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가스 미리 끊어버린 탓에 난방이 안 되어 전기장판을 틀고 잤는데,

어제는 한낮 방콕의 열기가 채 식지않은 터라 에어컨을 켜고 잤다.

 

새로 잡은 숙소는 주택가라 카오산의 들뜬 소음과는 거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그야말로 생활 소음이다. 늦은 밤까지 오토바이 소리가 부르릉 들리고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지나가며 재잘거린다.

 

 

다행히도 어제 받은 마사지가 그다지 몸에 무리를 주는 수준은 아니었는지 어깨와 척추 부근만 뻐근하고 나머지 사지는 개운하다. 오늘 저녁에 또 받아, 말아? 생각 중. 숙소에서 제공하는 무선인터넷이 하루에 50밧이라는게 기억이 나서 아침부터 비밀번호를 받아온다. 어, 정말 인터넷이 된다! 속도도 꽤 빠르고.

 

<기념으로 한 컷. 인터넷이 연결된 고진샤 랩탑과 PMP는 이번 여행을 위해 구입한 놈들>

 

내가 연결된 인터넷으로 미처 못처리하고 온 잡다한 은행일을 마저 해결하는 동안 슬쩍 김원장을 돌아보니 음악감상 중이시네. 좋은 음악을 들려주겠다며 눈 감기더니 귀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은 씨야의 미워요.

 

 

오늘 주어진 여유 시간에 뭐하고 놀까 하다가 이 곳에서 그다지 멀지않다는 차이나타운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동안 태국을 몇 번 드나들기는 했지만 행동반경은 지극히 좁았던지라 조금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고고!

 

 

이번에도(http://blog.daum.net/worldtravel/8832079 예전 방콕 여행기 참조) 이용하는 교통편은 짜오프라야 강을 누비는 수상버스. 손에는 숙소에 비치되어 있던, 내가 이미 출력해온 지도를 무색케하는 칼라풀 태사랑 맵가이드(요술왕자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한 장 달랑 들고.

 

 

<왓 아룬/새벽 사원>

 

태사랑에서 소개해 준 루트(http://cafe3.ktdom.com/thailove/bbs/zboard.php?id=basic&page=1&sn1=&divpage=1&category=1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7)를 따라 차이나타운을 내 맘대로 대충 한 바퀴 돌아보니,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내 상상속의 차이나타운이 아니더라. 어쩜 내가 다른 나라의 차이나타운과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고 있어서일런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중국과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이런 모습일런지도 모르고. 여하간 나름 흥미로운 또 하나의 시장 구경.  

 

 

짧은 구경을 마치고 다시 카오산으로 돌아와 국제학생증을 가라로 -_-; 만들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가라로 국제학생증을 만들때 학교를 서울대로 입력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지라 우리만큼은 거기서 탈피해보자, 진짜 우리 출신학교를 쓰자, 했는데 어랍쇼, 우리 학교 이름이 가톨릭이 아니던가. 나, 그 카드, 주로 중동에서 쓰려고 하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이슬람 대학교나 알라 대학교라 쓰기엔 또 뭣해서 결국 Hankook 대학교로 하기로 했다. 각기 200밧을 지불한지 20분만에 우리는 열라 나이먹은 한국대 대학생으로 재탄생했다.  

 

<가라 학생증 제조업자(라기보다는 중개업자)는 우리에게 본인 가게를 맡기고(신용사회라니까) 사라졌고 어디서 개 한마리 굴러들어와 내 앞에서 잠을 청했다>

 

<옛날 사진이라 그래도 지금보단 젊어보인다 -_- 점점 심해지는 자기 위안>

 

<호객하다 잠시 주인이 사라진 뚝뚝. 옛날엔 자주 탔는데... 요즘은 안 탄다>

 

200밧이면 6,000원 돈이니까 나중에 6,000원 이상을 꼭 뽑아먹기를 바라면서 -_-; 뿌듯한 마음으로 국제학생증을 챙겨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오전에 태사랑에서 추려낸 금쪽같은 정보를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그 정보란 다름아닌 태국에서 우리나라 맛나는 라면 찾기 ^^; 

 

 

