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호남선 썸웨어


국민숙사 호텔 다카치호를 출발, 일단 다카치호 관광안내소부터 들러 어제 못 찍은 스탬프를 마저 찍고 오늘의 올레길을 향해 달린다.


오늘의 오쿠분고 올레 코스로 말하자면, 기차로 한 정거장 떨어진 구간 사이를 꼬불꼬불 걷게 된다

무엇보다 기차 운행 시간표(시간당 0~2대에 불과), 그리고 기존 숙소에서의 접근성, 다음 숙소로의 접근성, 먹거리 쇼핑 등등을 고려하니 

우리의 경우 종점인 분고다케다 역에 차를 세워두고 기차로 시점인 아사지 역으로 이동, 올레를 순방향으로 걷는게 나을 것 같더라

(시점인 아사지 역은 무인역으로 근방에는 아무 것도 없고 종점인 분고다케타 역 쪽이 훨씬 크고 번화하다)  


다케타의 커다란 수퍼마켓에 먼저 들러 오늘의 도시락 준비를 마치고 분고다케다 역으로


분고다케다 역(역 뒤 절벽으로 폭포가 있는데 잘 안 보이네)

유료 주차장은 역을 마주 봤을 때 바로 왼편에 있다. 사진상 노랑 동그라미 쳐놓은 부분을 확대하면 아래와 같은 안내판


나는 처음에 아래쪽 짙은 파란색의 관광OO P 무료 글씨만 내 눈엔 그저 무료만 보여 읽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저쪽 방향에 세우는 관광객은 무료!!라고 오인 -_-;;; 김기사를 얼른 화살표 방향으로 이랴이랴 몰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윗쪽 분홍색에 일반 차량, 관광객은 유료라고 적혀 있었고 아랫쪽 파란색의 관광OO의 OO은 버스인듯 ㅋㅋㅋㅋㅋ 그러니 내가 김기사에게 먼저 안내한 곳은 관광버스가 서는 대형 주차장이었나 봄. 어쩐지 주차장끼리 구분도 애매하고 뚫려 있는 것이 요상하더라니. 

그것도 모르고 주차를 한 뒤 주차장 아주머니께 통역앱 띄워서 "관광객용 무료 주차장이 여기가 맞나요?" 질문을 했더니 아주머니가 당황하면서 급 시내 지도를 꺼내 허둥지둥 여기서 제법 떨어진 뭔 주차장에 표시를 막 ㅋㅋㅋㅋㅋ  


결론만 말하면 분고다케타 역전 주차장은 일반 차량은 유료이고 상기 첨부한 사진에서 확인 가능하다시피 2시간 이상은 300엔 되시겠다. 

우리는 선불 내고 뭔 종이 받고 출차시 다시 그 종이를 내밀고 그랬던 것 같음(외국인이라 유도리있게 진행하셨을지도)


분고다케다 역에는 승차권 자동 발매기가 두 대인가 있어서 하나 뿐인 승무원 아저씨는 승객들을 그 쪽으로 열심히 유도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어버버 니혼고 와카리마셍 외국인임을 깨달은 아저씨가 우리에겐 직접 매표하심 ㅎ 분고다케다 역<-> 아사지 역 230엔/인 

 

분고다케타 역 豊後竹田駅 오이타(大分)행 10시 55분발 기차 탑승



 건너편에 모르는 아저씨가 한참 갈 것처럼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로 다음 역에서 내릴건데


11시 1분 아사지역 朝地駅 도착. 한자를 붙이니... 내 귀가 타락하고 있다

분고다케타 역 주차장에 주차를 할 때 우리 차량 근처로 봉고 같은 승합차 한 대가 주차하더니 알록달록 노인분들이 내렸더랬다

그 분들 그대로 우리와 같은 기차를 타시더니 아사지 역에 함께 내림. 오호, 우리처럼 올레하러 오신 분들이었구나!


