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아줌마<출처 : 애니원 TV>

 

어제 휘시 리버 캐년을 다녀오면서부터 계속 똑같은 노래의 한 소절을 흥얼거리고 있다. 바로 만화 <호호아줌마>의 주제곡 중 일부인데, 그 가사는 이렇다.

 

"오늘은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렇다. 남아공에서도 그랬지만, 나미비아에 와서부터, 작은 2륜 구동 렌트카로 gravel road를 달리면서부터 우리 일정이 더욱 '모험'스러워졌다. 그리고 아마도 모험스러워졌기 때문이겠지만, 자연스레 이번 여행이 재작년 동아프리카의 그것과 비교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번 여행이 예전보다 럭셔리하고 흥미거리도 덜하고 아프리카 여행도 처음이 아닌지라 어느 정도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동아프리카에서 느꼈던 '감동'에 비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어쩜 더 재미난 것 같기도 하다. ^^

 

밤새 추웠는지 몸이 찌뿌둥하다. 그리하여 아침 메뉴는 뜨끈한 미역국에 밥 말아 고추장까지. 배불리 잘 챙겨 먹고 이글루 숙소를 나서는 길, 오늘은 보기 드물게 고속도로에 안개가 다 끼어있다. 광활하고 고요한 평원과 사막으로 대변되는 나미비아에서 안개라.. 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노래가 안 나올 수 없다.  

 

"오늘은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가 이 대목을 부를 때마다 김원장은 웃음으로 후렴구를 대신해주고(근데 왜 웃지? -_-).

 

<나는 점심용으로 시켰지만 사실 이 메뉴의 이름은 Breakfast이다>

 

<김원장의 아보카도 소스가 뿌려진 베이컨 버거. 아보카도 특유의 맛이 진하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나미브 사막의 Sossusvlei였고, 이 소수스블라이(혹은 소수스플라이)에서 일출을 보려면 오늘 밤은 최대한 소수스블라이와 가까운 곳에서 숙박을 해야했다. 하지만 소수스블라이를 향해 달리기 전에 이 쯤에서 마구 잔머리를 굴려야 했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1. 소수스블라이(를 비롯한 다른 모든 유명 관광지도 마찬가지)에 가까이가면 갈수록 숙소가 비싸진다.

2. 게다가 소수스블라이를 향해 달리는 길이 상당한(나에겐 무지막지한) 거리의 gravel road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하루에 만원만 더 쓰면 -_-; 숙소나 식사의 질이 훨씬 높아지더라"에 서로 동의하게 됐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수스블라이 근교의 숙소들은 터무니없이 비쌌다(이 동네는 만원 더 쓴다고 해결되지 않겠더라). 결국 이를 염두에 두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본다. 그리하여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총정리한 결과, 우리가 내린 최적의 결론은 <소수스블라이와 가장 가까운 포장도로 끝에 있는 마을(Maltahohe)까지는 우리 차로 가서 그 곳의 숙소(Hotel Maltahohe)를 이용하고, 우리 차는 그 숙소에 세워둔채 그 숙소에서 실시한다는 소수스블라이 4륜 구동 투어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Gravel road를 달리는 동안 불안한 마음에 내내 콩닥콩닥 하느니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그 편이 나을 거라 생각한 것.

 

말타호헤로 떠나기 전에 혹시 몰라 방이 있는지부터 문의해 보기로 한다(나미비아에 들어오면서 제대로 데었다. ^^; 이젠 숙소에 전화 막 건다).

 

- 호텔 말타호헤죠?

- 예, 맞습니다.

- 오늘 더블룸 있나요?

- 예, 있습니다.

- 소수스블라이 4륜 구동 투어도 할 수 있죠?

- 엇, 그건 요즘 안 하는데요?

- 앗, 저는 그거 하려고 거기 가는데요? 혹시 말타호헤의 다른 여행사나 숙소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나요?

