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아레아 롯지에는 개만 많은 것이 아니라 새도 무지 많다. 대부분은 내 손바닥 크기보다 다소 크거나 작은 새들이지만 제일 황당했던 새들은 바로 커~다란 공작들. 이들도 나름 새랍시고 숙소 앞 마당이 제 집인양 돌아다닌다. 나는 왜 공작만 보면 동물원 생각이 날까? 마치 철창 자물쇠를 열고 공작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 그러나저러나 공작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얘들, 꽤나 우아하다.  

 

 

 

<우리 방은 사진상 가장 왼쪽 건물>

 

<철없는 마누라는 숙소 앞마당을 뛰어 노는데 반해 김원장은 승마시 주의점에 대해 열공중>

 

그리고 드디어 말레아레아에서 말을 타다! (김원장, 승마시 뭘 주의하래? ^^;)

 

 

마부 아저씨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김원장!

 

지금껏 국내에서 몇 번, 외국에서도 몇 번 말을 타보기는 했는데(아래 3장의 증명사진 참조),

 

<중국 중전 의랍초원> 

 

<중국 대리 창산 다녀오기>

 

<중국 노고호/루구호>

 

보다시피 모두 다 그리 크지 않은 조랑말 수준이었다.

 

말레아레아 역시 내 건 제목은 Pony trekking이라 그간 타왔던 조랑말이겠거니 하고 말에 다가섰는데, 이런 웬걸, 내 앞에 우뚝 서있는 말이 너무나 큰 것이다 -_-; 아저씨의 도움으로 말에 겨우 올라타기는 했는데 말타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겁이 살짝 날만큼 바닥이 멀리 보인다. 이거 낙마라도 하면 대략 난감인데?

 

게다가 이 곳의 시스템은 누군가가 나의 말을 계속 지켜봐 주는 것이 아니고, 마부 아저씨 역시 마부 아저씨 나름의 말을 따로 타고 우리와 함께 걷거나 달리는 시스템이라 혹시라도 순식간에 벌어질 위험에 적절히 대비하기 곤란할 수가 있다(승마 전에 혹여 그런 불상사가 벌어진다고 해도 모두 다 개인의 책임이다, 따위의 문서에 서명을 하기도 한다 ^^;). 이런 이유로 내가 말에 탄 뒤 급격히 자신감을 잃는 모습을 본 아저씨가 얼른 내 고삐를 대신 쥐어줄 어린 학생 하나를 부른다.

 

"그럼 남편분은 혼자 타시라고 하고, 마담은 이 아이와 함께 돌고 오는 것으로 하죠"

 

아닌게 아니라 숙소를 벗어나 오늘의 승마 코스로 접어드는 길은 급한 내리막길이라 남에게 내 말의 고삐를 맡기고도 무섭다. 엄마야~ 이래서 과연 남은 시간 동안 괜찮을까?

 

그런데 김원장이 그 내리막길을 그럭저럭 홀로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다시 자신감이 불타오른다. 뭐야? 나도 내 갈 길을 가야겠다!

 

"저도 혼자 탈래요~"

 

김원장과 마부 아저씨의 걱정스러운 눈길과 일당(?)을 놓칠 위기에 놓인 아이의 원망섞인 눈길을 뒤로 하고 나도 내 고삐를 감아 쥔다. 가자, 치타!

 

 

<그리하여 홀로서기에 역시나 성공! 음하하~>

 

이제 온전히 말이 전해주는 리듬에 내 몸을 맡기고 이 흔들림을 즐기면 끝.

 

 

김원장의 얌전한 말에 비해 내게 주어진 말은 여물이 충분치 않았는지 틈만 나면 길을 벗어나 먹이를 먹겠다고 하는지라 - 그럴 때마다 말이 고개를 숙이기 때문에 위에서 중심 잡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내게 이런 말이 걸렸는지 - 결국 보다 못한 마부 아저씨가 내 옆으로 달려와 내게 채찍 대용으로 나뭇가지를 하나 줬다. 말이 길을 벗어날 때마다 말의 엉덩이를 '세게' 때리며 '하잇'이라고 외치라면서(그렇다. 여기선 이랴~이랴~가 아니었던 것이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명령어를 알아듣는 말 ^^;).

