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아침에 차가 서리 맞은 것이 기억나서 어제 저녁에 신문지를 한 장 덮어두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덕분에 안녕이다. 물론 시동은 여러번 시도 끝에 겨우 걸렸지만.

 

다시 엊그제 달려왔던 길을 따라 친절한 정비소 할아버지를 만났던 Howick도 지나 이번엔 약간 북상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평이한 느낌을 주는 '고속도로'지만, 남아공의 이 고속도로는, 아니 이 구간만큼은 드라켄스버그를 옆에 두고 달려서 그런지 풍경이 아주 멋지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레소토의 말레아레아. 자타가 공인하는 레소토 전문가라는 숙소 주인 러셀은 우리에게 1차로 남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길을 권했지만, 우리 생각에 그 길은 가장 지름길일 뿐, 길 상태는 사니 패스와 마찬가지로 썩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리하여 조금 돌더라도 2차 추천안을 - 안전빵으로 - 선택하기로 한 것. 

 

지도를 살펴보니 하루에 말레아레아까지 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고, 이번엔 레소토의 북쪽 국경 너머에 있는, 남아공의 Golden gate highlands 국립공원이 적당한 중간 경유지일 것 같다. 오늘은 그리로 가자!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던 고속도로 휴게소의 모습> 

 

<치킨 샐러드, 오늘도 Steers의 매상을 올려주다>

 

처음 찾은 휴게소는 애들이 방학을 한 건지, 아니면 어딜 단체로 놀러가는건지 한 눈에 보기에도 부티가 줄줄 흐르는 정장 스타일의 교복을 차려입고 휴게소를 온통 점령하고 있었던지라 일단 후퇴하고, 다음 휴게소를 찾아갔는데, 이 다음 휴게소 역시 전보다는 행색이 추레해 보이는 좀 더 어린 아이들로 득시글거렸다(수학여행 철이라도 되나?). 이외 차이가 있다면 전자의 아이들은 피부색이 하얗고, 후자의 아이들은 검었다는 것. 뭐냐? 그들의 경제적 상황은 그렇다치고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에도 차별을 두는 건 설마 아니겠지. 이런 우연이라니.

 

<우리가 장난삼아 주공 주택이라고 불렀던, 정부에서 지어준 것으로 보이는 똑같이 생긴 주택들의 끝없는 행렬. 예상하다시피 이런 주택에 사는 사람은 99.9% 흑인이며(흑인과 백인의 혼혈인 컬러드 역시 포함) 백인이 살 만한 커다란 도시 바깥 쪽으로는 여지없이 이런 흑인들의 집단 거주촌이 있다. 주공 주택은 그나마 형편이 아주 좋은 편에 속하고, 보통은 그저 보기만 해도 끔찍한, 빈민촌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이제 작은 고개를 넘어, 그간 여행해 오던 Kwazulu-natal 주를 벗어나 새로운 주, free state로 접어든다. 고개 따위의 자연을 경계로 행정구역이 바뀌는 것은 남아공이라도 다르지 않구나.

 

 

골든 게이트 하이랜드 국립공원은 우리가 흔히 사파리를 통해 보기 원하는 Big 5에 속하는 동물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다른 일반적인 초식동물들은 무척 많이 살고 있으며, 기이한 모양과 각양각색을 띄는 무수히 많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산들이 빚어내는 석양이 아름다와 free state주에서는 가장 손꼽히는 관광지 중 하나라고 한다. 좋은 점은 국립공원 내부에 공원을 가로지르는 관통 도로가 있어 차로 멋진 드라이브가 가능하다는 것. 드라켄스버그의 로얄 나탈 국립공원에서 겪었듯이 마찬가지로 이 드넓은 국립공원을 달리는 차는 손에 겨우 꼽을 정도로 적다.

 

http://www.sanparks.org/parks/golden_gate/all.php

 

 

<"뭐 동물들 좀 보여?" / "아니... 엇, 저기 영양 같은 게 있다!" 아프리카에서 만날 수 있는 영양의 종류는 무지 많은데, 우리는 스프링벅 정도만 겨우 구분해 내거나 말거나 한다. 나머지는 모두 그저 큰 영양, 작은 영양일뿐 -_-;>

 

<골든 게이트 하이랜드 국립공원의 일부. 다시 봐도 좋구나>

 

<공원내 가끔씩 뷰포인트가 있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이 공원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혔을 것만 같은 ^^; 붉은 사암 절벽>

 

처음엔 공원 내부의 숙소에서 잘 계획이었는데 가격을 알아보니 예산을 벗어난다. -_-; 어쩔 수 없이 공원을 지나쳐 벗어나 근교의 가장 가까운 마을, Clarens까지 내처 달린다. 그런데 클라렌스, 얘가 또 물건이다. 가이드북의 설명이 약간 과장이겠거니 했는데('free state주의 보석'이라고 하기에), 예술적 감각이 넘쳐나는 유럽풍(마을 둘레로 산이 있어서 그런지 스위스 삘이 나는 것도 같다)의 아주 작은 갤러리 마을이었던 것이다. 아니, 남아공에 이런 마을이?