- 잠깐만요, 확인해 보도록 하지요... 아니오. 없습니다. 

- 그럼 저희는 어떻게 소수스블라이를 가야 하나요? (이걸 계속 여기에 물어도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_-)

- 차량 없으세요?

- 저희 차는 2륜 구동이거든요. 4륜 구동이 아니라서요.

- 걱정말아요. 2륜 구동으로도 거기까지 갈 수 있어요.

 

이 호텔에서 4륜 구동 투어를 안 한다면, 굳이 말타호헤에서 머무를 이유가 없는 셈이다. 어쨌거나 2륜 구동으로도 소수스블라이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으니 일단 이 쯤에서 후퇴, 다시 숙소들이 주르륵 소개되어 있는 책자들을 여기저기 뒤적이며, 우리 차로 gravel road를 다시 달릴 마음을 굳게 먹고, 소수스블라이 근교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아본다. 어차피 소수스블라이 근처의 숙소들은 모두 투어를 할테니까 단 1Km를 덜 달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 곳에서 투어를 신청하지, 뭐(그만큼 gravel road 드라이브가 부담스러웠다. 만에 하나 차에 문제라도 생기면 돈은 고사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는단 말이냐. 물론 나중에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존재하긴 하겠지만 -_-). 

 

아, 여기, 불과 소수스블라이 입구에서 5Km 남짓 떨어져 있을 뿐이라는, 게다가 막 새로 생겼다는 캠핑장 Desert Camp가 눈에 들어온다. 가격은 비록 소개가 안 되어 있지만, 중간중간 self catering이니, for budget traveller라는 선전 문구가 나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래, 그럼 여기 전화해 보자.

 

- 여보세요? 오늘 두 사람이 묵으려고 하는데요?

- 오늘 방 없습니다.  

 

딸깍. 방 없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터무니없이 비싼 숙소들 사이에서 한 줄기 오아시스로 떠오를까 했더니만..(하지만 이제 와 홈페이지 http://desertcamp.com/dc-camp-rates.htm를 찾아보니 더블룸이 자그마치 813.92 N$에 달한다고 한다. 허거덩, 만약 방이 있었다면 가서 울며 겨자먹을 뻔 했네 -_-;)

 

자, 이제 그럼 어찌한다?

 

어쩔 수 없다. 가격을 공개한 곳 중(일반적으로 보통 가격을 공개한 곳이 공개하지 않은 곳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기 마련이다)가장 저렴한(B&B로 1인당 350N$이라는 -_-), 그래서 소수스블라이와의 거리는 다른 숙소들에 비해 당연 제법 떨어져 있는(65Km 가량) Hammerstein Lodge & Camp로 전화를 넣어보는 수 밖에. 이젠 다른 것 다 필요없다. 그저 이 곳에 빈 방이 있기만을 바라면서.

 

- 오늘 두 사람이 묵으려고 하는데요?

- 잠깐만요..(잠시 침묵이 이어지는 이 순간, 내 마음은 두근두근) 아, 예, 비는 방이 있네요.

- 아, 그래요? 그럼 저희 금방 갈께요. 참, 여기 Mariental 시내인데요, 2륜 구동으로도 거기까지 갈 수 있나요? (재차 확인사살을 마치고)

- 그럼요. 거기서부터 블라블라블라 오시면 되요.

- 고맙습니다. 곧 그리로 갈께요~

- 어, 잠깐만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그렇다. 내가 너무 기쁜 나머지 내 이름도 안 알려주고 끊으려고 했던 것. ^^; 어쨌거나 이제 방 예약도 했겠다, 마리엔탈 시내에서 저녁 식사 거리 쇼핑만 하고, 얼른 그 숙소를 찾아가 보자!

