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앙대리를 떠나 려강으로 오는 길은 비록 잘 닦여 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기에는 부담스러운 산길을 넘어간다. 대리에서도 더 북쪽으로 달려 들어오면서 려강은 좀 더 외지고 조용한 것일 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내가 완전히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려강의 고성 역시 장가계처럼 유네스코에서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한 곳으로 고성으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관광 온 중국인들과 서양인들 천지이다. 매달 2,0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한다는 도시, 려강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고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물레방아 앞에 서 보자. 물론 사진 찍느라 정신 없는 관광객들 틈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는 않을 테지만… 커다란 물레방아 뒤로 자그마하게 갈라지는 물줄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곳곳이 난 수로로 맑은 물이 흐르고 양 옆으로는 고성 건물을 그대로 살린 상가와 식당이 예쁘게 늘어서 있으며, 수로 건너편에 위치한 상가나 식당에 들어가려면 그들이 직접 만들어 놓은 작은 나무 다리를 아슬아슬 건너야만 하는 운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바닥은 다 적당한 크기의 돌들로 깔아 두어 걷는 맛까지 솔솔 하다.

 

리지앙또한 이곳은 오랜 역사를 지닌 납서족이 독특한 문화와 풍습으로 살고 있는데 려강 고성과 근처에 산재 된 여러 마을에서 독특한 그들만의 역사와 민속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게 중 특이한 것이 납서족만이 가지고 있다는 동파(東巴) 문화라는 것인데, 동파문(東巴文)은 일종의 상형문자로써 약 1,300개의 글자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사용하여 전설, 철학, 시, 종교제사, 천문학, 의약, 예술, 풍습 등을 기록한 수많은 동파경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수로 사이로 꼬불꼬불 난 길을 걷다 보면 비록 상품화 되어 있긴 하지만 동파문을 무늬로 넣은 옷가지나 장신구 따위를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밤 풍경은 또 얼마나 관광객에게 호의적인지! 고성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사방가의 작은 광장에 밤이면 전통 의상(위로는 넓은 소매를 가진 저고리 위에 남색 조끼를 덧입고 허리에는 앞치마를 둘렀다. 아래로는 바지를 입고 있는데 꽃무늬 수를 놓은 신발을 신었으며 양가죽을 어깨에서부터 보기 좋게 늘어지도록 걸치고 있어 동물 애호가들의 가슴을 아프게 할 성 싶다)을 차려 입은 납서족 여인들이 나와 모여 그들의 음악을 틀어놓고 관광객과 한데 어우러져 그들의 춤을 배우고 함께 추는 시간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수줍으면서도 어설프게 따라 하던 관광객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함께 박자 맞추어 추임새도 넣어가며 우리나라의 강강수월래 마냥 손에 손을 잡고 몇 겹의 원을 그리며 땀에 젖는지도 모르는 채 밤 늦도록 즐겁게 납서족과 춤을 춘다. 한바탕 어우러짐이 끝나면 납서족의 이러한 아낌 없는 수고에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를 보내고는 어느새 꺼져있는 위장을 달래고자 아름답게 조명을 밝힌 근처 cafe들로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리지앙

 

어제까지 조용하고 고요한 대리에서 머무른 우리는 이런 려강의 분위기가 반갑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다. 우선 생선가시처럼 가운데 남문과 북문을 잇는 중심 대로가 나 있고 그 대로와 거의 수직으로 나 있는 사잇길들을 따라 편의 시설이 조성된 대리와는 달리 이곳 려강은 사방가를 중심으로 완전한 방사형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직선도 아닌 것이 그야말로 작은 베니스를 연상시키는(물론 이탈리아의 원조 베니스가 더 심하긴 하지만)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대리가 시원스레 뻗은 창산을 등에 지고 푸르른 이해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국이라면, 이곳은 북쪽에 높은 산들이 포진해 있으면서도 주위는 약간 높은 언덕에 불과해 아늑한 가운데 사이사이로 옥룡설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맑은 물길이 지나다니는 모양새다. 이 두 곳을 거쳐가는 여행자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차이를 비교해보고 나는 대리가 더 좋으니, 나는 려강이 더 좋으니 하는 모양인데 글쎄, 두 곳 다 여행하기 혹은 푹 쉬기에 모두 알맞은 곳이며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까우면서도 먼 대리와 려강… 어서 오빠를 꼬셔서 이 곳 명물이라는 ‘빠빠(baba - 밀로 만든 빵 종류로 납서족의 아침 식사용이라는데 겉보기로는 아무 맛도 안 나게 생긴 습기 없는 호떡 모양이다)’를 먹어봐야 할 텐데…

 

Tip

교통 : 대리-려강 / No. 3 Guest House에서 No. 4 Guest House쪽으로 오르다 나오는 찻길 건너편에 보이는 작은 터미널 / 출발 시간에 따른 버스 상태에 따라 1인당 35원부터 100원 이상까지 다양. 우리는 1인당 40원 짜리 차 이용 / 2시간 40분 소요
려강 버스 터미널-려강 고성 / 보통은 남쪽 터미널에 내리는데 이럴 경우 터미널 청사를 관통한 후 만나는 찻길을 건너 1번 혹은 8번 버스를 타고 두 정 거장째 내려 오른쪽으로 돌면 고성을 알리는 물레방아와 만나게 됨 / 1인당 0.5원
관광 : 흑룡담 공원 / 고성을 벗어나 시내 북쪽으로 표지판 따라 걸어서 30분 소요 / 입장료 1인당 20원 / 김원장 말로는 그 돈으로 차라리 한국식당에 한 번 더 가는 게 훨씬 낫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숙소 : Sakura G. H / 벚꽃마을(Sakura cafe) 맞은 편. 벚꽃마을을 먼저 찾는 것이 편할 듯. G. H는 물레방아 바로 전 강택민 주석이 쓴 세계문화유산 기념비 오른쪽으로 난 길을 택해 물줄기를 왼쪽으로 끼고 걷다가 왼쪽으로 돌다리가 나오면 바로 우회전 혹은, 물레방아 돌아 갈라지는 세 갈래 물줄기 중 가장 오른쪽 물줄기를 오른쪽으로 끼고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왼쪽으로 벚꽃마을이 보일 듯. 식당으로 들어가 숙소 위치 물어보면 OK. 이도 저도 안 되면 물레방아 돌아 큰 길 따라 사방가까지 와서 오른쪽 물줄기쪽으로 다가선 후 오른쪽으로 돌면 벚꽃마을 / 침대당 15원. 온수 사용 가능한 샤워실과 화장실 공동 사용
한국 식당 및 PC방 : 유일한 한국식당이자 그 맛이 일품인 벚꽃마을에서 우리는 모두 해결했다. 게다가 정말이지 한국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방명록을 통해 주변 여행지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nternet은 한 시간에 4원이라는데 우리는 무료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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