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장이 NPO 하는 동안 나라도 혼자 먹고 살겠다고 냠남한 것들>


@ 후쿠오카는 정말이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 여행지 중 하나다. 비행 시간도 짧고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이동 시간도 매우 짧아 원하던 일정과 딱 맞아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은 비행 그 자체로 힘들었다. 오래간만의 비행이었는데도 스스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비행이 부담스럽더라(이래서 김원장이 싫어했나). 우리의 다음번 여행과 더불어 비행이 업인 승무원들까지 걱정될 정도로. 40대 들어 급속하게 늙고 있는 듯. 


@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후쿠오카에서 딱히 흥미를 끄는 볼거리는 없었다. 살거리도 후쿠오카 특산물이라는 명란젓이나 병아리 만쥬 같은건 전혀 땡기지 않았고. 소녀 감성을 자극하는 지극히 귀여운 물건들은 볼 때마다 감탄하고 탐났지만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구입하지 않았다. 대신 맛있다고들 하는 간식거리는 보이는 족족 구입해 먹어 보았는데 그 또한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두 번 사다 먹을 맛은 아니더라.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일본이 부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꽤나 많았다. 2000년 결혼 이후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잘 사는 나라를 가 본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방문국 대부분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한참 못 사는 나라들이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이는 김원장의 취향이 반영된 탓도 있지만 사실 전세계적으로 이런저런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꽤 상위에 자리잡고 있으니 확률상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겠다. 그래서일까, 오래간만에 대부분의 순위표에서 우리보다 더 상위에 랭크해 있는 일본에 가보니 그런 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깨끗하고 조용하고(이 점은 김원장에게 확실하게 어필) 정확하고 보다 여유있고 서로 양보/배려하는 에티켓과 매너. 그게 얼마나 부럽고 좋아보였냐면, 아직 미정으로 남아있는 11월에 어디 발리 같은 데 갈게 아니라 일본이나 다시 와야겠다 싶을 정도였다. 

간혹 중국이나 동남아를 보며 우리나라가 거쳐온 단계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거치지 않고 한꺼번에 몇 계단씩 뛰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그럴 때 그들에게서 받는 살짝 아쉬운 느낌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도 그에 걸맞게 채워졌으면... 그런데 이번에 일본을 다녀오면서 그 생각이 또 들었다. 우리나라도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꽤 부족한 것은 아닐까. 일본이나 기타 선진국들의 현 모습이 우리나라의 미래 혹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지만, 바람직하게 앞서 나가는 점들은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역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짧은 체류 기간이었지만, 그들에게서 어떤 정체감이랄까, 침체성이랄까, 맥아리가 없달까, 물론 선입견의 작용이겠지만 그런 게 느껴졌다. 이래서는 객관적인 전력이 비슷할 때 한국과 붙는 스포츠 경기는 일본의 백전백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ㅎㅎ 좋게 말하자면 이미 그들은 헝그리에서 벗어난 지 한참 되어 식욕 따위 없이 산지 오래된 듯 보였달까(솔직히 이번 한국의 이란전 축구를 보면 한국도 이젠 좀 배 부른 단계에 진입했지 싶다만 ㅋㅋ). 반면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리무진 버스에 오르기 까지,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인도는 인크레더블하고, 대한민국은 다이나믹하구나(참고로 일본은 오랫동안 "어서오세요, 일본" 이런 무미건조한 하지만 왜그런지 어쩐지 어울려 ㅋㅋ 관광 슬로건을 쓰다가, 몇 년 전 endless discovery로 변경했다고 한다).  


@ 2박 3일 정도의 일정이 정말 오래간만이라, 김원장의 첫 반응처럼 괜히 돈지랄만 하고 오는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환기 효과가 매우 컸다. 1년만의 여행이라 그런가, 우리보다 더 잘 사는 나라로 다녀와서 그런가, 간만에 배낭+빨빨 관광 모드여서 그런가. 그 답을 찾아내야 할텐데. 


@ 교통비는 확실히 여전히 일본이 비쌌는데(과일/야채도 비싸보이고), 호텔 숙박비는 이 정도면 합리적이라는 생각(료칸은 아직 넘사벽이지만), 그리고 오히려 식비 같은 경우에는 어라, 이 정도면 비슷한데? 수준이랄까. 10 여년 전 일본 방문시에는 확실히 일본이 다 비싸구나, 뭐든지 우리 두 배구나,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그리곤 바로 일본에 관심을 끊었...ㅋㅋㅋ), 지난 10년간 대체 양국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일본이 그대로 혹은 후퇴하는 동안, 우리 물가가 두 배 오르기라도 한 건지. 어쨌든 이 정도 여행자 물가 수준에 이번 우리 스타일처럼 이동이 적은 여행이라면, 지진/방사능이 문제지 여행 경비 때문에 일본행을 주저할 필요는 없을 듯(게다가 배타고도 갈 수 있잖아).      


