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만큼 강력한게 있을까...

 

소수스플라이(Sossusvlei)까지의 여정에 대해 재차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 두고, 아직은 고요하고 깜깜한 오전 6시, 왜 별 보기 좋은 숙소라 자랑하는지가 여실히 증명된 Hammerstein Lodge & Camp를 요란하게 벗어난다. 그렇다, 환해도 마음 먹은대로 달리기 어려운 그 길, 그 길을 이 시간에 달려보겠다 고집부린 이유는 오직 하나.

 

소수스플라이 Dune 45에서의 일출.

그것을 보겠다는 나의 욕망때문.

 

다행히도 마악 보름을 넘긴 달빛이 아직 힘을 잃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짙은 어둠을 걷어 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원장은 하이빔을 밝혀 시야를 넓히려하지만, 역시나 예상했던 것만큼 어둠 속에서 gravel road를 달리기란 쉽지 않다. 소수스플라이가 있는 Namib-Naukluft Park를 여는 시각은 요즘의 일출에 맞춰 오전 7시라 했고 우리 숙소는 공원으로부터 약 65Km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하여 적어도 시속 60Km로는 달릴 수 있으리라 계산, 오전 6시에 맞춰 출발을 한 터인데, 그렇게 딱 맞춰 움직이다보니 길이 험해 조금만 속도가 떨어질 것 같아도 내 마음이 좌불안석이다. 그렇다고 안 그래도 이런 길을 운전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있을 김원장에게 좀 더 빨리 달릴 순 없겠냐고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럴 때의 해결책은?

 

답이 뭐 있나?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래, 조금 늦으면 어떠하리..

일출을 못 보면 또 어떠하리..

 

그렇게 마음을 먹자 아니나다를까 금새 토끼처럼 뛰어다니던 마음이 진정을 되찾는다.

 

아, 토끼! 맞다!

 

이 구간을 운전하는데 토끼 한 마리가 차 앞에 나타났다(토끼 입장에서는 길에서 잘 놀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가 나타난 셈이겠지만). 우리의 하이빔이 마치 사냥용 서치 라이트로 순식간에 변한 꼴이 되어, 그 빛안에 잡힌 토끼가 도망가는 양을 지켜보면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차는 앞으로 직진을 하고 있으므로 토끼는 길 옆으로 살짝 한 발짝만 비켜서면 될 것을, 이 놈의 자식이 안타깝게도 계속 지그재그 모양으로 왔다리갔다리 하면서도 결론은 우리 차와 같은 직진 방향으로 뛰고 있다는 점이었다. 토끼의 그런 생존 본능이, 토끼의 꽁무니만을 보고 쫓아가는 와일드 캣들의 추격에는 매우 유리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우리 차처럼 오히려 직선으로만 달리는 동물이 있다면, 그야말로 백발백중 토끼는 순식간에 그의 밥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다행히 우리 차는 토끼 대신 기름을 먹는 짐승(?)이므로, 우리는 최대한 속도를 줄여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는 토끼 뒤를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모양새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쫓는 이 없이 혼자 쫓기던 토끼가 어느 순간 얼결에 길 옆으로 벗어나서야 우리는 다시 속도를 높일 수 있었고. 

 

그렇게 어두운 밤길을(나미비아를 달리면서 알게 된 신기한 사실 또 하나는, 아무리 한 밤에 불을 켜고 달린다고 해도 차창에 벌레들이 날아와 부딪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곳이 벌레들이 번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조하다는 이야기인가?), 그것도 비포장도로 위를 약 한 시간 여를 열심히 달려 - 역시나 숙소에선 선의의 거짓말을 날린 셈이다. 65Km보다 훨씬 더 달려야했으니까 ^^; - 하늘이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오전 7시 10분, 드디어 Namib-Naukluft Park 앞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

 

엇, 그런데 문이 아직 안 열렸다. 분명 7시에 연다고 했는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곧 우리 뒤로 차들이 하나 둘씩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다. 흠.. 저이들도 우리처럼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 여기까지 달려온 사람들이군. 음하하, 그래도 우리가 1등이다! 하지만 역시나 이 새벽에 달려온 2륜 구동 차로는 우리 차 뿐이야.. 어쨌거나 이들이 이 시간에 찾아오는걸 보면 아침 7시가 오픈 시간이 맞는 것 같은데... 

