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방콕에서 싱가포르까지는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1) 싱가포르 항공에 대한 기존의 기억이 워낙 좋았던데다가

2)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해 싱가포르에 입국할 경우

내 손 안에 남아있는 보딩 패스 쪼가리만으로 싱가포르내 호텔, 레스토랑, 쇼핑, 교통, 관광명소 등에서 다양한 할인/혜택을 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게으른 스타일의 우리 일정으로는 끽해봐야 주롱 새 공원에서 약간의 혜택을 받을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http://www.singaporeair.com/microsite/global/bpp2011/singapore_kr.html 참고

 

그런데 원하는 시간대(방콕의 숙소에서 차려주는 조식을 챙겨 먹고 여유있게 이동하여 싱가포르에는 체크인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순전히 이기적인)의 싱가포르 항공편이 만석이라,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시간대의 타이 항공으로 선택을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다소 안타까워하면서 타이 항공으로 정하고 나니, 새옹지마라고, 우리가 이용하는 클래스가 타이발(그네들 입장에서는 본국발) 비즈니스석이었기에 따라오는 부가 서비스가 꽤나 쏠쏠(?)하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그에 대한 정리는 티티카카님이 워낙 잘해두셔서 패스 http://pulpec.blog.me/140128352531

 

나로 말하자면 이 중에서도 Fast Track 서비스가 좀 신기했고, 로얄 오키드 스파(Rayal Orchid Spa)에서의 30분 무료 맛사지는 너무 고맙 ^^

로얄 오키드 스파에 대해서는 오롱이님의 자세한 리뷰로 대신 http://myolongi.blog.me/110087213545

 

하여간,

방콕의 숙소에서 간단한 체크 아웃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친절한 도어맨 아저씨가 택시를 불러 대기 시켜 주셨고

출근 시간과 약간 겹치기는 했지만 외곽으로 빠지는 노선이어서 그런지 익스프레스 웨이 안 타고도 공항에는 약 35분 남짓 걸려 도착했다(200밧 정도 나왔는데 밧이 좀 남은지라 아저씨께 넉넉히 팁을 드려 230밧 지불).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가다 보면 가장 처음 만나는 청사 입구 1번이 바로 타이 항공의 퍼스트(일명 로얄 퍼스트)와 비즈니스(일명 로얄 실크) 승객용 되시겠다. 다른 분들 말로는 거기서 딱 내리면 포터들이 알아서 비즈니스 카운터까지 짐을 날라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음... 우리는 절대 그렇게 안 보이겠지. ㅎㅎㅎ 알아서 각자 배낭을 메고 표지판 따라 1번 입구로 들어가니 바로 체크인 카운터가 눈 앞에 보인다. 입구에서 정장을 차려입은 아저씨로부터 정중히 검문성 질문을 받고(타이 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 승객이 맞는지를 물어보는데 어쩐지 우리가 그렇게 안 보인다는 표정 -_-) 통과. 보통 이코노미 좌석 수에 비하면 비즈니스 좌석 수는 얼마 되지 않기 마련인데, 카운터는 많이도 만들어 놨네. 다들 놀고 있어. 그 중 가까운 한 카운터로 가서 수속. 언니가 보딩패스와 더불어 라운지 이용권이라는 걸 챙겨준다. 얌전히 두 장 받아들고 Fast Track 통과. 이름 그대로 줄 길게 안 서고 후다닥 면세구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시스템인데 음, 뭔가 VIP 대접을 해주는 느낌은 들지만 면세구역에서 딱히 할 일이 없는 나에겐 그렇게까지 유용한건지 잘 모르겠더라. 다만 비행기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헐레벌떡 뛰어온 사람들에겐 아주 좋을 듯.

 

면세구역으로 들어오자마자 일단 로얄 오키드 스파부터 찾아갔다. 대기자가 많으면 이용 못 할 수도 있다기에. 카운터에 보딩패스 제시하고 발맛사지를 신청하면서 얼마나 기다려야하는지를 물으니 반갑게도 곧 가능하다네. 5분 정도 앉아 있다가 차례가 돌아온 나부터 맛사지 공간으로(김원장도 곧 차례가 왔다고 한다) 공손히 안내되었다. 발맛사지는 받을 때마다 해주는 분께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좀 드는데 이번 언니는 특히나 예우를 다하는 모습이어서 살짝 부담스러웠다는. 그래도 어쨌거나 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 이렇게 맛사지를 받고 떠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돈 많은 사람들은 공항에서마저 이런 서비스를 받고 있었구나... 맛사지 중 몇 번이고 들었던 생각.

 

태국에서의 5번째 맛사지까지 잘 받고 스파를 빠져나와 이번엔 라운지를 찾아 갔다. 

 

 

 

하지만 배도 안 고팠거니와 곧 기내식을 먹기도 해야했고 결정적으로 김원장이 공항에 오면 라운지에 머무는 것 대신 비행 전 운동삼아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금방 끌려 나왔다(사진 속 과자는 챙겨두었다가 끝내 다 못 먹고 한국 집에 와서야 먹었다).

 

보딩 시간까지 공항을 동네방네 싸돌아다니다가 태국을 떠나기 전 남아있는 태국 밧화를 싱가포르 달러화로 바꿔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환전. 1 SGD=25.13 Bhat의 환율 아래 가진 돈 탈탈 털었더니 다행히 싱가포르 달러 10불은 나오더라(이 기준이라면 1 SGD는 대략 930원 꼴). 나머지 잔돈은 모두 유니세프로 고고씽. 

 

그리고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탑승. 이번 여행의 3번째 비즈니스석.

