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아쉬움 반, 설레임 반 가슴을 안고 한국에 들어온지도 어언(흑흑-_-;) 98일이 지났다. 우리는 지금 시인 정지용의 고향, 충청북도 옥천에 작은 의원 터를 잡고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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