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로비 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번 규슈 올레 15박 통틀어 묘켄 이시하라소 妙見石原荘(김원장한테는 석원장이라고 해야 알아들음)는 예상한대로

가장 고급스럽고 가장 친절했고 가장 격조있는 숙소였다.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불한 만큼 얻는 법

가장 비쌌지만 동시에 김원장에게는 불행히도 가장 최악의 객실이기도 했다 ㅜㅠ


@ 홈페이지 http://www.m-ishiharaso.com/

@ 예약 : 홈페이지

@ 조건 및 가격 : 본관 현대 일본식(http://www.m-ishiharaso.com/rooms/gendai.php#lnk_nav) 객실중 "藍(AI)" 이라 이름 붙은, 산쪽 방(=한마디로 묘켄 이시하라소에서 가장 저렴한 방). 1박 2식(번역기를 돌리면 '절경 노천탕과 제철 음식을 만끽'하는) 묘켄 이시하라장 공식 플랜을 2인 47520엔 + 입욕세 300엔 포함 47820엔에 예약하고, 체크아웃시에는 여기에 저녁에 마신 나마비루 2잔(잔당 800엔)까지 추가하여 49420엔을 지불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소비세니 봉사료니 내역이 복잡하게(?) 산출되면서 총 49721엔으로 예상보다 301엔이 더 나왔음 

@ 한글 리뷰 : 검색하면 많습니다만 몇 개만 찾아보면

야호! 다니엘라님께서 다녀오셨으(다니엘라님 감사드려요!) http://blog.naver.com/avecy830/220375603474

우리와 같은 방에 묵으신 분 http://hellobeautifuldays.co.kr/90185814873

http://dewytoss.blog.me/220972239003 

@ 기타 :

묘켄 이시하라소는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료칸이다. 얼핏 보면 규슈의 꽤 남부 산골에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고시마 직항편을 가지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가고시마 시내 외곽에 위치한) 가고시마 공항에서 멀지 않은 묘켄 이시하라소의 입지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가고시마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묘켄 이시하라소에 간다면 편도 3000엔 정도가 일반 시세라고 하겠으나, 숙소에 미리 부탁하면 1200엔의 셔틀 택시를 예약해 준다고(가고시마 隼人駅 하야토역에서도 마찬가지)     

예약을 하니 식단 구성에 있어 알러지가 있냐고 미리 묻는 메일을 보내준게... 대체 언젯적에 경험해 본 일인지 기억도 안나. 여보, 고급 호텔에서 좀 재워주세요!

유일무이한 단점은, 내가 가장 저렴한 방으로 예약한 탓에 - 그래도 비쌌어요 ㅜㅠ - 우리 방이 말이 산쪽이지 도로변이었다는 사실(물론 도로 너머에는 산이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는 우리 방 뿐만 아니라 우리 양 옆방들도 동일 조건인데 우리 담당 직원이었던 클레망 말대로 밤 9시가 넘어가자 차량 소통량이 확연히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아시다시피 김원장은 차 소리를 매우 싫어하는 소머즈 귀를 가졌으므로 이 객실을 매우 마음에 안 들어했다. 사실 그 점 말고는 딱히 없다고 하겠으나(음... 그 다음으론 비싼 가격? ㅋㅋㅋ) 김원장왈 객실 방음면에서 워낙 실망을 한 탓에 다시는 안 올거라고. 

하나 더 꼽아보는 사소한 단점은, 방금 힌트가 나갔는데, 우리 담당 직원 이름이 클레망이었다는 사실이다. 내 발음에서 유추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청년은 프랑스인이었다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내가 일어보다는 영단어를 훨씬 많이 읽고 쓸 수 있는 것은 팩트인데(일어는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므로), 사실 타인과 대화를 해보면 알겠지만 인간 사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적 측면 외에 비언어적인 측면도 상당히 크고 중요하다(특히 우리 부부처럼 대화의 반이 욕이라면 단어 자체보다 뉘앙스가 훨씬 중요하다). 클레망이 불친절하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고, 깡시골 묘켄 이시하라소가 왜 굳이 영어/불어 등을 구사하는 외국인 직원을 채용했는지를(물론 클레망은 일어도 잘 한다) 생각해 보면 한편으로는 거기까지 고려한 접대 정신을 매우 높이 사기까지 한다만, 사실 우리는 같은 동양인으로서 문화가 상통하는 부분이 있고, 그래서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일본 료칸에서 만날 수 있는 특유의 환대 오모테나시는, 다름 아닌 일본인의 온 몸에서 나올 때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바, 마치 일본인처럼 행동하는 클레망이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며 안내한 방에 우리가 신발을 대충 벗고 들어가니 바로 신발을 정리하고 우리 앞에 공손히 무릎 꿇고 료칸 설명을 하는 클레망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어쩐지 그 자세가 그에게는 익숙치 않은 불편한 자세일 것 같아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달까(물론 내 선입견도 한 몫 했겠지). 프랑스인이 한국인에게 일본 료칸에 대해 영어로 설명을 하고 내가 영어로 질문을 하니 바로 일어나 객실내 전화를 이용, 프론트에 일어로 질문을 해서 다시 영어로 번역해 주고, 그런 그에게 불어로 마지막 감사 인사까지 건네자 그는 종종종 뒷걸음질쳐 사라지는... 이 무슨 요상한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뭔가 안 어울려



