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날 아침 짐 정리하면서 뱅기에 부칠 배낭에 카메라까지 넣어 버리고 핸펀으로 대충 찍었더니 안 그래도 후진 사진이 더 후지...




아아악 이 날이 오고야 말았다. 귀.국.일. 어느새 40일이 홀라당 가버렸구나. 


내일 지구가 멸망한데도 오늘은 배터지게 먹겠다. 이제 한국 가면 호텔 조식 따위 바로 먼나라 야그가 될 터.


(주문형 오믈렛. 대빵 크다)


귀국 일정은 대략 아래와 같았다. 아에로플로트 앱을 깔아가며 이것저것 시도해 본 결과, 아에로플로트도 온라인 체크인이 가능한 듯 했다. 아싸, 좌석 지정에 두 구간 보딩 패스까지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완료. 


헬싱키-인천

출발 13:25 (06/27, 토) 헬싱키예약상황 OK

좌석등급 일반석

유효기간 180일
비행시간01시간 40분항공사로고 러시아항공 [SU2207편] 
항공사예약번호 : 
도착 15:05 (06/27, 토) 모스크바(SVO)
공항대기/연결시간 : 03시간 50분
출발 18:55 (06/27, 토) 모스크바(SVO)예약상황 OK

좌석등급 일반석

유효기간 180일
비행시간07시간 20분항공사로고 러시아항공 [SU3890편] 
항공사예약번호 : 
도착 09:15 (06/28, 일) 인천

* 공동운항편 : 실제 탑승은 대한항공 비행편을 이용하시는 공동운항편 입니다. KE924
탑승수속은 실제 탑승항공사 카운터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총 소요시간
12시간 50분 (비행 시간 : 9시간 0분, 대기시간 : 3시간 50분)

온라인 체크인을 해냈으니 대략 1시간 반 정도만 여유 시간을 잡고 버스 시간 맞춰 공항으로 출발했다. 오늘도 615번. 이번엔 나도 미리 티켓 준비 안 하고 탑승하면서 운전사 아저씨한테 현금 지불. 이쯤에서 사족으로 남겨 보자면 여행 중 망가진 우산, 호텔방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는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쨍하던 하늘에서 급 비가 내려. 그것도 엄청 많이 ㅋㅋㅋㅋㅋ 아 대체 몇 발짝이나 걸어왔다고 고새 날씨가 이 모양으로 급변하는지. 여기까지 우산 쓰고 와서 공항에서 버릴걸 하고 후회함. 


다행히 버스 정류장에 지붕이 있어 생쥐 신세는 면한 채 무사히 아에로플로트가 이용한다는 공항 터미널 2에 12시쯤 도착했다. 마침 체크인 줄에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아 후다닥 짐 부치고 라운지에 가서 또 먹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흑흑흑, 도무지 줄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우리 뒤로도 같은 뱅기를 타는게 분명한 사람들 줄이 늘어서 있으니 어떻게든 시간내 수속이 진행되어야 할텐데, 이렇게 늘어질 것 같으면 데스크를 하나 더 열던지 할 것이지... 보딩 시간이 다가올수록 은근 속이 타는데, 이제야 겨우 우리 차례가 왔거늘, 막 수속 밟으려는 순간 비즈니스석 담당 데스크에서 우리 앞으로 3명을 더 끼워 넣지를 않나... (떠올려 보자면 모스크바에서 바쿠 갈 때도 체크인 속도가 영 안 나서 김원장이 짜증냈었다. 그 때도 우리 앞으로 사람들이 끼어 들었고. 아에로플로트 원래 이런가 ㅋㅋㅋ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냥 처음부터 그냥 비즈니스석 라인으로 가서 온라인 체크인 해왔다는 핑계로 일단 들이밀어 보는건데... 이런 생각은 꼭 나중에야 난다. 하여간 뭐 어떻게든 태워는 주겠지 하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다 겨우 짐을 부쳤다. 담당 언니왈 보딩 패스는 다운로드 받아왔지? 곧 보딩 시간이니까 얼렁 들어가, 하네. 잉, 니들이 빨리빨리 했으면 이런 일 없지. 이럴 줄도 모르고 헬싱키 공항 라운지 둘 중에 뭐가 좋을까 아침에 열심히 비교해 왔는데 이게 뭐야, 다 쓸데없는 짓이였어! (참고로 올모스트 라운지가 먹을게 좀 더 많아보여 그리로 가려고 했었다)


라운지고 뭐고 서둘러 검색대로 간다. 이 와중에 작은 가방 바깥으로 따로 꺼내 놓지 않았던 가글이 걸려 주시고, 김원장이 헬싱키 공항도 우리 여권으로 자동 출입국 심사가 된데, 하길래 시도해 봤지만 잘 안 되서 또 버벅거리고(얼른 유인 심사대로 갔다)... 엇, 보딩 시작했겠다 허겁지겁 서둘러 게이트로 가보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정식 보딩은 기존 시각에서 15분 뒤로 연기된 듯 하다. 하긴 우리 뒤로도 몇 팀이 더 있었으니 걔네들까지 다 태우려면... 짜증난 김원장이 확 안 타버릴까보다 투덜거리던데 그래봐야 댁만 손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비행이었다. 얘네들이 서로 이렇게까지 가까웠던가

(헬싱키-모스크바 구간 배급 받은 아에로플로트의 light snack 기내식)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 우리의 환승 절차는 다음과 같았다. 


