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흔히들 운남성 최대의 볼거리를 석림으로 친다. 석림은 곤명에서 남쪽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으로 계림과 마찬가지로 카르스트 지형에 속한다. 지금으로부터 2억 7천만년 전(어쩜 이렇게 계산들을 잘 해내는지 무르겠지만), 깊은 바닷속에 묻혀 있던 석회암이 지각 변동에 의해서 융기하였고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비바람에 깎이고 또 깎이어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역시 아주 즐거운 관람을 했다. 자,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곤명까지 직항로도 개설된 마당에 큰 맘 먹고 석림을 반 값에 들어가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석림의 입장료(여기서는 ‘문표’라고 부른다)는 자그마치 성인 1인당 80원(여기에 170원을 곱해 보면 우리나라 돈이 나온다)에 달한다. 만약 여러분이 1 m의 키를 가진 동안의 어른이라면 어린이라고 우기고 공짜로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키가 작은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1 m는 넘어 동안(?)이면서도 그 방법을 택할 수 없었다. 그렇담 글을 읽는 여러분이 혹시 군인? 우리나라 여군이던 남군(?)이던 간에 그 신분이 중국에서도 통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보지 못 했다. 그렇담 55원에 들어갈 수 있는데… 어린이도 아니고 군인도 아니라면 혹시 학생이신지? 여러분이 학생이시라면 국제학생증 따위의 신분 증명을 할 수 있는 card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이나 심지어 신용카드를 ID card인 양 내밀어 할인을 받았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지만 그래도 학생 신분으로 이 나라 저 나라(특히 유럽) 여행을 하실 계획이시라면 안전하게 ‘쯩’ 하나 만들어 오시는 게 나을 것 같다(참고로 우리는 학생이 아니다. 그렇지만 ‘쯩’이 있다. 어떻게 만들었냐고는 묻지 말아주시길… 발급 비용이 11,000원인가 그런데 곤명 시내 구경을 하면서 열심히 디밀어 봤지만 취호공원 3원, 원통사 4원 다 제 돈 내고 들어갔다. 표 파는 사람이 뭐 이딴 걸 내미나 하는 표정으로 돈 다 받고 되돌려 준다. 중국은 통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들 하는데 석림은 통하는 곳 중 한 곳이다). 우리처럼 성인이지만 학생표를 살 수 있다면 80-55=25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쯤에서 계산이 빠르신 분들은 뭐야? 반 값이 아니잖아? 하실 것이다. 아직 안 끝났다. 여기서 다시 반 값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우리는 석림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버스와는 달리 기차역은 석림과 4~5 Km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내려서 미니버스나 마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역을 나오는 순간 알아서 마차 아저씨가 덤벼 든다. “얼마여요?” “1인당 1원” 어라, 버스 값과 같은 것 같다. 우리는 당연히 마차를 탄다. 덜거덕 덜거덕 말은 탄 게 미안하리만치 열심히 달리는데 비하여 속도가 나지 않아 우리와 같이 내린 모든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진작에 휭~하니 지나가 버린다. 남은 건 두 대의 마차에 나누어 탄 우리 둘과 중국인 셋. 얼마를 달렸을까, 마부 아저씨가 뭐라 하는데 ‘얼마여요’ 이외에 아는 문장이 거의 없는 우리로서는 또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사태를 파악한 아저씨는 얼른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작은 종이를 펼쳐 꺼내 드는데 그 안에 영어가 가득 쓰여져 있다.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석림에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입장표는 자그마치 80원이나 하는데 30분만 걸으시면 공짜가 됩니다. 여러분이 이걸 택하시면 가격은 반이 되고 기쁨은 배가 됩니다’ 운운…석림

 

나는 또 유일하게 아는 문장을 내뱉는다. “이건 얼만데요?” “40원” 다음부터는 아는 문장과 필담의 오묘한 조합이 이루어진다. “저희는 학생인데요? 그렇담 55원 아닌가요?” “아, 그래? 그러면 25원” “20원으로 깎아서 우리 둘에 40원 해 주셔요” “안 돼. 25원” 아저씨 표정이 단호한 것으로 보아 나름대로의 정가가 있는 모양이다. 흥정은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安全?’하고 써 본다. 아저씨는 당연하다는 듯 끄덕끄덕. 어디선가 매표소 앞 가까이에서 공짜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데 공안이 지킬 우려가 있으니 되도록이면 시도하지 말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서 물어본 거였는데 안전하단다. 그 길이 아닌가 보다 짐작한다. 옆 마차에서도 같은 흥정이 이루어졌는지 옆 마차에 탄 관광객 모두가 우리 마차로 옮겨 타고 우리 마부 아저씨의 신호에 따라 시내 어디선가 안내를 맡은 할아버지가 또 올라탄다. 말은 힘겹게 모두 7명을 태우고 좀 더 달려 우리를 석림 입구 도로변에 내려 놓는다. 안내 할아버지는 벌써 도로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고 우르르 5명이 내려 따라 걷는다(마차비도 안 내고 ^^).

