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말이겠지만 숙소 직원 이상으로 친절한 주인 아저씨가 방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끝내준다고 하여(왜 아니겠나) 동이 터오기 전부터 일어나 창 밖으로 펼쳐지는 밤바다를 보고 앉았다. 그러나 여전히 가는 빗발이 뿌옇게 바다 위로 내려앉는 모습이, 오늘, 동트는 모습을 보기에는 그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마루바닥에 주저앉아 뜨거운 시금치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으며 내내 바다를 바라본다. 비 내리는 바다도 나름 운치있구나, 하면서. 그런데 이 꼭두새벽부터 물개들은 어디로들 저리 바삐 가는 것일까?

 

날이 좀처럼 개일 것 같지 않아 모셀 베이에서 하루 더 머무를까 했던 계획을 철수하고 케이프타운(Capetown)을 향해 달려보기로 한다. 오늘이 수요일인데, 늦어도 내일, 즉 목요일에는 케이프타운에 도착하여 나미비아 비자와 보츠와나 비자를 해결해 놓아야 케이프타운에서 지체하는 일 없이 나미비아를 향해 달릴 수 있기 때문. 그래, 하루 일찍 안전빵으로 가보자!

 

 

케이프타운을 향해 달리다보니 저 멀리 두터이 하늘을 덮었던 구름떼가 끝나는 것이 보인다. 아, 이제 저 지역으로 들어서면 빗발이 저물겠구나.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짙은 구름떼 아래를 벗어나자마자 빗방울은 자취를 감추고 이번엔 태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참고로 우리가 빌린 차 유리에는 아무 처리도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태양이 기승을 부리면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을 가리느라 바쁘다. 현재 이 나라는 쌀쌀한 초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햇볕은 왜 이토록이나 따가운지. 물론 그 막강함이 이 땅에 살아오던 인간의 피부색을 좌지우지해왔겠지만.  

 

 

 

양떼에 초원에... 한가로운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마치 얼마 전 다녀온 뉴질랜드스럽기도 한데 가장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면 남아공의 이 지역 마을들을 지날 때마다 고속도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백인이 사는 지역과 흑인이 사는 지역이 그 부의 편차로 인해 판이하게 나뉘어진다는 것이다. 섞여살면 큰 일 나나? 어쩌면 그들이 소유한 자본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항력의 분야일까?

 

운전 중 적당히 쉴 만한 마을이 있으면 들어가 쉬려고 했는데 마땅히 땡기는 곳이 없어 그냥 고속도로변의 간이 휴게소 - 활엽수 한 그루 덩그러니 선 아래 테이블 하나 달랑 가져다 놓은 - 에서 쉰다. 김원장은 낮에는 차를 몰고 밤에는 치안상 많이 걷지 못하다보니 요즘 운동량이 부족한 것 같다며 쉴 때마다 왔다리갔다리 뛰어 댕긴다(이에 반해 나는 틈만 나면 남아서 싸들고 온 피자 쪼가리나, 사다 쟁여놓은 쇼핑 목록들을 뒤지며 이거 지금 안 먹으면 상한다는 이유를 들먹여가며 먹어 치우느라 바쁘다 ㅋ).

 

 

<멀리 보이는 Strand의 모습>

 

희망봉과도 손이 닿아있는 False bay의 모습이 산 아래로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차들이 다시 늘어난다. 으흠, 그래. 이제 케이프타운으로 들어간다 이거지? 케이프타운의 중심지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김원장의 주의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지도에서 Namibia Tourism Board(NTB) Office를 찾아내 그 앞으로 김원장을 안내해야하는 나 역시 만만치 않게 긴장도가 높아진다.

 

<케이프타운 시가지>

 

그러나 NTB는 스스로 장하다 생각할만큼 한 번에 찾아냈다(나는야 워킹 내비 ^^; 그렇지만 주차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NTB를 코 앞에 두고도 골목을 돌아 좀 벗어나야 했다). 나미비아 비자를 수월히 받고, 시계를 보니 보츠와나 영사관의 점심시간이 아슬아슬 걸린다. 미리 적어온 주소와 지도를 맞춰보며 보츠와나 영사관을 향해 발걸음을 서둘러보지만, 이 쯤이어야 하는 자리에 영사관이 안 보인다. 잠시 헤매다 결국 영사관을 찾으니 아뿔사, 문은 이미 점심시간이라며 굳게 닫힌 후다. 우리도 그럼 뭣 좀 먹어볼까?  

