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은 오늘 남아공으로 넘어갈 계획이었는데, 잘 살고(?) 우리에게 보다 많이 알려진 나라, 거기 일찍 넘어가봐야 뭐하냐,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그럼, 아직은 미지의 나라, 보츠와나에 하루 더 있을까? 하지만 가이드북과 지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프란시스타운 주변에 마땅히 땡기는 곳은 없는데...

 

어쩔 수 없이 비록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이긴 하지만, 이들이 흔히 Gabs라고 부르는,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를 오늘의 최종 목적지로 삼기로 한다. 흠... 보츠와나에서 하루 더 보내려면 뿔라 좀 찾아야겠네. 어제 시내 mall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24시간 ATM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긴 했지만(아프리카에선 돈 받고 ATM을 지키는 -_-;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이라 내심 찝찝하던 차였는데, 오늘은 월요일이니 혹여라도 카드를 먹어버린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ATM을 골라 신용카드를 넣고 버튼을 몇 번 누르니 다다다닥, 돈 세는 소리. 기분은 좋네 ^^ 수이 뿔라를 받아들고 나니 정말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구나, 새삼 생각이 든다. 지구 반대편에서 요 작은 카드 한 장으로 현지 화폐를 뽑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한 탓. 하긴 요즘 세상에 신기한게 어디 한 둘이랴마는.

 

 

중간중간 지도상에 등장하는 몇 마을들을 들러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Gabs로 가는 길, 어제 프란시스타운으로 오는 길보다도 더욱 차들이 많아진다. 수도가 달리 수도가 아니군. 아닌게 아니라 Gabs 외곽에 진입하자 이번엔 교통체증까지! 꽉 막혀버린 작은 길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다보니, 오늘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가, 재고해보게 된다. 그냥 남아공의 여느 이름없는 시골 마을로 탈출할 것을 그랬나?

 

다행히 정체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럼, 배가 고파오는데 그래야지. ^^; Gabs로 오는 길에 들렀던 마을들에서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했던 터라 가이드북에서 Homemade pasta를 먹을 수 있다고 소개하는 Caffe Prego를 일치감치 찜해둔 차였다. 배가 고파서 동물적 본능이 날카로와지기라도 한걸까? 부실한 지도를 들고도 카페 프레고가 있다는 Broadhurst Mall을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찾아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놈의 카페 프레고가 보이질 않는 것이다. 제법 부지가 큰 브로드허스트 몰을 한 바퀴 돌며 구석구석 다 찾아봤지만 얘는 어디있는지 감감 무소식. 그렇다면 더 이상 자체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지, 이 곳 사람들한테 물어보자. 

 

'갑'은 모른다, '을'은 저 쪽이다, '을' 말 듣고 가보니 그 곳에도 없다. 근처의 '병'에게 다시 물으니 이번엔 반대로 '을'쪽을 알려준다. 다시 '을'쪽으로 돌아와 '정'에게 물으니 '정'은 모르겠다며 옆의 '무'에게 묻고, '무'는 다시 '병'쪽을 알려준다. '병'쪽으로 되돌아가 '기'에게 물으니 '기'는 원래 이 자리에 있었는데(!) 바깥쪽으로 가게를 옮긴 것 같다고 한다. '기'의 말에 따라 바깥쪽으로 나가 '경'에게 물으니 '경'왈, 자기는 그런 곳을 보도 듣도 못 했단다. 아아.. 결국 우리는 포기한다. 

 

배가 고프긴 하지만, 그렇담 두 번째 옵션이었던 Milano's Chicken & Pizza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마침 숙소를 잡으려던 지역 근처의 South Ring Mall에 위치해 있다니 잘하면 한 번의 방문으로 꿩먹고 알먹을 수도 있겠다. 아아, 그러나 기껏 찾아온 사우스 링 몰에서도 밀라노 치킨 앤 피자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힐끗 둘러봤지만 보이질 않으니 이젠 더 이상 찾아보지도 않고 물어보기부터 한다. 몰을 청소하고 있던 아저씨가 마침 눈에 들어온다. 

 

- 실례합니다, 아저씨. 혹시 이 근처에 Milano's Chicken & Pizza라는 식당이 있나요?

- Milano's Chicken & Pizza요? 그 식당, 외곽으로 이사가고 지금 저 식당이 들어왔어요.

