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버마의 사태가 심상치 않아서, 내가 유일하게 아는 버마의 한국인, 양곤의 도니님 생각이 나던 차였다. 그래서 오늘 도니님 방을 찾아가보니, 아, 생각보다 훨씬 사태가 심각하다. 아래 도니님께서 태국으로 급히 피신하신 후 올리신 글의 전문을 첨부한다.

 

도니님의 빠른 귀환과 그보다 앞서 와야할 버마의 민주화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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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글라바"

 

안녕하세요

양곤에서 현재 방콕으로 피신한 도니입니다.

 

아래의 우리 정관조 PD님의 글을 보시고 많이 놀라셨을줄 압니다.

놀라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갑자기 양곤을 떠나 이곳 태국으로 피신한 경위는 이렇습니다..

 

원래 그저께 그동안 잘 알고 지내던 미얀마 보안부대 장교로부터 [몸조심 하라는.......]경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대사관회의에서 여러 정황을 통해 내 신변 안전이 걱정되니 피신을 하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며 오늘(26일) 제게 계속 연락을 시도 하였으나  제가 시위를 취재 하던 상황이였고해서 연락받질 못하다가 집에 들어와서 오늘 찍은 사진과 비디오를 정리하던 중 외신기자와 아는 미얀마 사람으로 부터 또 한 차례 경고를 받았고 한인회 간부들의 전화를 여러통 받아 그들과 만났는데(그날 오후12시 이후 제 휴대전화가 불통이였습니다...처음에는 의레 그려려니 했는데...나중에 보니 제 전화만 불통이였습니다..저에게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하였답니다.) 

한인회 간부들이 저에게 체포되기 전에 신속히 태국으로 피신 할 것을 강력 권유하였습니다.

 

그래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며 집에 들어와 사무실 정리를 하는데

결정적으로.... 어느정도 높은 위치에 있는 미얀마 지인으로 부터 오늘밤 9시이후 미얀마 주동자 검거와 함께 저와 다른 외국인 2명을 체포할 것이라는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왜 체포되어야 하는지 물었는데

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은 

 

-제가 지금까지도 미얀마 정부측에서 동향을 항상 파악하고 있는 요주의 외국인이였는데

 

- 올 초 미얀마와 수교를 위해 북한의 김영일 부상이 미얀마를 방문할 당시

   미얀마정부의 허가를 받지않고 사진을 찍고 그와 인터뷰를 시도하였고...   

 

- 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현 미얀마 정부를 비방하는 글을 게재 했으며....

 

- 인터넷에 금번 시위에 관해 현, 미얀마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반정부 활동을 부추기는 서명운동을 하고..

 

- 현장시위 사진을 계속 올렸고..

 

- 도 아웅산 수찌 여사가 서기장으로 있는 야당인 민족민주연맹의 상징인 "싸우는 공작"깃발을 게제해서

  그들을 이롭게 했고.... 

 

- 시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타나 비디오나 사진을 촬영을 했다.

 

그래서 "보안회의에서 수회에 걸쳐서 내 이름이 거론되었으며 현지인들과 외신기자들에게 나의 활동을 계속 문의하고 사찰을 하였는데 많은 증거도 있어 오늘밤 체포를 할 것이다." 라는 내용이였습니다.

제가 이런 문제로 체포되게 되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요 자칫 "내정간섭"이라는 외교문제로 비화되어 우리 외교부와 국가에도 큰 고민을 안겨 줄 것 같아 한인회 간부님들의 의견과 집사람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어렵게 표를 구해 양곤을 빠져 나왔습니다.

 

징조는 그제부터 있었지만...

피신을 결정하고 결행하게 된 것은 몇 시간 안되는 오후 4-6시 사이 약 2시간만에 일어난 일이고 너무나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입을것 몇 개만 챙기고 태국에 나올때마다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오늘 촬영한 비디오 테입 1개 그리고 그동안 시위사진을 찍어 저장 해놓은 메모리 스틱만 겨우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지인의 도움으로 웃돈을 주고 비지니스 클래스 표 한장을 겨우 구해 긴장된 마음으로 출국검사를 받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나니...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기가 막혔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렇게 황급히 피신을 해야 하는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난... 천주교인으로서 양심에 따라 옳은일을 했을뿐이고  이렇게 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햇습니다.

