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스탄불은 엎어진 김에 쉬었다 가는 곳이었다.


여행 준비중 레바논에서 몰도바로 가는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이스탄불의 사비하 괵첸 공항과 아타튀르크 공항을 적절히 섞어 이용하면 딱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긴 했는데, 내 어찌 간만의 이스탄불을 그저 관통만 하고 후다닥 빠져 나오리오. 그래서 아무리 갈 길이 멀어도 이스탄불은 최소 2박이다! 모토 아래 꾸역꾸역 일정에 쑤셔 넣어 왔더랬다. 


그래서 이스탄불에서의 2박 3일도 나름 계획을 짜온다고 짜왔는데... 이스탄불 도착 후 현장에서 보고를 받은 김대장이, 관광지며 동선이며 식당이며 순서며 하나 같이 다 별로라고 하여... (지면 관계상 욕은 생략한다) 이스탄불에서는 그 때 그 때 김대장 꼴리는 대로 여기갔다 저기갔다 돌아다녔다. 다행히 그럭저럭 길은 기억이 나서 (대신 9년 전엔 여기저기 많이 헤맸) 별로 헤매지 않고 안내가 가능했다(인터넷이 되고 구글맵이 있는데 뭐가 두려우랴. 게다가 여기는 형제의 나라인데 돈을 바랄지언정 누군가는 틀림없이 도와줄거야).


탁심 이스티클랄 거리를 따라 쭉 걸어 내려와(예전처럼 반대 방향으로 헉헉대며 올라가는 짓 따위 안 함) 갈라타 타워를 지나 갈라타 다리 아래로

갈라타 다리 위의 강태공들까지 기억 속 그 때 그 모습과 비슷했다. 이스탄불은 그대로고 나만 늙은건가?


술탄아흐멧 가는 중 맞음 1


발릭 에크멕도 예전엔 아래와 같은 곳에서 사먹었는데



오늘은 여기

술탄아흐멧 가는 중 맞음 2


흠 이상하다... 혹시 터키는 오늘까지 이드 알 피트르인건가? 로컬들이 왜 이리 많이 쏟아져 나온 것이오? 나로서는 그 이유를 모르겠구려


지하도도 꽉꽉


Misir Carsisi (일명 이집션 바자르) 홈페이지 http://www.misircarsisi.org/default.asp?LanguageID=2 



여전함 1


이집션 바자르에서 그랜드 바자르 가는 길



사람들 미어지는 것 말고는 여전함 2



그랜드 바자르 Kapali Carsi 홈페이지 http://kapalicarsi.com.tr/tr/




바자르 들어갈 때 검색하는 것 말고는 여전함 3



블루 모스크 홈페이지 http://www.sultanahmetcamii.org/

여긴 안 들어가봐서 여전한지 안 여전한지 모르겠음 ㅎ 아예 메인 입구로 접근조차 안 한 관계로 사진조차 그지 같음 ㅋㅋㅋ


@ 술탄아흐멧 트램 역에서 생긴 일


숙소 주인 아저씨가 앞선 투숙객들이 놓고 간 카르트가 있다면서 산책 나가는 우리에게 빌려 주셨다. 필요한 만큼 충전해서 편히 쓰고 다니라고. 감사합니다. 얼마가 들어있는지 몰라서 걷다가 보이는 아무 충전기 위에 쓱 올려 놓으니 7리라 남짓 들어 있더라. 오케이. 한나절 룰루랄라 싸돌아 다니다가 이제 집에 가야지 싶어 술탄아흐멧 트램 역 앞에서 주머니를 만지니, 어라, 언제 어디서 빠졌지? 분명 조금 전까지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카르트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거다. 가방이고 주머니고 다 뒤졌지만 없어 ㅜㅠ 잉~ 이를 어째. 다시 사는 수 밖에. 아아 아까워 미칠 것 같아


그런데, 울 숙소 아저씨가 처음부터 카르트를 챙겨주셨기 때문에, 굳이 카르트 구입 방법에 대해서는 챙겨 읽어보고 나오질 않았더랬다(옛날엔 제톤 쓰고 댕겼다. 내게 있어 카르트는 신박한 물건). 최근 밀러샘댁 이스탄불 여행 당시 기억을 쥐어니 그냥 자판기에서 구입하면 된다고 했었던 것도 같아... 그래서 자판기 앞에 서서 구입 방법을 파악하려는데... 언제부터 내 옆 자판기에 서 있었는지 몰라도 갑자기 그가 내게 말을 건넸다. 


카르트를 사려는거냐 / 그렇다 / 내가 도와주겠다 어디까지 갈거냐 / 탁심 갈거다 / 알았다 그럼 30리라를 줘봐 / (30리라는 개뿔) 여깄어 10리라 / 아니 20리라가 더 필요해 / (흠... 내가 과연 30리라 어치를 다 쓰고 이스탄불을 뜰 수 있을라나?) 여깄어 20리라


그랬더니 이 인간이, 나는 당근 30리라 충전한 카르트를 뽑아줄 것으로 예상했더니, 30리라를 자기 주머니에 챙겨 넣으면서 대신 자기가 들고 있던 카르트를 내게 주는 것이다. 이 카르트 안에 돈 충분히 들어있으니 이거 가지고 타면 된단다. 헐. 야 인간아, 솔까말 나 조금 전에 네가 나한테 말 시키기 직전에 네 카르트 안에 9.7리라 들어있는 것 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게 대체 뭐하는 짓임? 좋은 말 할 때 내 돈 내놓으삼, 외쳤다. 그랬더니 내가 그걸 본 줄은 꿈에도 모르는 청년왈, 대체 왜 그러냬, 이 카르트 안에 돈 많이 들었데. 아 됐다고, 그냥 내가 준 돈 다시 다 내놓으라고! 


당시 김원장은 써티 가이드가 알아서 카르트를 잘 구입해 올 줄 알고 나와 약간 떨어진 상태에서 딴짓하고 있었는데, 내가 청년이랑 한 판 붙자 바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김원장 인상이 더러웠나 혹은 그 전에 내가 한 대 칠 것 같았나 하여간 그러니까 바로 30리라 내놓더라. 그 자리에서 청년에게 지 카르트 돌려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섰다. 곧 사연을 전해 들은 김원장은 나보고 바보냐고 여기가 어딘데(9년 전 유일하게 환전 사기를 당했던 곳이 바로 이 술탄아흐멧 트램역 앞, 바로 저 맞은편 환전소였지 말입니다 ㅜㅠ) 왜 그리 돈을 쉽게 건네줬냐고 뭐라 하던데 그래 나 바보다 난 형제를 믿었을 뿐이야. 진짜 30리라 탑업해서 뽑아줄줄 알았지. 청년 연기가 되게 자연스러웠거든 -_-;;;     


약간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여전히 우리가 다시 낚이기를 바라는 청년이 결국 포기하고 자리를 뜰 때까지 기다리다가 (일단 악의 구렁텅이 술탄아흐멧 역 권역을 벗어나 다음 귈하네 역까지 걸어갈까도 했는데 다리가 아파설라무네) 양 옆에 아무도 없는 자판기로 가서 카르트 셀프 구입 성공.


술탄아흐멧에선 긴장을 늦추지 맙시다. 그 동네서 먼저 말 시키는 인간은 일단 경계하세요.  9년 전에 이어 연타석 홈런 맞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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