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도 거른채 오전을 홀라당 날려버린 비자 연장의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누가 에스파한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여 이란에서 가장 비자 연장이 쉽다고 했는가, 이미 좋은 시절은 지났다.  

우선 론리플래닛에 소개된 에스파한의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Office는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 더 이상 2nd Lane, Chahar Bagh Baia로 소개된 곳에 없다는 소리다. 새로 옮긴 오피스는 원래 자리에서 북쪽으로 근 두 블럭, 다시 서쪽으로 3.5블럭 떨어진 먼 곳, Rudaky st에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입구에는 영어로 된 아무 표시가 없다(밖에선 보이지 않는 안쪽의 메인 건물 입구에 Foreigns Affairs Management라 작게 쓰여있긴 하다).

에스파한에서 비자를 연장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그야말로 따끈따끈하기가 이루 말할데 없는 최신 정보).

1. 새로 옮긴 오피스를 찾아간다.
2. 외부 입구에서 휴대폰과 카메라를 맡긴다(키를 받는다).
3. 외부 입구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돌면 Reception & Visa Extension이라 쓰여져있는 수위실 같은 것이 보인다. 그곳에 비자 연장을 하러 왔다고 이야기하면 필요한 준비물이 영어로 적혀진 작은 쪽지를 준다(여권 앞면 사본 1장, 이란 비자면 사본 1장, 사진 2장, 양식 2장, 그리고 Melli bank를 통한 10000토만 전신환 영수증 : 계좌번호 2171150206006).
신청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꼭 루싸리를 쓴 사진이어야 한다고 한다. 고로 한동안 머리카락을 드러낸 사진으로도 신청 가능했다는 정보 역시 다 흘러간 얘기다.
양식은 수위실스러운 사무실을 뒤로하고 메인 건물을 바라보았을때 왼편으로 작은 부스가 보이는데 그 곳에서 양식을 서류철과 함께 판매한다. 2장에 3000리알(양식값이 아니고 서류철 값일까? 어쨌거나 300원).
4. 여성인데 루싸리를 쓴 사진이 없을 경우에는 건물을 다시 나와 길건너편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즉석 사진관을 찾을 수 있다. 이 곳에서 디카로 촬영및 뽀샵 -_-, 그리고 필요한 서류 복사가 가능하다. 나의 경우 필요면 카피를 하고 6장의 증명사진을 받는데 총 30000리알(3000원)을 지불했다. 사진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동일한 양식을 두 장 작성했다. 직업과 아빠 이름도 적으라고 하고, 누구랑 같이 다니며 여행 경비는 어떻게 충당하는지, 얼마나 더 이란에 머무르고 싶은지등을 적는다.

5. 미리 접근하기 좋은 멜리 은행에서 전신환을 보내고 영수증을 받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멜리 은행을 찾아가야 한다. 오피스 건물을 등뒤로 하고 왼편으로 나아간다. 처음 나오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Vahid st를 따라 쭉 올라간다. 이후 처음 만나는 큰 로터리가 Artesh avenue인데(멜라트 은행이 보이는 곳) 그 사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해서 조금만 가면 오른편에 멜리 은행이 있다(거리가 제법 된다. 오피스에서 걸어서 15~20분 정도?). 은행 내부 2층으로 올라가 계좌번호와 1만 토만을 낸다(은행 양식을 작성해야하는데 우리가 파르시를 쓸 줄 모르는 관계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

6. 성명/서명을 두군데엔가 하고 영수증을 받는다.

7. 다시 오피스로 돌아와 처음의 수위실스러운 오피스에 여권과 제반 서류를 제출한다.

8. 그곳에서 철해준 서류를 들고 메인 건물 2층으로 올라간다.

9. 2층에 올라가면 정면에 또 Reception & Visa Extension이라 쓰여진 사무실이 있다. 이 곳에 여권과 서류철을 넘긴다.

10. 비자 연장을 기다린다(우리의 경우 1시간 반 정도 사무실 앞에 앉아 기다렸다). 돌려받은 여권에서 연장 스탬프를 확인한다(내 경우 넉넉히 보름을 신청했는데 오늘로부터 한 달을 추가로 받았다).

우리는 사무실이 이사간 줄도 몰랐고 - 그래서 원 동네에서 한참을 헤맸고 - 다시 버스타고 합승택시 신세를 져 새로운 사무실을 찾아간 뒤에도 메인건물과 수위실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또 헤맸고, 사진관이 어디있는지, 은행이 어디있는지 또 헤매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얼마나 기다려야할지 모르는 가운데 이제나저제나 내 여권이 나오려나, 기다려야했다(담당 여직원 후세이니양이 좀 고압적인지라 깨갱하고 있었음).

 

뭐 그래도 한국에서는 나 8일짜리, 김원장은 한 번 빠꾸맞아 재시도해서 30일짜리 비자를 얻는데 돈은 돈대로 들면서(1인 10만원이었던가?) 자그마치 한 달가량 걸리지 않았던가. 그거에 비하면 여기서는 반나절 고생에 13300원으로 한 달 연장이니 수월하다면 수월한게지. 하지만 이란의 여러 도시중 에스파한에서의 비자 연장이 가장 쉽다는 정보를 철떡같이 믿고 일부러 루트도 그렇게 맞추어 방문한 사람에게는 조금 가혹한 절차였다(비자 만료일이 3일 이상 남아있을 경우에는 신청이 안 된다고 한다).

