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왈 노스 다음의 목적지는 치치캄마(Tsitsikamma). 하지만 하루에 치치캄마까지 내처 달리기엔 좀 멀다. 그렇다고 포트 엘리자베스(Port Elizabeth : 현지인들은 그냥 PE라고 많이 부른다)처럼 커다란 도시에서 자기도 싫다. 그렇다면 루트상 어느 지점쯤에서 하루 묵으면 좋을까? LP에는 마땅한 곳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주섬주섬 무료책자를 긁어모았더니 어느새 몇 권으로 늘어난, 이런저런 남아공 안내책자(그 중에서도 Coast to Coast라는 배낭여행용 작은 책자가 제일 취향에 맞는다 http://www.coastingafrica.com/)들을 뒤적이다 결국 그럴싸한 곳을 발견해냈다. 그래, 오늘은 이 동네에서 자자! 바로 아도 코끼리 국립공원(Addo Elephant National Park).  

 

알리왈 노스의 B&B에서 근사하게 차려주는 아침식사를 거나하게 먹고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주인 할머님이 한국이라는 멀고 먼 나라에서 휴가차 왔다는 우리를 어찌나 신기해하던지 ^^;). 달리다 마을이 나오면 서고, 구경하고, 다시 차를 타고 달리고, 그러다 또 마을이 나타나면 서고, 구경하고... 한가로운 날이다.

 

그렇게 400여 Km를 달려 오늘의 최종 목적지로 삼은 아도 코끼리 국립공원을 앞을 지난다. 어라, 정말 도로변 울타리 너머로 코끼리떼가 지나간다. 하나, 둘, 셋.. 모두 열 한마리의 대가족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코끼리떼 구경을 한다.  

 

<누가 코끼리 공원 아니랄까봐 공원 밖에서도 코끼리떼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운이 무척 좋았던 셈이다(차를 아예 세워두고 구경하면서 입장료 굳었다며 좋아했다 ^^;). 그 드넓은 공원에서 차가 다니는 도로 가까이로 굳이 코끼리떼가 지나갈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코끼리들과는 달리 타조는 차도변을 잘도 돌아댕긴다>

 

마음에 두고 찾아온 숙소(짐작하겠지만 이 동네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라는 orange elephant backpackers ^^;)는 휴업 중이었다.

 

http://addobackpackers.co.za/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좀 더 좋은 숙소로 향한다. 역시나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던 두 번째 숙소의 주인 부부는 갑자기 찾아온 동양인 투숙객들이 반가우면서도 놀랍다는 표정이다. 이 곳 역시 지나온 다른 숙소 주인들과 마찬가지로 백인이 주인이다(남아공이야 그렇다치고 흑인이 대부분인 레소토의 말레아레아 롯지 주인조차 역시 백인이었다). 내가 부탁한 빨래는 집안일을 돕는 흑인이 맡고.

 

<우리가 묵은 The aardvark guesthouse & backpackers>

 

* 참고로 aardvark는 사전을 찾아보면 흙돼지니 땅돼지니 하고 나오는데 우리가 흔히 '개미핥기'라고 부르는 동물과 비슷하게 생겼다. 얘는 개미 안 먹나?

 

<정원은 아늑하고 밝고 잘 가꾸어져있다. 가끔 지나치는 차 소리만 제외하면 ^^; Good~> 

 

<숙소로 메인 건물과 론다벨 중 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당연 론다벨을 택했다. 역시나 이 곳 마당에도 빠지지 않고 남아공의 바베큐, 즉 브라이 시설이 되어 있다>

 

다른 날보다 여유롭게 숙소에 도착했기 때문에 간만에 밀린 빨래도 처리하고 짐 정리도 한다. 오늘같이 여행중 늘어지는 날도 나름 좋구나.

 

보통 저녁 식사는 해지기 전에 일찍 해결하고 들어오거나 혹은 숙소에서 해먹었는데, 오늘은 아도 마을 시내도 구경하고 간만에 근사한 외식도 하기로 한다(그러나 정작 아도 시내는 주유소와 작은 가게 하나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무지 작은 마을이었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께 추천받은 레스토랑을 찾아가 이름도 모르고 발음도 어려운 메뉴를 과감히 지르는 다소 무모한 짓도 해 본다. 아무래도 내 여기만큼 다양한 타조 요리를 먹을 기회가 당분간 오지 않을 것 같으니. ^^;

 

<그리하여 내 앞에 놓인 타조 까르파치오 Carpaccio. 입에 넣어 보고서야 '까르파치오'가 (이탈리아 스타일의) 육회를 뜻함을 알았다. 그러길래 이런걸 평소 먹어봤어야 알지 -_-;>

 

<김원장의 beef cordon bleu. 얘는 웨이터가 오늘의 스페샬이라길래 그래, 그럼 그거 다오, 해서 주문했는데 우리 앞에 나오고 나서야 아하, 아까 웨이터 발음이 cordon bleu였구나, 하고 알아챘다. 다시 말해 그 때까지 나는 내가 모르는 요리가 나오는 줄 알았다 -_-;>

 

비록 타조 육회는 먹기가 쉽지 않았으나 - 까르파치오가 육회인 줄 알았으면 주문전 다시 생각해 봤을텐데 - 김원장의 요리는 매우 훌륭하였던지라 마찬가지로 남아공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라는 이름도 어려운 뭔 와인과 무척 잘 어울렸다. 남아공의 와인은 듣던대로 무척이나 저렴해서 부담없이 분위기 살리는데는 아주 유용할 듯(물론 이를 매 끼니마다 달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 나라 사람들의 음주 운전이 좀 우려시되지만). 건배~ 편안하고 나른한 하루가 이렇게 저문다. 