 

<아직은 달이 살아있는 시간>

 

이제는 공원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다시 욕망이 불끈, 지구는 지금 이 순간도 돌고 있는데, 이러다 일출을 놓치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 똥줄이 타오는 내가 더 이상 기다리질 못하고 우리 차 다음, 즉 2등으로 도착한 차의 운전석에 앉아있던 아저씨에게 말을 걸어본다.

 

- 혹시 개장시간을 아시나요?

- 오전 7시요.

- 지금 제 시계는 7시가 넘었는데요. 혹시 나미비아가 썸머타임이라도 실시하나요? -_-;

- 하하하, 아니요. 지금 7시 넘은 거 맞아요.

- 근데 왜 문을 안 열죠?

 

그러자 남아공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 곳에 왔다는 그 아저씨, 별 일이 아니라는 듯 한 마디 던지신다.

 

- This is A.F.R.I.C.A!

 

 

그렇다. 여기는 아프리카. 내 그 간결한 한 마디 답에 무어라 대꾸를 할 수 있겠는가!

 

똑딱똑딱...

우리 차 뒤로 차들이 한 대씩 두 대씩 점차 늘어나는 양을 바라본다.

그리고 초침이 계속 째깍째깍 열심히 본분을 다하는 가운데 그 차들 뒤로,

태양이 기지개를 펴는 모습마저 바라본다. -_-;

 

소수스플라이의 멋진 듄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차 안에서. 흑.

 

정문을 담당하는 공원 직원이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시각은 오전 8시. 이미 해는 사구 너머가 아닌, 험준한 산 너머로 그 모습을 거의 드러낸 뒤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시간 늦게, 아니, 아예 훤~할 때 숙소에서 나와도 되는 거였는데.. 이제 와 후회한들 무엇하리. 정문이 열리려는 지금 이 순간 마~악, 뿌연 먼지 구름을 이따만큼 달고 차 행렬의 맨 뒷자락에 합류하는, 어제 우리 숙소 앞마당에서 본 버스들이 살짝 얄밉긴 하지만 말이다 ^^;   

 

그렇게 정문이 열리자, 이번엔 서있던 줄이 무색하게, 뒷 열에 서있던 차들이 줄이어 우리 차를 추월해 지나간다. -_-; 이게 웬 다카르 랠리꼴인지. ㅋ(게다가 매표소는 공원 내부에 따로 있었는데, 이 곳 주차장에서도 조금이라도 빨리 입장권을 구입하려고 사람들이 뛰어 다니더라)

 

어쨌거나 이제 정말 나미브 사막을 만나러 간다. 숙소에서 알려준 대로 공원 내부는 놀랍게도 포장도로가 깔려있다. 이 포장도로를 타고 다시 65Km 가량을 달려야 소수스플라이 코 앞까지 달려갈 수 있단다. 

 

자, 이제 신나게 달리자! 

 

<소수스플라이로 가는 길에 들어서자마자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광경들이 펼쳐진다>

 

<아쉽게도 이 날은 새벽부터 바람이 몹시 불었다. 덕분에 사구 능선에서 일어나는 모래 바람만큼은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오호, 아직 달도 보이건만 뒤통수는 벌써 훤~하구나!>

 

 

 

 

 

 

<수많은 사구가 존재하는 이 곳에서도 특별히 이름 날리고 있는 Dune 45. 방문객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사구 중 하나라 일출을 보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Dune 45라는 이름은 공원 입구인 Sesriem에서 45Km 떨어져 있는데다가, 반대편인 소수스플라이에서 세어오면 45번째 듄이라나 뭐라나.. 혹자는 Dune 45가 이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구라고도 말하는데, 나는 글쎄 ^^;>

 

<모래언덕 45번.. 단순히 이런 숫자로 불리워지기엔 분명 그 이상의 뭔가를 담고 있는> 

 

<듄 45를 오르는 한 인간>

 

