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모닝콜이 없는 하루를, 정말 딱 하루를 보내고나서 다시 모닝콜의 도움을 받아 오전 6시 기상을 했다. 집안꼴이 말이 아니지만 눈 딱감고 세수도 제대로 안 하고(어제 오후 미리 가스를 끊어버린 관계로 난방이고 온수고 안녕인 하루였다. 저녁에 출출하다고 우리 라면 끓여먹자, 내가 끓여올께, 하며 부엌으로 나갔던 김원장, 야, 우리 아까 가스 끊었잖아, 낄낄거리며 다시 안방으로 돌아오다) 어제 김원장이 열심히 싸놓은 배낭을 짊어진다.

  • 빠진 것 없겠지?

  • 음... 그렇다고 집에 남아있는 것도 없는 것 같아

  • 여권과 항공권, 그리고 돈만 있으면 되지, 뭐

얼마만에 여유로이 공항을 향해 출발하는 날인지. 최근 몇 년간 거의 매번 토요일 오후 진료를 허겁지겁 마치고 헐레벌떡 공항까지 내달리곤 했었으니까.

 

집에서 택시로 대전역, 대전역에서 KTX로 서울역, 서울역에서 리무진으로 인천공항까지 순조롭게 이동하고 각자 무료로 굴러떨어진 Priority Pass card(http://www.prioritypass.co.kr/index_kr.htm)로 이번에 변경된 라운지인 마티나(Maina-West Wing / http://www.airport.kr/airport/facility/falicityInfo.iia?carId=15&facilityId=2)로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어제 못 먹었던 라면이 컵라면으로나마 몇 종류 구비되어 있네.

 

나는 워낙의 favorite인 튀김우동을, 김원장은 신라면을 하나 집어들었는데 내가 앞에서 튀김우동을 정신없이 먹는 모습을 보더니 결국 튀김우동 하나를 더 집어왔다. 우아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비지니스맨들 사이에서 츄리닝 바람의 아줌마와 아저씨가 라운지 물을 잔뜩 흐리며 아침을 해결하고 다음은 무료 인터넷(http://airportlounge.daum.net/)을 하러 갔는데 미리 출력해온 쿠폰을 받아들던 언니왈, 음료도 하나 고르라네. 냉장고를 들여다보니 게 중 스타벅스 커피가 4,000원으로 제일 비싸보인다. 역시나 두 병 챙겨들고 주어진 30분간 열심히 그간 밀렸던 메일/블로그 대충이나마 정리하고는 보딩 시간까지 소화도 시킬 겸 운동을 하기로 한다. 평소 공항까지 도착해서 출입국 심사 받기까지가 정신없지, 일단 면세 구역에 들어오면 면세점 구경은 전혀 안 하는 우리들인지라 매번 공항 면세 구역내를 보딩 전까지 몇 바퀴씩 돌곤 하거들랑.

 

신문 두 개, 잡지 하나 읽으니 낮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시간은 잘 갔다. 아침을 어찌나 잘 먹었는지 양고기+소고기로 시켰던 기내식마저 별 맛이 없더라(배가 부르면 산해진미가 무슨 소용이랴). 미리 좌석을 맨 앞에서 두 번째(첫번째는 웬만해선 우리에게 안 주므로)로 지정 예약해두었던터라(혹 지정 예약을 못 했다면 대안으로 타이항공의 icheck-in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다 https://www.thaiair.com/NASApp/DD_IWCI/iCheckin.jsp)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후다닥 나와 아직도 썩 좋아보이지 않는 태국의 신공항 수안나품(Suvarnabhumi : 왜들 수안나품이라고 하는지 태국어에 무지한 나로서는 알 길이 없음)의 드넓은 홀을 가로질러 입국심사까지는 거의 나르는 듯 잘도 받았는데 역시나 짐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그다지 우수하지 못한 성적으로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우선 눈에 띄는 ATM에서 만들어온 현금카드 중 하나인 국민 마이Q카드로 3,000밧부터 찾아 총알을 장전하고 입고 온 옷을 갈아입고(기장왈 지금 방콕은 섭씨 33도란다. 헉) 카트를 질질 밀며 출국장으로 다시 올라갔다. 왜냐, 입국장에서 택시를 탈 때 낸다는 50밧의 서비스차지를 안 물기 위해.

