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에겐 실례가 아닐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몰도바는 관광할 만한 "꺼리"가 적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런 몰도바에 국빈이 방문한다면, 이들은 그들을 어디로 모셔가서 무엇을 대접할까?


그들이 가는 곳에 우리도 가보기로 했다. 힌트 : 다음은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몰도바와 관련된 몇 문장들이다.


# 구소련 시절 전체 포도밭의 35%, 국토의 1/12이 포도밭, 국민 1인당 가장 많은 와인 생산, 전세계 와인 14번째 생산국, 7번째 수출국

# 유럽 최고의 포도농장이 몇 있다. 2-3달러면 값싼 포도주를 살 수 있는데, 이 포도주가 서방국가들에선 기둥뿌리를 뽑아야 할 가격일수 있다

# 과거 러시아 황제들이 크렘린궁의 셀러에 항상 가득 채워놓고 즐기던 와인이 있다. 바로 몰도바 공화국 와인이다. 지금도 러시아 와인 소비의 50%가 몰도바 와인이다. 

# 2013년 러시아 푸틴 대통령 방한시 롯데 호텔은 만찬 때 러시아의 대표적인 와인인 그루지아 와인이 아니라 몰도바 공화국의 2005년산 네그루 드 푸카리(Negure de Pucari) 와인을 내놓아...


그렇다. 몰도바는 와인이야. 와인 구경 가자스라.


나처럼 와인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도 [신의 물방울]을 읽은 사람이라면, 푸카리, 정도는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내 맘대로 생각하는 몰도바 3대 와이너리(?) 투어라면 바로 그 푸카리, 밀레스티 미치, 그리고 크리코바

하지만 셋 중 프로그램이 가장 이상적으로 보였던 푸카리는 키시너우에서 좀 멀다(게다가 만약 간다면 나는 거기서 자고 오고 싶다 ㅋ). 거기까지 김원장 끌고 갔다간 후환이 두렵... ㅋㅋㅋ



대신 키시너우에서 한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밀레스티 미치와 크리코바 둘을 놓고 나름 비교해 보기로 한다.

(처음 여행 준비할 시기와 실 여행 시기 사이 요금 인상이 있었으니 실제로 가실 분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변동 사항을 확인하세요)  



 밀레스티 미치 - 세계에서 가장 긴 (200Km)

 크리코바 - 테이스팅룸이 잘 마련된 (120Km)

 홈페이지

 http://www.milestii-mici.md/en/for-clients http://cricovavin.md/en/ 

 키시나우에서의 거리

 남쪽으로 18킬로

 북쪽으로 13킬로

 대중교통 

 대중교통 불편, 그래도 가겠다면, 

take the bus to Milestii Mici (central bus station about every hour to ninety minutes – for a 10:00 tour, take the 8:30 bus) and tell the driver to let you off at the “vinaria.” There, call for a taxi to drive you around.

 버스 타고 접근 가능

 테이스팅 와인 종류

 3종 : 레드, 화이트, 스위트 테이블 와인

 4종 : 레드 2종, 화이트, 샴페인

 테이스팅시 메뉴

 각종 파이(치즈,감자, 양배추, 사과), 치즈, 견과류, 비스킷

 내쇼날 프로그램을 신청한다면 / 견과류, 각종 파이

 투어 시간

 1시간

 1시간 30분

 주말 가격(평일에서 100레이 추가된)

 450레이

 토요일은 사전 조율

 일요일은 15명 이상일때 가능

 590레이
 주말엔 사전 조율

 한글 후기 몇 개 http://verakorea.blog.me/220698371867
 http://blog.naver.com/dwpjc/220813345720
 http://blog.naver.com/dwpjc/220813818335

 http://wol.jw.org/ko/wol/d/r8/lp-ko/102004128

 http://www.youngsamsung.com/board/boardView.do?board_seq=54319

 http://blog.naver.com/cha6600/220942316187

 http://blog.naver.com/lovemytravel/220858892870


음... 일장일단이 있는 듯 하다. 몰도바에서 내게 온전히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에 하나씩 두 곳 다 가면 되겠네 싶어 김원장에게 물어보니, 와알못인데 꼭 가야되냐고 ㅋㅋㅋ 정 그렇다면 한 곳만 가잔다. This is 김원장. 