 

 

 

죄수마냥 각각의 고유번호를 달고 있는 모래언덕들을, 마치 깊고 푸르른 바닷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마냥 흐르듯 스쳐 지나, 이제 더 이상 우리 차 같은 2륜 구동으로는 달릴 수 없는 지점에까지 이르렀다. 이 곳에서부터 소수스플라이까지는 대략 5Km. 그 곳까지는 발목이 푹푹 들어가는 모래밭을 걸어가거나 혹은 이 구간만을 왕복 운행하는 4륜 구동 셔틀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연이어 비포장도로를 달려온데다가 요근래들어 최악의 모래바람이 불었던 이 날의 우리 차 모습. 차 밖만 이러면 그나마 다행이었을텐데, 아무리 단속을 열심히 해도 트렁크 안이며 차 안에도 잘잘한 모래들이 한가득이였다>

 

주차장에도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배낭에 쑤셔두었던 마스크를 꺼내고, 4륜 구동 차에 옮겨탔다. 대체 어떤 길이길래 더 이상 못 가는걸까, 궁금했던 나의 의문점은 곧 풀렸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제법 커다란 트레일러를 뒤에 매달고 소수스플라이로 달려가던 커다란 4륜 구동 차량이 모래땅에 박혀 갇혀 버리고 만 것. 바퀴가 구르면 구를수록 그의 차는 점점 더 깊이 모래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결국 그는 그 자리에 일단 트레일러를 풀어 버려두고, 본 차량만으로 겨우 벗어나야 했다(나중에 저 트레일러는 어찌 꺼내 가져가려고 -_-).

 

 

우리의 4륜 구동 드라이버는 소수스플라이보다 Deadvlei쪽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 소개한다. 마침 우리가 들고 있던 LP에서도 데드플라이가 소수스플라이보다 더욱 임프레시브하다고 소개하고 있던 터라, 우리는 일단 그 곳부터 가보기로 하고 데드플라이 입구에서 먼저 내렸다. 응? 표지를 따라가라고? 표지가 어디있단 말이냐? (알고보니 그 표지라는 것은 모래밭에 드문드문 박아놓은 가느다란 막대기였는데, 얼핏 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다른 이들이 길을 찾았는지 앞서 걷기 시작한다. 헤헤, 다행이군. 대세를 따르자.

 

그렇게,

 

진짜 사막과 만났다.

 

 

사막.

 

참으로 "진짜" 사막에 와보고 싶었다.

 

막연히 예상해보기로, 내가 만약 사막을 가게 된다면, 이집트나 모로코, 또는 인도의 사막이 그 첫 번째 방문지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했었다. 만약 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몽골이나 중국의 그것이 유력하리라 생각했었고. 볼리비아나 혹은 요르단을 비롯한 중동의 사막들도 떠올랐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막들은 내 인생의 첫 사막이 되기엔 좀 요원해 보였다.

 

리비아나 알제리에서 접근하는 사하라는 그저 꿈이었고.

 

그런데,

 

나미브라니...

 

진작부터 남아프리카에 간다고 계획을 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사막이라 느껴지지 않던, 그만큼 내겐 멀고도 생경했던 이 곳. 

 

오늘 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라는,

 

나미브 사막을 걷는다.

 

 

<살아있는 표지가 되어주는 데드플라이 관광객들. 마치 개미들의 행렬같다>

 

 

 

<사막을 걷는 일은 정말이지 근사하다.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모래 위엔 발자국이 생겨났다 곧 사라진다>

 

<한 현지 가이드가 본인을 고용한 관광객들을 데드플라이에 보내놓고 자신은 듄에 드러누워 쉬고 있다. 그와 더불어 나미브 사막의 유명한 '붉은' 모래 언덕이 끝없이, 끝없이 이어진다>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낸 데드플라이>  

 

 

<아무 것도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사막에서, 이름모를 반가운 생명과 조우하다. 모래는 어찌나 건조하고 부드러운지, 이 작은 생명 하나가 지나간 흔적을 잠시나마 남겨두는 아량을 베푼다>  

 

 

<수 백여년 전까지는 강이 흘러 나무들이 자라났던 곳이지만, 에둘러 이 지역을 둘러싼 사구들에 의해 물길이 막혀 버리고 흐르던 강물은 자취를 감춰 지금은 이미 생을 다한 고사목들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죽음의 물웅덩이, 데드플라이>  

 

<데드플라이의 바닥. 이 곳은 더 이상 모래사막이 아니다. 하지만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때도 과연 지금과 똑같은 모습일까? 그 때는 다시 부활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치 불에 타버린 것만 같은, 실상은 갈증에 타버린 고사목들.