 

(참, 여행 중 읽으려고 구독 중인 '작은책'을 한 권 가져갔다. 평소 부피도 작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주는 책이라 이번 여행에도 아무런 고민없이 가방 안에 챙겨 넣어둔 책인데 이 날 밤, 이 책을 열심히 읽던 김원장이 외국에 놀러나와 읽기에는 좀 잔인하다고 하더라. 어쨌거나 작은책,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http://www.sbook.co.kr/

 

# 드라이브

 

주행거리 : 450Km

 

 

 

Aliwal north - Burgersdorp - Steynsburg - Hofmeyr - Cradock - (N10) - Peterson - Addo 순으로 이동했다. 현재 크래독에서 고속도로로의 진출 부분이 공사중이라 한 차선을 양 방향의 차들이 번갈아가며 이용하고 있어 정체를 겪었다. 남아공에 도착하여 처음 탄 고속도로가 무척이나 크고 좋아(N3) 다른 고속도로들(N5, 6, 10)도 그럴 줄 알았는데 그 이후 그만큼 좋은 고속도로를 만난 적이 없다. 또한 그래서인지 톨비를 낼 일도 별로 없다 ^^;

 

그간 훤~할 때만 운전을 해서 라이트 켤 일이 없었는데, 오늘 저녁 외식을 시도하면서 라이트를 켜니 지나가는 반대편 차들이 하이빔 끄라고 난리다(그나마 지나는 차들이래봐야 거의 없으니 다행이지 -_-;). 결국 식당까지는 하이빔을 켠 채 달리거나 혹은 하이빔을 끈 채 잠깐의 암흑 속을 달리거나 하면서 양극을 번갈아 겪으며 도착, 그리고 식사 후에야 다시 차분히 운전석에 앉아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던 김원장이 결국! 라이트를 켜는데 성공한다. 참나, 남아공에 와서 차 빌려탄게 벌써 며칠째인데 이제야 겨우 라이트를 켜다니. 이렇게 한 걸음씩 익숙해지나보다. 

 

# 숙소      

 

메인 건물에서 잘 수도 있고 별채로 따로 지어진 이쁜 론다벨에서 잘 수도 있다(300R/박).

 

 

@ 방 : 더블 침대(포터블 히터)

@ 화장실 : ensuite, 샤워 공간과 화장실이 별도로 분리(나름 멋진 구조. 온수 사용 제한 있음)

@ 부엌 : 외부 메인 건물의 공용 부엌 사용 가능(물이 귀한 곳인지 설겆이 따위는 받아놓은 빗물을 사용하길 권한다)

@ 론다벨의 한계상 천장의 나뭇가지나 바닥에서 벌레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The aardvark guesthouse & backpackers의 홈페이지는 다음과 같다.

 

http://theaardvarkbackpackers.co.za/ 

 

이 숙소가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잘 보이지도 않는 사진 몇 장으로 아래처럼 소개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대략 확인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참고로 우리의 경우 이 중 'Daniell cheetah breeding camp'를 가보려고 했는데(김원장이 치타를 무척 좋아라~한다) 얼마라더라? 하여간 이 숙소에서 수십 Km 떨어져 있다기에 포기했다(http://www.daniellcheetahbreeding.co.za/).

 

숙소 주인 아주머니는 계속 우리더러 "아도 코끼리 국립공원 게임 드라이브(사파리)"를 하라고 꼬셨지만 이번 여행에 있어 사파리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던데다가 우리의 앞으로의 여정에 보츠와나의 초베 국립공원이 있는지라(이 곳 역시 코끼리를 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거절했다. 참, 이 곳 아주머니는 투숙객들의 국적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국기를 구해 리셉션의 한 벽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일장기는 있었지만 태극기는 없었다. 아주머니가 묻는 태극기 모양을 영어로 설명하기란 참.. -_-;

 

# 가계부

 

1. 수퍼 (Shoprite Cradock) : 32R (도넛 2.7~4R, 견과류 14R, 과일주스 2병 각 6R 등)

2. 주유 : 201R

3. 숙소 : 300R (1박) + 25R (5Kg이하 세탁)

4. 저녁 : 110R (물 6.5R, 타조 육회 31R, 비프 코동 블뤼 55R, Simonsrood 와인 1잔 11R, 팁 포함) at Lenmore Restaurant and deli

 

http://www.lenmore-addo.co.za/restaurant.htm

 

참고로 렌모어 레스토랑은 숙소와 파충류/맹금류 공원 등을 함께 운영하는 제법 큰 그룹에 속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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