그래서 둘 중 가격은 좀 비싸지만(=와인을 더 주는 ㅋㅋㅋ) 투어 시간이 길고 대중 교통편으로 접근이 가능한 크리코바를 택했다. 


"토요일에 기념품은 됐고 national package만 달랑 하고 싶어"하고 메일을 보냈더니

"토요일엔 프로그램이 없고 일요일 오후 1시에 주말가 590레이/인 투어 하나 있어. 이건 어때?" 답장이 왔다. 흠... 주말은 선택의 여지가 없군. 

콜 날렸더니 와인 보관 창고 안은 추우니 따뜻한 옷 챙겨서 투어 시작 10분 전까지 오라고 하더라(현금/신용카드 현장 결제 가능). 답장은 빨랐다.


그리하여 룰루랄라 가보는 크리코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택시를 타고 오가는 것 같으나(몰도바이다보니 비싼 편은 아니다. 편도 100-120레이 정도 하는 듯) 나는야 당근 버스지 ㅎㅎㅎ 키시너우 시내에서 2번 버스(Autobuz №2)를 타면 크리코바에 갈 수 있다고 하길래 도전해 보기로 한다.  


2번 버스에 대해 열공한 사이트. 공부를 진작 이렇게 했으면 서울대를 갔을텐데... 아니야 그래도 못 갔겠지


http://cricova.biz/ro/page/bus-2 (시간표는 확실치 않음)

www.chisinau.md/tabview.php?l=ro&idc=535&#s9 (시간표는 확실치 않음) 

https://www.eway.md/en/cities/chisinau/routes/41 (2번 버스 루트)

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ieVvBP2LlaXdw95H2tfNHJO0RcI&hl=en&ll=47.14070135049221%2C28.87032169721988&z=16


지도를 통해 파악한 바, 숙소에서 한 정거장쯤 떨어진 2번 버스 순환 종점으로 찾아가니 아싸 역시 그 자리에 2번 버스 시간표가 뙇! (물론 일요일이라 그런건지 원래 그런건지 시간표는 칼 같이 들어맞지는 않지 말입니다)




심지어 출발을 기다리는 2번 버스도 뙇! 버스 앞에 키시너우-크리코바라고 써 있어 오홍홍


일단 자리부터 잡고 출발을 기다려 본다

 나름 온라인 짜집기를 통해 오늘은 일요일이니 11시 45분발 버스가 있지 않을까... 추측하고 갔는데

현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는 (주중용인지 주말용인지 몰라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는 30분 간격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11시, 11시 30분, 12시 이런 식으로 써있고, 11시 45분발 버스는 없었다는 야그

그래서 이 버스가 11시 30분발 버스인가봐 하고 타고 있었는데... 11시 35분에 출발했다. 단순 5분 늦게 출발한건가 알 길이 없네 ㅎ

(참고로 크리코바 와이너리측에 혹 2번 버스 일요일 시간표 아냐고 물어본 적 있으나 모른다는 답변을 받음 ㅎ) 


# 사진상 왼편, 이 더위에 얇은 파카를 들고 탄 사람은 예쁜 처자였다. 우리는 처음 버스에 올라탔을 때 중간쯤에 잠시 앉아 있다가 맨 뒤로 이사를 왔는데, 곧이어 예쁜 언냐 하나가 올라타 앞쪽 왼편 혼자 앉는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오른편 두 명이 앉는 좌석 쪽에 앉아있던 할머니들이 뭐라뭐라 했고, 언냐는 그 말에 한 칸인가 두 칸인가 얌전히 뒤로 좌석을 옮겼다. 그런데 또 할머니가 뭐라뭐라 했고 이번엔 입을 삐쭉거리며 아예 사진상 오른편 검은 조끼를 입은 아줌마가 앉아계신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동을 건 버스는 곧 우회전을 연이어 두 번 했는데(예, 방향이 180도 바뀌었어요), 그러자 지금까지 해가 들던 왼편 좌석과 해가 들지 않던 오른편 좌석은 상황이 반대로 뒤집혔고, 바로 오른편에 계시던 할머니들이 왼편으로 우르르 대이동을 ㅋㅋㅋ 알고 보니 이미 왼편 좌석 아래 할머니 짐들이 놓여 있었다. 진작부터 이 사실을 알고 왼편을 맡아두신 상태에서 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 잠시 오른편에 앉아들 계셨던 것. 삶의 지혜란 이런 거죠 ㅎ 우리는 그저 앞쪽이 경로석이어서 언냐가 쫓겨온 줄... 