 

그가 가리키는 손끝을 바라보니 The Braai Place라고 쓰여있다. 브라이? 남아공에서도 안 시켜먹은 건데? (브라이가 남아공식 바베큐라고 흔히 소개되지만, 실제로는 남아공만의 전유물이 아닌, 남부 아프리카 전역에서 애용되는 요리 스타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아침으로 어제 만든 카레를 김치와 해서 먹고, 중간에 간식으로 머핀 두 개랑 방울 토마토, 주스 따위를 먹은 것을 제외하곤(뭐야? 따지고 보니 딱히 굶은 것도 아닌데 여행나오면 왜 이리 많이 먹지? -_-) 오후 1시가 되도록 특별히 먹은 게 없지 않은가? 그리하여 보츠와나의 브라이 전문체인점에서 먹은 브.라.이! 

 

 

매운 맛(Hot)과 보통(Mild)이 있다길래 매운 맛으로 시켰는데, 후추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정말 맵더라는 ^^; 맛이야 뭐 직화구이 바베큐니 기본은 하겠지, 했는데 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맛은 아니었다. 역시 평범한 바베큐라고 해도 울 나라식 바베큐가 최고지 ^^ (남아공에 사는 교민분들께 여쭈어 볼 일이다)

 

식당 바로 근처로 숙소를 결정하고, 가보로네 시내 구경을 나가기로 했다.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숙소를 나서기 전에 혹시나 하고 물어본다.  

 

- 우리, 가보로네 시내 구경을 나갈건데 괜찮겠지?

- 뭐? 시내 구경? 안 돼. 위험해. 귀중품은 모두 숙소에 두고 나가고,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꼭 돌아와. 되도록이면 길을 걷지 말고 택시를 타고 다니는 편이 좋아. 우리도 밤엔 안 나가. 

 

헉, 가보로네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_-; 현지인들도(그것도 카사네에 이어 두 번째로 흑인이 주인인 숙소였다) 밖에 안 나갈 정도면 문제가 꽤나 심각하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안 나갈수도 없고... 여권도, 돈도, 카메라도 방에 두고, 몸을 최대한 가볍게 만든 후 짤랑짤랑 동전 소리내며 거리로 나선다. 그렇게 몇 발짝 걸으며 함께 걷는 김원장을 바라보니, 흐흐, 당최 이게 뭔 짓인가 싶기도 하다. 강도 맞을 -_-; 만반의 채비를 갖춘 후 나서는 산책길이라니, 이게 얼마나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란 말이냐. 

 

거리를 걷다보니 직업이 그래서인지 개인 클리닉이 몇 눈에 들어오는데, 밤 10시까지 근무한다고들 걸어놓았다. 공부는 다들 영국이나 미국에서 하고 왔다 자랑스레 광고문을 걸어놓았두만, 그렇게까지 멀리 가서 공부하고 오도록 근무 시간만큼은 안 배워왔나? (예전에 동유럽 여행하면서 짧디 짧은 의사의 근무 시간에 김원장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되살아나서 ^^;) 하긴 어쩌면 이 나라 역시 버마의 경우처럼, 나라에서 의사들을 관리 및 통제하고, 그래서 의사들이 퇴근 후 다시 개인 클리닉을 열어 부수입을 벌 수 밖에 없는, 그런 뜻밖의 사연이 숨어있을런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게 아니라면 우리나라처럼 과열 경쟁에서 비롯된 일이거나 -_-;

 

설렁설렁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드디어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에서도 최고 번화가라는 곳에 도달하니,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나라 명동 즈음에 해당하는 곳일텐데, 남부 아프리카에서도 잘 살기로 손꼽히는 보츠와나의 최고 번화가치고는 너무나도 썰렁하다. 시내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나미비아의 빈트훅이 분위기는 더 좋은 듯. 가이드북에 나오는 시내 PC방들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그 PC방들 역시 사라지고 다른 업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그리하여 추천업소가 아닌, 아무 PC방이나 들어가 아프리카 여행 중 처음 인터넷을 하는데, 옆에 앉아있던 여학생 하나가 컴퓨터로 과제를 작성하다가 갑자기 내게 워드 프로그램 기능들을 물어오는 바람에 잠시 당황하는 일이 발생했다. 영어로 나도 제대로 모르는 워드 기능을 설명해주기란 참으로 지난한 일이더라). 오늘의 짧은 경험, 즉 나름 경쟁력있었을 가이드북의 추천업소들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자면, 요즘 보츠와나의 체감 경제 상황은 썩 좋지 못한 것 같다. 물론 단 몇 시간으로 평하기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겠지만.

