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푸켓에서 수영한답시고 퍼덕거리다 꺼멓게 탄 등판 껍질이 홀라당 벗겨지고,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물린 모기의 흔적이 종아리랑 팔뚝에 남아 아직도 근질거리는 것만 같은데,

휴가를 간다고 좋아서 침 질질 흘리며 뱅기를 탄지,

어언 한 달이 다 되었다. 어느새! 벌써!

 

한국에 도착하니 장마철이 시작되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귀가 아프다며 혹은 귀가 안 들린다며 병원에 들리시는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언제서부터 끼고 사셨는지, 아니면 아예 잊고 사셨는지,

장마철에 한껏 높아진 습도 탓에,

귀 안에서 쥐 죽은 듯 숨어 살고 있던 귀지가 습기를 머금고 그 몸집을 빵빵하게 불린 탓.

 

정말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기 힘든 크기의 귀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귀에서 마구마구 나온다. -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다만 그리 썩 쾌적한 사진이 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에 꾹 참는다 - 무척 황당해 하시면서도 진짜 시원해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지겹도록 내리던 비가 슬슬 개이면서,

이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분들이 귀 봐달라 접수하시면서 언성을 높이는 - 당신이 안 들리면 자연스레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법 - 일이 더불어 잦아 들었다.

 

이제는 찌는 듯한 무더위... 으... 아침/저녁엔 푸켓 같고, 점심땐 씨엠립 같은... 짜증이 극에 달하는 무더위철이 도래하였다.

 

이번엔 마악 틀기 시작한 빵빵한 에어콘 성능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실내/외 온도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염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온다.

콧물은 질질, 머리는 지끈지끈... 보통은 봄/가을 환절기에나 볼 수 있는 환자군들인데, 이들은 에어콘을 틀고 지내는 여름 생활이 익숙해지면, 좀 줄어드는 것 같다. 더위가 시작되면 반짝! 나타났다 싸악~ 사라지는 에어콘 민감 비염 환자들...

 

본격적으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오늘은 물놀이 갔다가 귀에 물이 들어가서 오는 아이들이 생겼다. 여름이다보니 날벌레들도 많아서 귀에 벌레가 들어가 오는 경우도 있고... 

 

물론 철과 상관 없이, 환자분들이 여전히 <이비인후과>와 <비뇨기과>를 혼동하여 찾아오시는 바람에 서로 민망해지는 경우 역시 꾸준하다. 특히 나이가 드신 분일수록, "어디가 편찮으셔서 오셨어요?"하는 나의 질문에 매우 적나라하게 본인의 비뇨기적 불편감에 대하여 호소하시는 터라 나뿐만 아니라 대기실 전체 환자분들까지 어색한 미소를 공유하는 경우가 꽤 있다. 왜들 그리 두 과를 혼동하시는 걸까? 그런 할아버님들 중 대부분은 여기가 /이비뇨기과/라 발음하시며 우기신다...  


따분하고 짜증나고 지리한 요즘...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부디 건강 만빵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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