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틀밤 자고 말았을 뿐이지만 매일 저녁이면(낮에는 너무 더워서 ^^;) 싱가포르 강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했다.

 

 

여전히 손님 많은 클락키의 점보 시푸드 레스토랑(보트키쪽에도 하나 더 있던데 거긴 사람 없더라). 이번엔 칠리 크랩을 먹어볼까 한참 고민했지만 김원장의 한 마디에 올킬. "그게 영덕대게보다 맛있겠니?"

 

 

 

 

 

싱가포르 관광 인증샷.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머라이언이 내뿜는 물줄기를 받아먹는 샷을 연출하느라 바쁜데, 김원장은 그런데 전혀 관심 없으니 그저 뒤통수만.

 

 

 

 

인상 깊었던 점은 싱가포르인들의 조깅 사랑이었다. 사계절이 뚜렷한(요즘 같은 날씨라면 이런 표현이 좀 안 어울린다만) 한국에서 온 나로서는 이런 날씨에 뛴다는 것이 어쩐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년 삼백육십오일 이 기후 이 나라에 사는 싱가포르인이라면, 그리고 이 곳이 그나마 시원한 바람이 불곤 하는 보행자 전용 강변이라면, 여기처럼 뛰기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으랴. 때로는 홀로, 때로는 떼로 열심히 뛰는 그들을 보노라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곳이 외국인을 위해 꾸며놓은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문득, 싱가포르에서 다른 건 안 먹어봐도 야쿤 카야 토스트는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어슬렁어슬렁 찾아가 봤는데 너무 늦게 왔는지 벌써 영업 종료. 아쉽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 그래, 맥스웰 로드 호커 센터라는 곳을 가 보자.

 

 

그런데 꼭 먹어보라는 티안 티안 치킨 라이스고 차 콰이 테오고 간에 직접 보니 썩 땡기질 않네. 빙빙 돌다가 그냥 나오고.

(과일 빙수 비슷한 건 먹고 싶었는데, 김원장이 덥다고 그냥 나가자고 해서 - 맥스웰 로드 호커 마켓은 오픈된 공간)

 

 

맞은 편 불치사 부근에서 화려한 등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리로 무작정 건너가 보았다. 어라, 여기가 차이나타운 시장인가?

(워낙 차이나타운 방문 생각이 없었기에 이 동네 관련 정보를 찾아보질 않아서 발길 가는 대로 돌아다니고 있던 상태였음 -_-;) 

 

 

본의 아니게 방문한 꼴이 되었지만 얼결에 구경 한 번 잘 하고(현지인이 많은 한 해산물 식당 앞에서 동료들과 여기에서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나와 부딪힌 한국 아저씨, 얼른 내게 영어로 미안하시다고. 저도 한국인인걸요).

 

 

결국 김원장의 선택은 맥도널드. 처음엔 한국과 가격대만 비교해 보겠다며 들어갔다가(김원장은 돌아댕기는 빅맥지수맨) 익숙한 햄버거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그만. 때마침 업사이즈 빅맥 세트(7.25 SGD)를 주문하면 캔콜라 모양의 유리컵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어서 얼결에 유리컵 하나를 이번 여행의 유일무이한 기념품으로 득템했다(다행히 안 깨뜨리고 잘 가지고 와서 요즘 집에서 잘 쓰고 있음).

 

 

싱가포르 맥도널드(차이나타운점)에서 신기하게 생각한 점은 맥도널드 이용 고객의 연령대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이런데 가 보면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개중 어른이 있다고 해도 보통 아이를 동반한 손님이기 마련인데, 이 곳의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대부분 20~30대 직장인들이거나 혹은 50~60대 노인들이 좌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퇴근 후 직장인들이 혼자 와서 간단한 세트 하나 시켜놓고 신문 따위를 꼼꼼히 읽으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범상치 않았지만 노인 여럿이 어울려 여기저기 자리 잡고 카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이래저래 눈길을 끌 수 밖에. 아니, 이 저녁 시간에 저 나이대 사람들이 갈 데가 여기 밖에 없나. 본인들 집은 좁고 더운가. 대체 어린 아이들은 다 어디 가 있나. 다들 공부하러 갔나...

 

여자 친구와 함께 왔을 때는 손톱만큼의 관심조차 없었던 분야인데,

남성인 김원장과 함께 오니 단 이틀 머물렀을 뿐인데도 자연스레 싱가포르의 정치/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행하는 동안 김원장은 싱가포르의 현재 모습에 대해 매우 놀라워했는데, 특히 경제 성장과 사회 시스템면은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정도라고 했다. 이번 여행에 있어 가장 짧게 체류한 국가인데 정작 다녀온 뒤 가장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이런 울트라 뒷북이 있나 ㅋㅋ) 그 나라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 곳이니 말 다했지. 요즘엔 한국 사회가 맘에 안 들 때마다 리콴유 같은 사람이 나와 엄격한 법률로 다스려야 한다나 뭐라나. 아, 한국 오자마자 리콴유 저서도 한 권 주문하더라고.

 

# 리콴유 저서에 대한 한 마디 : 싱가포르 공항 서점의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마다 넘치도록 비치된 리콴유의 저서들. 그 입지로만 보면 베스트셀러도 그런 베스트셀러가 없는지라 나는 최근 리콴유의 새 책이 나온 줄 알았다. 한국에 와서 확인해보니 웬걸, 옛날에 나온 그 때 그 책이잖아! 음... 싱가포르를 여행하고 떠나는 외국인들이 리콴유의 업적에 감탄을 금치 못해 그의 책을 찾아대는게 아니라면, 그마저 싱가포르 정부의 계산이 깔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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