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플레인에 대처하는 압사라의 자세

하룻밤 잘 자고 난 뒤 조식을 먹으러 가서 평소처럼 열심히 먹고 있는데

식당 들어올 때 몇 호 손님이세요, 묻던 언니도 아니고

커피 드릴까요, 차 드릴까요 묻던 언니도 아닌,

새로운 언니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

"두 분께서 어제 묵으셨던 방이 소음 때문에 불편하셔서 새로운 방으로 옮기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밤 편히 주무셨는지요? 불편을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저희에게 알려주세요" 운운.

내 지금까지 김원장 때문에 본의 아니게 타 리조트들에서 방을 몇 번 옮겨본 적이 있는데, 다음 날 아침 follow up 당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압사라가?

그러고보니 어제 체크인을 맡았던 Gift 도 그렇고, 우리에게 빌라를 안내해줬던 Golf 도 그렇고, 방을 옮기느라 만났던 직원 셋 모두 참으로 성심껏 우리를 대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언니는 또 어디서 나타나서, 우리 얼굴은 어찌 알고(뭐 투숙객이 워낙 없긴 하다만 하여간) 이렇게 챙겨주는가. 생각보다 이 집이 인수 인계가 잘 되나봐, 하면서 방으로 돌아왔는데,   

 

이런 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지금까지 리조트에서 콩그레츄레이션 카드는 많이 받아봤어도 -_-; WE'RE SORRY 카드는 또 처음 받아본다. 그것도 무지막지한 양/크기의 과일 플레이트와 함께. 그 속엔 방금 조식당에선 코빼기조차 안 보였던 사과들이, 나는 막 냉장고에서 나온 귀한 몸이요, 울부짖고 있더라(이 동네 사과는 맛도 없으면서 비싸다는 특징이 있다).

압사라에는 결혼 기념일 코멘트를 안 하고 들어왔기에, 조용히 지나가겠지 했는데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엄청난 양의 과일을 받아부렀네? 아니 압사라는 대체 얼마나 쏘리할 일이 많으면 쏘리 카드를 다 만들어 놨어? 하는, 흥이 절로 나는 앙탈의 시간이었달까.

 

다음날 아침 조식 시간에는 Golf 가 우리에게 다가와 또 말을 건넸다.

"두 분께서 소음 때문에 불편하셔서 새로운 방으로 옮기셨다고 들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과일을 보내 드렸는데 잘 받으셨는지요? 지금 방은 괜찮으십니까? 불편을 끼쳐드려서 다시금 사과 드립니다.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저희에게 알려주세요" 비슷한 사과 인삿말.

 

아침 조회 시간에 높은 분이 전 직원 불러놓고 진상 고객 떴으니 인사를 잘 하라는 순시라도 내린 것일까. 다른 건 몰라도 압사라 직원들의 대 고객 서비스만큼은 5성을 줘도 아깝지 않다.

 

@ 수영장

보통 풀억세스룸에 붙어있다 하더라도 그 풀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 더 샌즈는 풀억세스룸들만 따로 쓰는 풀을 제공해서 그 점이 참 좋았더랬다. 물론 그 땐 잘 몰랐지. 여기 압사라에 오니 상대적으로 그 점이 다시 부각되었을 뿐.

압사라 리조트에는 수영장이 2개가 있는데(빌라측에 또 2개인가 더 있고) 하나는 가든 내 위치한, 풀억세스룸과 이어진 풀이 있고, 또 하나는 메인 수영장으로 제법 큰 미끄럼틀도 있고 비치프론트에 위치해 있어 분위기 죽이는 인피니티 풀이 된다.

전자의 경우 멋지게 조경된 가든을 꼬불꼬불 지나기 때문에 그늘이 지는 곳이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딱히 태양을 피할 곳이 없다.

두 수영장 모두 큰 편이고 깊이는 125cm~130cm던가 그렇다. 백 마디 말보다 사진이 낫겠지. 먼저 풀억세스룸들과 이어지는 가든 속 풀. 

 

 

 

 

 

 

 

그리고 메인풀.

