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드디어 크레용 후기를 쓰는 날이 왔구나



(숙소 이름이 우리가 아는 그 크레용 크레파스 할 때 크레용 맞습니다. 물론 영어로는 안 써있으니 간판을  봐도 아무 것도 모르긴 하죠)

영어로 썼다해도 내가 아는 크레용 철자와는 다르네 ㅎ


@ 홈페이지 http://www.yunosatokureyon.com/

@ 예약 : 라쿠텐 트래블(재팬)

@ 플랜 및 가격 : 2인 조석식 포함 B동 8조 (= 그러하다. 제일 저렴한 객실) 38448엔

객실 유형

떨어져의 방 ♪ 일본식 8 조 톱 라이트 (천창) · 노천탕 떨어져의 방입니다

숙박 시설

[B 플랜】 떨어져의 방 ♪ 신선한 요리와 객실 욕실 (노천) 목욕탕에서 온천도 만끽! 손쉽게 호화 플랜 ☆ 라쿠텐 한정


@ 한글 정보 : 규슈로 http://www.kyushuro.com/detail.php?number=2266#content

@ 일본어 정보

홈페이지 방송 동영상 http://www.yunosatokureyon.com/video.html

https://gu-taro.net/archives/5986

https://www.travel.co.jp/guide/article/7535/

@ 참고로 우리의 포켓 와이파이가 이 동네에서는 빌빌 거려서 대신 숙소 와이파이를 이용했다


마쿠사 레이호쿠 올레를 위해 레이호쿠까지 온 마당에, 크레용에서 꼭 자보고 싶었던 나는 (김원장이 싫어하는) 벽간 소음이 존재한다는 후기를 읽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지도를 구해 비교해 본 결과... B동 8조짜리 객실 3개 중에서는 맨 끝 방인 浅葱로 배정해 달라고 해야겠더라. 

예약을 하고 숙소측에 浅葱로 배정 가능할까요? 영어로 이메일을 보내 보니까, 

OK! 연두색의 객실을 준비하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라고 번역되는 답장이 왔다 ㅎㅎㅎ (지정한 객실이 연두색?이란 뜻인가 보네)

이제 옆 방이 시끄러우면 어쩔 수 없다. 김원장 컵에 수면제 몰래 타서 먹이는 수 밖에. 꺄하하. 


일본어를 모르는 관계로 이 집을 지나쳐 옆 공터로 들어갔다가 다시 빠꾸하여 제대로 된 크레용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연배가 있으신 두 명의 남자분이 뛰어나와 주차를 돕네 짐을 받네 바쁘시다.

아주 작은 문제라면 우리는 그 쪽 말을, 그 쪽은 우리 말은 물론 영어도 잘 안 되신다는 건데... 어찌어찌 바디랭귀지로 체크인을 하고 ㅋㅋㅋ 객실까지 정중히 안내 받았다. 저녁 식사는 몇 시에 할 건지, 아침 식사는 몇 시에 할 건지도 다 눈치로 알아듣고 손가락으로 대답할 수 있음 ㅎ




부지 자체는 크지 않지만 객실이 몇 되지 않는 데다가 객실들 이어지는 길 주변을 엄청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으셨기 때문에 상쇄되는 면이 있다.
다만 우리 방은 (미리 부탁 드린대로) 맨 끝방이다 보니 우리 객실 너머로는 남의 땅 관리에서 벗어난 느낌이 확연하게 든다 ㅎ  


키에는 작은 랜턴이 달려있어요

우리 방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우선 입구쪽에는 없는게 없는 세면대가, 그리고 정면 안쪽으로 화장실이 있고, 객실은 오른편 안쪽에 있다 


크레용에선 가장 저렴한 등급이지만... 지불한 가격이 있지 작지는 않다. 그리고 실내 한켠에 진짜 크레용과 스케치북도 있다 ㅎ


    

           객실 문을 열고 지나온 현관 쪽을 바라보면 위와 같이 보이고           천장에도 저렇게 작은 창이 있는데... 우리 기준에는 다소 어두운 편이다