 

http://www.clarens.co.za/

 

<클라렌스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

 

<갤러리와 기념품샵이 넘쳐나는 클라렌스라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이 무지 커다란 새> 

 

<김원장도 당일치기 여행 준비 중>

 

<쌀 때 잔뜩 먹어두자, 커~다란 스테이크 ^^;>

 

<시저 샐러드>

 

# 드라이브

 

주행거리 : 410 Km

 

 

그제 달렸던 길을 고대로 되밟아 Harrismith까지 N3 고속도로를 탄 뒤 다시 로얄 나탈 국립공원 갈 때 탔던 길(N5)을 잠깐 달리다 R712로. R712는 골든 게이트 하이랜드 국립공원을 관통하여 클라렌스까지 이어진다. 도로번호보다 가는 방면의 도시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 더 정확할 때가 많다.

 

# 숙소

 

처음 공원 입구로 진입을 할 때 입구에서 공무원이 행선지가 어디냐고 묻고 노트에 적는 과정이 있다. 이 곳에서 입장료를 내나 했는데 그런 건 아니었고 다만 제대로 공원 밖으로 나가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다.

 

앞서 밝혔다시피 처음 계획은 골든 게이트 하이랜드 국립공원 내 숙소 중 하나인 Glen Reenen Rest Camp에서 묵는 것이었다. 공원 바로 안쪽에 위치해 있고, 정면에 멋진 사암이 있는 것은 마음에 들었으나 공시 가격인 415R 외에 daily conservation fee 명목으로 120R가 추가 된다고 해서 맘을 접었다(다시 말해 공원 내 숙소에서 묵는 경우에만 추가로 conservation fee를 요구하며 그냥 관통할 시에는 공원 입장료 따위를 지불하지 않는다).

http://www.sanparks.org/parks/golden_gate/tourism/availability.php?resort=54&camp_id=63 (가격표)   

 

<글렌 리넨 레스트 캠프의 론다벨>

 

추가 요금이 붙는다는 대목에서 내가 그럼 여기 안 묵겠다고 하니 리셉션의 여성이 나에게 혹시 Wild card가 있는지를 물었는데 나는 그게 뭔지를 몰라 몇 번이고 what? 하고 되묻는 사태가 발생했다. ㅋ 알고보니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타입의 와일드 카드를 미리 구입하면 그 종류에 따라 해당 지역의 국립공원 입장시 conservation fee가 무료인 카드였다. 만약 남아공에 와서 국립공원만 허벌나게 다닐 생각이라면 와일드 카드를 구입하는 게 유리할 듯 싶다.   

http://www.sanparks.org/tourism/wild/

 

이후 우리의 목적지는 클라렌스로 바뀌었는데, 론리플래닛에 클라렌스 지도가 나오질 않아 우선 시내의 i부터 찾아갔다(아래 지도의 빨간 동그라미 내).

 

<출처 http://www.clarensgetaway.co.za/Home/map.htm

 

i에서 지도를 구입한 뒤, 가이드북에서 제일 저렴하다 소개하는 숙소 Clarens Inn을 물어 찾아 self catering이 가능한 폰도키(Pondokkie)라는 이름의 방을 받았다(저렴하다더니 정말이지 200R/1박). 

 

<폰도키의 내부>

@ 방 : 더블침대, 사용할 줄 모르는 벽난로, 작은 포터블 히터, 소파

@ 화장실 : 한 건물 내 있지만 우리가 묵는 방 외부에 있음. 샤워기(온수 사용에 한계 있음)

@ 부엌 : 냉장고는 없음

 

사실 평소처럼 이런 저런 방들을 구경한 후 이 놈을 하겠어요, 하고 턱, 키를 받은 건 아니고, 숙소를 찾아갔더니 주인이 없어 잠시 마당을 헤매고 있었는데, 어쩌다 일을 보러 온 동네 주민이 우리를 발견하곤 숙소 주인이 이 숙소와 더불어 함께 운영하는 여행사 Mountain Odyssey까지 직접 차로 안내해 주었다(여행사의 위치는 지도상 파란 점 두 개 중 하나인데... 정확한 위치가 기억 안난다 -_-;). 클라렌스가 워낙 작은 마을이니 만약 클라렌스를 가게 된다면 우선 이 여행사부터 들러 숙소를 소개 받는 편이 좋을 것 같다(더불어 무료로 배포하는 클라렌스에 관한 안내지도 한 장 챙기면 좋다. 클라렌스의 레스토랑, 근교 관광지, 갤러리와 샵 정보, 액티비티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자기네가 직접 운영하는 숙소 말고도 휴양지인 클라렌스의 다른 여러 숙소들을 안내해 주기도 한다.

 

http://www.infoclarens.com/index.html (마운틴 오디세이 여행사 홈페이지) 

http://www.dihlabeng.org.za/photo.asp?MainID=60 (클라렌스 인의 외관)

 

# 가계부

 

1. 쇼핑 : 22R (방울 토마토 2팩)

2. 톨비 : 60R (25+35)

3. 점심 : 73R (스테이크'버거' 27, 샐러드 26, 음료 7X2, 팁 포함) at 고속도로 휴게소의 steers

4. 클라렌스 i에서 지도 구입 : 5R (이후 저녁먹고 식당에 두고 나옴 -_-;)

5. 숙소 : 200R

6. 공중전화 : 3.5R (레소토 말레아레아 숙소 예약. 한 번은 동전을 먹어버리고 한 번은 자동응답기가 돌아가서 결국 세 번째에야 통화 가능)

7. 인터넷 : 20R (30min? 최소요금. 관광지라서인지 무지 비쌈) 말레아레아 숙소 찾아가는 길 출력

8. 저녁 : 130R (sirlion 스테이크 70, 시저 샐러드 35, 음료 두 개 8.5+9, 팁 포함) at 클라렌스의 The Barrel and Beef family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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