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간 좀 바빴다. 블로그를 확인해 보니 지난 5월 13일에 터키와 동서말레이시아 예약을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간 터키와 말레이시아 여행 계획을 열심히 세웠다. 그러다 결국 동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산 등정을 할 때 현지에서 등산화를 빌릴 수 없다는 답을 받고는 한동안 우울했던 것도 사실이다. -> 우리 부부는 짐이 가벼울수록 여행의 즐거움이 커진다고 믿는 쪽이라...

 

현지에서 사서 신고 판다, 일정을 뒤집어 동말레이시아부터 갔다가 우리 등산화를 한국으로 부친다, 그냥 등산화를 계속 신고 다닌다 등등의 여러 대안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동말레이시아를 포기하기로 했다. 사실 동말레이시아까지 제한된 일정 상에 꾸역꾸역 넣는 것도 약간은 무리다 싶었는데 욕심을 부린 것이었고, 동말레이시아에는 숨겨진 보석 같은,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이 코타키나발루 산 말고도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냥 다음에, 동말레이시아만 따로 가자는 오빠의 다독거림에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동말레이시아 대신 오히려 가까운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를 넘보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은 안 가더라도 또바 호수에는 가기로 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일정을 짰다.

 

내가 또바 호수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동안 얼핏 신랑을 바라보니 어라, Lonely planet 파키스탄편을 재차 꺼내들고 읽고 있다. 한참 동안이나 우리가 가고파했었고, 또한 가기로 마음까지 먹고 준비했었던 곳.

 

"파키스탄에 가면 분명 욕심을 부리게 될 거야."

 

오빠도 나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다. 아직 오빠 무릎에 무리를 주고 싶지는 않다. 무릎에 1년만 휴지기를 주자, 그렇게 암묵적으로 동의를 해 왔는데... 미련이 남는 저런 얼굴이라니.

 

그럼 파키스탄에 가 버릴까? 아무리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도 막상 현지에서는 우리 뜻대로 안 될테니, 좀 아쉽더라도 이번에는 아주 simple하게 루트를 짜버려서 억지로 외부 환경을 조성해 주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비용이 보다 저렴할 방콕 경유 파키스탄 왔다리 갔다리냐, 아님 비용이 들더라도 우루무치 in - 이슬라마바드 out 이냐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결국 후자를 택하기로 하고 예약 준비에 들어갔다. 우루무치를 들어갈 때 혹 마일리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답변이 오면, 대한항공을 타기로 하고.

 

크게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왔지만, 올해 파키스탄을 다시 갈 수 있다는 맘에 부풀어 지내 온 요 며칠, 그런데, 어제 갑자기 오빠가 불쑥 다른 여행지를 내뱉었다.

 

"만약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된다면, 이 곳을 가보는 게 낫지 않을까?"

 

6월 25일에 출국할 맘이 있었는데, 이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허둥지둥 좌석부터 알아보고 예약을 변경했다. 역시나 원하는 날짜에 딱 맞춘 좌석을 구하기 힘들었지만, 더블 부킹을 하면서 까지 그럭저럭 비슷하게 끼워 맞추는 데에는 일단 성공을 했다. 오호, 이 뿌듯함이여~ 

 

그런데, 문제는 예약 후 발생했다. 아무리 일정에 축지법을 가하더라도, 똑딱똑딱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또한 과욕을 부렸음이 입증되어만 갔다. 왜 이리 욕심만 부린단 말이냐... 오빠와 나의 깊은 한숨...

 

그래서 결국 여정을 또 변경하기로 했다. in과 out을 한 도시로 해서 최대한 이동 시간을 줄이고 현지를 느끼는 시간을 더 늘리기로. 어쩌다 나랑 인연을 맺게 되어 몇 년째 때때마다 나의 엄청난 변덕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다 받아주신 여행사 직원분조차 이번에는 되묻는다(이 자리를 빌어 그 분께 사과 드리고 싶다. 지난 두 달간, 나를 위해 유라시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여러 곳의 항공편을 알아봐 주시고 예약해 주시고 변경도 수차례 해주셨는데...)

 

"이번 걸로 확정이시죠?"

 

나는 예, 해 놓고도 이번에는 목적지가 아닌 날짜를 이리저리 변경해 보는 뻔뻔함을 보이다가 결국 마음을 정착시키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하여 오늘 아침, 메일을 통해 아래와 같은 스케줄을 받았다. 징하다. 이젠 진짜 안 바꿀거다(과연 진짜? ^^;)

 

항공여정(FLIGHT  ITINERARY)
구간
ITINERARY
편명
FLIGHT
NUMBER
출발
DEPARTURE
도착
ARRIVAL
좌석등급
CLASS
예약상태
STATUS
01. INCHEON(ICN) →
     DUBAI(DXB)
EK 323 25-JUN-05
00:30
25-JUN-05
05:25
ECONOMY
일반석
CONFIRMED
확약
02. DUBAI(DXB) →
     NAIROBI(NBO)
EK 721 25-JUN-05
14:30
25-JUN-05
18:30
ECONOMY
일반석
CONFIRMED
확약
03. NAIROBI(NBO) →
     DUBAI(DXB)
EK 720 21-JUL-05
18:20
22-JUL-05
00:20
ECONOMY
일반석
CONFIRMED
확약
04. DUBAI(DXB) →
     INCHEON(ICN)
EK 322 22-JUL-05
02:25
22-JUL-05
15:55
ECONOMY
일반석
CONFIRMED
확약

 

이제 오늘부터 우리 부부는, 아프리카 케냐를 중심으로 작은 원을 그리는 세부 일정을 짜기로 했다. 여행 준비가 여행의 즐거움에 있어 그 반이라는데, 평소 우리는 그 반을 훌쩍 뛰어넘는 재미를 느끼며 지낸다(여행사 직원분을 괴롭히는 점만 빼면 더욱 더 즐거울텐데...).

 

그러나저러나 이번 여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지난 겨울 버마 여행 정리나 다 하고 나가야 할텐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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