환승 표지판을 보고 따라간다 - 뭔 검사대가 나타났다 - 검사대에서 여권과 보딩패스 보여달라고 해서 다운로드 받아온 보딩패스를 보여주니 이딴거 말고 도로 빠꾸하여 검사대 전에 있던 항공사 데스크에서 종이로 된 보딩패스 받아오란다 (뭐야. 좀 전 헬싱키-모스크바는 모바일 탑승권으로 잘만 태워주더니) - 몇 미터 떨어져있던 항공사 데스크에서 종이 보딩패스 재발급 - 검사대 통과 - 이번엔 검색대, 가방과 사람, 각자 자기 구멍으로 검색대 통과 - 면세구역 재입성  


헬싱키에서 타고 온 뱅기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의 D 터미널에 내렸고, 인천으로 타고 갈 뱅기도 D 터미널에서 탑승해야 했지만, D 터미널엔 라운지가 없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라운지는 E 터미널의 갤럭시. 각 터미널들 규모가 꽤 커서 D에서 E까지 걸어가는데도 탑승 게이트에 따라 10분 이상 잡아야할 듯(터미널 여기저기에 대략의 소요 시간이 안내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이 탱크 오락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바쿠갈 때 이용했던 F 터미널의 클래식 라운지는 그래도 좀 얌전한 분위기였는데, 갤럭시 라운지는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음악도 크게 틀어놓고, 끊임없이 안내 방송하고... 김원장이 마음에 안 들어했음은 당연지사. 나는 나대로 먹을게 별로 없어서 조만큼(?) 밖에 못 먹는다는게 아쉬웠다. 그냥 확 F 터미널까지 가버려? 그럴까 말까 고민하다가 술 좀 들어가니까 만사 귀찮아서 ㅋㅋㅋ


(모르는 사람이 자고 있다. 시끄럽다더니)


두어시간 반 정도 라운지에서 개기다가 (대한항공이 우리 두고 가버릴까봐 보딩 시간에 알람 맞춰 놓고 놀았다. 라운지가 위치한 터미널과 탑승 터미널이 다른 관계로 안내 방송이 없어서...) D 터미널로 출발.


(이제 한동안 볼일 없을 키릴 문자. 순식간에 다시 깊은 망각의 바다로 가라앉겠지 ㅋㅋㅋ)


(오옷 저기 보인다 우리의 날개 대한항공)


(게이트 앞은 벌써 대한민국이었다. 한국을 떠나있는 동포가 이렇게 많았다니!)


친절한 언냐들이 한국말로 인사 날려주는 가운데 한글 신문 챙겨 대한항공 탑승. 까하하, 아에로플로트로 예약해왔지만 대한항공 탄다! 


헬싱키-모스크바 구간에서 빵쪼가리 받아드는 순간, 부디 모스크바-인천 구간은 

비빔밥이 나와야해 비빔밥이 나와야해 비빔밥이 나와야해 주문을 걸었는데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비빔밥이 나왔다

더 기쁜 소식은 김원장이 수면유도제 먹고 뻗었는데 아무리 깨워도 잠에 취해서 비빔밥을 제대로 먹지를 못 해 ㅋㅋㅋㅋㅋ 그렇담 니꺼도 내꺼


그렇게 비빔밥 두 그릇을 폭풍 흡입하고  

빽 투 더 비기닝, 언제 재미있어지나 대체 언제 재미있어지나... 봐온게 아까워서 결국 끝까지 보고

포커스, 는 그냥저냥 봤는데 남녀 주인공 케미가 영 안 와닿아서. 꼭 윌 스미스여야만 했니.  

그리고 또 뭘 봤더라... 어느새 두번째 밥 시간.

언냐들이 아침으로 뭔 죽 하고 오믈렛 하고... 이 중 뭐 드실래요? 물어오는데 이제서야 부시시 깬 부활 김원장, 라면 먹고 싶다고.

인간아 어지간하면 준비된 메뉴 중에 주문할 것이지... 싶지만 아까 내가 김원장 비빔밥까지 다 먹어치운게 좀 찔려서...

라면 좀... 굽신굽신하여 해장 모닝 라면 득템

(국적기의 위엄이 새삼 느껴지던 순간)


라면 국물까지 다 마시고 캬~하며 화면을 보니 아아 고국에 다왔구나! 


"정말 40일 여행이 다 끝났네..." 뭔가 감흥에 젖은 척하는 김원장한테

 "그러네, 진짜 끝났네" 맞장구 쳐줌과 동시에 귀에 살며시 조용히 나지막이 한마디 더 날려준다.


...


'자 이제 중미 출발까지 125일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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