 

갈증도 너무 심하면,

내 몸이 타버리고 마는 법인가.

 

갈증... 갈망... 

나는 지금 무엇을 태우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데드플라이를 뒤로 하고 다시 소수스플라이로 향하는 길,

 

이 세상 태어나 지금껏 살아오면서 지금 너무 좋은 구경을 하고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이 분들 생각이 절로 나더라.

 

 

 

고유명사 데드플라이의 명성에는 못 미치지만, 그게 일반명사라면 이 곳 역시 데드플라이일 터. 무한한 시간 속에 유한한 존재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게하는. 

 

<이름이 없었던, 이름이 없는, 이름이 없을, 생겨났지만 소멸되고, 소멸되었다가도 다시 생겨날 듄에 오르고 있는 김원장>

 

 

<어이~ What are you thinking about now?>

 

<듄의 능선을 따라 걷는 일은 매우 흥미로왔다. 무게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어느 한 쪽으로든 모래가 흘러 기존의 모습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모래는 무너지지 않았다. 모래는 흘렀다. 마치 물처럼>

 

 

<누군가는 찾아오고, 누군가는 돌아가는>

 

<사막에서의 신기루는 사막 그 자체가 아닐까...>

 

사막이라는 곳을 걷는 일은 소문대로 체력 소모가 심했다. 이 날, 그 대왕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데드플라이를 다녀오는 길, 어찌나 바람이 강하던지 돌아오는 길도 살짝 한 번 잃어주시고 -_-; 이미 온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는 모래를 가득 담아야 했다. 처음 우리가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는 쳐다보고 낄낄 웃어대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걸 고스란히 느낄만큼. 바람이 얼마나 심했는지, 사막에 홀로 고립되었을 때 살아날 수 있는 확률도, 이런 바람이 한 번만 불어준다면 최저치로 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만큼 무지막지하게 사막을 불어 덮치는 바람은 무섭고도 두려운 존재였다. 내가 한 발짝 걸으며 만들어 낸 발자국은 더욱 빨리 모래속으로 사라져 들어갔고, 안경과 마스크를 뚫고도 들어오는 모래가 자꾸 입안에서 씹혀 괴로웠다.

 

소수스플라이는 4륜 구동 아저씨가 처음 내려준 데드플라이의 입구 근처에서 약 500m 가량 떨어져 있었는데, 그나마 데드플라이를 오가는 길에서는 양반이었던 바람이 이 즈음 들어 더욱 거세져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일이 자꾸 반복되었다. 거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래인간이 되어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발이 한참을 파묻히는 길을 참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너무 바람이 불면 걸어간 만큼, 다시 후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에, 아니 평생에 단 한 번일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나같은 관광객들은, 그 바람에도 불구하고 데드플라이를, 소수스플라이를 보기 위해 앞서거니 뒷서거니 기를 쓰고 전진했다.

 

그렇게 힘겹게 소수스플라이 아래 섰건만, 아이고, 이건 올라갈 수도 없고 사진을 찍을 수도 없는 상황이 아닌가! ^^; 어쩔 수 없이 오가는 셔틀 차량을 기다려, 다시 그 차에 올라타고 우리 차가 세워져있는 주차장으로 후퇴하는 수 밖에.  

 

<우리같은 관광객들을 주차장까지 실어나르는 영업용 4륜 구동> 

 

 

소수스플라이가 있는 지역을 벗어나자 바람은 보다 잦아든다. 아마도 지극히 건조하고 드넓은 사막이 빚어내는 자연현상 중 하나이리라.