 

 

<내 앞에 펼쳐진 두 갈래 길. 말이 똑똑하다더니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 알고 있다며 아저씨가 그냥 냅두라고 했다. 갑자기 김유신에 얽힌 일화 생각이 ^^;>

 

<우리가 택한 코스는 말레아레아에서도 아주 아주 작은 마을을 지난다>

 

 

 

사진상 정면으로 보이는 집에는 2살, 3살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아기들 둘도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 아기들 역시 누가 레소토인 아니랄까봐 이 아기들 몸집에 맞는 담요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아기용 담요라니 ㅋㅋㅋ ^^ 게다가 이 아이들이 말을 타고 지나가는 우리 뒤를 혀짧은 소리로 헬로~ 헬로~하며 넘어질 듯 한 동안 뛰어오는 모습에서 정말이지 말에서 떨어질 위험만 없으면 얼른 내려서고 싶었다는.

 

 

 

 

 

<잠시 쉬는 시간. 아저씨야 자유자재로 말에서 타고 내리지만, 우리에겐 말 위에서 쉬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먹을 것을 밝히느라 속도가 자꾸 떨어지는 내 말. 이러다가도 갑자기 뒤의 아저씨의 '하잇' 몇 번이면 불시에 마구 달린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처음엔 달리는게 무지 재밌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샅 부위에 오는 통증이 장난이 아니라는 ^^;>

 

 

 

 

 

 

<다시 숙소로 향하는 주도로로 진입. 이 쯤되면 하반신의 고통으로 인해 오히려 숙소가 가까와짐이 기쁘다.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 동네는 초등학생으로 되어 보이는 아이들도 이따만한 말을 타고 따가닥 따가닥 내 옆을 멋지게 지나간다>

 

<드디어 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가 무사히 끝나고 숙소에 도착>

 

 

내일쯤 다시 한 번 더 타면 훨씬 잘 탈 수 있을 것 같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고도 먼 우리. 이 쯤에서 '작지만 속이 꽉 찬' 말레아레아와도 작별을 해야 한다. 남아공을 여행한다면 레소토를, 그리고 레소토의 말레아레아라는 이름을 기억하도록. 그야말로 바람처럼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체험할 수 있을테니까. 또 아는가? 나처럼 옆에 있는 상대방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우린 왜 이렇게 멋지게 살아?" 

 

# 말레아레아 롯지에서의 승마 및 액티비티 (큰 사진이 필요하신 분은 연락 주세요)

 

 

우리 부부가 한 것은 두 번째, 2~3시간 짜리 Easy Pitseng Plateau 코스(2명이면 1인당 125R, 3명 이상이면 1인당 100R / 근교를 크게 한 바퀴 돌아오는데 펼쳐지는 말레아레아의 경관이 정말 장관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짧게는 1시간 짜리 간단한 승마에서부터 원한다면 말 타고 며칠이고 트레킹 하는 것까지 모두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승마를 시작한지 1시간 30분 정도 지나면, 간만에 승마할 때면 꼭 찾아오는 하반신의 통증으로 인해 슬슬 괴로워진다. 승마 첫 날, 너무 욕심을 내지 말 것. ^^

 

참고로 우리는 가능한 한 아침 일찍 승마를 하고 싶어 8시 30분에 신청을 했는데, 숙소 주인 아저씨 왈 오전 9시나 되어야 가능할거라고 했다(말레아레아 현지인들과 연결시켜준다).

 

 

 

 

 

# 드라이브

 

주행거리 : 248 Km

 

 

말레아레아 - Mafeteng - Van Rooyens gate (국경 출입국 사무소) - Wepener - (R26) - Van Stadensrus - Rouxville - (N6) - Aliwal north순으로 이동했다. 우습게도 나마저 전후 맞은 편 달리는 차량 속의 운전자며 승객들이 모두 흑인이었던 레소토에서, 다시 대부분 백인들이 운전하는 남아공으로 넘어오니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이 분위기에 다시 곧 익숙해지겠지.    

 

남아공측 국경 마을이라 할 수 있는 Wepener에서 R26으로 빠지는 지름길을 못 찾는 바람에 Jammerdrif 쪽으로 16Km 가량 돌아야 했다는 ^^; N6는 고속도로이긴 하지만 국도스럽고 Van Stadensrus 마을은 썰렁의 극치, Rouxville 역시 진입도로가 비포장도로라 돌아나와야 했다.  

