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힌대로 싱가포르 노보텔 컨시어지 아저씨께 전날 미리 예약을 부탁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예약 시각은 오전 6시 15분이었는데 간단하게 조식을 먹고 시간 맞춰 1층 컨시어지 데스크로 내려가 방 호수를 말하니 이미 택시가 와 있다고 하더라. 이번엔 중국계 운전사 아저씨였는데 처음엔 우리를 같은 중국계로 생각하셨는지 중국어로 말을 막 거시는 바람에 좀 당황했다는 ㅎㅎㅎ 아저씨는 매우 친절하신(공손하다기보다는 다정한) 편이었는데 약간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다소 본토 분위기가 난다고 해야하나, 상의를 약간 풀어헤친 모습이, 일견 엄격하게 정형화 된 듯 보이기만 하던 싱가포르에서 살짝 반갑게 느껴졌다.

 

아직은 어두운 도로를 씽씽 달려 약 20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약 20 SGD). 아, 공항 근처에 이르자 아저씨께서 우리가 몇 터미널로 가는지를 물으셨는데, 아시다시피 싱가포르 창이 공항은 터미널이 세개(1, 2, 3)에 budget 터미널이 따로 있다. 이미 우리가 이용할 대만행 싱가포르 항공편이 3번 터미널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저씨께 3번이라 말씀드리고 곧장 그 곳으로 갔지만(게다가 창 밖으로 비즈니스 승객용 게이트가 마침 보이던지라 아예 바로 그 앞에 정차를 부탁) 혹 모르고 아무 터미널에 도착한다고 해도 터미널끼리는 스카이트레인/셔틀로 연결되어 있으니 시간 여유만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듯 싶다(http://www.changiairport.com/imapswf/imap.html).

 

# 참고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2번 터미널 http://www.changiairport.com/flight-info/airlines/airlines-serving-changi

 

싱가포르가 워낙 작은 섬나라여서 그런가, 싱가포르인들이 출국시 다소 공항에 늦게 나타나는 경향 ^^; 이 있다고 하더니, 체크인을 하면서 배기지 클레임 택을 붙여주는 종이에 크게 적혀 있더라. "PLEASE CHECK-IN EARLY"와 "PLEASE BOARD EARLY". 짐을 부쳐야 하는 경우에는 출발 시각보다 2시간 30분 전에, 짐이 없는 경우에는 출발 시각보다 1시간 30분 전에 체크 인을 해줄 것과, 이후 최소 60분 전에는 출국 수속을 마치고 40분 전에는 게이트 앞에서 재 체크인을 마칠 것 등등. 이대로라면 나도 체크인을 늦게 했네?(오전 8시 15분발 비행기였고 짐을 부칠 예정이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5시 45분에는 체크인을 했어야 하는 건데... 실제 내 체크인 시각은 6시 35분경).

 

싱가포르 도착시 얼마 바꾸지도 않았지만 체류 기간 동안 그나마 쓰지도 않아서 ^^; 남아있던 싱가포르 달러를 타이완 달러로 환전(rate는 4.58. 18.35 SGD=400 TWD. 대략 1 TWD가 우리 돈 40원 정도 하는 모양).

 

그리고는 우아하게 라운지 입장 ㅎㅎㅎ 나는야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이라네. 얼핏 우아 모드가 유지되나 싶었는데 오옷, 여기 잡채가!

http://www.singaporeair.com/en_UK/travel-information/lounge-silverkris/  

 

내 알기로 같은 기간 태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수가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한국인의 수보다 훨씬 많다고 알고 있는데, 왜 타이항공 비즈니스 라운지에는 한국 신문이 딱딱 안 보이느뇨(물론 방문하는 라운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반면 싱가포르 비즈니스 라운지에는 떡~하니 한국 신문이 있어서(조선일보라 좀 아쉽긴 해도) 한국인으로서는 매우 방가방가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조선의 경제를 걱정하고 있는 김원장. 한국의 리콴유가 여기 있소! 바깥 양반이 뭘하던 말던 마누라는 잡채 삼매경>

 

일련의 라운지 뒹굴+공항 내부 탐색을 마친 뒤 싱가포르발 대만행 비행기를 타러 가니 여기저기서 오직 중국말만 들려오는지라, 대만 가는게 정말 "실감" 났다. 이제 중국계가 전 인구의 대략 10%를 차지하고 있는 태국을 지나, 70%를 차지하고 있는 싱가포르를 떠나 명실공히 중국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으로 가는거야! 니하오마~ 

 

# 내가 (일방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서바이벌 중국말 몇 마디 : 안녕하세요, 또 봐요, 고맙습니다, 몰라요, 2인실, 계란 볶음밥 한 그릇, 이것, 저것, 얼마에요, 너무 비싸요, 우리는 한국인입니다, 화장실, 기차... 그리고 숫자 세기. 끝.

