruit - (N4) - (Malelane 지나 R570) - Kaalrug - 남아공/스와질랜드 Matsamo(혹은 Matsomo) 국경 - Hhohho - Piggs peak - Mbabane - 스와질랜드/남아공 Oshoek 국경 - (N17) - Ermelo

 

상기 첨부한 지도상 스와질랜드의 1번 도로는 산을 넘나드는 도로로 오르락내리락 꼬불꼬불한 곳이 있으니 운전에 주의할 것. 대신 경관은 아주 좋다.

 

현재 음바바네 진입로 부근이 공사 중이다. 때문에 부근을 오가는 교통이 좀 막히긴 하지만 공사가 끝나면 Oshoek 국경을 통하는 남아공(조벅)-음바바네 구간은 훨씬 드나들기 수월해질 것 같다.

 

# 숙소

 

스와질랜드를 출국하면서는 에르멜로로 향하는 도중 괜찮은 농장식 숙소가 있으면 그 곳을 이용하자, 했는데, 에르멜로가 거의 가까와지도록 마땅한 숙소가 띄질 않았다. 우선 거의 그런 스타일의 숙소가 없었고(마을도 거의 없거늘), 있으면 너무 비싸보이거나, 혹은 도로변이라 시끄러워보이거나, 아니면 비포장도로를 타고 꽤나 들어가야 하는 듯 보이는지라 다음 번을, 다음 기회를, 다음 숙소를, 하다보니 어느새 에르멜로에 거의 다 와 있었다.

 

http://www.ermeloonline.com/

 

에르멜로는 제법 큰 '도시'였지만(외곽으로는 작은 호수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에르메로 정보는 전무하다시피했기 때문에 그저 아무렇게나 바퀴 닿는대로 시내를 달려보다 게스트하우스 표지판이 있으면 그 곳을 뚫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걸린 곳이 바로 Die Eike Gastehuis. (Gastehuis=Guesthouse인 듯 ^^;)

 

나름 주택가 속에 위치해 있어 시끄러울 것 같지도 않았고, 주택가 속에 있다는 이야기는 거의 (현지인들이 실제 사용하는) 주택이 우리의 숙소로 이용된다는 것이니 반가왔고(유럽의 민박 스타일), 무엇보다도 피곤했기 때문에 기타 다른 사항을 고려할 필요도 없이 이 곳으로 낙점을 무르와 대문이 굳게 닫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웃거리게 되었다. 어... 그런데 주인이 없나보네... 그냥 가야되나... 갈등하고 있는데 그 때서야 주인 아저씨가 빼꼼 내다보신다. 알고보니 오늘이 금요일 주말인지라 당신 부부는 게스트하우스 문을 닫고 프리토리아로 2박 3일 나들이를 가실 예정이라고.  

 

 

잠시 후 아주머니랑 상의를 마친 아저씨는 우리에게 당신들이 집을 비우느라 아침 대접을 못 해도 괜찮으냐 물어오셨고(그렇다, 이 집은 B&B였다) 우리는 당연 그렇다고 대답함으로써 거래는 성사되었다. 비록 우리에게 내 주신 숙소는 본채 옆의 별채 독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면부지의 외국인에게 덜렁 집을 맡기고 멀리 나들이를 가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그런 점이 참 고마왔다(주인 아저씨는 본인이 가이드라며 이번 주말 약속만 아니면 우리와 에르멜로 근방을 돌아다니며 관광 안내도 해줄수 있을거라며 아쉬워하셨는데, 가이드가 본업이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차를 끌고 돌아다니는 우리를 보자마자 일본인이냐고 물으시는 것으로 보아 다른 사람에 비해 여행 분야에 노출이 좀 되신 분 같기는 하다 -_-).

 

<우리에게 내어준 집은 정면 본채 뒷쪽의 아늑한 별채>

 

@ 방 : 트윈 침대, 전기 장판이 깔려있어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 화장실 : ensuite, 욕조. 시설은 좋지만 온수 사용에 한계가 있다

@ 완전 독채 구조로 들어가자마자 거실(소파와 침대, TV)과 부엌(어지간한 부엌 살림 다 갖춘)이 정면으로, 오른편으로 침실과 그와 연결된 화장실이 있다 

@ 역시 관광지가 아닌 지방이 물가가 착하다는 소문을 새삼 확인시켜준, 아주 마음에 드는 게스트하우스(B&B / 370R). 에르멜로를 지나는 길이라면 한 번쯤 들를만 하다.

 

# 가계부 스와질랜드 화폐 단위 E (Emalangeni)

 

1. 톨비 : 34R

2. 스와질랜드 입국시 : 50R

3. 주유 : 155E (151.2+팁)

4. 물 : 9R

5. 화장실 : 1R (음바바네 공용 화장실)

6. 인터넷 : 10R (15분 / 30분에는 15R란다)

7. KFC : 16.9E

8. 식사 (at No-No restaurant) : 95E (92.45+팁)

9 수퍼 : 9.9 (=주스 4.95X2병)

10. 숙소 : 360R(370에서 서로 잔돈이 없었던지라 주인 부부가 10 깎아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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