 

여느 국가의 번화한 시내와 다름없는 케이프타운 한 복판에서 핫도그를 하나 먹으며 기다린다. 그늘은 옷깃을 여밀만큼 쌀쌀해서 광합성을 하는 식물마냥 햇볕 아래 광장에 서서 핫도그를 먹는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보츠와나 영사관을 방문, 혹시나 비자를 못 받을까봐 다소 얌전 모드로 비자를 신청한다. 친절한 NTB와는 달리 보츠와나 영사관은 냉랭한 분위기가 감돈다는 소문 때문이었는데, 그 사이 담당자가 바뀌기라도 했는지 별다른 불친절은 못 느끼고 무사히 영사관을 나선다. 아, 이제야 오늘의 할 일이 끝나면서 긴장이 풀려오는구나. 아, 하나 더 남았다. 바로 케이프타운의 숙소를 정하는 것.

 

번잡한 시내에는 묵기가 싫어서 보다 조용한 외곽쪽, 즉 Green point나 Waterfront, 조금 멀게는 Sea point 방면으로까지 마음을 정하고 나선다. 아,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기라도 한 것인지 가이드북을 통해 리스트에 올려놓은 몇 숙소들이 아예 자취를 감추고 없어졌거나, 방이 없거나, 스틱 차량으로 찾아가기에는 너무 어려운 좁다란 언덕길에 있거나, 아니면 그 길마저 공사중이라 터무니없이 우회해야 한다거나, 기껏 우회해갔더니 일방통행이라거나 뭐 그런 짜증의 연속인 것이다. 아침부터 먼 거리를 운전해 오면서 제대로 길게 쉬지도 못하고, 또한 비자 신청을 한답시고 신경을 쓴 김원장은 가격이 비싸거나 말거나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서 쉬자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원하는 나와 결국 의견이 충돌하게 된다. -_-; 김원장이 날카로워지기 전에 내가 김원장 의견을 따랐어야하는건데, 몇 푼 아끼겠다고 우기다 종종 부딪히곤 하는 우리. ㅋ

 

마침내 김원장의 뜻대로 현재 우리가 멈춰서 있는 지점에서 가장 가까이에 보이는, 고급 숙소 표지판을 따라 따라 꼬불꼬불 골목길을 들어간다.

"여기가 얼마든 그냥 여기에서 잔다!"

일갈하는 김원장의 엄포를 들으며 -_-;

 

작은 부띠끄 호텔식 숙소는 분명 고급이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수기 특별 요금을 적용하니 김원장과 감정 싸움을 할만큼의 가격이 역시나 아니었다(하긴 우리끼리 이런 소모전을 벌이느니 얼마든 돈을 더 지불하는 편이 남는 장사 같긴 하다. 이론은 분명 그럴진데 왜 막상 현실에서는 이게 안 되지? -_-;). 이에 다소 의기양양해진 김원장의 '그 봐라. 다음부턴 나 피곤할 때 돈 아끼겠다고 우기지 말아라' 소리를 또 한 번 들어야 했지만. ^^;

 

그 좋은 ^^; 숙소에서 몸을 좀 지지다 어두워지기 전에 Waterfront 구경을 나선다. 숙소에서는 걸어서도 다녀올만한 거리~ 요하네스버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긴장을 풀 수 없는 대도시이기에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워터프론트에 한 발짝씩 다가간다.