 

게이트 앞에서 싱가포르 항공 직원이 퍼스트, 비즈니스 승객 먼저 타세요, 하고 있을 때

평소처럼 맨 마지막에 타겠다고 주장하던 김원장을 질질 끌고 타느라 결국 남들보다 반 박자 늦게 타게 되었는데

슬프게도 또 직원 언니가 나한테 "아직 이코노미석은 탑승하실 때가 아닙니다"하는 바람에 들고 있던 보딩패스를 보여줬다는.

순간 당황한 그 언니, 정말 미안한 얼굴로 죄송합니다,를 외치더라만... 아니다, 네가 무슨 죄가 있겠니. 내 다음에 비즈니스를 타게 되는 날이 또 온다면, 그 때는 행색에 신경 좀 쓸께. ^^; 

 

여하튼 드디어 기대했던 싱가포르 항공에 탑승! 이게 얼마만이냐.   

 

 

기내식 메뉴는 대략 저랬는데, 평소 각기 다른 메뉴로 하나씩 시켜서 나눠먹고 바꿔먹고 했던(글은 이렇게 써도 실상은 내가 둘다 먹지) 우리가 이 메뉴판에서 u.d.o.n이란 단어를 발견하고는 이성을 상실하는 바람에 우동만 두 그릇 주문. 그래도 후식은(피날레라는 멋진 단어로 표현했두만) 소르베와 아이스크림 하나씩 챙기고.

 

 

미스터리(?) 와인의 세계에서도 아는 단어 sweetness를 발견하고는 얼른 아랫놈으로 주문. 반갑게도 싱가포르 항공의 와인 컨설턴트는 한국인(알고 보니 동양인 최초의 와인 마스터로 유명하신 분이라고).

 

 

 

따끈한 국물 우동이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역시나 주문시에는 신나했던 김원장이 결국 식사 때는 설렁탕도 아닌데 왜 먹지를 못해...서 이 또한 내 차지. 일본 항공도 아닌데 기내식으로 우동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높이 산다만 아쉽게도 기대만큼 맛있지는 않았어 T_T

 

 

 

첫 인천발 푸켓행 비행편을 제외하고는, 이번 여행에 있어 가장 긴 비행 구간(4시간 45분)이었기 때문에(게다가 잠 설치기 딱 좋은 이른 오전 시간대이기도 했고) 사실 걱정이 많았다(이젠 배가 불러서 비행 시간이 4시간만 넘어가도 매우 괴롭). 그런데 싱가포르 항공의 개인 모니터가 지금까지 이용해 본 여타 항공편의 개인 모니터보다 크기/해상도/처리속도 면에서 훨씬 좋은 성능을 자랑하고 있었던지라 기내에 마련된 주문형 오디오 비디오 시스템에서 다양한 한국 영화를 골라 본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오락을 하는데 하등 불편한 점이 없었다. 오히려 왔다갔다 하면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승무원들이 영화 감상 혹은 오락에 다소 방해가 된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 이 점은 김원장도 마찬가지여서, 이런 수준이라면 괴롭다고만 생각했던 비행 시간을 오히려 즐길 수도 있겠다고 하더라(이 구간에서 김원장이 본 영화는 임창정/엄지원 주연의 <불량남녀>)  

 

이외 기억에 남는 점은, 싱가포르 항공이 말이 통하는 국적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승무원들의 태도가 마치 국적기스럽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뭐랄까, 승객의 입장에 서서,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정히 편안히 배려해주고 있다는 느낌? (이렇게 되기까지 참으로 빡세게 교육 받았겠지) 김원장 역시 앞으로 싱가포르 항공의 취항지에 가게 될 일이 생기면 싱가포르 항공편 이용부터 고려해 보겠다고 하네(우선 가격부터 볼 거면서).  

 

간만에 즐거운 비행을 마치고 타이완 공항에 무사 도착했다. 그간 경유하느라 타이완 공항을 돌아다닌 적은 몇 번 있지만, 이렇게 입국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 다소 들뜬 마음으로 입국 심사를 마친 뒤 짐을 찾고 나오는데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단 가지고 있는 타이완 달러가 방금 전 싱가포르에서 바꿔온 400 TWD 뿐이라 공항내 환전소에서 400 USD를 더 환전하기로 했다(환율은 28.57로 수수료로 30 TWD을 떼고 11,398 TWD를 받았다). 이후 미리 준비해 온 정보에 따라 거리낌없이 익스프레스 버스를 타는 곳으로 고고씽.