하여튼 버스가 출발하고 두 정거장인가 지났을 무렵 갑자기 저 검은 조끼 아줌마가 올라타더니 돈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다. 검은 조끼 아줌마는 차장이었던 것이다. 한 바퀴 돌아 탑승 중인 모든 승객에게 차비를 받은 차장 아줌마는 언냐 자리로 가더니 이 자리가 내 전용 좌석이다(그리고 보니 그 자리엔 남다른 방석이 뙇)라고 하는 듯 했다. 헐, 그 자리는 맨 뒤로 이사 오기 전 김원장도 맡아 앉았던 좌석인데. 그리하여 언냐는 또 다시 쫓겨 일어나야 했는데... 이미 버스 안은 만석이었던지라 서서 가야만 했다. 이제 언냐는 완전 똥 씹은 표정. 일련의 과정을 모조리 지켜보기도 했고 불편한 자세로 파카를 들고 나와 같은 구글맵을 구동시키고 있는 것이 보나마나 크리코바 가는 길인 듯 하여, 어쩐지 같은 여행자로서 동료 의식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우리 근처에 자리가 났을 때 얼른 언냐를 건드려 챙겨 앉혔더니 매우 고마워 하더라. 


# 우리가 앉아있던 버스의 맨 뒷좌석은 여러분 모두 알다시피 여러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내 옆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앉으셨는데 막말로 완전 꽐라가 되신 상태였다. 내가 푹신한 건 나도 인정하는데 내가 거의 베개임. 나름 애써 보았지만 정신을 못 차리시네. 술 소비량 1위에 빛나는 몰도바를 몸소 겪... 



크리코바까지의 버스비는 1인당 5레이로 알고 왔는데 4.5레이였다. 


약 40여분을 달려 오후 12시 15분, 크리코바 마을에 내렸다(나는 계획대로 크리코바 와이너리 "Beciurile Cricova"에서 1Km 정도 떨어진 정거장에 내렸는데 뒤돌아 보니 우리의 파카 언냐는 안 내렸더라. 어디까지 가려고?). 하차한 지점이 크리코바 마을 센터이기도 했고 시간 여유도 충분하길래 동네 수퍼마켓부터 한 바퀴 둘러보고(역시 크리코바 와인도 팔아 ㅎ) (작지만 이름만큼은) 중앙 공원도 구경.      



이 동네 아이들도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같은 줄넘기를 하고 있음


키시너우 시내 한복판 대로 이름도, 김원장이 흔들린 사진을 찍은 동상도 다 이 사람. 몰도바의 킹 세종, 스테판 대왕

이 사람을 크리코바에서 또 만나는 거야 당근 그럴 수도 있지 했는데...(저 꽃들 좀 보소. 여전히 연예인급이심)


어라??? 어디선가 만난 듯한 이 얼굴은??? 아니 이 양반이 왜 여기까지 와 있어? 몰도바와 루마니아는 형제인거죠

덕분에 백만년만에 떠올려보는 그 때 그 사람 http://blog.daum.net/worldtravel/13689603


딴 짓하다 늦을라 시계 보고 다시 크리코바로 김원장을 몬다 워워







매표소(reception)로 가서 예약자 이름 대고 요금 지불 


준비 당시보다 요금이 좀 올라서... 어쨌든 (기본 490+주말 추가 100)X2=1180 이런 구조일 줄 알았는데

둘러보기만 하는 프로그램이 430+내셔날 프로그램(테이스팅) 160 뭐 이렇게 쓰여져 있는 듯. 여하튼 둘이 1180레이로 1인당 약 38,000원 꼴.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지의 와이너리 투어 비용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나... 몰도바에 있다보면 바로 비싼데? 소리가 나오는 ㅋㅋㅋ

평일에 오세요 버스 타고 오세요



 잠시 고양이한테 한 눈 팔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맛 언제 이만큼 모였지? 다들 어디서 여기까지 왔데? 앗 저 사람은 한쿡인?


시간이 되면 가이드 언냐들이 나와서 러시아어팀, 영어팀으로 각 팀을 꾸린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영어팀. 버스에서 만났던 파카 언냐는(그렇다. 어느 정거장에서 내렸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또 만났다) 뜻밖에도 러시아어팀으로 가네. 어쩐지 할마시 차장아줌니 말을 잘도 알아듣는 듯 하더니.


