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이제 내리막길만 남은 후기, 안 읽어도 좋다.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눈길이 와닿았다면, 링크된 기사만은 읽어보자.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2386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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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적지는 보츠와나 수도인 가보로네(Gaborone)에 이은 보츠와나 제 2의 도시, 프란시스타운(Francistown).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칼라하리 사막에 의해 가운데가 텅 비고 대부분 동쪽으로 거주지들이 발달한 보츠와나에서 프란시스타운은 척 보기에도 교통의 요지처럼 보인다. 짐바브웨 제 2의 도시, 불라와요(Bulawayo)와는 수도인 가보로네보다도 가까운 거리. 오늘은 일단 프란시스타운까지만 달려 하루를 푹 쉬고, 내일 다시 남아공으로 넘어가는 계획을 세웠다.  

 

 

어제 아침은 미역국, 오늘 아침은 우거지국으로 잘 챙겨먹고, 카사네의 숙소를 떠나는 길. 초베 국립공원이 지척이라서인지 역시나 커다란 영양들이 차로를 가로질러 울타리 같지도 않은 울타리를 넘나들고, 역시나 빠지지 않고 코끼리 아저씨도 나타나 주신다. 흠, 이렇게나 자주 나타나주다니, 카사네 근방 도로에서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단순 소문이 아니었나보다. 차로에서만 벌써 몇 번째 마주치는 코끼리란 말이냐. 

 

카사네를 벗어나면서 며칠 전 경찰의 과속 단속에 걸렸던 곳을 지나며 고개를 돌려 유심히 속도 제한 표지판들을 찾아본다. 엇, 저기 있다. 그 사람 말대로 시속 60Km 제한 구역이었네. 당시 우리에게 보여준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는 시속 86Km였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자그마치 26Km나 오버해 달린 셈이다. 하지만 저렇게 안 보이게 표지판을 설치해 놓아서야, 원(아직도 그 때의 우울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_-). 

 

다시 덜커덩거리는, 비포장도로를 제외하고는 그간에 걸쳐 최악의 수준이라고 할만한 구간을 지나,

다시 나타(Nata)에 도착, 

다시 이 동네에서 유일하다시피한 North Gate 식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흠, 여전히 집나간 수화기는 행방불명 상태구나.  

 

 

삶아온 달걀, 씻어온 과일과 더불어, 가게에서 프렌치 프라이와 주스를 구입, 나름 피크닉 분위기를 내어보지만, 사실 먼지 풀풀 날리는 나타는 피크닉과는 거리가 먼 마을이다. 자, 어쨌거나 기분 전환을 했으니 다시 프란시스타운으로 달려가자!

 

나타를 넘어서면서부터 차츰 도로의 차량 소통량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 덩달아 한동안 안 보이던 당나귀들도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담 야생 당나귀들도 필요에 의해 사람 가까이에 살고 있는걸까? 아니면, 야생처럼 보이는데 -_-; 실제로는 주인이라도 있는걸까? 

 

점점 오가는 차량들이 많아지고 그에 비례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만큼 주변이 지저분해지더니 어느 순간 건물다운 건물들과 함께 신호등마저 등장한다. 어라, 저 광고문대로라면 이 동네 자동차 정비업소 중 하나를 한국분이 경영하시는건가? 그래, 여기가 바로 프란시스타운이구나.

 

나타에서 대충 한 끼를 때운터라 대도시(?) 프란시스타운에서는 나름의 정찬을 즐기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도로변에 나타난 커다란 KFC 광고물에 김원장이 그만 혹하고 만다. 저거 먹자! 그렇다, 프란시스타운에는 커다란 mall도 있고, 그 몰에 이럴 때나 반가운 KFC가 입점해 있었다. 얼른 해당 몰 주차장에 주차부터 하려는데 마음이 급하다보니 실수로 주차장에서 일방통행 길을 살짝 역주행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주차장에 들어올 때부터 노란 외국인인 우리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주차요원, 눈썹 휘날리게 다가와 한 마디 나지막이 속삭인다. 

 

- 너희 지금 일방통행길을 거꾸로 주행했으니 내게 벌금을 내야해.

 

아, 이젠 이런 양도 짜증이다. 싫다, 낼 수 없다. 배째라, 못 들은 척 뒤로 하고 KFC로 향한다. 우리가 일방통행을 어긴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주차요원한테 벌금을 내야한다는 스토리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데, 그 로마법 따르기가 여간 어려워야 말이지.

 

KFC의 메뉴와 가격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도, 현지인들이 줄 서서 먹을 정도로 북새통이다. 이 동네 물가를 헤아려보자면 KFC의 가격이 절대 만만치 않을텐데도 이리 호황이라니. 일요일이라 그런건가?

 

숙소를 정한 뒤에는 프란시스타운 여기저기를 한가로이 산책한다. 기차역은 너무 작고 낡았지만, 버스 터미널만큼은 이 지역의 맹주임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도시 규모에 비해 부지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그만큼 오가는 봉고들도 무척이나 많다. 도매상들의 도시라고 하더니, 시장 규모나 가게들의 취급 물품의 종류와 양마저 상당하고, 그런 곳에는 빠지지 않고 어느새 자리잡고 있는 중국인들의 가게도 제법 눈에 많이 띈다. 관광지가 아니어서 지나가는 우리를 보며 헤이~ 호객하는 일은 없지만, 반면에 우리를 비지니스 때문에 들르거나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으로 생각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니하오~' 먼저 인사를 건네온다. ^^; 어느 통계에 의하면 프란시스타운 인구의 75%가 에이즈에 걸렸다던데, 그럼 나와 인사를 나누는 저 넷 중 세명이 에이즈?