 

 

 

<흠... 김원장이 마치 네시 같구나>

 

 

@ 룸서비스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바닥 등급의 룸에서 탈피를 했다면,

 

김원장은 룸서비스에 눈을 뜨게 되었다.

 

평소 우리가 매주 금요일 저녁을 피자 데이로 보내서 그런지 이 집에서도 피자를 트라이했는데 뜻밖에 보기엔 저래도 맛은 제법 괜찮았던지라 다음날 또 피자를 시켜 먹었다.  

 

 

 

 

@ 셔틀 서비스

왕복 100밧. 하루 세 번이던가? 하여간 셔틀 버스를 운행한다. 참고로 스파샵은 현재 50% 세일이었던가 그런 걸 했는데 그래도 많이 비쌌다(장기 투숙객용인지 6회 4800밧이던가 하는 상품도 팔았던 듯) 

 

@ 체크아웃

짐 가지러 와달라고 로비로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 중이라 우리가 그냥 끌고 갔다. 역시나 로비에 서 있던 모든 직원들이(응? 아무도 통화 따위 하고 있지 않잖아?) 한 마디씩 건네며 우리의 체크아웃에 관심을 가져 주고 차편을 챙겨주었다. 내가 계산을 하는 동안 김원장은 투숙 평가서 같은 것을 작성했는데, 모든 항목에 대해 솔직한(=평범한=그저그런) 점수를 주던 김원장이 직원 서비스 부분에선 엑설런트를 주더라. 혼자 잘 쓰고 있던 김원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게 조언을 구한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저희 리조트를 친구에게 추천하시겠습니까?'

 

저렇게 생글생글 웃는 직원들을 앞에 두고 김원장도 나도 차마 그 란에 No, 라고 하긴 뭣해서 그 항목에만 거짓말로 Yes, 라고 하고 돌려줬다.

브리자와 샌즈에선 영수증 달라고 해야 챙겨줬는데, 여긴 알아서 챙겨주었다고, 따라나와 인사들도 참 예쁘게 잘하고(서로 웃으며 씨 유 어게인 인사는 나눴지만 아마 또 볼 일은 없겠지).

  

@ 총평

그러니까 압사라 비치프론트 리조트 앤 빌라는 분명 이러이러할거야... 라고 나름 숙고해서 선택한 건데, 

 

그게 상당히 빗나간 투숙이었다.

 

일단 정말 주류에서 벗어난 입지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허허벌판에 덜렁 압사라만 있는 것은 아니고 들어오는 해변길을 따라 몇 개의 리조트들이 쭉 이어 존재한다. 물론 그들 모두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고 그들에 비해 압사라 만큼은 비치의 맨 끝, 그것도 비치프론트(나머지 옆 리조트들은 나이양 비치의 리조트들처럼 차가 안 다니는 작은 찻길을 건너, 또 어설픈 소나무 숲을 관통해야만 비치를 만날 수 있다)라는 장점이 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찾아오는 투숙객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옆 빌라촌에는 한국인 허니문을, 우리 리조트 건물의 제일 저렴한 카테고리의 룸에는 중국인 패키지를 받았다. 어흑, 패키지가 여기까지 들어온다니! (하긴 패키지야 저렴한 가격에 어느 정도 호텔 수준이 나오면, 말 그대로 외떨어진 입지에 가성비가 좋으면 그야말로 딱이지만)

물론 그래봐야 그들과 부딪힐 일은 거의 없었고, 그래서 실제로 우리말고 리조트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팀은 과연 열 팀이나 될까 싶었지만, 하여간 그 점들이 나로서는 전혀 기대/예측하지 못 한 것들이었고, 하여 실제 투숙객들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점이었다.

객실 또한 같은 가격이었던 더 샌즈에 비하면 이뭐병 선택이었달까(차라리 압사라의 보다 아랫 등급의 룸에 묵었다면 나은 딜이었을 듯).

 

우리 옆옆...방으로 김원장의 확신에 찬 직감에 의하면 약을 하기 위해 은둔의 리조트를 찾아 들어온 서양 젊은이들이 묵고있는 것 같았는데,

걔네들도 본인들 선택에 후회하고 있을까. 아님 이미 취할대로 취해서 세상 모르고 만족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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