 

키트만스후프에서 마리엔탈, 다시 마리엔탈에서 말타호헤까지는 다행히도 포장도로였으나, 코딱지만한 말타호헤를 벗어나기가 무섭게, 길은 다시 gravel road로 변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모두 함께 이용하는 gravel road>

 

<오늘 역시 끝도 차도 안 보이는 나미비아의 비포장도로>

 

<어랍쇼? 이 와중에 산 같은 걸 넘네? 여기서부터 길 색이 갑자기 붉게 변하면서 주위로 펼쳐지는 풍경 또한 비경이다>

 

 

 

<이번엔 내리막길. 흡사 놀이공원에 온 듯한 체험 드라이브 ^^;>

 

<워낙 차가 드문 곳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서인지 마주오는 차를 만날 때마다 반갑게 수인사를>

 

이런 우리의 행태가 다소 불나방 같기도 했지만, 그리고 내일 다시 이 길을 돌아나올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기도 했지만, 게다가 지도에서 표기된 만큼 달려왔건만 오늘의 숙소가 보이질 않아 살짝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모든 마음이 한데 모여 절망으로 바뀌기 전, 우리는 Hammerstein Lodge & Camp의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는구나, 아니 사람이 살 뿐만 아니라 아예 숙소를 차려놓고 영업을 하고 있구나, 이러니 숙박 가격이 그리도 비싼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구나... 

 

막상 체크인을 하면서 알아보니 이 곳 역시 마침 self catering이 가능한 숙소가 비어있고, 그 방을 선택할 경우 숙박 가격이 내려간다고 한다 - 반가운 소식.

하지만 광고 문안에 소개한 소수스블라이로의 4륜 구동 투어는 이 곳 역시 현재 중단 중이라고 한다 - 우울한 소식.

 

- 그럼 소수스블라이까지 어떻게 가요?

- 지금 몰고 온 저 차로 갈 수 있어요.

 

끝내 우리 차로 처음부터 소수스블라이 끝까지 왕복을 해야하는구나! 잔머리를 아무리 굴려봐야 소용없었군. ㅋ

 

마침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주인인 매튜가 아들(?)로 보이는 청년(이름을 그새 잊은 -_-)을 소개하며, 원한다면 곧 Wild cat walk를 떠날 시간인데 조인하지 않겠냐고 물어온다. 긴 시간, 비포장도로까지 운전해 온 김원장을 고려하여 거절할까 했는데, 정작 치타를 좋아하는 김원장은 Wild cat을 보러가겠다고 한다. 서둘러 짐부터 배정받은 방에 부려놓고, 청년을 따라 숙소 뒷뜰로 나선다.

 

주차장은 앞마당인데... 엥? 차타고 가는거 아냐?

 

헉, 그런데 숙소 뒷뜰은 단순 뒷뜰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부지에, 역시나 엄청난 크기의 철창 우리들이 몇 개나 서 있다. 이게 다 뭐지? 뭐? 이 안에 wild cat이 있다고? 사람 사는 집 바로 뒤에?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우리 밖에 서서 야성을 잃지 않은 야생 동물들을 들여다 보는 게 아니라, 우리 안으로 우리가 직접 들어간다는 것이다. 진짜? 정말? 농담 아니지? 안 위험해? 위험하다고? -_-;

 

청년이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는데 대략 이런 것들이다. 빨리 걷지 말 것, 큰 소리를 내지 말 것, 필요없는 말도 되도록 삼갈 것, 본인의 뒤로 설 것, 본인과 얼마 이상 떨어지지 말 것 등등. 이런 것들을 잘 지키면 별 일 없을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동물들이 덤벼들 경우 너무 놀라지 말고 블라블라블라... 으윽~ 

 

 

<펜스 가까이 오지도 말라면서 왜 우리는 펜스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냐 -_->

 

커다란 자물쇠의 입이 털커덕 열리고 끼익~ 듣기 싫은 쇳소리를 내며 열리는 철창 문 안으로 겁나는 첫 발을 조심스레 내딛는다. 우리가 방문한 첫 우리 안에는 마치 스라소니같은, Caracal 한가족이 살고 있단다. 청년이 이 드넓은 부지에 살고 있는 캐러캘을 찾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동안 나는 혹여라도 그와의 거리가 벌어질까봐 전전긍긍이다. 김원장, 뭐해? 빨리 내 뒤로 붙어!

