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명꽃의 도시 곤명은 대도시다. 중국 운남성(雲南省)의 성도이며 지구급(地區級) 시로 서쪽으로는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로 이어지며 동쪽으로는 우리가 지나 왔듯이 귀주성(貴州省)의 귀양, 더 나아가 그곳에서 호남성(湖南省)으로 이어지는 등 교역로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중국 남서부의 교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인만큼 주변을 둘러봐도 이 곳보다 높은 산 찾아 보기가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잇따른 5개년 계획을 통해 중국 남서부에서 충칭 다음가는 공업도시로 개발되었으며 또한 믿기지 않게도 농업 중심지이기도 하다. 뿐인가, 종합대학·의과대학·사범대학과 수많은 학교 및 과학연구소가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 곤명에 도착하여 역사를 딱 빠져 나오는 순간, 우리 눈 앞에는 대 도시가 펼쳐졌다. 아, 이게 얼마 만에 와 보는 대도시냐… 중국에 와서 내리 시골 생활만을 한지라 고새 우리는 촌닭이 되어 있었다.

 

 

주변으로는 번호를 가진 노선 버스가 지나가고(서울에서는 당연한 일인데 중국에 있다보니 새삼…), 파란 택시도 지나 간다. 삐까번쩍한 호텔도 많고 KFC가 있고 창고형 할인 배장에 김희선이 한 중국 이동 통신 회사의 광고까지 하고 있다. 그래, 도시를 누리자. 이 곳을 벗어나면 당분간 또 시골이다. 숙소에는 우리말고도 한국인이 두 분이나 더 있다. 차를 한 잔 얻어 마시며 PC방 위치 파악 성공, 우리는 그 동안 못 올린 글들을 싸 들고 숙소 맞은 편 극장 내에 위치한 PC방부터 찾는다.곤명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권번호까지 적어 넣고서야 PC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삼보컴퓨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간 올라 온 글들부터 허겁지겁 읽는다. 한 분 글에서 중국 민항기가 한국에 추락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기사까지 찾아 읽어본다. 어머, 이렇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다니… 항상 그렇듯이 사고가 날 때마다 안 그런 사람이 있겠냐 만은 그래도 남들보다 몇 배는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이번 일로 시끌벅적하겠구나… 중전에서 티벳으로 들어가는데 필요한 4륜 구동 짚차를 빌리는 비용이 1인당 4000원이나 한다고 해서 차라리 저렴한 비행기를 타야 하나 하던 중이었는데 “역시 중국 민항기는 위험해” 우리는 걱정에 걱정을 더하게 생겼다.

 

자, 이제 한 번 글을 올려 볼까~ 아니,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고개 숙여 A drive를 찾아보니 누런 스카치 테이프로 입구를 더덕더덕 봉해 놓았다. 이럴수가! 좌우를 둘러보지만 모두 마찬가지. 주인을 불러 물어 보지만 플로피 디스켓 사용은 아예 못 한단다. 어쩜 이럴수가! 대도시 곤명에서… 그렇담 혹시 한글을 쓸 수는 있나? 오호, 이것도 안 되는구려… 우리는 서둘러 짐을 싸 들고 숙소로 돌아와 다른 PC방 정보를 구한다.

 

두 번째 찾아간 곳은 숙소에서도 한참 떨어진 한 한국 음식점이다. 전화로 물어 물어 플로피 사용 가능 여부까지 확인을 하고 버스를 타고 30여 분을 간다. 인터넷 연결, 흐음… 전화선이군. 그래도 괜찮겠지?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다. 사진이 첨부된 글을 올리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한참 모래시계를 들여다보지만 결국 연결이 안 된다는 메시지만 계속 뜬다. 사진을 한 번 빼 볼까? 앗, 성공. 어설프나마 사진 한 장만이 실린 글 하나가 올려진다. 다음 글도 우선 사진을 제외시키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성공한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는 도무지 안 된다. 오빠는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옆에서 바라보는 나도 답답하다. 밖은 이미 깜깜해졌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여쭤본다.
“아주머니, 이 근처에 혹시 다른 PC방 없나요?”
“이 근처에는 없고, 플로피를 사용하려면 가만 있자… 아무래도 대학가 쪽으로 나가봐야겠네”
곤명

중국말도 못 하는 우리의 중국 여행을 남 같지 않게 걱정해 주시던 아주머니 안색이 더욱 어두워지는 것 같다. 시간도 늦었거니와 곤명 시내 지도를 꺼내 들고 바라보니 대학가 또한 또 한참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안 되겠다. 내일 대학가를 한 번 찾아가 보자.

 

앞으로의 여정도 만만치 않거니와 우리에게 곤명은 밀린 일을 해치울 수 있는 당분간의 마지막 대도시이다. 내일,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Tip

한국음식점 : 고향집 / 곤호반점 바로 옆 / 조선족 아주머님이 주인(우리보고 익숙치 않은 억양으로 “어디 유람댕기유?”하시는 것으로 보아)
Kim’s cafe / 곤호반점 맞은 편에서 23번 버스(시내버스 1인당 1원)를 타고 북쪽으로 북경로를 달리던 버스가 우회전을 하면 ‘Price Smart’라는 창고형대형매장이 보이고 바로 그 사거리에서 다시 좌회전 하여 내리면 바로 앞 / 아담한 cafe 분위기 그대로 / Fax 및 인터넷 사용 가능
한성관 / 곤명빈관 옆 / 정말 으리으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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