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 기차역에서 메디나 Bab Boujloud까지는 우아하게 쁘띠 딱(petits taxi / 우리가 흔히 일컫는 택시)를 탈 계획이었다. 

붉은 마라케시의 택시가 똥색 누리끼리 비슷한 색상이었다면, 누런 페스의 택시는 빨간색이라 대조적으로 느껴졌다(참고로 라바트는 파랑).


알아온 정보에 의하면 페스 시내를 오가는 쁘띠 딱시 가격은 15-20 디르함 정도라고 했는데(근데 대당인지 두당인지를 안 적어왔..),

혹시나 숙소에 물어보니 기차역에서 Bab Boujloud까지 1인당 20-25디르함을 부를 거라고 알려주길래 요즘 시세가 그런가 보다 했다.    


기차역을 벗어나 택시 정류장으로 향하는, 역전 광장의 그 100 여 미터 거리를 걷는 동안, 우리 뒤통수에서 누군가 계속 영어 일어 불어 번갈아가며 말을 건네왔는데 당근 쌩까고 곧장 택시 스탠드로 갔다. 내 삐끼 따위에 넘어갈쏘냐. 스탠드 근처에 서 있는 아무나 붙들고 외쳤다. 


- Bab Boujloud 가고 싶어요! 

- 숙소는 어딘데?

- Bab Boujloud 앞에만 내려줘요!

- 숙소 예약했으면 거기까지 안내해 줄께. 메디나는 무척 복잡해. 만약 예약 안 해 왔으면 그럼 내가...

- 그냥 Bab Boujloud 앞에만 내려줘요! 


우리는 정체를 모르는 두 어 사람을 더 거쳐 줄의 맨 앞에 대기 중인 택시로 인도되었다. 운전석은 비어 있었고 조수석엔 이미 다른 승객이 앉아 있었다. 그렇담 합승인건가? 갸우뚱 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이 택시 운전사가 내내 우리가 쌩깠던 바로 그 사람이었네 ㅋㅋㅋㅋㅋ 아 미안해라. 그래서(?) 일본에서 왔냐길래 그렇다고 했다.


Bab Boujloud까지 얼마에요?

- 30 디르함

- 1인당?

- 아니, 둘 합쳐서(짐까지 모두 합한 거라는 손짓과 함께). 


그래서 아싸 외치고 짐은 트렁크에 싣고 합승 택시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막 차가 출발하려는데 누군가 창에 머리를 들이밀고 말했다.


- 너희 일본인이라고? 메디나에 도착하면 일본어 잘 하는 애들 많은데 걔네가 막 달라 붙을거야. 나중에 돈 달라고 할테니 걔네들 절대 믿지마.   


당근이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댁은 또 누규? 나는 너도 못 믿겠다 ㅋㅋㅋ


이렇게 Bab Boujloud = Blue Gate = 파란 문 도착 (흠... 이 사진은 파랗게 안 보이네)



숙소에서 보내준 약도(아래 링크 참조)만 가지고 과연 잘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찾음 ㅋ 


https://scontent.xx.fbcdn.net/hphotos-xpa1/v/t1.0-9/12341482_1655758198029199_3018480954578665057_n.jpg?oh=ee1f9e2005cd79904c54bdbc30ce5a9d&oe=57650BA6


이 와중에도 끊임없이 어디 가냐, 어느 숙소 찾냐, 어디 예약했냐, Dar Borj 가냐(순간 흠찟) 끊임 없이 말 걸어대던 삐끼들. 

마라케시보다 심하구나 싶었지만 우리는 귀머거리 일본인 모드 장착 중이었기에 딱히 문제는 없었다.

 


이 집은 대문 키를 따로 주지 않았다. 1층에서 항상 대기타고 있다가 똑똑 노크하면 얼른 뛰어와 열어줌 ㅎ 


중정에서 대문을 바라보면


1층에는 1호실, 2호실이 있었다. 


웰컴 민트 티




위에서 내려다 본 중정



Dar Borj


@ 홈페이지 http://darborj.com/

@ 예약 : 부킹닷컴 통해 (현재 홈페이지상에는 사진이 없는) Superior Quadruple Room (6호실) 2박 택스 포함 총 104.6유로

우리 식으로 하면 객실은 3층까지 있는데(테라스는 3층에 넓은 공간이 하나, 4층에 좁은 공간이 하나) 내가 예약해 온 4인실은 3층에 하나 있는 방으로 아랫층 다른 객실에 비해 훨씬 밝다. 참고로 1층에 1, 2호실, 2층에 3, 4호실, 2.5층에 5호실, 3층에 6호실이 자리잡고 있다.  

@ 장점 : 페스 메디나의 메인 게이트라고 할 만한 Bab Boujloud (Blue gate)에서 가까우면서도 조용한 입지(그런 면에서 라바트 숙소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 직접 와보니 Bab Boujloud 쪽이 지대가 높은지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내리막, 즉 다시 말해 당신이 메디나 안쪽 깊숙히 숙소를 잡았다면 체크아웃할 때는 짐 들고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는 소리 / 에어컨까지 있는 가성비 좋은 방(개인적으로 침대는 라바트보다도 마음에 든다) / 모로칸 주인 - 비록 앞 두 숙소의 주인장들이 더 친절하긴 했지만 ㅋ 

@ 단점 : 새집증후군? 묘한 냄새가 난다 / 연결되면 빠른 편이지만 연결이 잘 안 되거나 종종 끊길 때가 훨씬 많은 인터넷 

@ 기타 

- 이메일 혹은 페이스북을 통한 연락 모두 잘 되었다 

나야 일부러 4인실을 잡았지만 나머지 2개의 침대는 소파 겸용(다만 소파를 침대로 쓴다기보다는 매트리스를 소파로 쓰는 스타일)이니 참고할 것

- 비데가 있다

- 숙소 주인은 한국어 세 마디를 알고 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앞선 두 리아드에 비하면 크기가 커서 그만큼 쾌적했던 우리 방. 5월 중순, 페스의 한낮은 제법 더워져서 에어컨도 잘 썼다.





3층의 우리 방 건너편으로 투숙객들이 세월아 네월아 딩가딩가하는 공간이자 아침 나절엔 조식당으로 쓰이는 휴식처가 있고



이 집 조식도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인기 있는 숙소라 전처럼 단 둘이 오붓하게 못 먹는다는 점만 좀 아쉽. 



모르는 남자가 모로코를 누리는 방법



4층엔 오픈 테라스가 있어 낮이고 밤이고, 아니 낮보다는 밤에 나와 놀기 좋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