@ 거리 : 11.8 Km 

@ 주차 : 시점인 아사지역 앞에는 무료로 주차할 공간이 있고 종점인 분고다케타역 옆에는 유료주차장이 있다(2시간 이상 종일 300엔). 우리의 경우 종점인 분고다케타역 유료주차장 이용(다케타 시내 어딘가에 무료도 있는 듯) 

@ 우리 기준 실제 소요시간 : 오전 11시 출발, 오후 3시 10분 도착. 중간에 도시락 까먹고 총 4시간 10분 소요

@ 내 경우 스탬프는 시점인 아사지역 관광 안내소에서 받았다. 오쿠분고 올레의 실제 종점은 분고다케타역에서 150m 가량 떨어진 무료 족탕(다케타온천 하나미즈키 竹田温泉花水月에서 운영?)인데 바로 그 옆 관광안내소에도 스탬프가 있다고 한다(난 그걸 모르고 분고다케타역내 안내소에도 있지 않을까 두리번 거렸더랬다. 여긴 없었지만 대신 괜찮은 한글 지도 득템)  

@ 특이사항 : 종점에 무료 족탕이 있다. 이용하실 분은 수건을 챙기세요

규슈 올레 중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올레가 이 오쿠분고 올레라는 소문이 있었다. 아마도 초창기에 생긴 올레인데다가 규슈에서 후쿠오카 다음으로 유명한 벳푸에서 비교적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용이하여 패키지로 꾸리기 쉬워서 그런 게 아닐까... 건조하게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직접 걸어보니 상당히 촉촉한(꼭 비가 와서 그런 건 아닙니다) 길이더라. 길지 않은 구간에 특징이 각기 다른 볼거리들이 포진해 있어서 전체적인 느낌이 좋았다. 

같이 기차를 타고 내린 일본 올레꾼들은 열 명 남짓 있었지만 보속이 다르니 출발 이후 만난 적은 없고, 중간 유자쿠 공원과 오카성 주차장 부근에서 만난 관광객들과, 아마도 오카성 쪽에서 출발하여 일부 구간을 역으로 걷는 단체 트레커와 엇갈렸던 적 말고는 역시나 대부분의 구간을 조용히 걸을 수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후코지 절을 방문한 후 상기 첨부한 올레 지도에 안내된 대로 "비오는 날 돌아가는 길"을 택했는데 마을 안에서 내리락오르락 빙글빙글 길을 찾을 수가 없어서(일자일석탑 부근) 다시 큰 길로 나와 한동안 일부 구간 내 맘대로 돌기 시전(김원장 불안해 함. 누나 믿지? ㅋㅋ). 

그리고 날이 좋으면 오카성에 올라 전경을 바라보려고 했으나 마찬가지로 날이 흐려 "오카성을 들르지 않는 루트"를 택했는데 오카성 주차장에 도착하니 은근 관광 버스들이 와 있길래 날이 흐려도 올라갔다 올 것을 그랬나 잠깐 후회(물론 입장료는 굳었음)

@ 관련 후기

베쯔니님 http://likejp.com/3038http://likejp.com/3039

유림님 http://blog.naver.com/8916016/20206892801


김원장과 써티의 오쿠분고 올레 사진 몇 장

평소와는 다르게 아사지역에 와르르 여럿 같이 내리는 걸 목격한 김원장, 스탬프 빨리 찍고 어서 출발하자고.

아사지역 관광 안내소 직원이 쏟아진 관광객들에게 친절히 올레 관련 설명을 해주고 계신 가운데 그들의 품을 슬쩍 뚫고 들어가 스탬프 쾅!

그렇게 일착으로 벗어나 10분쯤 걸었을까? 문득 엇, 스탬프를 찍는 과정에서 아사지역 관광 안내소에 내 모자를 두고온 것을 알게 되었다 ㅠㅜ

김원장은 자기 모자 아니라고 포기하라고 하는데 안 돼, 올 봄에 스페인 카미노할 때 쓴다고 새로 산 모자란 말이얌. 아직 새삥

투덜거리는 김원장을 세워두고 나는듯 달려 다시 아사지역 관광 안내소로. 불행중 다행으로 아직도(!) 설명을 듣고 계시는 올레 어르신들 ㅎㅎ

덕분에 모자는 무사히 되찾았지만... 초반부터 헐레벌떡 진을 뺐네 (그나저나 남들은 저렇게 공부하고 걷는데...)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또 뵈요