 

그리고 그가 발견해낸 캐러캘. 얘는 숫놈이다.

 

 

 

한발짝 한발짝 청년의 뒤를 따라 숫놈에게 좀 더 가까이 접근하는데 성공! 아침에 호호아줌마 노래를 부르는게 아녔는데.. 그래서 기껏 벌어진 일이 이런 일이란 말이냐 -_-;

 

숫놈이 이렇게 유달리 경계 태세를 보이는 이유는 얼마전 아빠가 되었기 때문이다 ^^ 일단 숫놈을 찾았으니 이제 숫놈이 경계를 풀면 가족에게 갈 거란다. 아니나다를까,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어색하게 서있는 우리가 별 위험이 안 된다고 판단을 내린 숫놈은 슬슬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뒤를 우리가 졸졸 줄서서 따른다. 마찬가지로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아, 청년의 손 끝 방향, 저 우거진 가시덤불 숲 아래, 엄마 캐러캘과 아기 캐러캘이 한 마리 쏘옥 숨어 있다. 오호호, 쌍안경 속에 등장한 아기 캐러캘은 무지 귀엽다.

 

- 아유~ 너무 귀여워.. 한 번에 한 마리만 낳나 봐?

- 사실 이번에 두 마리를 낳았는데, 한 마리는 우리가 집 안으로 옮겼어. 저래 보여도 얼마나 사나운데?

 

하면서 내밀어 보여주는 손을 보니 어머나 세상에, 한 눈에 척 보기에도 끔찍한, 무언가 제법 굵고도 아주 날카로운 것에 손바닥이 깊게 패인 흉터가 남아있다. 게다가 당시 쉽게 아물지도 않았었는지 흉터는 그야말로 흉으로 남았다. 어휴, 끔찍하군. 저 자식들이 보기와는 다르게 만만한 자식이 아니구나... 참고로 이 쯤에서 숙소 측에서 촬영한 캐러캘을 잠시 소개하자면 -_-;   

 

 

 

 

자, 어떤가? 감이 오시는지? 사자나 치타에 비하면야 크기야 그리 크지 않지만, 그야말로 섬뜩한 놈이었던 것이다. 나의 줌 기능 떨어지는 카메라로는 그저 커다란 고양이스러운 캐러캘을 제대로 소개할 수 없는 것 같아서.. ^^;  

 

뒷걸음질치다시피 캐러캘의 우리를 나와 두 번째로 방문한 곳. 이번은 치타 한 쌍이 살고 있는 우리란다 -_-;

 

- 여기도 들어가?

- 그럼. 너희가 원하지 않으면 말고.

 

들어가야지. 암, 들어가고 말고.. 하지만 어째 점점 심란해지는데?

 

치타 우리는 캘러캘의 그것보다도 훨씬 넓다. 달리던 놈들이니만큼 부지도 커야겠지. 하지만 정말 아낌없이 지었구나. 땅값을 떠나 나미비아 백인들은 대부분 엄청난 땅부자라더니 이 집만 해도 대체 땅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 것이냐?

 

캐러캘에 비해 치타는 더 찾기가 어려웠다. 나갈 구멍이 닫힌 치타 집 속에서 여기저기 걸어다니며 치타를 찾는 짓도 하다보니 덤덤해져온다 -_-; 바닥에는 알뜰히 잘도 갉아먹은 영양류의 두개골들이 여기 저기 널려있다.