 

대충 모래를 털어내고 나니 온 몸으로 모래바람을 맞은 우리 꼴도 꼴이지만(이거야 원 모래인간과 싸운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_-), 다시 그 험난한 여정을 시작, 길고 긴 gravel road를 지나 포장도로로 돌아갈 걱정에 시달린다. 그래도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이번만 달려주면 이제 문명세계(!)로 돌아가는 거야. 그 사실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구나.

 

<공원 입구까지야 포장도로지만>

 

 

<공원을 벗어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gravel road! 저 배경이 되는 산은 어쩐지 KKH를 떠올리게 하네>

 

<허허벌판에 서있는 작은 로드 하우스에서 주유를 하며 다시금 가장 좋은 길을 권유받고(나는 길 상태가 가장 좋은 길을 권유해 달라고 했는데 아저씨는 자꾸 경치가 좋은 길을 설명해 주더라)>

 

<소수스플라이로 넘어올 때 그랬던 것처럼, 도시로 돌아가는 길, 또 다른 산을 넘는다. 산을 넘어가는 지그재그 오르막길이 보이는지?>

 

<그 비탈길을 힘겹게 올라 받은 큰 보상. 아무래도 아까 그 아저씨, 끝끝내 경치 좋은 길을 권하신 거였나 보다 ^^>

 

<살짝 보이네.. 우리가 올라온 길>

 

<고원지대답지 않게 쫙 뻗은 길. 그리고 반가운 전신주. 오라, 이제 곧 마을이라 이거지?>

 

해 뜨기 전부터 해 질녘까지 하루 종일 욕심을 많이 부리긴 했지만, 오늘은 정말 내게 수많은 일이 벌어진, 길고 긴 하루였다. 한국에서의 하루하루도 이토록 충만하게 채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거나 오늘 하루는 이렇게 마감이다. 

 

빨래~ 끄~읕!

 

 

# 소수스플라이 / 소수스블라이 (Namib-Naukluft Park 內 위치)

 

http://www.nwr.com.na/namib_naukluft.php

 

LP에 나오는 것 같은 그럴싸한 공원 내 지도를 찾을 수 없는 관계로 일단 아래 지도로 간단히 설명을 해 보자면,

 

Map of Namib-Naukluft N. P. - Click to read more about Namib-Naukluft N. P.

<출처 http://www.expertafrica.com/map_namibia2.asp>

 

대부분의 소수스플라이를 찾는 사람들은 입구의 Sesriem을 거쳐 소수스플라이에 이르게 된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한, 어느 쪽에서 접근하던 비포장도로를 피할 수 없으며, 다만 공원 입구를 지나면서 다시 포장도로를 달리게 된다.

 

공식적인 개장시간은 Sunrise to Sunset으로, 2007년 7월 현재(나미비아의 겨울 시즌. 여름엔 보다 일찍 개장한다), 오전 7시에 공원 정문을 개방한다고 했으나, 실제로 열린 시각은 8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고로 이런 일에 대비하여, 소수스플라이에서의 일출을 확실히 보고 싶다면, 공원 내 캠핑장이나(우리의 경우 캠핑 장비도 미처 준비하지 못 했고, 설령 캠핑 장비가 있다고 해도 요즘의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숙소(아래 소개를 하겠지만 공원 입구와 내부에도 숙소가 몇 존재한다. 그러나 매우 비싸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공원 문이 열리면 안쪽으로 약간 들어간 지점에 매표소 및 화장실, 주유소 등이 갖춰져 있으며, 입장료로는 휘시 리버 캐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170N$ = 80(1인) X 2 + 10(자동차)를 지불했다(같은 외국인이라도 남아공인의 경우 할인 혜택이 있는 듯).      

 

입구에서부터 약 45Km 지점에 이름난 붉은 사구, Dune 45가 있으며 - 수많은 모래 언덕 중 현지인들이 아빠 사구, 엄마 사구라고 부르는 커다란 사구 두 개만 그 이름(?)을 들어봤을 뿐, 나머지는 특별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 입구로부터 약 65Km 지점에 2륜 구동 차들을 위한 주차장이 있다. 이 지점부터 소수스플라이까지는 약 5Km로, 본격적인 사막 지대가 펼쳐지기 때문에 걷거나 운행 중인 4륜 구동 셔틀을 이용해야 한다(주차장-소수스플라이 구간 왕복 90N$/1인).