 

남아공이 잘사는 나라라는 생각에 입국일짜를 늦추어 보츠와나에 하루 더 머무르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실상 보츠와나는 남아공에 비해 여행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여행자를 위한 인프라는 훨씬 떨어지고, 여행자 물가는 오히려 더 비싸고. 보츠와나를 제대로 여행하지 못한 탓도 크겠지만, 우리처럼 관광지 위주로 훑고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면, 남아공의 여행 인프라와 물가가 훨씬 합리적이라는데 아마 동의할 것이다. 다음에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해서 칼라하리를 노려본다면 모를까, 이번 여행에 있어 보츠와나에 더이상의 미련은 없다. 내일은 남아공으로 다시 돌아가야지. 

 

남아있는 보츠와나 뿔라를 저녁 식사용으로 얼마간 남긴 채 나머지는 다시 남아공 랜드로 환전하고, 벌써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에 놀라 서둘러 발걸음을 다시 숙소쪽으로 옮긴다. 아, 혹시 모르니까 강도에 대비해서 기왕이면 대로변을 이용해야지. 시내에서 마땅히 맘에 드는 메뉴를 못 찾은 바, 오늘 저녁도 다시 브라이다. 비록 크게 기대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은 보장하는.

 

흠, 써놓고 보니 보츠와나와 비슷하지 않은가. 

 

# 환전

 

아침에 프란시스타운 First National Bank ATM을 통해 신용카드로 700P를 서비스 받았는데, 이후 107,916원으로 결제되었다(대략 1P=154원꼴).

 

오후에 다시, 이번에는 보츠와나 뿔라를 남아공 랜드로 환전하기 위해 시내 눈에 띄는 아무 환전상에 들렀는데(Business Towers Bureau de Change / Tswana House, The Mall), 147.35뿔라를 주고 157랜드를 받았다(BWP:ZAR=1:1.065). 환전시 여권 번호 필요.  

 

# 드라이브

 

주행거리 : 452Km

 

 

Francistown - Palapye - Mahalapye - Gaborone 순으로 이동.

 

Palapye처럼 그다지 크지 않은 마을에 내려서도 "우와, 여기만 해도 없는게 없네~" 감탄하는 내 자신을 보니 촌년이 다 된 듯 ^^; 2007년 7월 현재, 보츠와나 Railway's home이라는 Mahalapye(이 곳에 철도청 headquarter가 있는 듯)부터 Gaborone 방향으로 약 83Km에 걸쳐 도로 공사 중이라 제 속도 내기 힘듬. 가보로네는 이 나라의 수도임에 걸맞게 차량이 많은 곳이니 운전에 주의할 것.  

 

# 숙소

 

South Ring Rd에 있는 두 숙소를 비교한 뒤 결정했다. 후보는 Planet Lodge와 South Ring Lodge. 전자의 경우 방이 더 밝고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화장실 딸린 방이 없는지라 갈등하다 후자를 택했다(더블룸 220P).  

 

 

@ 방(5번방/비록 방에 번호 표기는 안 되어있지만) : 더블침대+싱글침대, TV, 냉장고(열어보니 냉장고 안에 콘돔이 ^^;), 리모컨이 없어 작동 불가능한 에어컨(어차피 추워서 사용도 안했겠지만)

@ 화장실 : ensuite, 샤워기

@ 조식을 원할 경우 주문 가능. 카사네 숙소에 이어 이 곳도 주인이 흑인 가족 ^^

@ 주인네가 사용하는 부엌이 있다. 잘 이야기하면 간단한 요리 정도에는 이용할 수 있을런지도. 

@ 숙소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커다란 수퍼(Score)와 식당 등이 있는 몰이 있어서 편리. 시내까지도 걸어서 이동이 가능한 조용한 주거지역

 

# 가계부

 

1. 주유 2회 : 프란시스타운 93P + 가보로네 130P

2. 식사 (at The Braai Place) : 점심 39.9P (Maxi 소 Steak Meal Double 34.95 + 음료 4.95) + 저녁 78.75P (Maxi 1/4 닭 & Chips Meal 25.95 + 돼지 Rib & Chip Meal 1/2 42.9 + 음료 두 캔 9.9) / 소, 닭, 돼지, 골고루도 브라이 해먹음 ^^

3. 숙박 : 220P

4. 수퍼 (at Score): 56.55P (조각케이크 4.95, Bun 1.95, 샴푸 11.65, 달걀 6개 5.55, 4.25짜리 과일주스 5통, 물 큰 통 7.25, 초코바 3.95)

5. 인터넷 : 10P (30분에 5P X 2인) 길게 쓸수록 지불 단가는 내려감. 속도는 제법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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