 

겨우 찾아낸 치타들은 자기네들끼리 약간의 간격을 두고 풀 숲 아래 숨어 있었다. 아니, 쉬고 있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바로 암놈 클레오파트라. 그와 약간 떨어져 숨어있던 숫놈은 청년이 이름을 말해주기도 전에 우리가 알아챈, 시저 ^^; 캐러캘보다 더 위험한 동물이기에, 그리고 그들의 엄청난 속도를 고려했을 때 더 이상 다가가기는 어렵다고 한다. 먼 발치에서 쌍안경으로 바라보는데, 다행히도 우리에겐 별 관심없다는 표정이다. 뭐, 그 표정이 맞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_-; 대충이라도 맞았으니 내가 멀쩡할 수 있었겠지.

 

세번째 마지막 우리는 바로 표범이 살고 있는 우리였다. 이 곳의 주인은 Lisa라고 불리우는 암표범이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얘는 극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 한다고 했다. -_-; 대신 자기 구역 어딘가에 숨어있다가도 철창을 흔들면 먹이가 있다고 생각해 우리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게다가 공격성이 강해 철장 가까이에 서 있어도 위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청년이 열심히 철창을 두드리고, 심지어 리사~를 소리높여 불러도, 덩달아 우리까지 그를 도와 리사~를 외쳐도 리사는 나타날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우리는 표범의 특성상 큰 나무들이 몇 그루 서 있어서 시야도 좋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리사는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터라 청년은 우리에게 몹시 미안해 했지만, 우리는 당연 괜찮았다. 그렇게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청년 왈, 리사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리사는 나무 위 나뭇잎들이 만들어내는 어두운 그늘 속에 마치 없는 것처럼 숨어 있었고(이러니 진짜 잘 안 보인다 -_-), 그렇게 우리가 리사를 불러댔는데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리사의 본 모습 역시, 숙소 공식 사진을 빌려오는 수 밖에 ^^; 

 

 

얘가 바로 리사다. ^^ 절대 가까이에서 단 둘이 마주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이지 아름다운.

 

청년과 이 동물들의 나이며 습성, 심지어 먹이는 얼마나 자주 먹는지, 얼마나 먹어대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방으로 돌아오는 길, 청년이 우리에게 물었다.

 

-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왔다고 했지? 거기가 어디지?

- 응.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어.

- 일본? 나, 언젠가 TV를 통해 일본의 도쿄를 본 적이 있어. 엄청난 빌딩들이 많더라고.

- 그렇지, 드높은 빌딩들이 무지 많아.

- 내 꿈이 뭔지 알아? 여기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일본행 비행기표를 사는 거야. 그리고 일본에 가서 그 빌딩 숲을 구경하는 거지. 언제곤 꼭 가고 말거야.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이름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땅 나미비아에서,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헐리우드 대스타에게는 파파라치의 접근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로 여겨지는 나미비아에서(우리가 나미비아에서 운전해보니, 파파라치가 올래야 올 수가 없는 시스템이더라. 자전거 따위로 오기엔 너무 중간 인프라가 열악하고, 차를 타고 오면 먼지 구름을 달고 올테고, 그렇지 않으면 요란한 개인 비행기를 대절해야 할테니), 우리와 같은 여행자에게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정의를 내려주는 나미비아에서,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한 가장 높은 모래언덕들이 즐비하여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100곳>중 한 곳이라는 나미브 사막 바로 옆에서 태어나 지금껏 이 대자연과 어울려 살아오면서 가슴 속 깊이 품은 꿈이 도쿄 방문이라니!