 

출국을 위한 승객들을 태우고 마악~ 도착하는 택시들 사이에서 한 아저씨가 우리가 예약한 숙소까지 500밧에 가겠다며 흥정을 붙여왔지만, 500밧이라니, 뭔 소리냐, 300밧이면 된다던데. 결국 인상좋아보이는 한 아저씨와 meter로 가기로 합의를 하고 차에 오른다. 20밧, 45밧 두 번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합쳐 숙소 앞에 도착해서 우리가 지불한 금액은 280밧(이 정도가 정가라고 한다). 택시 운전사분은 지금껏 내가 타본 방콕의 택시 운전사분들 중 거의 최고의 친절함을 가지신 분이었는데(꼭 우리에게 바나나 튀김을 사주셔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_-) 내가 팁을 드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승객을 태우고 휭하니 가버리셨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루프 뷰 플레이스(http://www.roofviewplace.com/)라는 곳으로 태사랑에서 방람푸(카오산) 지역에 있어 요즘 가장 추천받는 숙소 중 하나이다(http://cafe3.ktdom.com/thailove/bbs/zboard.php?id=bed_gh). 태사랑에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행타는 숙소가 따로 있는 경향이 있는데(주로 신축 숙소 위주로 옮겨가는 듯) 요즘은 이 곳에 대한 칭찬이 자자한지라 얼른 550밧짜리 regular room을 2박 예약/지불해왔다(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하면 메일로 paypal인가를 통해 지불하라 연락이 온다). 아직 달랑 하루 묵었을 뿐이지만 흔히 다른 분들이 지적하는 단점인 냉장고의 부재나 카오산과의 거리감은 우리같이 빨빨거리는 부부에겐 그다지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대부분 한국분들이 이 숙소를 대부분 점령하고 있다는 것이 내게는 장점이자 단점이 되겠다.

 

 

(참고로 숙소는 태사랑의 추천대로 이 지역에서 가격대비 매우 훌륭한 점을 많이 갖추고 있으며 데스크에서 10%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는 반 싸바이 맛사지집Baan Sa-Bai도 만족스럽다. 방에서 무선 인터넷도 가능한데 무료라는 정보를 가지고 왔으나 하루 50밧이라고 하더라. 50밧을 내면 접속암호를 알려주며 속도는 마음에 든다)

 

비록 태국에 이전에 몇 번 와보기는 했었으나 너무 수월히 숙소에 도착, 짐을 풀고 그 길로 동대문(http://gall.dcinside.com/list.php?id=eastgate)에 가서 김치말이 국수까지 한 그릇씩 먹으니 아직은 장도에 올랐다는 실감이 전혀 안 난다(김치말이 국수 곱배기 생겼더라 ^^). 카오산은 여전하면서도 변하고 있고(어, 저 자리에 저 가게는 못 보던건데? 여기다 숙소를 새로 짓네?) 거리를 가득 채운 이방인들도 예전에 이 골목에서 만났던 그들과는 전혀 다른 타인들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동질감을 주는 것까지.

 

 

늦은 밤, 카오산을 거닐며 중동행을 대비한 몇 가지 물품을 구입하고 맛사지를 받는다(숙소 근처의 반 싸바이 맛사지집. 타이 맛사지 2시간 300밧) 그간 김원장따라 걸어다녀서 그런가, 예전에는 타이 맛사지를 받으면 시작 부위인 다리부터 시원하면서도 동시에 통증이 느껴졌는데, 이번에 받을 때보니 열라 시원하기만 하지, 아프지가 않다. 이런게 바로 호사로구나, 절로 생각이 들고 잠은 솔솔 오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맛사지사의 손이 어깨로 목으로 올라오니 아아, 이제는 이게 내 돈 주고 웬 사서 고생이냐 싶을 정도로 아프다. ㅋㅋ 하여간 팔랑거리긴. 그간의 경험으로 이렇게 뻑적지근하게 맛사지를 받고 나면 다음날 몸살 기운까지 돌던데 말이지.

 

옆자리에서 함께 노곤해질대로 노곤해진 김원장과 콜라 한 병 빨면서 룰루랄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 너무나도 익숙한 이 느낌, 우리가 다시 길 위에 선 게 틀림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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