 

# 참고로 내가 한국에서 이란비자를 신청했던 곳은 http://cafe.naver.com/ttk0005.cafe 였다. 담당하는 분들이 모두 친절하고 통화로만도 이란에 대한 애정이랄까 열의 같은 것이 느껴져 믿음직스러웠는데 내 비자가 8일짜리로 발급되는 바람에 막판에 이미지가 좀 흐려졌다 -_- (게다가 현지에서의 비자 연장에 거의 돈이 안 들거라고 했는데 사진을 미리 준비했다해도 최소 10,300원 정도는 든다 ㅋ 사실 오래전 여행기들을 보면 연장하는데 돈이 얼마 안 들었더라) 하지만 그래도 추천하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사업 번창하시길.

 

김원장은 본인 비자 연장도 아닌데 에스파한이 이란에서 가장 성추행이 심한 도시중 한 곳이라니 어쩔 수 없이 계속 마누라를 따라다녔을게다. 게다가 얼마 안 걸릴줄 알고 밥도 안 먹인 후 끌고 나왔는데... 나중에 보니 완전 지쳐버렸더라. ㅋ

 

그래도 이런 와중에 소득이 몇 있었다. 우선 에스파한에서 버스타기. 일반 가판대보다 작은 전용(?)부스에서 10장짜리 버스 승차권을 판매한다. 꼭 중학교 다닐 때 이용하던 회수권같이 생겼다. 가격은 한 장당 250리알. 그러니까 한 번 타는데 우리 돈 25원이다. 이 곳 버스에는 앞문 입구에 작은 통이 하나씩 놓여있어 뒷문으로 하차한 여성들이 앞문으로 쪼르륵 가 그 통에 회수권을 넣더라.

 

또 에스파한에서 합승택시 타기. 운전사까지 6명이 정원인 합승택시는 보통 직선으로 운행하는 듯 싶다. 제법 거리가 나올 3블럭 이상을 가도 1인당 우리돈 150원을 받았다. 달랑 둘만 탄다면 바가지쓸 위험도 있지만 현지인들과 함께 타고 다니면 그럴 일이 별로 없을 것도 같다. 다만 앞자리에 둘이 타자니 불편하긴 하더라.

 

그리고 에스파한의 무수한 짱가들 만나기. 버스를 탈 때 내가 이 차가 어디어디 가남유? 물었다는 이유로 그 정거장에 도착하자 맨 뒤에서부터 걸어나와 내게 내리라 안내해줬던 언니,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다말고 잠옷 바람으로 끌려나와 우리 통역을 해주던 아저씨, 길을 묻자 불과 200여m의 거리인데도 본인 차로 우리를 태워준 총각, 목적지를 지나친 우리를 위해 대로에서 마구 후진하던 택시 아저씨, 멜리 은행이 보일 때까지 함께 걸어준 총각, 엄청나게 줄서있던 은행에서 외국인인 우리를 위해 기꺼이 순번을 양보해준 수많은 분들, 나를 위해 은행 양식을 대신 작성해주던 또 다른 손님, 그리고 그리고... 대부분 우리와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알려준 사람들.

 

# 방희종님의 여행기를 봐도 에스파한에서의 비자 연장 경험이 썩 유쾌하게 그려져있지 않다(방희종님이 하루 걸려 받는 것에 반해 나는 1시간 반만에 받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희종님이나 나처럼 에스파한에서 비자 연장을 위해 새로 옮겨간 사무실을 찾아가실 분이 혹 있으시다면, 일단 시오세폴 다리 남단의 커다란 Kowsar Hotel 맞은 편에서 <메이두네 어저디>를 가냐고 묻고 버스를 탄다(버스는 출발후 바로 유턴, 다시 우회전을 할 것이다). 우리가 내려야할 정거장은 약 2Km쯤 간 뒤 나오는 사거리로 메이두네 어저디의 바로 “전” 사거리다. 이름은 모르겠으나 버스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본다면 4분면에 커다란 병원이 있는 사거리다. 그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3블럭을 가면(우리는 사거리에서 해당 방향으로 가는 합승 택시를 탔다) 그 다음부터 루다키 스트리트가 시작된다. 그 길 1/3 전방쯤 오른편으로 비자 오피스가 있다(이란어 지도가 필요하신 분 연락바람).

 

 

미역국에 밥말아 늦은 점심을 배터지게 먹고 숙소에서 쉬다가 근처 피씨방에 들른다. 맘잡고 여행기를 올리러 갔는데 속도가 너무 안 나와 한 편 겨우 올리고 두편째 올리다 실패한다. 일단 후퇴.

