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듯 일의 발단은 단순하게 시작되었다. 

베란다 리조트 도착 첫 날 목하 수영을 하던 중, 우연히 수영장에서 바로 보이는 앞 산(?)에 웬 탑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

우리, 내일 아침, 저기나 한 번 가보자(물론 당근 이 말은 김원장이 한 말이다).


참고로 이번에 우리가 치앙마이에서 묵었던 고급 숙소 세 곳(베란다/샹그리라/판비만)의 위치는 대략 아래 빨간 점들과 같다.

(위성 사진으로 보니 확실히 산 속은 산 속이구나)


우리가 처음 시도해 보는, 바닷가가 아닌 "산 속" 리조트에서의 "휴양" 스타일 여행에 얼마나 적응을 잘 할지 불확실한 상태였기에 처음엔 판비만-샹그리라-베란다 순으로 계획했었더랬다. 다시 말해 치앙마이 도착하자마자 3일은 일단 저~멀리 판비만에 콕 처박혀 지내고, 이후 시내 샹그리라로 나와 활력 충전(?)을 한 뒤, 마지막 3일은 시내까지 무료 셔틀을 제공한다는 베란다로 가서 여차하면(이럴 가능성이 커보였다) 시내를 오가면서 보내자, 했던 것(이는 이후 이어지는 후아힌에서의 4일 또한 마찬가지로 숙소 밖을 나가지 않는 은둔형 스타일로 계획했기에 가장 이상적인 일정으로 보였다. 일정 전체를 놓고 보면 시내-은둔-시내-은둔-시내... 뭐 이런 강약중간약♪순이였달까). 그러나 해당일 베란다의 객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베란다-샹그리라-판비만 순으로 여정을 꾸리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은둔-잠깐 시내-은둔-또 은둔-내내 은둔... 뭐 이렇게 풀리고 말았지만. 


각설하고 그럼 베란다 리조트가 접해 있는 반퐁(Ban Pong) 마을쪽을 좀 더 확대해 보자.


자, 첨단 기술의 놀라운 힘으로 그 탑 부지마저 보인다. 그러나 과학 기술은 이토록 발전을 했건만, 불행히도 내 머리만큼은 시대에 걸맞지 않게 퇴보하고 있는지라 다녀와서야 구글링해보고 와왓, 우리가 다녀온 길까지 다 나와, 뒷북 감탄을 했다는 슬픈 이야기. 


하여간 그리하여 베란다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기가 무섭게 커피 한 잔씩 하고

첫날은 저 탑, 반퐁 마을 사원의 부속 건축물으로 추정되는 탑까지, 

둘째날은 그 반대편 산너머로, 

세째날은 또 다른 산쪽으로 싸돌아 산책(말이 산책이지 김원장표 semi 산행이었다. 엉엉. 나 이제 산에 있는 리조트 안 갈거야 ㅋㅋ)을 했다.


(앞발로 대충 그려본 코스)


다행히도 사진 몇 장 찍어둔 것이 있어 리조트의 (밖) 시리즈로 올려 둔다. 


우선 첫 날, 탑까지 올라가기(이 날이 제일 터프)

 


(탑에 가려면 반 퐁 사원을 지나게 된다. 마을에 비해서는 사원의 규모가 컸다) 


(마을까지야 평탄한 길이지만 사원을 지나고 탑까지 가는 길은 꽤나 오르막이 이어지는 코스. 좁은 산길/지름길이 있는 것도 같았는데 우리는 확실한 등산로를 모르는 관계로 공사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임도를 넓게 닦아놓은 길을 따라 올랐다. 막상 도착하니 아직 완공 전인, 현재 공사 중인 탑이었는데 역시나 이런 산 중에 있는 탑치고는 규모가 매우 컸다)


(정상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니 저기 멀리 베란다 리조트가 보였다. 내가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왔단 이 말씀)


(줌으로 당겨보니 여차하면 우리 방도 보일 기세다. 사진상으로는 각도 때문에 나무에 가려서 우리 방이 안 보인다)


(우리가 탑을 둘러보고 하산하려니 그 때서야 공사 인부들이 차를 타고 or 오토바이를 몰고 줄을 지어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 사진은 하산 후 '내가 저기를 올라갔었단 말이지' 기념으로 반 퐁 사원 옆에서 한 번 찍어본 것) 

 

(산행 뒤 보너스, 포도맛 아이스크림 ㅋㅋ)


다음은 둘쨋날 코스 사진


(올라가는 한동안은 기분 좋은 임도로 마치 안나푸르나 트레킹할 때의 한 구간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제법 걸어 고갯마루에 이르자 갑자기 비포장 임도가 끝나고 반대편으로 포장 도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엇, 이게 어찌된 일인지? 그럼 이 길로 뭔가 다닌다는 소리인데... 나중에 지도를 확인해 보니 우리가 고개 너머에서 발견한 이 포장 도로 역시 치앙마이 시내쪽으로 쭉 이어지는 듯 했다) 


(포장 도로를 만난 김원장은 그럼 대신 능선을 타야겠다며 90도로 몸을 돌려 잠시 산 길로 방향을 틀기도 하고)


아니나 다를까 하산 하는 길에 반 퐁 마을 쪽에서 여러 대의 오토바이들이 차례로 올라와 우리를 지나쳐 갔다(2시간의 시차 덕에 우리가 일찍부터 설치고 돌아다니다 보니 보통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야 하루를 시작하는 동네분들을 만나게 된다). 복장으로 미루어보아 등교하는 학생들이거나 재너머 사래 긴 밭을 갈러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 분들의 중무장 복장에 비하니 우리는 거의 벌거벗은 거나 다름 없다. 이래서는 아무리 생김새가 비슷해도 외국인 티가 팍 나겠군. 


하산 길에 이름 모를 나무 옆을 지나던 김원장의 팔이 그 작고 날카로운 씨앗들에 싸~악 박히고 긁혀 하나씩 빼내느라 고생+피를 좀 본 것 말고는 기분 좋은 산책.


셋째날 코스 사진


이 날은 반 퐁 마을 완전 뒤집고 다니. 덕분에 온 동네 개란 개는 다 짖고. 쏘리여~. 





(앗, 저 탑은 그저께 올라갔던 바로 그 탑!)



(오늘은 산을 안 타나 했더니 역시나)



(꽃보다 남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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