하나 윗줄 사진에서 우리 방 개인 정원 왼편으로 난 문을 열면 노천탕이 바로 나오는데, 우리가 도착한다고 알린 시간에 맞춰 물을 받아 두었더라




 내 휴대폰으로는 각도가 영 안 나오는 노천탕 풍경 ㅋㅋ 원한다면 쌩맥 배달도 가능하다고 한다 ㅎ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물이 좋아도 물은 잘 모르는 관계로... 노천탕에서의 뷰나 분위기를 중요시 여기는지라, 하늘이 보이기는 하지만 울타리가 높게 쳐진 이 공간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우리 숙소 부지 바로 근처에서 뭔 공사를 하는지 낮에는 공사 소음도 들리고... 그래서 나는 주로 밤과 새벽에만 이용하고 보통은 (대욕장이라고 해야겠지?) 숙소의 여탕을 사용했는데, 이런 나와 달리 김원장은 객실 노천탕만 이용했다 ㅎ


공용탕은 크레용의 프론트와 식당으로 쓰는 건물 바로 옆에 있는데 남녀탕은 바뀌지 않았다

다들 객실에 노천탕이 딸려 있어서 그런지 갈 때마다 혼자 이용한 대중탕 ㅎㅎㅎ 




역시 개인적으로는 이 쪽이 취향 ^^ 혼자 쓰니 더 행복해요


저녁 가이세키. 

맨 첫 사진의 건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편이 프론트, 정면에 식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인다. 들어서자마자 오카미상이 극진하게 맞아주심


윗 문을 열면 정면에 홀이 보이는데... 주인 부부(?)가 서로 뭐라뭐라 하시더니 우리는 남들과 달리 홀이 아닌 개별실로 안내하신다. 와우


앉자마자 벌써 뭔가를 먹기 시작한 김원장 누가 보면 굶긴 줄


아니 식전주가 있었는데 왜 이것부터 먹지를 못 하고... 서둘러 짠! 원샷





오 이것들이 1번 전채로구나... 스맛폰 들고 오늘의 메뉴 번역해 보면서 오오오 감탄하다가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려는 바로 그 순간!


2번이 등장했습니다

헉...

이것이 정녕 2인분이란 말입니까??? 장난해? 아 유 시리어스?

들고 들어오시는 순간 4인분상 잘못 들어온 줄


먹기도 전에 보는 것만으로 전의를 상실하다. 말잇못


먹고 뒈져라 접시

2번 코스에서 끝을 보겠다는 주인장의 강력한 의지


내 자리에 앉아서 찍는 것만으로는 저 거대한 접시에 대체 뭐뭐가 담겼는지 한 번에 알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 항공샷 시도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식 테이블처럼 이 접시 아래 부분만 빙글빙글 돌아감 ㅋㅋㅋ - 조 위 김원장 먹는 샷 보면 힌트가)

이 집 요리여관이었던건가



타카히라야에서는 엄청난 포스를 자랑했던 도미인데... 크레용에서는 바닷가재 - 아니지, 얘는 바닷가재가 아니고 일본에서는 '이세 에비'라고 부르는 아이다. 실제 가재급 크기이고 영어로도 무슨무슨 랍스터라고 부르지만... 바닷가재와는 좀 다르게 생겼고 번역기로는 왕새우?로 나온 - 포스에 완전 눌려... 그저 one of them. 이건 뭐 숨은 도미 대가리 찾기도 아니고. 


해나라님의 이세에비 VS 랍스터 https://nihon.tistory.com/1413

류크님의 가재 새우 게 http://blog.naver.com/luke_suh/150125801236


전복도 마찬가지 취급. 오늘은 앞선 두 집 (류구 & 알레그리아 가든스) 에서 먹었던 부드러운 구이와는 달리 사시미로 나온 오독오독 전복이었는데... 이세에비 사시미를 먹다보니 오, 자네도 거기 어디 찌그러져 있었는가? 수준.


우리가 다 먹을 수 있던 말던 내 알 바 아니다 모드로 나오는 크레용. 계속해서 뭔가를 가져다 주시...

이게 몇 번이에요? 왜 번호에도 없는 것 가져다주고 그러시는 거에요


그리고 보니 각자 자리에 첨부터 떡하니 놓여있던 이 냄비가 샤브샤브용이렸다. 사시미가 남아도는 가운데 싸보이는 만만한 아이들 골라 넣어봄


이 와중에 나온 3번. 