객실 사진은 이 한 장으로 대치. 저 위 같은 방에 묵으신 분께서 워낙 사진을 잘 찍으셨기에 그걸로 퉁 캬캬캬

객실은 꽤 넓고 없는 게 없다 


묘켄 이시하라소의 경우 온천수 자체도 매우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 거기까지 논할 수준은 전혀 못 되는지라...

하여간 우리 객실의 욕실에도 작지 않은 기본 욕조가 있으나... 욕실 문 한 번 열어보지도 않을 정도로 1박 2일 동안 바쁘게 돌아댕김 ㅋㅋㅋ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혼욕 노천탕 무쿠노키의 경우 혼욕도 혼욕이지만 동시에 주변 환경에도 환히 열려 있다. 

당신이 오픈 마인드의 나체 자연주의자라면 상관 없지만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로비에서 고무줄 통치마 같은 것을 빌려 두르고 입욕할 수 있다

김원장은 아랫도리에 수건 두르고 나는 어쩐지 허전한 ㅋㅋㅋ 통치마를 얻어 입고 들어갔는데, 우리 둘이 노는 동안 아쉽게도 아무도 안 왔음 ㅎ

(참고로 묘켄 이시하라소는 객실에서 수건 안 챙겨가도 된다. 이번 숙소 통틀어 유일했던 듯? 김원장왈 일본애들 수건 인심 왜 이리 야박하냐고)  


노천 감상중인 모르는 남자


대욕장 & 대절 노천탕 입구에 마련된 고급진 라운지


입욕 때마다 라운지 공짜 음료 탐닉 중인 모르는 남자


자, 그럼 묘켄 이시하라소의 가이세키를 먹어보도록 하겠어요. 우리를 위한 오늘의 (영문) 메뉴


가이세키의 단점이 욕같이 들린다는 점 코스로 하나씩 나와 매번 사진 찍는 것을 자꾸 까먹는다건데... 최선을 다해 보겠어용

오늘 우리 저녁 서빙 담당도 당근 클레망이다. 식전주로 사케부터 저런 핥아먹으라는건가? 잔에 따라주는데 김원장 잔에는 그나마 살짝 흘린지라

김원장이 클레망보고 꽉꽉 눌러 다시 따르라 압박했음 ㅋㅋㅋ


개인 화로에 커다란 나뭇잎 깔고 따땃히 올린 미소 된장, 그 안에 은행


아래는 앙트레. 클레망이 우리 먹는 속도에 따라 세심히 음식을 내오고 설명해 준다. 그렇게 매번 무릎 안 꿇어도 되는데 -_-;

이 집은 등급답게 쌩맥도 다른 집에 비해 비쌌으나... 마치 예술 작품 같은 앙트레를 보는 순간 술을 아니 시킬 수 없겠더라(는 핑계)

초반부터 임팩트가 상당했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물주 김원장한테 나도 모르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건배하고 있더라는 ㅋㅋㅋㅋㅋ


오늘의 사시미


플레이팅에 감탄하다 문득 맞은편 김원장을 바라보니

쿨하게 다 무너뜨리고 먹는데만 집중하고 있구려 ㅋㅋㅋ


굴 완자국 - 굴은 안 좋아해서 굴 좋아하는 김원장에게 토스


완샷 ㅋ 덧붙이자면 계곡뷰 식사처 분위기도 좋았음 


그릴 메뉴로는 목피로 싼 생선 구이가 대나무 바구니에 쏙. 클레망이 바라쿠다라고 하길래 인터넷으로 바라쿠다 얼굴 확인해 보고 깜놀

돌돌 말려 있는 각자 몫의 아해 리본을 옷고름 풀듯 살며시 벗기(?)니

바라쿠다라는 쫄깃한 생선 구이가 뙇. 얼굴에 비하자면 맛은 평범하다.