 

여행이 후반기에 접어들때면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우리의 선택에 따라 평생 이렇게 떠돌아다니며 살아갈 수도 있고, 한국에서처럼 살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젖어든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다 돌이켜 떠올려본 한국은 얼마나 악다구니였던가. 하지만 막상 한국에서 살다보면 그 악다구니를 다이나믹으로 치환하여 자리매김시키고(자구책?)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었지. 프란시스타운에서 우리는 다시 그 선택을 펼쳐놓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우리가 가야할, 올바른 길은 무엇일까? 

 

# 드라이브

 

주행거리 : 525Km

 

Kasane - Pandamatenga - Nata - Francistown 순으로 이동했다. 카사네에서 나타 구간은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도로 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특히 나타 못 미쳐 30~100Km 정도 구간). 나타에서 프란시스타운까지는 이전에 비해 차량 소통량이 많아지며 두 번의 Veterinary cordon fence(수의 방역선?)를 지나게 되는데, 한 번은 트렁크 체크만(유제품 등 검사), 다른 한 번은 트렁크 체크에 더해 국경에서처럼 소독액에 차 바퀴와 승객들 발을 살짝 적셔주는 절차를 밟았다.

 

# 숙소

 

제일 먼저 찾아간 숙소는 론리에서 가장 평이 좋았던 Marang Hotel. 지도상에 나와있지 않은, 프란시스타운의 다소 외곽에 위치한 호텔이라 좀 헤매며 찾아갔는데, 안타깝게도 지갑이 얇은 여행자들용 론다벨은 현재 운영중이지 않다고 하더라. 대신 보다 상위 레벨의 방을 공식가보다 20%나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주겠다고 하길래(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스카운트한 가격이 600P라는 어마어마한 고가 -_-;) 거기까지 찾아간 것이 아까와서라도 방 구경부터 해보겠다고 따라 나섰는데, 원하는 타티 강(Tati River) view도 아니고, 아예 메인 부지 안쪽으로 따로 세워 건축한, 특색도 없고 뷰도 전혀 없는 호텔 건물의 방을 내놓길래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타티 강변의 저 멋진 샬레들은 대체 얼마란 이야기인지. 돈만 많다면 프란시스타운의 best hotel이란 평은 틀리지 않을 듯.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다시 시내로 기어들어오다 길거리에 세워진 광고 표지판을 보고 수이 찾아간 Satellite Guest House. 더블룸 가격이 172P로 이 동네에선 아주 착한 가격. 하지만 방안의 침대는 아무리 좋게 봐도 수퍼 싱글 사이즈 정도로 보이던(가운데가 푹 꺼져있어서인지 짐바브웨 빅토리아 폴스 마을의 Lathi Lodge가 생각나더라). 론리에서도 소개하기를 매우 저렴한 곳이기는 하나 때문에 시끄러울 수도 있다고하여 결국 이 곳에서도 후퇴.

 

세 번째로 찾아간 곳이 바로 프란시스타운 시내 한복판이라 할 만한 곳에 위치해 있는 Grand Lodge. 프런트 데스크에 걸린 문구가 인상적이다. "Best Rate in Town". 더블룸 가격 242P.

 

주소 : Plot. Haskins street (기차역 바로 앞 기찻길과 평행하게 달리는 길 이름이 바로 Haskins street이다. 기차역에서 북쪽으로 200m쯤 떨어져 있음. 시내의 가장 메인이라 할 만한 Blue Jacket st.에서도 광고판을 찾을 수 있다)

 

 

 

@ 방(11번방) : 더블 침대, TV. 타일이 깔려있는 방은 매우 넓직하다(히터는 있지만 고장)

@ 화장실 : ensuite, 샤워기

@ 냉장고 딸린 부엌까지 있어 마치 콘도 같은. 조리 도구 세트는 프런트에서 50P의 deposit을 내고 빌릴 수 있다. 우리는 신난다고 카레 만들어 배터지게 먹었다.

@ 기차길 앞에다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사실을 인식 못할 만큼 조용하고(오히려 옆방 TV 소리가 더 문제 -_-), 숙소 바로 앞에 커다란 수퍼(Spar)가 있어 매우 편리. 하루 묵고 나니 "Best Rate in Town" 문구에 수긍이 가더라.

 

# 가계부 

 

1. 주유 (at Nata) : 101.65P (팁 포함)

2. 수퍼 (at Nata's North Gate) : 12.8P = 골든트로피칼주스 500ml 6.8P + 감자칩 6P

3. 나타의 유료 화장실 : 1P X 2인 = 2P

4. KFC (at Francistown) : 47.9P (6pcs)

5. 수퍼 (Spar at F/town downtown) : 물 한 병 5.4P

6. 수퍼 (Spar at 숙소 앞) : 32.3P (1.2P짜리 머핀 4개, 1.5L짜리 물 한 병 5P, 감자 약간 1P, 양파 약간 1.25P, 호박 한 개 12.95P, 바나나맛 옥수수죽 3.3P, 환타 3.75P 등) -> 이 중 바나나맛 옥수수죽은 결국 다 못 먹고 버림 -_-; 써놓고도 다소 웃김. 바나나맛 옥수수죽이라니.  

7. 숙소 : 242P (신용카드 결제 = 37,46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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