키비나고 어쩌구 키비나고 저쩌구 뭐라뭐라 설명해 주시는데 키비나고가 뭔지 몰라도 키비나고 밖에 안 들려 ㅋㅋㅋ

우리가 영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 안타까워 하시네. 후훗 걱정 마세요 뭐든 상관없으니 맛있게 먹을께요~  

아주머니 사라지시고 난 뒤 인터넷에 혹시나 해서 키비나고, 라고 한글로 치니까 샛줄멸/꽃멸치, 라고 뜨네. 맛있어 ㅎ


그래서 4번 코스 가지고 들어오실 때 

정체가 밝혀진 "키비나고 오이시데스네" 하니 매우 좋아하신다.

그리고 동시에 아주머님 또한 휴대폰을 꺼내들어 보여주시는데 한글로 "치즈가 들어간 계란찜입니다" ㅎㅎㅎㅎㅎ

고사이 일본어 모르는 칸코쿠진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를 고민해 보신 모양 ^^ 서로의 마음이 통했습니다 :)  



역시... 치즈만 들어간건 아녔어 ㅎ


5번

아니 이것은 그냥 소라가 아니라 뿔소라잖으? 게다가 라구이만 달랑 주시는 것도 아니었으?


다가올 6번이 두려웠지만... 

이것은 실화


논픽션 상황입니다


행여 엄살이라 하실까봐... 아까 그 아이와 크기 비교. 호형호제급


김원장은 진작 나가떨어진 상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세에비 구이도 남기기 아깝다고 나보고 다 먹으라고 (내 살은 자의로만 찐 게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가 부르기로소7번을 안 먹을 수도 없고 ㅠㅠ


그러하다. 7번은 푸아그라 스테이크. 예상했던 크기보다 2배는 더 주시는군. 아아 여긴 대체 어디인가


푸아그라를 받기 전에 김원장은 이미 결심했다. 7번 푸아그라는 어떻게든 먹어도 8번 카이센동은 도저히 못 먹겠다고.


다른 숙소 같았으면 먹든 안 먹든 일단 받긴 받았을 것 같은데... 이 집 카이센동은 앞서 나온 메뉴들로 미루어보아 어마어마한 수준일 것으로 짐작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만약 카이센동을 받는다면 나는 내 카이센동 위에 올라간 대부분의 해산물을 김원장에게 토스할 것이기 때문에 ㅋㅋㅋ

아주머님께 너무 배가 부르니 죄송하지만 카이센동은 주지 마시고 그냥 디저트 달라고 부탁드렸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가 공짜를 마다할 인간들이 절대 아닌데... 얼마나 배가 불렀는지 짐작하시려는지.  


디저트로는 과일을 내오시고 더불어 '호지차'라면서 챙겨 주셨다


아아 훌륭한 저녁이었습니다. 김원장은 일본 여행 사상 최고가였던 석원장보다 낫다고 하더군요 개취니까 존중해줍시다


지난 이틀간 호텔에서 지내다 보니 까먹고 있었는데... 밥 먹고 돌아오니 크레용은 료칸이었습니다


뭔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 내일... 원기(건강)... 준비... 바람 소리와 벌레 울음... 자연의 향기를 느끼고 어쩌구... 좋은 내용인걸로 그런걸로

행운의 편지만 아니면 돼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카미상이 그새 연습을 하셨는지 우리에겐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십니다

오늘도 김원장과 써티는 어제 그 개인실에서 아침 식사를 하게 된다는군요. 감사하므니다


 어제와 달리 섣불리 앉기 조차 시도하지 않는 김원장 선수 어제 내상이 심했던 모양


가까이 가보니 그의 주저함이 십분 이해가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식 파트



양식 파트


뷔페인듯 뷔페아닌 뷔페같은 너 


확대 안 했으면 오늘은 숙주나물인 줄 알 뻔... 김원장왈 이렇게 먹다 죽겠다고... 먹고문의 향연



이걸 다 어떻게 먹나 하고 있는데... 오카미상 또 들어오실 때까지 국이 안 나온 줄도 몰랐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 들고 들어오실 때 너무 거대해서 설마 저게 정말 국 사발인가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각자 자리 잡아 놓아주시고 뚜껑 열어주시는 순간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주업으로 이세에비 양식 하시고 료칸이 부업이신가봐요 