 

다녀온 사람들의 평에서던, 가이드북에서던, 현지인들의 조언이던 간에 소수스플라이보다 근처 데드플라이가 더욱 감동적이라는게 주론이다. 그러므로 기왕 거기까지 갔으니 좀 힘들더라도 데드플라이를 빼먹지 말자.

 

# 공원 근교 숙소 상황

 

<출처 http://www.rhinoafrica.com>

 

자세히 보면 우리가 묵었던 Hammerstein Lodge & Camp도 보이지만, 그곳에서 묵을 경우 오늘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공원내 사구에서 일출을 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상기 지도의 숙소들 중 Namib & Naukluft camping site(Sesriem campsite), Sossusvlei lodge, Kulala desert lodge 등에 묵는다면(그림 안 숙소의 상당수가 자체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혹 없어도 검색엔진을 통해 정보 수집이 어렵지 않다), 공원 문이 안 열려서 일출을 못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캠핑 사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숙소들은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_-;  

 

참고로 나미비아의 전역의 많은 숙소들이, 자신들의 숙소를 소개하면서 airstrip및 좌표를 함께 안내하는 경우가 잦다. 즉 개인 비행기로 숙소 앞마당까지 찾아올 손님들을 위한 것. 소수스플라이 지역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돈을 쓰기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초호화판으로 지내다 올 수 있으니 아프리카의 알려지지 않은 나라라고 해서 우습게 보지 말지어다.

 

# 드라이브

 

주행거리 : 457Km

 

Hammerstein - C19 - 좌회전하여 Sesriem - Sossusvlei - Sesriem - 좌회전하여 Solitaire 방향으로 C19 진입 - Solitaire - 좌회전하여 C14 - 우회전하여 D1275 - Spreetshoogte (혹은 Spitzkoppe pass) - Nauchas에서 좌회전 - 계속 달리다 C24와 합류하기 위해 갈림길에서 오른쪽길 택 - C24 - B1 만나면 좌회전 - Rehoboth

 

Sesriem, Solitaire에 주유소 및 간단한 매점이 있으며, 오늘은 공원내 왕복 130Km 정도와 Rehoboth에 이르기 직전 고속도로 B1을 잠깐 탄 것을 제외하곤 모두 비포장도로였다. 소수스플라이부터 Solitaire까지는 길이 안 좋지만, D1275를 타면서부터 패스 전까지는 비포장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길이 좋은 편이다(이 구간에선 남회귀선을 지나기도 한다).

 

★ C24와 만나기 전까지 내내 scenic route. 마찬가지로 패스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매우 장쾌하다.

 

C24를 만나기 전에 겪었던 황당한 일 하나는 바로 작은 교통 사고였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이런 지역에서 차와 차가 충돌한다거나, 차에 사람이 치이는 일은 어려운 일이고 -_-; 달리던 우리 차에 김원장 주먹만한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들더니 앞 유리에 부딪히고 뚝 떨어진 것이다. 아니, 걔가 일부러 부딪히려고 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름 우리 차를 가로 질러 반대편으로 날아가야지, 마음 먹었던 애가, 우리 차의 속도를 간과하고 너무 천천히 날다 부딪혔다고 해야하나? 다행히도 그리 세게 부딪히진 않았는지, 뒤를 돌아보니 어리버리하게 다시 일어나고 있었는데, 아무리 세게 부딪히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 차의 무게와 속도를 고려해 보았을 때, 걔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간 차에 수도 없이 타봤지만, 날다가 차에 치이는 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지라 다소 황당했다. 뭐야? 쟤, 새 맞아?

