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과격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는 우리 입이 아니고 티벳인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어제 저녁에 보내 주겠다던 허가서가 오늘 새벽 차편으로, 그리고 다시 오후로 옮겨지면서 생각치도 않았던 끼니를 시가체에서 많이 챙겨야만 했다. 처음에는 안내책자에 소개된 대로 라싸에 있는 Tashi restaurants의 branch인 Tashi I restaurant을 가려고 했는데 지도에 표시된 위치 근방에서는 도무지 보이지를 않아 어쩔 수 없이 근처 텐진 호텔 1층의 식당으로 갔다.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텐진 호텔은 최근 들어 공사 중이었기에 더불어 이 식당도 파리가 날리던 차였는지, 힘 없는 표정으로 앉아있던 여 주인이 벌떡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월드컵 소식을 궁금해 하는 오빠를 위해 여 주인이 TV를 켜고 스포츠 채널을 틀었을 때에는 마침 언제 치루어졌는지 짐작하기 힘든, 중국과 한국 간의 여자 농구 경기를 간추려 보여주는 중이었다. 당연히(?) 중국 팀과 한국 팀의 점수 차는 엄청 벌어진 상태로 중국이 이기고 있었고, 해설자 역시 그에 어울리도록 한껏 고양된 톤으로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눈으로 보기에 우리나라 선수들과는 체격 조건부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저 키들하며 허벅지가 엄청 나네요. 그렇죠?”
하는데 갑자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리는 앙칼진 여인의 목소리,
“FUCKING CHINESE!”

순간 놀라 할 말을 잃고만 우리에게 여 주인은 여전히 힘을 실은 말투로 부연 설명을 한다.
“티벳에서 좋은 것만 골라 다 가져가 처먹었으니 저렇게 될 수 밖에…”

 

지금까지 만나본 티벳인들에게서 느낀 중국에 대한 적개심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분명 존재하되 지극히 조심스러움으로 드러나곤 했다. 하지만 이 식당의 여 주인은 그런 감정을 숨기지도 않고 거침없이 내뱉어대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그의 자서전에서 중국이 티벳에 저지른 만행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수만 명의 우리 국민이 군사적인 행동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또는 고의적으로 죽임을 당하였다. 그들은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의구심 혹은, 돈을 축적하였거나 단순히 그들의 지위 때문에, 또는 아무 이유도 없이 재판도 거치지 않고 죽임을 당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살해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종교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티벳인들을 총살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때려 죽이고, 사지를 찢어 죽이고, 산 사람을 태워 죽이고, 물에 빠뜨려 죽이고, 배를 갈라 죽이고, 굶겨 죽이고, 목 졸라 죽이고, 목 매달아 죽이고, 삶아 죽이고, 생매장해서 죽이고, 목을 잘라 죽였다. 이러한 만행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행되었다. 희생자의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 이웃들은 그것을 지켜보도록 강요 받았다. 이러한 모든 사실은 현장을 목격한 증인들이 위원회에 진술하였던 것이다. 남자와 여자들이 그들 자신의 가족들이 강제로 지켜보는 동안에 천천히 죽임을 당했으며 심지어는 어린아이들이 그들의 부모를 강제로 쏘아야 했다.
라마승들은 특히 박해를 당하였다. 중국인들은 그들이 비생산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였다. 중국인들은 그들을 고문하기 전에 그들의 몸에 쟁기를 메운 뒤 말을 타듯 그들의 등에 올라 채찍질을 하고 발길질을 하였다. 이밖에도 너무 잔인해서 차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방법으로 그들에게 모욕을 주려고 하였으며, 특히 연장자나 존경 받고 있는 사람에게 그러하였다. 라마승들을 서서히 죽이면서 중국 사람들은 고통과 죽음으로부터 그들 스스로를 구하는 기적을 보여달라며 종교를 비웃었다.
이런 공공연한 살인 행위 외에도 수많은 티벳 사람들이 체포되어 투옥된 다음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가혹한 강제노동으로 죽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은 절망과 고통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자들이 쫓기다가 산으로 달아나 게릴라가 되었을 경우, 마을에 남겨진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은 기관총으로 사살 당하였다.
아직 어머니의 품안에 있는 젖먹이에서부터 15세에 이르는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끌려간 뒤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았으며, 이에 항의하는 부모들은 투옥되거나 총살 당하였다. 중국 사람들은 자녀가 없으면 부모들이 더 일을 잘한다고 하거나, 잘 교육시키기 위하여 중국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많은 티벳 남자들과 여자들은 불임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국제 위원회의 조사자들에게 자발적으로 고통스런 수술에 대해 설명하였다. 조사 위원회는 그들의 증거를 결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 수술은 의료계에 알려진 방법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는 그 수술을 설명할 수 없었다. 위원회의 보고가 완성된 이후에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고, 그 새로운 증거로 나는 중국이 몇몇 마을에서 모든 남자와 여자에게 불임을 시켰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국민들에 대한 이러한 범죄 이외에도, 중국측은 수백에 이르는 사원을 파괴하였다. 사원을 깡그리 허물어버리기도 했고, 라마승을 죽였으며, 수도승들을 강제노동으로 내몰아 죽음의 고통에 시달리는 수도승들에게 독신의 계율을 파하도록 명령하였다. 빈 수도원과 사원 건물은 군대 병영이나 마구간으로 사용하였다…]

 

비록 오늘날 월드컵을 공동개최하기까지에 이르렀지만, 우리나라 역시 과거 일제 치하에서의 뼈아픈 경험이 있다. 동병상련이랄까, 비록 우리 세대가 직접 일본의 만행을 겪은 바 없긴 하지만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이토록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Tip


식당 : 텐진 호텔 1층의 허름한 텐진 호텔 식당 / 오이 무침(Spicy Cucumber)이 정말 맛있다(우리는 이 한 접시로 밥 세 공기를 먹었는데, 며칠 전 유럽남-한국녀로 이루어진 세 쌍의 부부가 이 곳에 들러 무려 3접시를 먹어치웠다고 한다)


★ 텐진 호텔 맞은 편에 있다던 Tashi I restaurant은 청도로가 끝나는 삼거리에서 타쉴훈포 사원쪽(凡吉郞카路)으로 꺾자마자 오른편에 위치한 건물 2층으로 이사를 갔다. 우리 예측과는 달리 라싸의 restaurant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갼체에 분점을 두고 있는 같은 이름의 또 다른 식당이었다. 라싸의 그것처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긴 하지만 서로 비교해 보았을 때 가격은 이곳이 더욱 비싼 반면 맛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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