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나하첼 <-> 산 페드로 라 라구나 : 약 25분 소요. (외국인 가격) 25케찰/편도. 요금은 하선 뒤 ^^ 지불

빠나하첼에서 산 페드로 갈 때 숙소 아저씨께 물었더니 매 시간(매 30분)마다 한 대씩 떠난다고 했는데 - 실제 우리 배도 30분에 출발

산 페드로에서 빠나하첼 갈 때 가게 아저씨께 물었더니 쪽수 12명 찰 때마다 간다고 (뭐가 맞는지?)


아띠뜰란 호숫가에 작은 마을들이 여럿 포진해 있는데 그 중 빠나하첼 다음으로 유명한 마을이 아마 산 페드로 (라 라구나)가 아닐까 싶다.

보통 배(란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빠나하첼에는 선착장이 두 군데 있으니 헛걸음 하지 말 것.

 

하나는 (아마 그 다음으로 유명할) 산티아고 아띠뜰란 (후기), 산 루카스, 톨리만으로 가는 배가 떠나는 선착장(아래), 


다른 하나는 우리가 가는 산 페드로를 비롯, 산타 크루즈, 산 마르코스, 산 파블로, 산 후안 등으로 가는 배가 떠나는 선착장(아래). 

(우리가 탈 배)



(행여 멀미할까봐 다소 긴장한 모르는 사람)

출발!

무릎과 무릎 화산과 화산 사이. 우왕 멋지다.

아마도 산타 크루즈

차장 청년 급 모델 섭외


배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약 시속 40Km) 달리는데 오전이라 그런지 김원장도 멀미 따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풍경에 즐거워하고 있더라는.


MAP 2013 SAN PEDRO1

 (출처 http://sanpedrolalaguna.net/styled-5/index.html)


산 페드로는 대략 위와 같이 생긴 작은 마을인데, 실제로 길을 찾을 때는 아래 지도(http://www.tzununya.com/images/sanpedromap5.jpg)가 더 보기 편한 것 같다. 




배를 타고 산 페드로 가는 길은 정말이지 신났었다. 아띠뜰란이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호수는 아니어도, 탑 10이나 탑 20 정도(예를 들어 http://www.fodors.com/news/photos/the-worlds-20-most-beautiful-lakes#!13-lake-atitlan)에는 올려주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중미 전체 여정을 통틀어 가장 기대했던 곳이 치치카스테낭고였기에 상대적으로 아띠뜰란은 순위가 밀릴 수 밖에 없었는데, 치치카스테낭고가 기대에 좀 못 미쳤다면, 아띠뜰란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구상에 이렇게 화산들과 어우러진 커다란 칼데라호 하나 쯤은 있어야지. 암, 그래야지.


그런데 산 페드로 선착장에 내리는 순간, 




첫번째, 한국말이 들려왔다. 고개 돌려 그 쪽을 바라보니 그것도 패키지 팀이었다 ㅋㅋㅋ 다시 빠나하첼로 나가는 배를 기다리고들 계시더라.

(이외 젊은 배낭 여행자들을 두셋 정도 더 본 것 같다. 중미 여행 시작하고 '한국인 여행객'을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만난 날은 없었다)  

두번째, 선착장에서 바라본 마을의 (기대보다 번잡스러운) 첫 인상이... 이미 이 곳도 끝난 모양이구나, 싶었다. 



세번째, 그렇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리고 히피라는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 어렵긴 하지만, 인도 고아나 네팔 포카라 같은 곳에서 느꼈던 그들(?)의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곳이었다. 게다가 군 제대 여행 떠난 이스라엘리도(개인적으로 별로 안 만나고 싶은) 꽤 많이 찾는 동네인 것처럼 보이다 보니... 한편으로 괜히 왔나 싶기도 했다는.




Hotel Sak'cari El Amanecer


@ 홈페이지 : http://hotel-sakcari.com/

@ 투숙일 : 2015년 11월 16일(월), 17일(화) 2박

@ 객실 및 예약 : 홈페이지 통해 2 Twin Lake View를 조식 불포함 305케찰(약 40불)에 1박 예약

@ 사전 응대 : 예약전 이메일로 사전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장 따위 없음 ㅋ

@ 결제 : 첫날은 과테말라 케찰로 지불, 현지에서 연장한 둘쨋날은 달러로 지불(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수중에 있는 대로).  