팀별로 전동차에 탑승


가이드 언냐가 도톰한 코트를 챙겨 입으며 차에 올라탄다. 어라 바로 추워지나봐. 눈치껏 우리도 재빠르게 긴팔로 변신. 여행은 눈치가 팔할 


 역시나 곧바로 지하동굴 고고씽. 야호~ 재밌다 놀이 공원에 온 것 같아. 밖은 더웠는데 진짜 순식간에 썰렁해진다



가이드 언냐의 자세한 설명 내용은... 생략한다 ㅋㅋㅋ 나는 그런 반전 있는 여자 오빤 강남스타일


마침 한국분이 옆에 계시길래 먼저 인사를 드리니... 완전 깜놀하심. 아마도 우리를 한국인으로는 절대 여기지 않고 계셨던 모양이다 ㅋㅋㅋ 행색이 매우 초라한 우리에 비해 커다란 DSLR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짐 폭발이셨던 그 분은 유럽의 A 회의와 B 회의 사이에 한국 왔다갔다 하느니 막간을 이용해 우크라니아와 몰도바를 방문하신 거라고 했다. 몰도바는 단 하루 일정인데 여기를 택하신거라고(김원장아 이거 봐! 여기 와봐야 하는 곳 맞지?). 사실 몰도바는 유럽의 핫 플레이스가 아니므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 분위기이긴 했는데 역시나 유럽 대부분은 이미 섭렵하신 듯 했다. 몰도바란 작은 나라, 한 와이너리, 그것도 지하 100m에서 이렇게 와알못 한국인 부부를 만날 줄 몰랐다며 매우 신기해 하셨다는 ㅎ     


도로 작명 센스 좋고







투어는 지하 동굴의 와인 저장고 - 양조 시설 - 와인/회사 관련 영상물 감상 - 와인 셀러 - 테이스팅 룸 구경 - 테이스팅 - 기념품 가게 등 순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러시아어 팀과 겹치지 않게끔) 적절히 방문 순서를 조절하는 듯 했다.  





극장에선 벌써 한 잔씩 받아들고 음주 영화 관람. 내용은 한 마디로 와인이란 뭐? 신의 물방울, 우리 회사 어떤 회사? 와인 욜라 잘 만드는 회사 ㅎ



한 잔씩 걸치고 나니 조금 up된 일행들




셀러들을 구경하다 아는 이름 발견. 적어도 275번 칸의 와인들은 모두 그 분 것이로군요




와알못이나 어쩐지 들어본 듯한 이름의 위 아래 와인들




여기 왔다 이틀을 헤맸다(?)는 소문이 있는 유리 가가린


바다에서 모티브를 딴 테이스팅룸(위)과 푸틴이 생일 잔치 했다는 방(아래)


푸틴 입에 들어가는 수천 병의 와인보다 내 입에 들어가는 한 모금이 더 소중한 법. 드디어 대망의 먹자판 테이스팅

가이드 언냐가 와인을 제대로 마시는 방법에 대하여 열심히 설명해 주지만 아몰랑 먹고 죽자 ㅋㅋㅋ (이미 밀러샘댁에서 좀 배웠어요) 


어라 치즈 파이는 김원장이 그새 가져갔나




술이 들어간다 쑥쑥 쑥쑥쑥

팀내 분위기가 급격하게 후끈 달아 오릅니다. 화기애애 알콩달콩 위 아 더 월드 위 아 더 췰드런

러시아어 팀이었는데 팀원 다 가고 혼자 남아 여태 마시고 있던 아저씨 한 분이 여기가 천국이야! 맘껏 마셔! 외치지를 않나, 

맞은 편에선 터키에서부터 모터바이크를 끌고 올라온 아저씨들과 폴란드 자코파네에서 내려온 아주머니들이 묻지마 관광 분위기 형성




뽀글뽀글. 크리코바가 자랑하는


돈이야 이미 낸 거고, 술 인심이 따봉이라 즐거웠어요. 어느새 취했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가이드 언냐와 악수를 막 하고 있네 ㅋㅋㅋ