 

# 마침 대륙엠님께서 타이완을 막 다녀오신터라 신세를 ^^ http://blog.daum.net/choinm/16484144   

 

제일 먼저 눈에 띄던 국광버스 카운터에서 우리가 가야할 MRT 검담역을 지안탄~ 혀 굴려가며 열심히 발음해 보는데 역시 못 알아듣는지라(역시 만만한 종점, 즉 Taipei Station 근처에 숙소를 잡았어야 했나) 결국 지도를 펼쳐들고 가리켰더니 그때서야 오! 지안탄! 한다. 그러면서 유창한 중국말로 -_-; 웬샨역(원산역)에 내려서 MRT 타면 된다...고 하는 것 같다. ^^; 그래. 정녕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에 온 거 맞구나. 명색이 국제 공항 익스프레스 버스 카운터인데도 말이지.

 

편도 표 2장을 사고(125 TWD/인. 왕복으로 사면 좀 더 저렴하다는데 나중에 어찌 될지 몰라 일단 안 사기로 했다) 나니 마침 막 해당편 버스가 들어오는지라 얼른 탑승(짐은 따로 버스 아래 싣고 짐표를 받는다). 그것도 시야가 트여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맨 앞 좌석을 잡는데 성공. 야호~ 버스 안 기다리고 좋은 자리 잡아타니 신나요~

 

역시나(?) 운전사 아저씨는 거의 옷을 벗어 제끼고 ^^; 계셨는데 운전하시는 내내 뭔 노래(내지는 방언 -_-)를 끊임없이 혼자 흥얼흥얼+중얼중얼하셨기에 맨 앞자리에 앉아 그 소리를 다 듣고 있던 우리는 계속 키득거릴 수 밖에 없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타이완의 풍경은 뭐랄까... 음, 이 나라는 공항-시내간 풍경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구나...랄까? (게다가 도중에 퍼진 차를 두 대나 목격하기도) 뭐 그런 점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5~10년 전 한국스러워서, 처음 와 보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국의 어드메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매우 익숙하게 느껴졌다(게다가 여긴 운전 방향마저 같잖아. 저 놈의 한자만 아니라면 더욱 그랬을텐데). 하여간 이런 일련의 첫 인상만으로는, 이 땅이 여기저기서 우리나라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비교되곤 하는 대만이라고 하기엔, 한국보다 제법 쳐지는 듯 보였다(이후 이런 생각이 바뀌게 되지만).    

 

한국에서 여행 정보를 모을 때는 과연 해당 하차 지점에 무탈히 잘 내릴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막상 익스프레스 버스를 타고 보니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었다. 공항의 다른 터미널을 들러 손님을 마저 태운 버스는 공항을 벗어난 이후 타이페이 시내까지 무정차로 신나게 달렸으며 이후 타이페이 시내에 들어선 뒤 두번째로 서는 정거장이 바로 (지상 구간으로 달려서 멀리서도 잘 보이는) 원산역이 저~어기 건너편으로 보이는 지점이었기 때문이다(약 50분 소요). 게다가 운전사 아저씨도 큰 목소리로 정거장 이름을 불러주지, 나는 나대로 타이페이 지도를 펼쳐들고 바깥에 보이는 글자와 그림 한자 맞추기를 하고 있었지, 제대로 못 내리는게 더 어려울 뻔 했다(우리가 외국인임을 알아채고 우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음이 뻔히 보이던 대만인 승객에게 미안할 정도로 말이지).

 

버스에서 내려서 짐표를 운전사 아저씨께 드리고 배낭을 받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 원산역까지 걸어갔다(아래 지도에 그려 보자니 200m도 안 되는 거리였군). 원산역에서 검담역까지는 MRT 한 정거장 거리로 사실 버스 하차한 곳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뒤 택시를 잡아타고 가도 얼마 안 나올 것 같았는데... 말이 통해야 말이지 ㅋㅋ

 

계획상으로는 첫 방문하게 되는 MRT역에서 이지카드인지 유유카드인지 사서 이후 신나게 찍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김원장 왈, 이 날씨에 얼마나 돌아다닐지 모르니 일단 개별 티켓(토큰) 구입을 하자고(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그 정도로 더웠다).   

 

 

원산역에서 MRT를 타고 달랑 한 정거장 가서 검담역에서 내렸다. 알아온 정보로는 내리자마자 예약해 온 숙소 간판이 크게 보일거라고 했는데, 출구를 잘 못 택했는지 보이질 않네. 대충 방향 잡고 걷기 시작하니 다행히 곧 간판이 보인다. 검담역에서 숙소까지는 대략 도보로 10분 미만 소요

 

결론 : 대만은 영어가 안 통한다고 해서 중국 본토 여행할 때와 비슷하게 일이 흘러가겠구나 하는 생각에(게다가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택시비는 와방 비싸다고 하지) 은근 스트레스였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라서(뭐 우리나라랑 거의 똑같애) 현지인들한테 묻고 자시고 할 일이 거의 없었던지라(이래야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데 ㅎ)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숙소까지 올 수 있었다. 마치 처음 와보는 나라가 아닌 것 같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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