 

우리가 이 곳에 오기 위해 들인 노력과, 우리 이외의 수많은 여행자들이 바로 이 순간에도 이 곳에 올 날을 꿈꾸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순간 무언가에 크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역시 우리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 드라이브 

 

주행거리 : 468 Km

 

<지도 사라짐>

 

키트만스후프 - (B1) - 마리엔탈 - (C19) - 말타호헤 - 마을을 벗어나면서 좌회전 - C14와의 갈림길에서 C19 방면 우회전 - Zaris pass (혹은 Tsarishoogte pass) - 갈림길에서 Sesriem 방면인 오른쪽 길 선택 - Hammerstein

 

키트만스후프에서 말타호헤까지는 포장도로, 이후 숙소까지는 비포장도로로 100Km 가량 더 가야 한다(비포장도로 100Km 구간에서 한 시간 반 소요). 같은 비포장도로라고 해도 도로에서 숙소까지 들어가는 짧은 길이 만만치 않음. 이 길을 선택할 경우, 말타호헤에서 24시간 오픈하는 주유소 이용 가능. Zaris pass을 넘으면서 경관이 더욱 멋져진다. ★ pass부터 숙소에 이르는 길이 scenic route

 

# 숙소 

 

오늘 우리가 찾은 Hammerstein Lodge & Camp는 예전엔 이름을 꽤나 날리던 캠프였던 것 같은데, 지금 척 보기엔 좀 노후된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이 되니 백인 관광객들을 가득 실은 커다란 버스가 두 대나 들어 오더라. 가격 경쟁력이 있는 듯. 직원들(아마도 한 가족?) 모두 무척 친절하다.

 

우리의 경우 self catering을 조건으로 트윈룸 1박에 400N$을 지불했다. 처음엔 무조건 B&B만 되는 줄 알고 최소 700N$는 내야겠구나 했었는데 400불이라기에 땡잡은 느낌이었다. 물론 400불 짜리 방은 700불 짜리 B&B 방보다 그만큼 후지겠지만(패키지팀이 우르르 그 방으로 들어갔다).

 

 

http://www.hammerstein.com.na/

 

 

@ 방 : 2개의 싱글 침대가 놓인 방은 꽤 넓직하다. 돌로 된 바닥은 겨울엔 춥다 -_-; 시야 넓은 창.

@ 화장실 : ensuite, 샤워기(온수 사용 제한 있음)

@ 부엌 : 가스렌지, 식탁, 기본적인 조리용품 등

@ 이 숙소에서는 이 지역에서 가능한 일반적인 액티비티 이외에 캐러캘, 치타, 표범 등을 기르고(?) 있어 직접 그들 우리에 들어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현재 오후 타임의 경우 3시에 진행). 날짜가 맞는다면 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광경도 볼 수 있단다(2~3일에 한 번씩 먹이를 준다고).

@ Self catering 이외에도 여러 타입의 숙소를 운영하며 부지 내 수영장, 레스토랑 등이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그 날의 메뉴를 정해놓고 미리 신청을 받아 주문 수에 맞게 요리하는 듯.

 

# 가계부 (단위는 나미비안 달러 N$)

 

1. 점심 (at Mariental's Wimpy) : 93.35 (Baked bean이 추가되는 아침 메뉴 27.95 + 아보카도 소스의 베이컨 버거와 감자칩 40.95 + 아이스 티 10.95 + BBQ맛 Biltong 50g 13.5) / 마리엔탈의 윔피는 작은 미니수퍼와 함께 운영되며, 빌통은 남아공식 육포(?)인데 재료로 쓰이는 고기 종류가 아프리카답게 무척 다양하다. 맛은 뭐.. ^^;

2. 수퍼 (at Mariental's Shoprite) : 94.24 (500ml 쥬스 4개 개당 6.5정도 + 말라비틀어진 마늘 몇 개 1.36 + 양파 약간 2.53 + 감자 약간 2.84 + 호박 약간 20 + 올리브유 22 + 참치캔 7 + 콜라 5.89 + 달걀 6개 6.09) = 그리하여 나온 오늘의 작품! 짜잔~ 짜장밥~

 

 

3. 주유 (at Maltahohe) : 210

4. 숙소 : 400 신용카드 결제(=54,330원)

5. Donation for Feeding wild cats : 50 (Wild cat walk의 정해진 요금은 없으며 대신 이들의 엄청난 식욕을 내세워 도네이션을 받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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