 

 

<워터프론트에서는 본인의 취향에 맞게 색색별로 설계된 루트를 따라 관광을 하거나 아니면 우리처럼 파랑->빨강->초록순으로 마구 섞어서 돌아댕겨도 무방하다 ㅋ> 

 

<우리의 이번 여행 역시 뭉그니님과 엇비슷한 시즌에 이루어졌다. 뭉그니님께선 우리보다 반 년 정도 앞서 남부 아프리카를 여행하셨다 

http://welovetravel.net/a/2007/africa/PhotoAlbum3/09_jpg_view.htm>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테이블마운틴>

 

 

 

 

<이 지점쯤에서 한국인 중장년 부부 몇 쌍을 만났다. 패키지로 오신 뒤 워터프론트에서 자유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것처럼 보였다. 언젠간 나도 저렇게 샬랄라하게 차려입고 다닐 날이 올까?>

 

 

워터프론트가 세계 3대 미항에 들어가는지 안 들어가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어쨌거나 객관적으로 아름답다 일컬어지는 곳임은 맞다. 하지만 주관적인 나의 생각은 이렇다. 마치 세계 어느 곳의 시장이 모두 비슷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듯이, 세계 어디나 제법 이름난 항의 풍경 또한 거기서 거기라는 것. 그 중 어느 항이 특출나게 아름답다는 생각은 안 든다. 다만 이 곳의 경우, 항 그 자체보다 바탕화면격인 테이블마운틴이 이 항의 그 무엇보다도 멋지다는 생각은 든다(어째 나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삐뚤어져가고있는 것 같다).  

 

# 나미비아 비자

 

http://www.namibiatourism.com.na/index.php

 

나미비아 비자를 받기 가장 쉬운 곳이 케이프타운이라고 알려져 있다. Namibia Tourism Board(NTB)의 케이프타운 주소는 아래와 같다.

 

Ground Floor, The Pinnacle, Burg Street
Tel: +27 21 4223298 / Fax: +27 21 4225132 /
namibia@saol.com

@ 근무시간 : 오전 8시~오후 3시(월~금) 

 

이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하네스버그에도 NTB 오피스가 있다(그러므로 시도해 보진 않았지만 이론상으로는 요하네스버그에서도 비자를 받아 나미비아에 들어갈 수 있다).

 

@ 준비물 :  여권(+오버랜드를 할 예정이라면 오버랜드 일정표 / 우리처럼 개별 여행일 경우 일정표 요구하지 않음), 비자발급비용 1인당 138R + 전신환 수수료(?) 건당 75R (전신환 수수료는 건당 발생하므로 가능하다면 몇 명이 모여 한꺼번에 같이 신청하는 것이 유리할 듯 싶다. 단, 일행의 일정이 꼭 같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 절차 : 비자 신청서 작성(단수/복수 결정) -> 여권을 오피스에 맡겨놓고 적어주는 종이를 들고 안내해주는 근처 ABSA 은행으로 감(걸어서 2~3분 소요) -> 은행 내 줄이 두 줄인데 그 중 Enquiry말고 Tellers 줄에 서 차례를 기다림 -> 받아온 종이와 해당 금액을 내고 전신환 발송 -> 텔러가 주는 종이에 주소와 이름을 기입하고 다시 제출 -> 텔러가 도장 찍고 돌려주는 2장 중 75R짜리 수수료 영수증 말고 비자 비용 송금 영수증을 NTB에 가져와 제출 -> 이미 비자가 나와있는 여권 돌려받음

 

NTB에서는 나미비아 비자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미비아 관광에 대한 수많은 무료 책자가 구비되어 있다. 필요한 브로셔가 있으면 이 곳에서 챙길 것.

 

 

# 보츠와나 비자

 

http://www.botswana-tourism.gov.bw/index_f.html

http://www.botswanatourism.org.uk/

 

@ 주소 : Botswana Consulate General

         8 Riebeeck Street, 5th floor, Southern Lifr Centre

 

이 건물은 들어갈 때 중앙의 엘레베이터 입구에서 게스트북에 인적사항을 적고 입장해야 한다.

 

@ 근무시간 : 오전 8시~오후 1시, 오후 2시~4시 30분(월~금)

 

@ 준비물 : 여권, 여권 사본(만료일이 나오게), 사진 2장, 오버랜드를 할 예정이라면 오버랜드 일정표(오버랜드를 하지 않을 경우라도 이 일정표가 있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아무 오버랜드 회사의 일정표를 출력해 갔더니 그 일정표에 우리 이름이 나와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_-; 그래서 그 종이는 잊어버렸기 때문에 못 가져온다고 했더니 그냥 OK해주었다. 공식적으로는 일정표가 없으면 초청장이나 return ticket, 차를 가지고 들어갈 경우 vehicle registration paper등을 내야 비자를 발급해 준다고 했기 때문에 오버랜드를 한다고 구라를 친건데 -_-;), 비자발급비용 1인당 582.45R (안 그래도 터무니없이 비싸기로 유명한 보츠와나 비자는 내가 마지막으로 알고 간 금액보다도 더 올라 있었다)