 

참고로 동물이 없을 것 같은 소수스플라이 사막 지역에도 네 발 달린 동물들이 제법 산다. 그러니 그 밖은 어떠겠는가? 오늘 구간을 달리면서 심심치않게 멋진 동물들을 만난다. 가장 압권은 무지 커다란 영양류인데(역시나 정확한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나의 한계 -_-;), 인간이 쳐놓은 높이 2m 이상의 울타리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다닌다. 그들이 줄줄이 그 울타리를 우아하게 뛰어 넘는 모습은 정말이지 그림이 따로 없다.  

 

# 숙소

 

Rehoboth에서 묵은 숙소, Aleen's B&B는 지금껏 기억에 남는 숙소 중 하나다. 왜냐하면 이 숙소의 주인 아주머니가 백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인간미 철철 넘치는 친절한 분이라는 사실은 보너스~).

 

하루종일 모래+먼지 폴폴 나는 길을 달리면서, 오늘은 더 이상 안 달리고 포장도로가 나타난 뒤 처음 나타날 마을, 레호보스에서 묵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이 마을에 있는 숙소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외곽쪽으로는 몇 소개가 되어 있었지만 더 이상 비포장을 달리기가 싫어서 ^^; 우리는 시내에 있는 숙소를 찾고 있었다). 그래도 직접 부딪혀보면 뭔가 나오리라, 생각하고 차를 몰고 작은 시내를 한 바퀴 빙글 돌다보니 아니나다를까 B&B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우 찾아낸, 조용한 주택가 한 가운데 폭 자리잡은 숙소가 바로 Aleen's B&B이다.   

 

 

아프리카에서 숙소 주인이 백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별다를 이유가 뭐 있겠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번 방문했던 동아프리카와는 달리, 지금껏 남아프리카를 근 보름간 여행하면서 단 한 번도 흑인이 주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남아공만 그런 줄 알고, 나미비아에 들어오면 좀 다를까 했었는데, 그런 나의 기대는 나미비아 첫 도시부터 깨졌다. 나미비아 역시 그 지나온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돈 받는 자리엔 어김없이 백인이 앉아 있었던 것(혹은 흑인이 돈을 받더라도 직원의 신분이었거나). 그런 점에서 먼지를 홀딱 뒤집어쓴 채 차에서 내리는 나를 보자마자 스스럼없이 내 머리를 털어주며 "소수스플라이에서 오는 길이구나?" 인사를 던지던 메이블린 아줌마는 그런 점에서부터 나의 호감을 살 수 밖에 없었다(참고로 아줌마는 백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흑인도 아니다. 사연은 모르지만 척 보기엔 중남미인처럼 생겼다). 비록 아줌마가 좋은 집에 살면서 현대 차도 몰고 흑인을 부리는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방 : 더블침대. TV. 크진 않지만 정갈하다. 크지 않은 마을의 B&B치고는 시설 및 수준이 훌륭하다.

@ 화장실 : 공용 / 샤워기

@ 부엌 : 공용 / 가스렌지, 식탁, 냉장고, 기본적인 조리용품 등

@ B&B용 숙소는 주인집 건물 뒤, 별채로 운영되고 있으며 방들은 한 건물 내에 있지만 입구는 각각 다르다. 우리가 찾은 날은 투숙객이 우리 밖에 없었기 때문에 부엌과 화장실이 바로 붙어있어 가장 편한 3번방을 배정받았다. 그래서 공용임에도 불구하고 맘 편하게 사용했다.

@ 세탁 가능 / 세탁기와 탈수기가 별도인 세탁기

 

# 가계부 (단위는 나미비안 달러 N$)

 

1. 소수스플라이 입장료 : 170 = 80(1인) X 2 + 10(자동차)

2. 소수스플라이 4륜구동 셔틀 : 180 = 왕복 90(1인) X 2 (허거덩, 입장료보다 더 비싸네)

3. 주유 (at Soltaire) : 125 

4. 숙소 : 300 

5. 세제 : 20 (숙소에서 세탁을 부탁하면서 얻어쓴 세제비조로 20을 아주머니께 드렸는데, 그 때문인지 고맙게도 아주머니가 직접 나의 그 많은 빨래를 도와주셔서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아니, 난 빨래를 널기만 하고 실상 빨래는 거의 다 아주머니가 해 주신 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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