 

 

‘에스파한은 세계의 절반’이라는 말을 낳은 이맘 광장에 다시 간다. 그곳엔 일본 노땅 패키지팀이 흩뿌려져있다. 파키스탄 훈자에서 가이드 하나 고용해서 산을 오르던 일본인 할아버지들이 생각난다. 우리는 젊은 것들도 썩 오기 쉽지 않은 곳인데, 일본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패키지로 오는 곳이구나. 10년 후면 우리 부모님들도 이란에 패키지 여행으로 방문하실 수 있을까? 아무래도 여행 문화는 10년 이상 벌어진 것 같지? 김원장도 끄덕끄덕.  

 

 

 

 

 

 

이맘 광장에의 두번째 방문인데도 두 번 다 늦은 오후 방문인지라 유명한 모스크들과 궁은 들어가보지 못한다. 대신 또다른 짱가들을 만나고 집에 초대를 받기도 한다. 쉬라즈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노루즈 방학이 시작되어 에스파한 집에 돌아왔다는 학생을 통해 에스파한 시가지의 인산인해가 혹 노루즈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마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본다는 듯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빨며 지나간다. 아직 아이스크림을 먹을만한 날씨는 아닌데. 어제 맛나게 먹은 통닭을 또 반 마리 뜯고 햄버거도 맛있게 먹는다(피클이랍시고 꼭 우리나라 오이 짠지같은 것이 사이드로 나오는데 정말이지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짠지 맛인지라 얼음물에 동동 담궈두면 밥을 몇 그릇이고 먹을 것 같다). 여기에 고무되어 길거리에서 파는 따끈한 콘샐러드 비슷한 것에 도전해 본다. 엇, 그런데 여기엔 향신료를 엄청나게 뿌려댄다. 마요네즈맛이 나는 상단부까지만 먹어치운다. 흠, 내가 좀 방심했었군.

 

에스파한에서 맞는 두 번째 밤인데도 여태 뭘했는지 아직 관광지라 불리우는 곳들에 가보질 못했다. 내일은 꼭 출격하리라.

 

# 환전에 얽힌 이야기 : 이맘 광장을 가는 길에 사설 환전소에 들러 1달러=9130리알에 300불 환전을 했는데 아저씨가 2만리알짜리 지폐 100장 묶음 가운데쯤에 살짝 1만리알 지폐 10장을 껴넣어서 내게 건넸다가 딱 걸렸다. 아저씨는 그게 왜 거기 들어가있냐는 표정으로 돈을 다시 바꿔줬지만 나는 안다. -_-; 아저씨가 우리 앞에서 2만리알짜리 지폐 뭉텅이를 들어 계수기에 올려놓고 드르륵 100장을 세어 내게 줬으므로 100장이려니 믿기 쉽지만 꼭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찬찬히 세어보자(2만리알 지폐가 파란색인데 비해 1만리알은 초록색).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돌려달라 떼를 써도 당근 안 먹힐 것이다.

 

# 선배 여행자들의 이란 여행기중 에스파한 관련글만을 골라 읽다가 평소 궁금했거나 몰랐던 사실들을 몇 알게 되었다. 우선 화장실에서 물로 처리한 후 어떻게 말리는가에 대한 답은 ‘그냥 입는다’란다. 날이 워낙 건조하여 그렇게 입어도 곧 마르므로(정말일까?). 덧붙여 중동식 화장실의 앞뒤 구분도 이제서야 확실하게 할 수 있다. 우리와는 반대로 구멍이 있는 쪽이 뒷쪽. 이란의 여성들이 화장을 짙게 하는 이유(물론 쌩얼이 훨씬 많지만)에 대한 답은 ‘얼굴이 드러내놓고 다닐 수 있는 몇 부위중 하나이므로’란다. 흠... 신발 가게에도 손님들이 꽉꽉 차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럴싸하다. 놀랍게도 숙소 맞은편 가발 가게에 여성 손님들이 득시글거린다. 머리를 가리고 다니는데 가발 가게가 문전성시라니, 여성의 미에 대한 추구는 진정 본능의 영역일까?

 

여행기를 몰아읽으며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A라는 관광지가 있다고 하자. 그걸 갑은 B라고 설명하거나 해석한다. 하지만 을은 C라고 알고있거나 그렇게 믿는다. 또 다른 병은 D라고 주장한다. 아마도 정보의 소스가 각기 다른 모양이다. 이런 현상을 깨닫게 되자 새삼 나의 여행을 뒤돌아보게 된다. 내가 사실도 아니면서 사실인양 후배 여행자들에게 알려주고 주장한게 얼마나 많았을까, 하고(요즘 이란 전역에서 풍요와 은총의 상징인 금붕어를 팔고 있는데 만약 내가 이란인들이 노루즈 기간에 어떻게 보내는 줄 몰랐다면 아마 ‘이란인들은 원래 금붕어를 매우 좋아하여 집집마다 수십마리씩 기르고 있나보다’라 생각하였을 것이다).


여행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다. 그러므로 내 경험은 절대 객관화, 보편화될 수 없으며 내가 실제로 겪고 기록으로 남긴 정보마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후배 여행자들은 그 점을 명심할지어다(오늘 올린 비자 연장 관련 정보조차 내일 또 변경될 수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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