또한 지금 현재 내가 사랑하는 이곳 미얀마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떠한 상황인지를 확실히 모든이들에게 알려야 했기에..  

그리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미얀마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기에 조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 가족들을 그곳에 남겨놓고... 

우리 집사람 세실리아 손도 한번 못 만져보고 .....

"사랑한다...조금만 기다려 달라..."라는 말도 못하고 뒤 돌아서야 했기에..

우리 아이 한솔이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

얼굴한번 쓰다듬어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것이 너무너무 가슴이 아팟습니다.

기내식으로 나온 빵쪼가리를 씹으며 소리도 내지 못하고 내 가슴을 치며 끄억끄억 속으로만 울었습니다.

결국 비행기에서 만난  우리 유 신부님을 붙잡고 비행기안에서 챙피한지도 모르고 펑펑 울었습니다. 

 

하지만

 

7년 이상 미얀마에서 쌓아온 모든것이 다 물거품이 되버리고

미얀마가 민주정부가 되기 전에는 못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지만

이번 미얀마시위에 제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후회 없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이 부끄러운 일이지

내 사랑하는 미얀마 사람들을 위해 .. 내가 한일이 분명 옳은일이라고 확신하기에

이일 때문에 내 인생이 꼬인것이 결코 부끄럽지 않습니다.

 

전 아직 젊습니다.

그리고 이 힘든 미얀마에서 7년을 견뎌왔습니다.

또한 내 양심에 거리낄 것도 없습니다.

전 지금까지 정말 잘 살아왔습니다.

 

오늘 피신할 때 집사람이 제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옳다..당신이 자랑스럽다.."

 

당장은.... 미얀마에서 7년 생고생하고 벌어놓은 전 재산을 미얀마에 묻어두고 다 날려버릴 위기에 있는 내 처지가 남들이 보이기에 너무 경솔해보이고 제 앞이 깜깜해 보이지만... 전 이번일을 제 인생에 시발점으로 삼아 보렵니다.

그리고 전 확신합니다.

이번 미얀마 민주화 시위는 꼭 성공합니다.

이번 시위는 들불과 같이 번져서 45년 지긋지긋한 군부독재를 끝장 낼겁니다.

 

전, 이것을 그동안 제가 미얀마에서 촬영하고 목격했던 미얀마 스님들과 시위에 묵묵히 참여한 일반시민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어제... 군의 무력 시위와 발포위협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에 이글이글 불타오르던.. 그들의 눈에서 보았습니다.

 

이제 미얀마는 피를 보았습니다. 그들의 피가 흘렀습니다.

그 피는 거름이 되서 "민주주의"라는 달디달고 시원한 열매를 미얀마 사람들에게 줄 겁니다.

그 때가 되면 노예가 아닌 진정한 미얀마의 주인이 되어있을 미얀마 사람들을 보러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땅.... 제2의 고향 미얀마로 돌아갈 겁니다.

 

미얀마 사람들은 군부독재 45년 동안을

그들.... 한줌도 안되는 정치군인들에게 수탈당하고 핍박당하고 그리고 온갖 박해를 받어도

이를 이겨내고 꿋꿋히 견디며 기다려왔습니다.

 

전...이제 시작입니다. 기다릴겁니다.

하지만 이 시기가 그리 길지 않을거라 확신합니다.

내 사랑하는 미얀마 사람들이 곧 민주정부를 수립할 겁니다.

 

그래서

난...조만간

다시 미얀마로 돌아갈겁니다

 

그리고

"밍글라바"

안녕하세요

미얀마 양곤의 도니입니다. 로 시작하는 글을 쓰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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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가 민주화되는 그날까지

여러분의 힘을 미얀마로 많이 보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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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두산다 삐와바제"

 

미얀마 민주주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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