@ 장점 : 그냥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오전 시간대(6AM~11AM) 무료 커피 제공

@ 단점 : 옆 방 이웃을 잘 만나야. 조식 서비스 제공치 않음

@ 트립어드바이저 리뷰 : http://www.tripadvisor.ca/Hotel_Review-g313833-d1735005-Reviews-Hotel_Sakcari-San_Pedro_La_Laguna_Lake_Atitlan_Solola_Department_Western_Highlands.html




예약해 온 숙소는 산 페드로에서 일명 "Main Trail"에 위치해 있었다. 산 페드로 역시 아띠뜰란 호숫가에 면한 마을이기 때문에 여행자를 위한 대부분의 인프라가 당연히 호수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쉽겠다(물론 현지인들을 위한 메인 중심지는 언덕 너머 내륙쪽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우리 숙소도 그 중 하나로 빠나하첼발 선착장에서 (툭툭을 탈 수도 있겠지만) 이 길이 맞나 싶은 작은 골목들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한 10분쯤 걸리는 것 같다.


기왕이면, 하는 마음에 호수가 보이는 방으로 예약을 해 왔는데, 그건 참 잘한 짓이었다. 그냥 호수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이런게 사람들이 말하는 힐링이구나. 

하루 종일 이름 모를 벌레들이 날고 또 이름 모를 새들이 울고... 그러다 종종 벌새가 날아와 창 앞에서 날개짓이라도 하고 있으면 어서 와서 이 양 좀 보라고 서로 부르곤 했다. 

(전면 창으로 바라본 뷰)


정원은 관리를 한 듯 안 한 듯, 매일 가꾸고 있는 것치고는 반짝거림과 제법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 편이 지극히 이 동네 "다워서" 마음이 더 편안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젠 스타일의 고급 숙소 하나 들어오면 대박 나지 않을까  


겨털의 소중함


(수영장을 사칭한 물탱크)


유일한 단점이라면, 평소에는 방 안에서 호수 오리떼가 물 장구치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너무나도 조용한 - 김원장이 찾아다니던 - 곳이었지만, 옆 방 할아버지가 일으키는 소음이 문제였다. 그는 미국인이었고, 나이가 많아 체력이, 특히 청력이 좋지 않았으며 혼자였고, 외로워 보였다. 과테말라 어지간한 곳을 이미 다 돌고(어쩌면 세계도) 우리 옆 방에는 2주 이상 묵고 있었다. 평소 방문 앞 테이블 의자에 앉아 나른하게 광합성을 하고 있던 그는 투숙객들이 지나갈 때마다 그들을 붙잡고 말을 건넸고 어떻게든 꺼리를 찾아내 여행에, 인생에 관한 조언식의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갔다. 형편없는 내 영어 실력에도 그 뉘앙스가 느껴질만큼 상대방이 몇 번이고 잘 알았어, 이제 됐어 조의 thank you를 날리던데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말을 하고 또 말을 했다. 


오후 5시경이 되면 음악을 틀었고 맥주를 한 병 마시며 소설책이나 론리 플래닛을 뒤적였다. 그러다 곧 해가 지면 스마트 패드류를 꺼내 또 뭔가를 읽으셨다. 저녁 공기가 차가워지면 해소 기침을 몇 번이고 연달아 하시다가 결국 7시경이면 뮤직 플레이어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셨고 아침이면 6시도 되기 전에 일어나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를 몇 잔이고 가져다 마시는게 오며가며 내가 짜맞춘 하루 일과였다. 


할아버지와 타인과의 대화는 매번 타인의 사정상 아무리 길어야 30분을 넘지 못 했고, 할아버지 취향의 컨트리 뮤직 풍 음악은 어디선가 들어봄직 한 것이 내게는 그렇게까지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서로 하루 종일 숙소에 방콕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하지만 중미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난, 고요함을 기대하고 여기까지(=제일 싫어하는 교통 수단인 배를 타고) 기어 들어온 김원장에게는 매번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비슷한 처지의 외로운 할아버지(상대방은 보청기까지 착용한)끼리 만나 길고 긴 대화의 성량이 한껏 무르익었을 때 한 번, 그리고 우리가 방에 머무르던 시간대와 할아버지의 음악 청취 시간대가 100% 맞아 떨어졌을 때 막판에 이르러 또 한 번, 이렇게 두 번 할아버지를 찾아가 양해를 구할 수 밖에 없었다는.   


늙고 병들고 외롭고...

그래도 인정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게 사람이다.



(맛있어서 맛있는거냐 멋있어서 맛있는거냐)


할아버지와의 갈등(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부탁을 하러 갈 때마다 농담을 거시는 분이었다)이 다소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페드로는 지나온 과테말라의 그 어느 곳보다 평온했다. 


우리가 이 곳에서 하루 더 묵은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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