이 쯤에서 입 한번 개운하게 씻고 가실께요~ 화룡점정 석류 몇 알이 예쁘게 토핑된, 와사비 향이 감도는 배 셔벗. 호강이네 호강이야


가고시마는 흑돼지가 유명하다더니 - 그래서 어제도 흑돼지 샤브샤브를 먹어줬지비 ㅎㅎㅎ - 가고시마 흑돈 도가니 연골 요리

(클레망이 우리가 cartilage를 못 알아들을까봐 본인 몸을 짚어가며 설명을 ㅋㅋㅋ 괜찮아. 다행히 우리 둘 다 익숙한 단어야)  

 

탕 요리를 만들고 있는 클레망 - 사진발 안 받았네


탕은 닭고기와 뭔 버섯이 메인


드디어 마지막 밥!

갓 지은 일본 밥은 그 자체로도 완성품인데 오늘은 그런 밥 안에 연어와 고구마가. 아아 호사스럽다


디저트 세트. 대충 찍고 홀라당 먹어버려서 그렇지, 빼먹은 사진은 거의 없는 듯 ㅎ

다 먹고 나서 김원장이 그랬다. (숙박비 중) 이 밥값이 반이겠네


솔직히 어머 너무 맛있어, 더 먹고 싶어, 그런 메뉴는 많이 없었다. 반면 어흑 너무 이상해, 영 못 먹겠어, 그런 메뉴도 없었다.

쓰고나니 마치 그닥인 것처럼 보이는데 절대 그건 아니고 순전히 내 입맛 기준이라면, 딱 맛만 떼어놓고 본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 

(어디까지나 절대가가 워낙 비싸니까 까딸스러운척 이렇게 쓰는거고, 가격이 좀 저렴했다면 총 12점 줬을 듯 ㅋㅋㅋ)

무엇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는 재료들의 조합과 그 조합이 빚어내는 새로운 맛, 그리고 말 그대로 눈으로 먹는 기분은 매우 쏠쏠했다.

나중에 경험이 중첩되면서 깨닫게 되었지만, 코스 요리를 매 메뉴마다 적절한 타이밍에 우아하게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 또한 훌륭했다.


면면이 인상적이라 클레망에게 하나 물어보았는데...

Q 제가 만약 묘켄 이시하라소에 3박 4일 묵는다면(그럴리)... 저녁 메뉴는 얼마나 바뀌나요?

A 일주일 단위로 바뀌니 일주일간 묵으셔도 매일 저녁 다른 메뉴를 드실 수 있습니다. 

와우 환타스틱!


멋진 저녁이었고 멋진 경험이었다. 생애 가장 호사스러운 식사 중 한 번이 아닐까. 장미희가 생각나는 아름다운 밤


만족스럽게 배 두들기며 방으로 돌아오니 우렁각시 다녀가셨네


무료 대절 노천탕 나나미. 모르는 남자 도촬 성공

 

족탕 옆으로도 물이 콸콸 흘러가지 말입니다


익일 조식

대욕장 갔다가 조식 먹으러 바로 왔나봄?

클레망이 24시간 근무할리 없으니 새로운 얼굴이 우리를 맞았는데, 어차피 우리도 영어가 안 되니 역시 일본인의 친절이 익숙하고 편해 ㅎㅎㅎ

어제와 다른 식탁에서, 어제와 다른 풍경을 보면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

 

감칠맛 나는 당근 주스로 시작 



 한 켠에서는 우리 밥이 모락모락 지어지는 중. 영어가 잘 안 되시는 가운데 new rice라고 강조하셨는데 햅쌀이라는건가 막 도정을 했다는건가? 


김원장과 나의 공용 반찬



각자 반찬까지 세팅 완료


폭풍 흡입 시작


열어봤다 깜놀. 얘네들은 미소시루에 안 넣는 재료가 없네. 

어디나 조식은 가이세키에 비해 평범하기 마련인데 게가 들어있으니 어쩐지 고급져 보임


뭔가 계속 가져다 준다

 오렌지 푸딩을 오렌지 껍질 위에 마치 생 오렌지인양 담아 내왔는데... 넘 예뻐서 짜증남 ㅎ


# 아마도 남은 생 묘켄 이시하라소에 다시 갈 일은 없겠지만... 만약 다시 간다면 차소리를 싫어하는 김원장을 위해 객실 등급을 하나만 -_-; 더 높여서 강쪽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 지르기 전엔 너무 비싼게 아닌가 싶었는데... 노천탕 분위기/가이세키/접객 태도 등에서 묵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있다. 다음 번엔 더 좋은 료칸에 묵어보고 싶어진다는(김원장 보고 있나?)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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