규슈 올레 파워

이 때만 해도 유자쿠 공원 내부가 어떠할지 짐작도 못했더랬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다(비울 복잡한 머리 따위 없으)


오옷

대체 여기가 어디임? 오늘도 번역기를 돌려봅니다


유자쿠 공원은 2개의 연못을 중심으로 500그루가 넘는 모미지나 가에데 등 단풍나무가 있고, 

11월의 단풍 시즌에는 주말과 공휴일에 라이트 업 되어 많은 관람객으로 붐빕니다.


어쩐지... 여기 오니 후덜덜 엄청난 사진기를 들고 계신 관광객들이 많음. 데세랄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알흠답구나

현재 바탕화면 ㅎ


나이를 먹었나 단풍이 예쁘네


유자쿠 공원을 벗어나 후코지를 향해 고고씽

 우리는 우산을 하나 밖에 안 가져왔기 때문에... 김원장이 들고 있는 하얀 우산은 일본 철도청에서 협찬해 주셨습니다 ㅎ

보이는가 후코지(普光寺)의 커다란 마애불이?

못 찾으신 분들을 위해 확대

 돌아라 번역기!

아소의 대 화쇄류로 된 절벽에 새겨진 거대한 부동명왕은 길이 11.3m의 오이타현 최대의 마애불. 

멀리서 바라봐도 가까이에서 올려봐도 그 모습은 압권. 매년 6월 중순이 되면 주변 일대에 피는 수국이 아름답다.


비가 그치려나 보다

잠시 길을 잃고 헤매다 셀프로 돌아돌아 다시 올레길과 합류 성공. 리본아 반갑다


누레오치바(=비에 젖은 낙엽 ㅋㅋㅋ)와 어쩐지 혼연일체된 모르는 남자


88학번 선배가 어제 그랬다. "내가 늙어서 요즘은 오래 서 있기도 힘들어 수술 못 해. 곧 50이다 ㅠㅠ"

그래서 내가 "저는 다음 달이면 52세 되는 남자랑 살잖아요" 했더니

"그래, 유통기한 한참 지났지만... 돈 나오니깐 버리지 말고 잘 가지고 있어" 라고 답장이.

아 진짜 빵 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길동 가톨OOO형외과 원장님, 위트 살아 계시네요 ㅎ 그리고 보니 오빠, 내 나이도 장난 아냐




소가와 주상절리 十川の柱状節理


경치가 쏠쏠하구나. 여기서 물 소리 들으며 밥 먹자!

찰밥은 우리네 대보름때 먹는 그거와 거의 똑같. 밥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음

(먹거리 사려고 들렀던 마트의 떡 코너가 괜찮다길래 업어온) 떡은, 우리네와 다르게 쫄깃한 맛이 없고 입안에서 녹아버림. 물론 그래도 맛있음

9만년 전 빚어진 흔적을 오붓이 누리며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음식이 맛있어서 그또한 좋았어요


오쿠분고 올레를 역방향으로 걷는다면 자연스레 오카성 정문/매표소 등을 지나 입장하게 되겠지만 

순방향으로 걸어 오카산성으로 오르려면 후문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난 몇 번의 올레를 통해 이런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에 오르면 근방 전경을 훤히 둘러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득하였으나

오늘은 날이 흐리므로 패스. 오카성을 들르지 않는 루트를 선택한다. 

오카성을 들르지 않는 루트를 택한 탓에 오카성 아랫길로 수이 통과. 이 쯤에서 뒤돌아 오카산성을 찍어본다(우리가 걸어온 길은 오른편)


터널을 통과하여 에도시대 성하마을로 진입


세트장 같은 것이 ㅎ 분위기 괜찮네

일본 증명 사진



우리의 열번째, 오쿠분고 올레를 마치고 아쉬움 섞인 목소리로 김원장이 그랬다

이제 4개 밖에 안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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