 

참고로 Mafeteng에 이르기 전, 또 한 번의 경찰 검문이 있었다. 토요일 오후라 없기를 바랬는데 ^^;

미리 20R 지폐를 주머니에 넣어두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일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리고 -_-; 있었는데 우리를 신기해하며 여행 잘하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휴우~ 이 나라 역시 나쁜 넘들만 사는 곳은 아니였구나 ^^;

 

# 레소토 -> 남아공 출입국 with 차

 

우리가 이용한 국경은 레소토 남서쪽의 Van Rooyens gate였는데 이 곳으로는 드나드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 양국의 사무소 직원들 역시 모두 우리를 신기해하는 분위기 ^^;

 

레소토의 출국을 담당하던 직원은 우리가 말레아레아를 다녀왔다고 하자

"말레아레아는 어땠어?"라고 물으며 여행 잘하라고 했고,

남아공의 입국을 담당하던 직원은 우리에게

"남아공 어때?"라고 물으며 여행 잘하라고 했다(나는 혹시나 지난번 레소토 입국시 남아공 출국 도장이 없는 것을 문제시 삼으면 어쩌나 했는데 전혀 신경 안 쓰는 분위기).

 

역시나 차에 대한 특별한 절차는 필요 없다.

 

# 숙소

 

우리가 오늘 찾은 알리왈 노스(Aliwal north)는 온천으로 나름 알려진 휴양도시지만 론리 플래닛에는 극히 적은 정보만이 있는 곳으로 소개하고 있는 숙소도 콘빌(Conville) 달랑 하나뿐이다.

 

http://conville-farm.com/index.html

 

유서깊은 고저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콘빌은 마침 모든 방이 다 예약된지라 콘빌의 주인에게 다른 숙소를 소개받았다(쌀쌀한 토요일이라서인지 온천 도시 알리왈 노스의 웬만한 숙소는 모두 다 full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손으로 그린 약도까지 받아들고(약도가 부실해서 좀 헤매긴 했지만)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바로 Marilyn's guest house(혹은 Marilyn's B&B). 개인적으로는 다소 위압감이 느껴지던 콘빌보다 Marilyn's guest house의 좀 더 프라이빗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 1인당 165R로 2인 330R를 지불했는데 대가족이 와도 끄덕없을 커다란 방을 내주어서 한층 기분이 더 좋았음은 물론이다. 할머님들이 운영을 해서 그런가.. 방 내부 역시 깔끔하고 정성스럽게 잘 관리가 되어있다.

 

 

@ 방 : 더블침대, 싱글침대 etc (히터에 전기담요까지 빵빵!)

@ TV, complimentary coffee, tea

@ 화장실 : ensuite, 샤워기와 욕조(온천 도시라더니 온수가 콸콸, 정말 좋았다), 일회용 샴푸까지 가져다 놓은 데서 감동! (그간 너무 열악한 곳으로만 돌았나? ^^;)

@ Bed & Breakfast로 아침을 차려주는 식당과 붙어있는 부엌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즉석에서 차려주는 아침 식사도 매우 풍성하고 훌륭하다(주스, 과일, 씨리얼, 달걀, 소시지, 베이컨, 구운 토마토, 토스트, 잼, 마말레이드, 버터등) 

 

주소는 Durban street 99번지로(더반 스트리트의 거의 맨 끝 왼쪽집이다) 알리왈 노스의 약간 외곽이라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시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혹시라도 차를 가지고 근교를 여행하다 알리왈 노스에서 묵게 된다면 강추.

 

손전화 : 082-573-5129

이메일 : hugomarilyn@absamail.co.za

 

# 가계부

 

1. 2인의 승마 비용 및 팁 : 125 X 2 + 30 = 280R

2. 오렌지 : 5R (노상에서 개당 1R). 재차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맛은 별로 -_-;

3. 점심 : 110R (Mixed grill 50R, 치킨샐러드 30R, 음료 및 팁 포함)

<알리왈 노스의 Wimpy에서 먹은 Mixed grill>

4. 수퍼 : 땅콩버터 9.69R

5. 주유 : 205R

6. 숙박 : 330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