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국경을 넘으니 탄자니아 아루샤가 짠, 하고 나타났습니다(라면 좋겠지만 사실 이동을 좀 하긴 했습니다 ^^;). 아루샤... 멋진 곳이죠. 버스가 케냐의 나이로비를 출발하여 탄자니아측에 가까와지면, 헤밍웨이가 <킬리만자로의 눈>을 썼다는 암보셀리 국립공원을 한참 옆으로 지나치게 -_-; 되는데 이 즈음에 이르면 승객들이 킬리만자로가 보이나, 안 보이나 차창으로 목을 빼곤 한답니다.

 

요즘 TV를 보니 조인성이 고릴라들 데리고 한 통신사의 국제 전화를 선전하던데, 그 뒤의 푯말에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라고 쓰여져 있습디다. 세렝게티... 아주 유명한 곳이죠. 사실은 케냐와 탄자니아 사이의 커다란 하나의 평원인데, 케냐측에서는 마사이마라, 탄자니아측에서는 세렝게티라고 부릅니다. 아루샤는 바로 세렝게티로 가는 기점이 되는 도시입니다. 

 

그러나저러나, 세렝게티에는 고릴라가 안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_-;

 

 

아루샤에 왔으니 당근 사파리를 해야겠죠? 우간다에서도 사파리는 이미 좀 해 본지라 "Lake Manyara National Park(마냐라 호수 국립공원)와 Ngorongoro Conservation Area(응고롱고로)"를 묶는 간단한 1박 2일짜리를 신청합니다. 위에 보이는 저 후진 차가 -_-; 저희가 이용한 사파리 차량이고요(저렴한 가격을 찾아다녔으니 차가 후져도 탓할 수 없을 듯 -_-;),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저 부자(父子)는 아일랜드에서 온 저희 팀원입니다. 둘이 남미까지도 여행한 적이 있더라고요. 엄마는 왜 안 왔는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못했습니다. 저들과 우리 외에 이스라엘에서 온 남자가 한 명 더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여친이 본인은 싫다고 해서 이스라엘에 두고 왔는데 본인은 너무나 같이 오고 싶었다며 이런 여인과 과연 결혼을 해야하는지를 김원장과 상담하던 ^^;

 

 

구경나온 팀원 다섯명 외에 왼편의 잘생긴 파란 남방의 청년이 바로 우리 팀 요리사입니다. 저보다 요리 잘 합니다. ^^; 도시락도 맛깔스럽게 잘 싸줍니다. 그럼 총 6명이냐, 물론 아니죠. 운전사겸 가이드를 해주시는 분이 한 분 더 계십니다. 평소에는 요리사를 저렇게 캠핑장에 내려놓고 우리끼리 6명이 한 차를 타고 다닙니다.

 

 

우리 캠핑장입니다. 우간다에서처럼 텐트 안에는 침대가 두 개씩 놓여 있습니다. 텐트 안의 침대. 언제 생각해도 아주 기분 좋은 조합입니다(다만 우간다에서의 그것만큼 좋은 텐트와 침대는 아니었습니다). 지대가 높은 곳이라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사파리를 arrange할 때 무료로 침낭을 빌릴 수 있습니다. 아침에 아루샤를 출발한 차가 우선 이 곳에 우리를 부려놓고, 오후에는 마냐라 호수 국립공원을, 그리고 여기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오전에 응고롱고로를 다녀오는 것으로 1박 2일의 일정이 짜여집니다.  

 

 

캠핑장으로 오르는 길에 저 멀리 마냐라 호수가 보입니다.

 

 

좀 더 넓게 잡은 사진입니다. 역시나 모든 동물들은 물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동물들이 모이는 호숫가가 많이들 공원으로 지정되는 이유가 절로 이해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큰 도시는 대부분 강을 끼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안 떨어지는 엄청난 크기의 한강이 있죠. 심지어 제가 현재 일하는 옥천에도 이쁜 천이 흐른답니다.

 

 

신이 거꾸로 심었다는, 어린왕자의 골칫거리였던, 그러나 나에게는 그 이름만으로도 너무나 이국적인, 바오밥나무.

 

거꾸로 심었다니까 정말 거꾸로 심긴 것 같네요.

 

다음은 마냐라 호수 근처에 사는 친구들입니다.

 

 

 

 

참, 여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집디다. 침팬지도 나무에서 떨어집디다. 우리 동네 산에서는 청설모도 나무에서 떨어집디다. 바분이라고 부르는 이 원숭이들은 단체 행동을 합니다. 떼로 다니면 별로 무서울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마냐라 호수 근방에 바분은 널렸습니다. ^^ 

 

 

사이 좋은 모습입니다. 가끔 저 흉내를 김원장한테 냅니다. 싸늘하게 되돌아오는 눈초리.ㅎㅎㅎ

 

 

하마들은 저렇게 물 밖에 나와 선탠을 하기도 하고,

 

 

물 속에서 수영을 하기도 합니다. 하마가 물河, 말馬 라고 쓴다면 우리말로 '물말'인셈인데, 사실 하마는 말하고는 좀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럼 하마가 대체 제가 아는 무엇과 닮았을까요? 돼지? -_-; 이 상상력과 지식의 빈곤함이라니.

 

자, 이제 또 다른 동물들을 보시죠.

 

 

저들을 구경하는 또 하나의 동물들입니다. 저도 저 중 하나랍니다. 저는 저들처럼 빠른 발도 못 가졌고 엄청난 폐활량도 지니지 못했고, 날개는 말할 것도 없고...

 

 

바분만큼은 아니지만 마냐라 호수의 주인이랄만큼 멋진 아이들이 바로 얼룩말이더라구요.

 

 

 

 

 

흐흐, 사파리 분위기 납니다.

 

 

아주 이쁘죠? 역시나 다리가 짧달막한, 그래서 더욱 친밀감이 샘솟는 얼룩말 가족입니다.

 

 

 

흐음, 기린도 있군요.

 

 

 

 

코끼리도 빠질 수 없죠. 아기 코끼리 한 마리 길러보고 싶습니다.

 

 

드디어 저 치마를 입은 제 모습이 -_-; 한국을 떠나기 전,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섬이 이슬람교를 믿는다하여 급구한, 5000원짜리 고무줄 치마입니다. 나름 아프리카 풍으로 고르려 했지만,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에서 고르려니 한계가 오더군요. 제 앞의 반은 벗어제낀 여인과 비교해보니 고상해보이기까지 합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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