 

석림끊어질 듯 말 듯 분명 길은 나 있는데 안내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좀처럼 찾기 힘든 길이다. 할아버지는 저만치 앞 서 나가는데 오빠, 나, 뒤로 중국인 셋이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로 빨리 걸으신다. 15분쯤 평탄한 길을 걷고 나니 야트막한 언덕이 연이어 나타나고 할아버지는 자꾸 처지는 우리들을 재촉하며 또 언덕의 덤불 속으로 사라진다. 할아버지가 빨라서 그렇지, 영락 없는 trekking course다. 날씨 좋지, 바람 시원하지, 게다가 오른쪽으로 멀리 석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빠와 나는 신이 난다. 석림이고 뭐고 이런 경험이 너무 흥미진진하다. 무성히 난 풀들 사이로 길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정말 재미있다.

 

갑자기 앞서 가던 할아버지가 우리를 뒤돌아 보시더니 뭐라 하시는데 같이 뒤를 돌아보니 우리를 따라오던 세 중국인이 사라졌다. 간격이 벌어지는 것 같더니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다. 할아버지가 우리를 앞세우고 잠시 찾으러 내려가시는가 싶더니 곧 다시 올라 오셔서 안내를 하신다. 결국 세 명은 포기하고 우리나 마저 안내하시려나 싶다. 길은 오르락 내리락 산 등성이를 타고 이어지는데 중간 중간에 박힌 돌들은 그 크기와 모양새가 달라서 그렇지 또 하나의 석림을 이루고 있다. 오빠가 동물의 변을 밟기도 하고 내가 가시 나무에 옷이 긁히기도 하지만 그럭저럭 할아버지 뒤를 열심히 따라간다. 그렇게 25분 여가 더 지나서야 우리는 길이로는 석림의 중간쯤 되는 위치이자 높이로는 거의 꼭대기에 가까운 한 작은 돌길과 만난다. 그야말로 수풀을 헤치고 나오니 석림인 것이다. 할아버지는 지도에서 우리의 현 위치를 가리켜 주시고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내민 50원을 받아 드시고 빠이빠이~와 함께 다시 그 수풀 사이로 사라지셨다(석림에 와 보시면 알게 되시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석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때요? 정말 반 값이죠? ^^;; 나

 

우리는 그 돌 숲 틈 사이 사이를 지치도록 돌아 다녔다. 하지만 역시나 돌 숲 안보다 이 안으로 들어오는 길이 훨씬 더 좋았다. 대석림 한 가운데 망봉정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엄청나게 밀려오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우와, 우리는 서둘러 곤명으로 도망치듯 돌아 왔다.

 

Tip


교통 : 곤명역-석림역 / 1인당 20원(왕복은 30원). 오전 8시 10분 곤명역 출발, 오후 4시 32분 석림역 출발 하루 한 차례 왕복 운행 / 1시간 30분 소요 / 성수기가 아니라서인지 7시 50분에 역에 나갔는데도 표가 남아 돌았다
석림역-석림 / 미니버스나 마차 모두 1인당 1원
석림-곤명 / 석림 입구 버스터미널에서 곤명행 미니버스 / 1인당 15원 / 2시간 30분 소요


* 참고로 여러 여행사가 1일 석림 관광을 왕복 차편, 점심, 입장료, 영어 가이드까지 포함하여 80원(역전)~120원(숙소내 여행사)까지 부른다. 가격은 매우 싼 편이지만 오가는 길에 두 세 군데씩 상점에 들려 shopping을 하도록 한다 하기에 우리는 그냥 기차를 타고 갔다. 버스는 기차에 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오전 기차를 타고 석림에 가서 사람들 없을 때 한가로이 구경을 한 후 정오 이후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밀려 들어오기 전에 나가기를 추천한다. 석림 내 길이 좁아 사람이 많으면 정체 현상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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