 

@ 절차 : 입구 앞에 앉아있는 여인에게서 비자 신청서를 받아 작성한 뒤 가져간 비자 비용을 비롯, 가져간 준비물들과 함께 제출 -> 영사관측이 그 돈을 가지고 은행에 다녀오는 동안 기다림 -> 직원이 은행을 다녀오면 영수증을 주면서 내일 오후 찾으러 오라고 함 -> 익일 수령(우리의 경우 내일 아침 영사관 문 열자마자 찾으러오면 안 되겠냐고 살짝 부탁해서 익일 오전 8시 30분에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비자 발급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아니므로 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우리처럼 부탁해 볼 것) 

 

나미비아의 그것과는 달리 보츠와나 영사관에는 여행객들이 딱히 챙길만한 브로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얇은 한 권짜리, <바자날라 Bajanala>는 보츠와나 관광의 모든(?) 자료를 담고 있으니 챙겨두자. 

 

# 드라이브

 

주행거리 : 415 Km

 

 

Mossel bay - Heidelberg - Swellendam - Cape town 순으로 N2를 따라 톨비 한 번 안내고 계속 달렸다. 되도록 일찍 케이프타운에 도착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30분 이상 쉰 마을이 없다. Swellendam은 그냥 휙 지나치기엔 멋진 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 숙소 

 

http://www.40winksguesthouse.co.za/ 

 

상기 복잡한 사연으로 인해 얼결에 찾아 들어온 Green point의 이 숙소는 척 보기부터 고급 부띠끄 호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숙소측은 럭셔리 게스트 하우스를 표방하고 있다). 주인 아주머니인 - 아마도 독일계? - Karin Joynt씨 역시 세련되고 우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우리가 추울까봐 전기담요도 챙겨주었다). 성수기에는 825~890R까지 하는 더블룸이 현재는 비수기라 510R에 제공된다(반갑게도 조식 포함 ^^;). 다만 여기에 주차비 30R는 별도로 받더라.

 

 

@ 방 : 더블침대, 미니바 냉장고, TV, 헤어 드라이어, 커피포트 etc

@ 화장실 : ensuite, 샤워기

@ 부엌 : 프런트에 요구하면 라면이고 뭐고 본인들 주방에서 끓여다 주겠단다

@ 수영장    

 

# 가계부

 

1. 주유 2회 : 220R(Mossel bay)+185R(False bay)

2. 케이프타운 다운타운에서의 주차 2회 : 6.5R(1시간)+5.5R

3. 가판 핫도그 : 17R (제법 커서 둘이 나눠 먹었다)

4. 나미비아 비자 : 138R X 2인 + 75R = 351R

5. 보츠와나 비자 : 582.45R X 2인 = 1164.9R

6. 수퍼 (Woolworths at Green point): 92R (치약 6R, BBQ 폭립 23R, BBQ 치킨 반마리 26R, 견과류 17R, 방울 토마토 20R) + 숙소 미니바 콜라 8R (저녁으로 사온 폭립과 치킨이 얼마나 맛나던지 여기에 콜라가 더해져야만 그림이 완벽할 것 같더라)

7. 숙소 : 545.1R (숙박비 510+주차비 30+Tourism levy 5.1) 신용카드로 결제(=73,170원)

8. 중국인 가게 : Sea point의 Main Rd변을 지나다 운 좋게도 중국 식품점을 발견했다. 남아공에서 어학연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촌동생으로부터 남아공에서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식품점에서 우리가 먹는 동북아 쌀(short grain)을 구입할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얼씨구나, 하고 들어가 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사촌동생 말 그대로 통통하고 짧달막한 쌀이랑 유효기간이 지난 (아직 안 지난 놈도 있고) 우리나라 라면까지 구비해 놓고 있더라. 이 곳에서 쌀 1Kg짜리 봉다리 2개와 라면 6개를 챙기고 74R를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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