김원장과 "이런 데는 우리 말고 밀러샘과 헤르미온느샘 오셔야 하는건데" 계속 그럼

비록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끝이 보이지 않는 포도밭 어드메 눈부신 햇살 살포시 가린 그늘막 아래에서의 코스 정찬, 그런 투어는 아니었지만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 걸로 ㅋㅋㅋㅋㅋ


양껏 먹고 마시고... 프로그램을 마치기 전에 팀원들이 기념품 가게 들어가서 막 뭘 사길래 슬쩍 따라 들어가 구경





 나가는 순간조차  맨 앞 좌석을 선점한 뉘 집 남편


약 2시간 여에 달한 투어를 모두 마치고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길. 한국분께서는 택시를 대절하여 타고 오셨다길래 같이 타고 돌아가자 말씀 안 하셔서  즐거운 여행 되세요 하고 헤어졌다. 알딸딸 우리의 발길은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오옷, 저~기 앞에 2번 버스가 막 떠나고 있네. 이런 된장. 버스 스케줄이야 어차피 며느리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지금 한 대가 떠났으니 약 30분은 기다려야 다음 차를 탈 수 있을 듯 ㅜㅠ


그런데, 아까 버스 타고 와서 크리코바 마을에 내렸을 때의 일이다. 내리자마자 건너편 정거장으로 건너가 붙어있던 버스 시간표부터 사진으로 막 남겨 두려는데(명색이 블로거인데 사진 한 방 찍어야지) 나의 그런 행동을 본 동네 아주머니가 급 우리에게 다가 오셔서 뭔가를 엄청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시는거다. 나는 아주머니가 구사하시는 언어가 러시아어인지 루마니어어인지 몰도바어인지 구분조차 못 하는 수준인데... 듣다보니 띄엄띄엄 이런 내용인 듯 싶은거다. 오늘은 일요일이야. 저 스케줄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용이야. 그러니까 사진 찍지마. 안 맞아. 만약 2번 버스가 안 오잖아? 그럼 저쪽 키오스크 있는데로 가. 거기서 키시너우로 가는 또 다른 마슈르카를 탈 수 있어...(뻥치고 자빠졌네 생각되면 오늘밤 EBS 세계테마기행을 틀어 놓고 아래 자막 부분을 가리고 한 번 봐봐라. 내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이다 ㅋㅋㅋ) 어쨌거나 너무나도 친절히, 행여 우리가 잘못된 시간표를 믿고 오래 기다리기라도 할까봐 가던 길 멈추시고 한참 설명해 주셨던 크리코바 마을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헤어질 때 내가 스빠시바(밖에 할 줄 모름) 꾸벅 인사 하니까 갑자기 까레이스끼? 하셔서 더 놀랐어요 ㅋㅋㅋㅋㅋ


하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2번 버스가 가버렸잖아. 그리고 나니 갑자기 아까 아주머니가 가리키던 방향이 생각나는 것이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야 김원장을 끌고 그 방향으로 올라가 보는데... 분명 '키오스크'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은데 그런게 없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자막 가리고 보면 뭘 알겠어, 이해가 될 리 만무하지. 미안하다. 뻥 좀 쳤다) 에라 모르겠네. 조 앞 사거리까지만 가보자 하고 좀 더 올라갔는데... 갑자기 김원장이 소리를 질렀다. "저기 마슈르카가 와!" 


헐. 대박. 계탔네


그래서 손 흔들어 무작정 탔다ㅋㅋㅋㅋㅋ 취했ㅋㅋㅋㅋㅋ 몇 번인지 어디로 가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격 쿼바디스 트립

 크리코바 올 때 버스는 4.5레이였는데 키시너우 갈 때 마슈르카는 5레이/인였다. 드라이버 아저씨께 직접 드렸다. 


그냥 올라타면서도 별 걱정 안 했던 이유는 내 손 안에 데이터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있고 거기 구글맵과 Eway 어플이 깔려 있었기 때문인데,

타고 오면서 대체 이게 몇 번이고 어디까지 가는 마슈르카일까... 궁금해서 Eway 어플내 이것저것 눌러보다 보니 152번 마슈르카로 추정되었다.


만약 이게 152번 마슈르카이고 (원웨이) 운이 좋으면 갈아타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집 앞에 칼 같이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발 152번이어라 제발 152번이어라 했는데 진짜 152번이었고, 그래서 마치 진작 알고 탄 사람들 마냥 숙소 앞에서 뙇 내렸다는, 

직접 겪고도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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