바로 이 두 라면이 한국맛 라면이라고 한다. 오리엔탈 키친이라고 쓰여있고 컵라면으로도, 저렇게 끓여먹는 라면으로도 나왔다. 카오산에 널린 7/11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혹은 카오산 근처의 수퍼 www.tanghuaseng.com에서도 구입 가능) 왼편의 Hot & Spicy 모델은 우리나라의 신라면을, 오른쪽의 Korean Spices 김치라고 쓰여진 모델은 우리나라의 김치썸씽라면을 그 모체로 한 듯 싶다. 태사랑의 평에서도 왼편의 맛이 좀 더 낫다고 했는데, 실제로 우리가 먹어본 결과도 (게다가 Hot & Spicy 모델은 컵라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가격은 대략 12~15밧 내외로 태국에서 구입 가능한 진짜 우리나라 라면 가격의 1/3 수준이라나 그렇다(태국에서 판매되는 우리나라 라면 가격을 정확히 모르는지라).  

 

예전에 먹었던 스테이크도 먹어볼까 했었는데 이 동네 물가도 우리나라처럼 많이 올랐더라. 스테이크의 경우에는 50% 정도 오른 것 같아 후퇴했다. 하긴 수상버스 가격도 조금씩 올랐더라(정확한 오른 가격이 필요하신 분 알려주시기 바람). 대신 이 곳에 널린 주전부리로 입을 만족시키기로 ^^ 

 

<얘는 20밧 어치. 사실 오전에 차이나타운에서 사먹은 아랫놈이 넘 맛나서 비슷한 놈으로 오후에 카오산에서 다시 산건데 오전놈이 좀 더 낫더라>

 

<건포도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개씩 들어가있던 이 놈. 카스테라와 마들렌의 중간 맛>

그리고 이어진 저녁 산책. 아마도 태국에서(동남아에서?) 단위 면적당 외국인 수가 가장 많을 방람푸의 카오산 로드는 오늘도 다국적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만약 내가 카오산 로드를 걷고 있는 김원장을 찍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의 거리 이상에서부터는 타인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는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것 같다. 더불어 나역시 그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물음을 받지 않은채 국적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카메라 속에 한 장면으로 또 한 장면으로 계속 남는다. 그들이 여행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 지난 여행 속의 카오산 로드를 떠올리며 사진을 꺼내 바라보고 있을 때 한 점 배경으로 서 있을 나를 상상해 보는 일이 어쩐지 묘한 느낌을 갖게 해 준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던 반 사바이 맛사지집의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은 오늘도 대부분 외국인들로 꽉 차있다. 주인 아저씨께 맛사지를 받으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물으니 노트를 들고 나와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원조 맛집 옆에는 항상 같은 메뉴를 내세우는 세컨드 집이 있기 마련. 바로 옆의 맛사지 가게는 바로 맛사지가 가능하다는 말에 잠시 갈등하다 1시간짜리 타이 맛사지를 한 번 더 받기로 한다(150밧/1인). 한 때는 하루에 2시간 짜리 맛사지를 두 번씩도 받던 나다. 어제 두 시간, 그리고 오늘 한 시간 맛사지를 받고 내일 쿠웨이트를 향해 떠나도 지금 더 받아둘껄, 하며 이 시간을 후회하진 않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어제의 맛사지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대를 안 해서인지, 맛사지후 김원장은 반 사바이보다 이 집이 더욱 나은 것 같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이 곳 맛사지사분들은 힘이 좋았다. 맛사지라는 행위가 원래 맛사지사 개개인의 자질에 따라, 그리고 지극히 주관적으로 평가되므로 어느 집이 좋다, 라고 객관화시키긴 어렵지만, 카오산 로드에서 외국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여느 집들보다는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태국식 볶음국수 팟타이, 내용이 충실한 클럽 샌드위치, 즉석에서 구워주는 꼬치, 얼음속에 쟁여두어 시원한 생파인애플, 그리고 커피 밀크 쉐이크... 우리는 분명 카오산 로드에 다시 돌아오겠지만, 그 때가 언제가 될런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른편이 태사랑에서 인정한 궁극의 팟타이>

  

<봉다리 음료 마시기>

 

# 태국에서의 만 이틀간 총 지출 : 숙소비 1100밧+ATM 3000밧+16불 추가환전=1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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