체크아웃할 때 보았네 미슐랭 어쩌구


오늘은 배를 타고 구마모토현에서 나가사키현으로 넘어가야 하는 날이라 우리는 다른 투숙객들보다 다소 일찍 식사 자리에서 떴는데

체크아웃을 위해 프론트에 왔을 때도 여전히 다른 투숙객들 조식 서빙으로 인해 크레용 식구들이 모두 무지 바빴더랬다.

그 와중에 내가 체크아웃 하겠다니까 오카미상이 당황하시며 번역기를 통해 전해주신 말은 ; 

"덴푸라를 튀기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뭬이야? 덴푸라? 설마 나 주려고 튀긴다는 소리야? 그래서 나도 번역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괜찮습니다. 안 먹어도 됩니다. 그냥 체크아웃 할께요" - 배 불러서 양식으로 나온 빵도 못 먹고 챙겨둔 상황이지롱 ㅋㅋㅋ

이미 오카미상은 아침 식사 서빙중 대화를 통해 우리 다음 목적지가 운젠인 걸 알고 계셨는데, 그래서인지 바로 다시 휴대폰을 두들기셨다

"배 시간은 몇 시입니까?"

오카미상 손바닥에 내가 9시 45분이라고 쓰니까 갑자기 프론트 뒷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뭘 확인하신건지?) 곧이어 후다닥 나오셔서

"여기서 항구까지는 30분이면 갑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몰랑 ㅋㅋㅋ 누가 여기서 항구까지 30분이면 가는 거 모르나. 배가 터질 것 같으니까 그렇지 ㅎ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기사에서 이 상황을 설명하고 (듣자마자 김기사도 "우리 덴푸라 더 못 먹는다고 해!" ㅋㅋㅋ) 5분도 채 안 기다린 것 같은데

큼지막한 종이 가방에 갓 튀겨낸 뜨끈뜨끈 덴푸라를 도시락 포장하여 들려주셨다. 아아 감동의 눈물 게다가 욜라 묵직해

그 와중에 차 타고 가면서 입 심심하면 먹으라고 사탕도 고르라 하시고 

요리/서빙하느라 바쁘실텐데 - 그래서 나오지 마시라고 극구 말렸는데도 부부가 모두 부지 밖까지 따라나오셔서 끝까지 정중히 배웅하시는 바람에

차 안에 느긋하게 앉아있던 김기사까지 다시 차에서 내려서 ㅋㅋㅋ 감사 인사 드리고서야 누가누가 인사 더 하나 동방예의지국의 맞대결

이 모든 극진한 대접이 끝났다. 


크레용은 멀고 비싸고 객실은 다소 어둡고 노천탕이 멋진 뷰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며 벽간 소음도 진짜 존재한다 (우리도 겪긴 겪었는데... 옆 객실분들이 워낙 조용하신건지 저녁 식사 이후로는 아무 소리 못 들었다)

크레용의 오카미상(으로 추정. 아닐 수도 있지만... 오카미상이 나카이상 일을 겸임하는 분위기랄까) 첫인상은 수더분에 다정다감하시던 타카히라야의 나카이상에 비해서는 다소 깐깐해 보이셨는데... 2식을 통해 겪어본 바 프로임이 확실했다. 아무리 직업적 친절함이라고 해도 그녀의 환대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낮은 등급의 객실을 예약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만 개별 식사처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는데 멀리서 온 외국인이라 그런건지, 조용한 객실을 원한다고 했었으니 식사도 조용히 하고 싶겠구나 생각하신건지 몰라도 땡큐베리감사한 일. 식사는 뭐... 더할 나위 없지. 양이 어마무시 많긴 했지만 질보다 양이라고 폄하할 수준은 절대 아니고 우리 입엔 맛까지 있어 ㅎ 


크레용의 배웅을 뒤로 하고 시모다 온천을 빠져 나오며 김기사가 그랬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이번 규슈 여행이 끝났다. 간만에 동감하오. 



크레용은 사랑인가요. 다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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