 

 

<탑승시 평소 내가 이코노미의 내 좌석까지 가느라 좁은 공간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을 때

비즈니스 승객들은 웰컴 드링크부터 한 잔씩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에서야 알게 되었다네>

 <음, 작년에 50주년 행사 좀 했겠구나>

 <우리는 '커리'라는 단어를 썩 안 좋아하므로(게다가 뜻을 모르니 느낌이 썩 좋지 않은 단어 Pa-Naeng와의 조합이라니!) 

첫번째 새우/관자 요리와(히히, 반가운 soy sauce래) 세번째 snapper 하나씩 주문> 

 <그리고 화이트 와인도 한 잔 마셔줘야겠다는 생각 아래 보다 달달하리라 예상되던 윗 놈으로 부탁(김원장은 다이어트 코크로 -_-;)>

 <또 뭘 달라고 해볼까 고민하다 카푸치노 한 잔씩 추가>

 

방콕에서 싱가포르까지 비행 시간이래봐야 2시간 남짓이었던지라 식사 준비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쁘네, 했던 전채 요리>

 <막상 먹으려니 첫번째 메인 메뉴와 전채의 주재료가 겹치는 듯. 어쨌거나 맛만 있으면 OK>

 

 

 <길쭉한 밥알에는 영 정이 가지 않아 ㅎㅎ> 

 

 

역시나 김원장이 전채랑 후식만 좀 먹고 메인은 손 대지를 않는지라 결국 다 내가 ㅎㅎㅎ

 

 

싱가포르에 도착하면 원래 계획대로 각자 배낭 짊어지고 MRT를 타고(그것도 중간에 두 번 갈아타가면서) 숙소까지 찾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지금껏 누려온 럭셔리 모드를 고집하여 계획에 없던 택시를 질러야 하는가를 놓고 잠시 심도 깊은 대화를.

결국 싱가포르 일정도 매우 짧은데, 택시비는 싱가포르 GDP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된 편이라던데, 날도 꽤나 더울텐데, 갑자기 배낭 메고 돌아다니려면 새삼 무겁게 느껴질텐데, 방콕 MRT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잔존해 있기도 하고 -_-; 등등 해서, 급 택시를 타기로 했다.

 

드디어 창이 공항 제 1 터미널 도착. 옛날에 왔을 때는 세상에 이렇게 좋은 공항이 없더니, 이번엔 뭐, 우리에겐 인천 공항이 생겼으니. ^^ 

그래도 여전한, 입국 심사대의 사탕은 반갑더라(옛날에 이 사탕을 보고, 껌은 씹지 말라면서 사탕은 뿌려대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요즘엔 껌 금지 규정도 없어졌다지).

 

일단 제일 처음 해결해야 했던 일은 공항 i 에서 지도 챙기기. 너무나 친절한 중국계 직원이 한국인임을 확인하곤 자기네가 한국인을 위해 가지고 있는 건 이게 전부라며 한국어 버전 지도를 한 부 꺼내줬는데, 어찌된 일인지 번역의 오류로 차라리 영어 버전이 더 보기 편해 T_T

사실 내가 바랬던 건 괜찮은 기왕이면 한글 버전 무료 가이드북이었는데(집에 굴러다니는 싱가포르 오피샬 가이드북이 있어 확인해 보니까 옛날에 왔을 때 안 버리고 갖고 온 건지 자그마치 1999년 버전이더라고. 그래서 그건 집에 두고 맨 몸으로 그냥 왔지) 그런 건 없긔. 에라 모르겠다, 이번에도 맨 땅에 헤딩하지 뭐.

 

그냥 지도만 달랑 받아 들고 이번엔 환전소로. 가진 싱가포르 돈이라고는 아까 태국에서 환전해 온 10불(SGD)이 가진 돈 전부였기 때문. 담당 직원은 아마도 말레이계? 싱가포르 일정이 만 이틀도 안 되니까 일단 USD 100불만 환전(환율 1:1.208)해서 SGD 120.8불을 받아 들었다.

 

자, 그럼 택시 타러 가자. 승강장 앞에는 싱가포르에서는 택시 호객이나 요금 과다 청구 등등 택시 관련 나쁜 짓 모두 다 불법입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큼지막하게 공지되어 있었고 인도계 아저씨가 목하 택시 승강장을 정리 중이셨다. 이용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택시도 그만큼 많아서 거의 바로 탈 수 있었다. 택시 운전도 인도계 아저씨였는데 이러면 안 되지만 인도계는 세상 어디서 만나도 어쩐지 믿음이 덜 가서 -_-; 우리 숙소였던 노보텔까지 정말 안 돌고 제대로 가주실까, 솔직히 살짝 불안했다(결국 뒷자리에서 지도 펴들고서야 맘이 편해졌다는. 이 놈의 병).

 

하여간 놀랍도록 주변을 잘 가꾸어 놓은지라 마치 공원 속을 누비는 듯한 싱가포르 도로를 달려 공항에서 노보텔 클락키까지 약 30분 소요. 총 요금은 20 SGD 남짓. 밝힌대로 혹 외국의 택시에서 흔히 당하는 일을 여기서도 겪지 않을까 했으나, 직접 지도를 확인해 가면서 오기도 했거니와 결정적으로 노보텔에 도착하는 순간 택시의 미터기에 화려하게(?) 요금 내역이 쫘르륵 뜨는 것을 보고는 우와, 이런 최첨단 시스템(?)이라면 영수증 요구할 필요마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 싱가포르의 택시 요금 체계가 외국인인 나에게는 좀 복잡하여 싱가포르에 도착하기 전 미리 http://www.gothere.sg/directions를 통해 요금 추산을 해 보았더랬다. 해당 사이트에서 출발지, 목적지, 이동 수단, 요일, 시간대 등을 입력하면 대략 얼마의 요금이 나오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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