 예상했던 것보다 스시가 참 맛있었다. 워낙 예전 일이긴 하지만 일본 음식에 제법 당해온(모양은 너무 이쁘고 그럴싸한데 왜 여기서 이런 맛이 나야 하는거니) 경험이 있는 지라, 일본 회는 우리와 달리 숙성회/선어회니 좀 이상한 맛/질감이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양한 스시로만도 매우 근사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구나...했다(물론 지금까지의 경험상 내게 있어 해외에서 먹어본 음식 중 맛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결국 한국 음식과 비슷한 맛을 낼 때더라...는 결론이지만)김원장으로 말하자면 이틀 연속 스시집으로 점심 예약해 두었는데도 그냥 냅두면 저녁마저 스시로 해결할 기세였다. 

더불어 이와 관련된 변화라면, 일본의 스시를 경험하고 난 김원장이 바로 한국의 고급(?) 스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일요일 점심, 지역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다는 일식집에 찾아가 15000원 짜리 최저가 점심 특선 먹는 게 호사였던 우리로서는 나름 큰 변화라고 하겠다. 어쨌든 과감히 밀러 선생님께서도 언급한 스시 호산을 가볼까 했는데 역시 급 예약은 어려워서 그냥 최근 새로 생겼다는 일식집을 찾아가 가장 고가였던 35000원 짜리 점심 특선을 질러 보았다.

스시 전문점이 아닌 일식집의 코스 메뉴였던지라 스시는 몇 점 나오지 않았는데, 평소 먹던 15000원 짜리 코스에 딸려 나오는 스시보다는 확실히 재료가 좋았다(정작 스시 사진은 안 찍고 먹기만 했..). 그럼에도 가격과 전체 코스 내용을 비교하면 일본에서 먹었던 스시와는 당연히 수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는데, 김원장은 그래도 스시라는 요리(?)의 특성상 우리 입에는 어디에서 먹고 얼마 짜리를 먹던 간에 이 집이나 그 집이나 90% 이상 흡사한 것 같다고 했다 ㅎㅎㅎ 하긴 김원장 말마따나 스시는 샤리와 네타의 비교적 간단한 조합으로 탄생되니 만큼, 스시의 섬세한 맛 차이를 아직 잘 모르는 우리로서는 일본이나 한국 뿐만 아니라 아래 사진처럼 태국에서 먹으나



대만에서 먹으나


심지어 루마니아에서 먹어도


맛있기로 따지자면 큰 차이 안 난다는 것 ㅋㅋㅋ 역시 그 10%의 차이를 논하는 미식가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인가.


@ 그동안 김원장 덕(이라고 쓰고 탓이라고 읽는다)에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남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여행지를 주로 다닌 터라,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한글 정보가 많지 않아 항상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출발했더랬다(때문에 어떤 여행지들은 내가 첫 한글 정보를 생성하곤 했고 덕분에 여러 매체에 블로그가 소개되기도 했었더랬었었었다). 그런데 아래 표 <출처 http://www.index.go.kr/>를 보면 알겠지만, 



이젠 어마어마한 수의 한국인들이 여행을 하고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니, 누구 말대로 세계 곳곳 한국인 발길이 안 닿은 곳이 없고 덕분에 생소한 지명을 검색해 봐도 떡 하니 한글로 된 여행기가 등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하물며 한국인이 많이 찾는 휴양지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일본의 경우 이건 뭐 정보의 과잉을 넘어 정보의 홍수, 정보의 쓰나미 수준이다보니, 이제는 내 소소한 취향과 상세한 일정에 맞는 금과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더라(이래선 가이드북들도 다 안 팔릴 듯. 나부터도 사 본지 오래). 

후쿠오카만 해도 정보가 너무너무너무 많다보니(마치 나 빼고 다들 다녀온 것처럼) 오히려 금방 지치더라. 그러다보니 한편으로는 그저 한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글자 하나하나가 소중했던(솔직히 그 당시 정보들은 정작 현지에선 그지 같을 때가 많았지만 ㅋㅋㅋ) 서바이벌 여행 정보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2002년 디카라는 걸 처음 구입해 소중하게 들고 나갔을 때는 디카와 노트북 그 자체로 타인의 관심을 받는 일이 정말 많았는데(당시 PC방 주인들조차 그런 물건들에 대해 매우 미심쩍어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지금은 TV를 틀어도 어느 채널이나 (어지간해서는 더이상 이국적으로 느껴지지조차 않는) 머나먼 여행지 이야기고, 내 구식 디카가 현지인의 스마트폰 디카보다 사양이 떨어지는 일은 일상다반사이며, 이런 곳마저! 하는 오지를, 그것도 자전거나 오토바이 따위 끌고 가는 여행기라거나 직장 때려치우고 떠나는 장기 여행기조차 너무 흔해졌다. 


바야흐로 나 스스로에게도 저질 포스팅 양산에서 물러날 시점이 온 것일까. 내 블로그의 오버스러운 제목조차 쪽팔려온다(제목을 확 바꿀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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