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사실 이틀을 당겨 아프리카를 떠나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에 이틀 먼저 들어가봐야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_-;

대신 홍콩에서 그 이틀을 지냈다.

 

다음은 그 때의 짧달막한 이야기.

 

요하네스버그를 떠나 한참을 날아와 비행기는 홍콩에 착륙. 김원장은 홍콩이 처음이었나 그랬고, 나 역시 헤아려보니 장장 백만년만의 재방문인지라(사실은 12년 전. 쿨럭, 내 나이가 어언 -_-; 어쨌든 당시 딱 하룻밤 보냈을 뿐) 홍콩에 대해 기억나는 바와 말할 수 있는 바는 아무 것도 없다. 아무런 대책없이 떨어진 홍콩이지만, 그래도 아쿠아(www.aq.co.kr)에 접속하면 뭔가 나오겠지~싶어 환전부터 하고(100USD=721.7HK$) 우선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아 공항 내부 삼만리. 물어물어 찾아가니 윗층 출국장엔가에 있는 Pacific Coffee라는 커피숍에 가서 음료를 구매하면 15분간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단다. 제일 싼 아이스티 한 잔(19HK$) 시켜놓고 아쿠아에 접속, 홍콩에서 가장 평이 괜찮은 호텔 4개를 골라낸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어쩌다 생긴 플래티늄 카드의 혜택으로 홍콩에선 휴양지삘로 나름 근사하게 지내보자며 헐헐거렸던 터였으니(이틀 연속 숙박할 경우, 하루치만 지불하면 된다니까).

 

그런데 당일로 이렇게 예약해도 될까? 뭐, 호텔에 방만 있음 가능하지 않겠어? 근처의 공중전화로 자리를 옮겨 여행사에 국제 전화를 시도하려는데, 어랍쇼, 이 전화기는 신용카드로 해야 한단다. 또 버벅거리면서 어찌어찌 연결된 전화, 그런데 벨이 아무리 울려도 받지를 않네. 뭐야? 잘 못 건거야? 번호 맞는데? 여행사가 전화를 안 받으니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이번엔 카드사로 전화를 넣어보지만 카드사에서도 ARS만 돌아가네... 왜들 이래?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니 오늘이 일요일이라 근무를 하지 않는단다. 헉, 그렇구나, 오늘이 일요일이었구나(그것도 모르고 여태 닭짓을 -_-;).

 

어쩔 수 없지. 공항에서 직접 부딪히는 수 밖에. 이용하고 싶진 않았지만 오랜 비행으로 몸이 급격히 쳐져오는지라 공항의 호텔 예약 대행 부스를 찾아간다. 골라낸 4개의 호텔 중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두 곳은 내게만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었는지 Already full. 그리고 또다른 옵션이었던 쉐라톤 역시 일반 룸은 이미 다 차고 상위 그레이드의 방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럼 우리에겐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로얄가든(The Royal Garden), 너 당첨! (헉, 열라 비싸 -_-; 트윈룸 1,469HK$/박 X 2박 = 2,938. 1,300 방값에 자그마치 13%의 Tax. 거기에 조식 불포함까지 쿠쿵. 카드로 긁고 어여 잊어버리자 -_-)

 

다음은 공항 리무진을 이용할까 공항 익스프레스열차(Airport Express Adult Ticket 가격 : 구룡->공항 편도 90HK$/인)를 이용할까 또 고민. 잠시 갈등하다 기왕 저지른 것, 이번에도 우아 모드로 밀고 나가자 해서 리무진 선택(130HK$/1인). 리무진 티켓(Airport Hotelink)을 끊으니 단체 패키지마냥 가슴팍에 색깔 스티커를 붙히라네. 우리 이외 리무진을 신청한 사람들과 함께 잠시 대기하고 있다가 리무진 출발 시간(홍콩에 12시 반쯤 도착했는데 입국 수속하는데서 줄서서 한참 보내고 이런저런 정보 알아본다고 또 시간을 보낸지라 오후 2시 45분 차 이용)에 맞추어 안내자의 인솔에 따라 이동, 잠깐 열린 주차장 문에서 밀려드는 엄청 후끈한 바람이라니. 아, 내가 아열대의 홍콩에 온게 맞구나.  

 

리무진에 오르니 여기 저기서 한국말이 들려온다. 하긴 아무 대책없이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홍콩에 내려서도 공항 여기저기서 유용하게 쓰일 지도나 한국어로 된 여행정보책자(홍콩 여행 안내서)를 찾기 어렵지 않았으니 그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반증이리라.  

 

밀리는 홍콩 시내를 관통하며 잠깐 익스프레스를 선택하지 않은데에 대해 후회하는 감정이 한 번 일고, 내가 선택한 로얄가든 호텔이 일방통행 길을 돌며 돌며 달리는 리무진의 마지막 정거장이었다는데 다시 한 번 후회를 했다마는(공항에서부터 약 1시간 소요) 그래도 후줄근한 차림으로 낡은 배낭, 라운지 한 구석에 던져놓고 나와는 다른 모습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체크인을 하는 뻘쭘함만 잠시 겪고 난 뒤 배정받아 들어간 비싼 호텔룸은 역시나 좋더라(좀 낡긴 했지만 그 정도면 뷰도 좋고 입지도 좋고).

 

비행기에서 저녁도 안 먹고 아침도 안 먹은 김원장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밥 차려 먹기. 된장국에 김싸서 한 끼 든든히 먹고 홍콩에서의 첫날밤, 우리가 놀러나간 곳은 누구나 홍콩에 오면 한 번은 들르는 침사추이 워터 프론트 산책로. 이 곳의 영화거리를 걸으면서 익숙한 배우들 이름을 찾으며 즐거워하고, 한창 연애중인 현지의 연인들과 홍콩을 찾은 수많은 다국적 관광객들과 섞여 <심포니 오브 라이트> 관람.  

 

 

흑, 백만불짜리 야경이 이 넘의 수전증에 무참히 박살나는구나. 심포니 오브 라이트 관람 중 잠시 생각, 엘지랑 삼성이랑 돈 좀 썼군. 이후 Clock Tower를 지나 Canton Rd 따라 걷다가 Ashley Rd 구경하고 이번엔 Nathan Rd 따라 Temple St의 야시장까지 진출. 여기저기 편의점에 들어가보니 신라면에 하이트 맥주까지 여기가 한국인지 홍콩인지.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신라면 2개랑 홍차 구입(15.7HK$). 정신없이 야시장을 구경하다가 보기에도 실한 체리가 있어 20HK$어치 구입(어찌나 맛나게 먹었는지 이후로도 보이기만 하면 매번 사다 먹음).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다보니 야시장에서 벗어나 Knutsford Terrace쯤에 이르자 배가 고파온다. 그래서 당연 야식을 챙겨 먹었는데 다음 사진은 우리나라의 그것에 비하면 심플하기 이를데 없는 빙수와 다소 비린 생선 만두를 띄운 국수 되시겠다(60HK$). 홍콩은 신데렐라가 살기엔 다소 괴로울 듯. 늦은 밤까지 즐길거리가 넘 많아서 말이지.

 

 

 

이렇게 먹고도 모자라 숙소 근처 수퍼에서 김치만두 ^^;(24.9HK$)와 레몬 아이스티(4.6HK$) 하나 더 구입. 호텔로 돌아와 김치만두의 반을 먹어치우다. 홍콩 사람들은 그다지 뚱뚱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이런 식으로 얼마간 홍콩에서 지내다간 더욱 굴러다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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